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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이태원 참사, 풀어야 할 의혹 3가지

①인파에 대한 사전 대비 ②마약 수사에 집중 ③참사 이후 경찰 대응
진상규명과 함께 국가 책임도 물을 때

제1438호
등록 : 2022-11-11 02:30 수정 : 2022-11-1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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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붙은 시민들의 추모 글귀. 한겨레 신소영 기자

2022년 10월29일 서울 한복판 길거리에서 156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2주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여러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고,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된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사상 처음으로 경찰청장실과 서울경찰청장실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안전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 대한 수사는 법리 검토 수준에 머물렀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무거운 혐의는 모두 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들한테만 주로 적용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수본의 수사는 점차 해밀톤호텔 불법구조물, 현장 골목에 액체를 뿌렸다는 ‘각시탈’을 쓴 사람 의혹 등 곁가지로 빠진다. 경찰 실무선의 잘못을 밝히고 떠도는 의혹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참사의 원인을 짚고 또 다른 참사를 막을 수 있을까. 11월10일까지 밝혀진 사실과 여전히 남은 의혹 세 가지를 짚어본다.

밝혀진 사실들
이태원 참사를 둘러싸고 한 주 동안 쏟아진 논란 가운데 압권은 단연 대통령실이다. 참사 직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대통령실은 “주최 쪽 요청이 없으면 경찰이 나설 법적·제도적 권한에 한계가 있다”며 이를 두둔했다.(10월31일 대통령실 관계자 브리핑) 11월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장관을 놔둔 채 윤희근 경찰청장에게만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며 호통쳤다. 이 장관은 같은 날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사 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의 무책임한 태도는 11월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이 주고받은 “웃기고 있네” 필담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두 수석은 국감장에서 쫓겨났고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대통령실이) 어떻게 인지하는지 보여주는 것”(이수진 의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국정상황실은 대통령의 참모 조직이지 대한민국의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의 참사 당일 이태원 현장 도착 시각도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다. 당일 밤 10시20분에 이 서장이 현장에 도착한 기록은 용산서 상황실 근무자가 작성했는데, 그 시간 이 서장은 관용차량에 탄 채 현장에서 800m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이 서장이 밤 9시47분 인근 식당에서 나와 관용차에 탄 채 현장 진입을 시도하다 결국 차에서 내린 게 10시55분~11시1분께였다. 이미 참사가 벌어진(10시15분) 시각을 한참 넘겼다. 그가 차 안에서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현장 도착 시각을 허위로 기재한 일지를 작성한 경위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이 당일 소방의 협조 요청에도 기민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11월8일 민주당 ‘용산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가 공개한 서울종합방재센터의 ‘무전 기록’을 보면, 소방 쪽은 참사 직후인 밤 10시18분부터 현장에서 무전으로 경찰 출동을 총 29차례 다급하게 요청했다. “신고가 많이 들어온다, 경찰 인력을 독촉해달라” “차량 진입이 곤란한 상황이라 대원들이 도보로 이동한다” “관련 신고가 30건이 넘어간다” 등이었다. 소방이 현장에 출동해 조치하는 그 시각에도 충분한 경찰력이 주변에 없었다.

(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연합뉴스, 한겨레 강창광 선임기자

남은 의혹들
① 왜 사전에 대비하지 않았나

중요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았다. 무엇보다 인파가 몰릴 것을 알면서도 용산구청 등이 왜 사전에 대비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용산구는 과거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대책을 포함해 구청장이 직접 관련 회의를 주재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직전에 연 회의를 부구청장에게 맡겼다. 회의에선 쓰레기 문제 등만 다뤘다.

게다가 박 구청장은 참사 뒤 계속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참사 당일 경남 의령군을 방문하고 돌아온 일정에 대해 “자매도시 의령군의 공식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것도 문제가 됐다. 실제 의령군 축제장에 가지 않고 의령군수와 10분간 면담만 했기 때문이다. 의령은 박 구청장의 고향이다. 11월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개인적인 집안일(시제)로 갔다가 그 김에 의령군수와 만난 것인데도 마치 공무로 다녀온 것처럼 해명했다”고 지적했다. 박 구청장은 이날 행안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마음의 책임”이라고 말해 구청장직 사퇴 의사가 없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경찰이 사전에 인파가 몰릴 것을 염려하면서도 안전관리보다 주로 사건·사고나 교통 문제를 중심에 둔 정황도 나왔다. 용산경찰서가 작성한 ‘2022 핼러윈데이 종합 치안대책’이란 제목의 보고서엔 “곳곳에 인파가 운집해 무질서와 사건·사고가 빈발하는 시기”라고 쓴 대목이 나온다. 역시 용산서에서 작성한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이라는 제목의 문서엔 “이태원 해밀턴호텔, 많은 인파로 보행자 도로 난입, 사고 발생 우려”라고 돼 있다. 인도의 인파가 차도까지 넘쳐 차량과 부딪치는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뜻으로, 보행 질서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까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이 문서도 참사 직후 용산서 정보과장이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며 경찰 첩보관리 시스템에서 삭제를 지시하고 담당자를 회유한 정황이 있어 특수본이 수사 중이다.

② 정말 마약 수사가 우선이었나

경찰이 당일 마약 수사를 하느라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의혹도 해소되지 않았다. 실제 참사 전날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보도한 MBC 기사에서 경찰은 마약범죄와 불법촬영 등의 단속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한다. 정현욱 용산경찰서 112운영지원팀장(경감)은 인터뷰에서 “특히 국민 여러분께서 많이 걱정하시는 마약 이런 범죄들이 근절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경찰 지휘부도 이런 사정을 인정했다. 김광호 서울청장은 11월7일 국회 행안위에서 “마약이 문제가 되면 안 된다는 깊은 인식을 갖고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뇌부의 관심이 마약에 집중된 것은 정부 기조 탓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21일 ‘경찰의 날’ 행사에서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해달라”고 했고, 10월24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도 “마약과의 전쟁이 절실하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참사 사흘 전인 10월26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어 특별수사팀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당일은 ‘단속’보다 ‘예방’ 차원이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날 현장에 나간 50명의 마약 단속 형사는 범죄예방 활동 차원에서 ‘형사’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현장 검거를 위한 시약이 있었고, 조끼를 입은 정도로는 정복 경찰을 배치한 것과 같은 질서유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함께 나왔다. 11월7일 국회에 출석한 김광호 서울청장의 답변 과정에선 마약 단속마저 집회시위 관리에 우선순위가 밀린 정황이 드러났다. 김 청장은 “(당일 이태원에 배치한 경찰력이) 137명인데 (마약 단속을 위해 경비대를 추가해야 할 것 같아서) 경비부장한테 전화했더니 ‘집회가 있어 지방중대까지 부르는 상황이라 힘들겠다’고 해서 알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③ 이태원파출소와 용산서는 어떻게 대응했나

가장 중요하면서도 여전히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다. 112 신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신고가 집중됐던 저녁 8시 이후 서울경찰청 112상황실과 용산경찰서의 112상황실, 이태원파출소 등이 현장 상황을 어떻게 인지했고, 어떤 조처를 했으며, 무엇이 한계였는지 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11월9일 국민의힘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 특별위원회’(이태원특위)와 용산서 경찰이 만나 나눈 얘기가 참고할 만하다. 김병민 위원은 회의 뒤 기자들에게 “용산서 112운영지원팀장으로부터 당일 저녁 9시께부터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현장 통제에 나섰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팀장이 당일 저녁 7시께부터 현장에 있었다고 한다. 이태원파출소 옥상에 올라가 확인하기도 했는데 저녁 9시부터 상당히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현장으로 뛰어나가 통제 등에 나섰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참사 관련 112 신고가 쏟아지기 시작한 때는 저녁 8시였다. 해당 팀장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교통기동대를 요청해 1개 제대 20명 정도를 받기로 했지만, 실제 배치가 결정된 시간은 우리가 요청한 시간대가 아니라 집회 종료시(밤 9시 무렵)부터 자정까지였다”고 말한 바 있다. 당일 기동대는 9시30분께 이태원에 도착했다. 실제 참사 현장에 투입된 것은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이후였다. 이 증언들을 토대로 하면, 현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현장 경찰은 9시께야 인지했지만 현장 인력만으로는 조치에 역부족이었고, 필요한 기동대 투입이 이보다 늦은 시간에 이뤄지면서 결국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22년 11월9일 국민의힘 이태원특위 위원들과 함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파출소를 방문했다. 공동취재사진

물어야 할 국가 책임
진행 중인 특수본의 수사와 별개로 참사의 진실과 국가 책임을 묻는 과정도 진행된다.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하고 관련 요구서를 11월9일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야 3당은 이태원 참사의 발생 원인과 책임소재 규명, 대통령실·행정안전부·경찰청·소방청과 서울시·용산구 등의 재난안전관리체계 작동 실태를 조사 범위로 정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의 법적·정치적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나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11월8일 연 기자회견에서 “재해에 대해 법적 책임만 물으면 말단 행정직만 책임지게 되며, 그럴 경우 재발 방지나 피해 보전은 이뤄지지 않는다”며 재난안전법(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과 관련해 행안부와 용산구, 서울시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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