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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배출한 우유팩의 경로…추적기를 붙여봤다

서울 중구 시범사업, ‘선별장 도착률’ 제고 효과 뚜렷… 재활용업체 최종 도착은 정작 53건 중 1건뿐
등록 2026-08-06 22:45 수정 2026-08-1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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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8일 오전 서울 중구 자원재활용센터 재활용선별장에서 박준용 한겨레21 기자가 추적기를 부착한 우유팩을 찾은 뒤 들어보이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26년 7월8일 오전 서울 중구 자원재활용센터 재활용선별장에서 박준용 한겨레21 기자가 추적기를 부착한 우유팩을 찾은 뒤 들어보이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26년 6월30일 서울 중구 회현동 ㄱ카페. “아이스 카페라테 한 잔 주세요”라는 손님의 말에 카페 사장 김선영(47·가명)씨의 손이 바빠졌다.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고 우유를 커피 위에 조심스레 붓는다.

카페라테는 커피 종류 중에 우유가 들어가는 대표적인 메뉴다. 이 밖에 카푸치노, 카페모카, 녹차라테, 캐러멜마키아토, 플랫화이트 등에도 우유가 들어간다. 이 카페에선 1ℓ짜리 종이팩에 든 우유를 쓰는데, 김씨는 하루에 20ℓ 안팎의 우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루 영업이 끝나면 1ℓ 종이팩이 20개 정도 쌓이는 셈이다.

김씨는 영업이 끝난 뒤 깨끗이 씻어 말린 종이팩들을 가지런히 모아 카페 문 앞에 내놓는다. 이 카페에서 내놓은 종이팩은 쓸모를 다한 걸까? 그렇지 않다. 종이팩은 그냥 종이와 다르다. 고급 천연펄프로 만들었다. 깨끗하게 따로 모아두면 고급 화장지나 핸드타월 같은 제품의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폐지 등 다른 재활용품과 섞이면 재활용이 어렵다고 한다. 가정이나 카페 같은 곳에서 배출된 뒤 바로 폐지 회사로 가거나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게 아니라, 선별장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선별장은 배출된 재활용품을 재질별로 분류·압축해 재활용 업체로 보내는 중간 처리 시설을 말한다. 공공 선별장과 민간 선별장이 있다.

문제는 종이팩 재활용률이 2013년 35.2%에서 2024년 14.1%로 11년 만에 21.1%포인트나 감소했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캔 91%, 페트병 85%, 유리병 78%가 재활용된 것과 비교해도 크게 저조한 수치다.(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그래서 정부는 공동주택에서 종이팩을 별도로 분리배출하도록 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중구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단체도 협업해 종이팩만 따로 모아 수거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렇게 종이팩만 따로 수거하면 정말 제대로 재활용될 수 있을까? 수거나 선별 과정에서 훼손되거나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종이팩을 성실하게 분리배출하는 시민일수록 이런 의문을 더 절실하게 가진다. 애써 분리배출한 보람이 있는지, 버린 이후의 과정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한겨레21은 환경단체인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지소행)과 함께 버려진 종이팩에 추적기를 달아 종이팩이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그 경로를 따라가보기로 했다.

 

종이팩에 스마트태그 추적기를 붙이다

 

2026년 6월29일 서울 중구 회현동의 한 카페에서 직원 상희수 매니저가 추적기를 종이팩에 붙이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26년 6월29일 서울 중구 회현동의 한 카페에서 직원 상희수 매니저가 추적기를 종이팩에 붙이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한겨레21은 2026년 6월29일부터 7월1일까지 지소행과 함께 서울 중구 회현동, 광희동, 명동, 소공동, 을지로동에 있는 카페 40곳을 선정해 이곳에서 배출하는 종이팩에 스마트태그 추적기를 부착했다. 스마트태그 추적기는 장애물이 없는 평지 기준으로 최대 120m 정도 거리에 갤럭시 스마트폰이 있으면 전파를 잡아 자신의 위치 신호를 보내고, 앱으로 소리를 울리게 할 수 있다. 추적기 주변을 지나가는 다른 스마트폰이 신호를 감지하면 위치 정보가 등록된 휴대전화 앱에 전달되는 방식이다.

한겨레21이 중구의 카페를 선택한 이유는 중구청과 지소행이 함께 ‘종이팩 문전 배출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지소행은 중구 관내 400여 개 카페에 종이팩만 따로 넣을 수 있는 초록색 전용 봉투를 배부한다. 이 카페들은 봉투에 씻고 말린 종이팩을 모아 문 앞에 둔다. 그러면 중구청에서 위탁한 수거 업체가 이를 선별장으로 옮기고, 선별장은 이를 재활용 업체로 보내는 게 원칙이다. 특히 카페는 전체 종이팩 배출량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종이팩 배출 비중이 큰 업종이다. 지자체와 환경단체의 협업으로 어느 정도 종이팩을 재활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곳의 종이팩 재활용 현황이 파악되면, 다른 곳의 상황도 유추해볼 수 있다.

한겨레21이 현장에서 관찰한 결과, 카페들이 내놓은 종이팩은 밤 10시가 가까워지면 각 골목으로 찾아오는 재활용 수거차에 실려갔다. 수거차에 실린 이후 종이팩이 어디로 가는지는 추적기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렇게 종이팩 추적을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나자 카페를 떠난 10개 이상의 추적기가 움직였다. 특히 중구 칠패로(중림동)에 있는 선별장에서 몇몇 종이팩이 신호를 보내왔다. 7월6일 아침, 한겨레21은 이 선별장을 찾았다. 밤사이 들어온 재활용품이 쌓인 공간으로 수거차가 오갔다. 선별 라인에서는 비닐과 플라스틱, 병, 캔 등이 차례로 나뉘고 있었다. 캔은 기계로 걸러지지만, 종이팩은 사람 손으로 골라내야 하는 품목이었다. 선별장 관계자는 “카페에서 나온 종이팩이 들어오면 따로 모아 압축한 뒤 재활용 업체로 보낸다”고 말했다.

선별장 안에서 휴대전화 앱을 켰다. 스마트태그 추적기는 스마트폰과 연동돼 실시간으로 좌표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소리 버튼을 누르자, 선별장 소음 사이로 희미한 추적기 알림음이 들렸다. 한겨레21은 종이팩 더미로 가까이 다가가 다시 한번 소리 버튼을 눌렀다. “여기 있나봐요.” 우유팩 포대 중 하나에서 추적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회현동의 한 카페에서 출발한 종이팩이었다.

 

분리배출 안 한 종로보다 21.7%포인트 많이 도달

 

이런 방식으로 확인해보니, 추적기를 달아 중구에 있는 카페에서 배출된 종이팩 더미 40개 가운데 21개는 선별장을 거쳐 다른 곳으로 이동했거나 선별장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52.5%는 그냥 버려지지 않고 최소한 선별장으로 향한 것이다. 나머지 19개 중 일부는 재활용되지 않고 폐지 회사로 가거나 일반쓰레기로 그냥 버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머무는 장소가 ‘○○자원’ 같은 이름으로 뜨고 있기 때문이다.

중구의 선별 확률 52.5%는 다른 지역에 견줘 높은 수치로 확인됐다. 한겨레21은 비교를 위해 지자체와 환경단체의 ‘종이팩 문전 배출사업’이 없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카페 13곳에서 배출된 종이팩에도 추적기를 달았다. 종로구 카페들은 종이팩을 별도로 내놓는 중구와 달리 폐지와 섞어 그냥 배출하고 있었다.

이렇게 배출된 종로구의 종이팩 더미 13개 가운데 선별장으로 이동한 것은 4개(30.8%)뿐이었다. 폐지와 함께 배출한 종이팩도 재활용품 수거 차량을 통해 선별장으로 반입되는 경우가 있지만, 폐지와 뒤섞인 상태여서 별도 분류돼 재활용될 가능성은 크게 낮아지는 것이다.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은 종이팩 재활용을 위해서는 종이팩이 우선 선별장에 도착하게 하는 게 1차 과제라고 말했다. 이 부소장은 “중구의 경우 배출·회수·선별 주체들이 사전에 협의해 시스템을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중구처럼) 단계를 잇는 작업이 없으면 재활용 순환의 고리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니 중구청과 지소행의 노력은 선별장 단계까지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7월6일 밤 10시 중구 무교동에 있는 한 재활용품 수거 현장에서 만난 수거 업체의 한 직원은 “카페에서 나오는 종이팩에 예전에는 빨대나 음료 뚜껑 같은 불순물이 섞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중구청과 지소행의) ‘종이팩 문전 배출사업’이 시행된 뒤부터는 좀더 깔끔하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선별장을 거쳐 재활용 업체에서 최종 재활용되는 양이 아직은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는 점이다. 지소행은 ‘종이팩 문전 배출사업’을 통해 한 달에 최소 2t에서 최대 6t가량의 종이팩을 재활용할 수 있으리라 추산했다. 하지만 실제 재활용 업체에 당도한 것으로 확인된 종이팩 물량은 월 1t 안팎에 불과했다. 나머지 1~5t 정도의 종이팩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한겨레21은 이렇게 재활용 경로를 따르지 않거나 따르더라도 ‘사라지는 종이팩’을 찾고자 추적기의 경로를 더욱 상세히 따져봤다. 그러자 선별장으로 간 확률이 더 높았던 ‘종이팩 문전 배출사업’에서도 실제로 선별장까지 닿지 못하고 불태워진 종이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구 을지로3가의 한 카페에서 나온 종이팩은 6월30일 카페 주변에서 신호를 보내고 이틀 뒤인 7월2일 마포구 하늘공원로 86, 즉 마포 소각장 권역에서 위치가 확인됐다. 선별장을 거친 기록은 없었다. ‘종이팩 문전 배출사업’을 하더라도 재활용 수거차에 실리기 전에 폐기되거나, 수거·운반 과정에서 일반폐기물에 섞여 소각장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 중구의 카페에서 출발해 선별장에도 가지 못하고 소각된 종이팩 더미는 4개, 전체 40개 가운데 10%나 됐다.

 

기껏 분리했더니 폐지 회사나 소각장으로

 

2026년 7월8일 오전 서울 중구 자원재활용센터 재활용선별장에서 직원들이 선별 작업을 하면서 종이팩을 따로 모으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26년 7월8일 오전 서울 중구 자원재활용센터 재활용선별장에서 직원들이 선별 작업을 하면서 종이팩을 따로 모으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중구의 카페에서 출발한 또 다른 4개의 종이팩 더미도 선별장을 거치지 않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장소로 이동했다. 을지로·충무로·명동 등에서 출발한 종이팩들은 경기도 김포의 자원 업체, 고양 일산동구 야적장·자원 업체, 충북의 한 폐지 업체 인근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공식 경로로 등록된 종이팩 재활용 업체가 아니었다. 종이팩 회수·선별·재활용 업체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생산 기업이 자사 제품의 폐기물에 분담금을 지원하는 제도) 체계의 공제조합에 등록돼야만 우유회사 등 종이팩 생산사들로부터 분담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만약 이 제도에 등록된 재활용 업체가 아닐 경우, 재활용 가능성이 극도로 낮아진다.

이렇게 중구에서 출발해 선별장으로 가지 못한 종이팩 더미는 40개 중 19개나 됐다. 다만 소각장에 간 4개, 야적장과 폐지 업체 4개를 제외하면, 나머지 11개는 카페 인근이나 중구 일대에서 신호가 머물거나 끊겨 최종 처리 경로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종이팩 회수 업체를 운영하는 강재원 ‘사람과환경’ 대표는 “종이팩이 쓰레기로 분류돼 공공용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경우이거나 혹은 선별장으로 가기 전에 협잡물(재활용을 방해하는 불순물)로 분류돼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선별장에 간 종이팩들은 모두 재활용될까? 종이팩은 선별장에서 별도 분류되고,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내에 등록된 종이팩 재활용사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종이팩이 보낸 위치 신호는 이와 다른 장소를 가리켰다. 중구 장충동2가의 한 카페에서 나온 종이팩은 7월4일 오전 중구의 선별장에 들어간 뒤 이튿날 충북 청주의 폐지 회사인 ㄴ사로 이동했다. 중구 회현동에서 배출된 또 다른 종이팩도 6월29일 밤 중구 칠패로 5인 선별장 주소를 거친 뒤 역시 청주의 ㄴ사로 갔다. ㄴ사의 누리집을 보면, 이 회사는 폐지 등을 재활용해 신문용지를 주로 제작하는 곳으로 소개하고 있다. ㄴ사 관계자는 “소각로가 있고, 여러 종이를 생산하는 곳”이라며 “종이팩 재활용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선별장 권역을 거친 뒤 김포의 자원 업체로 이동한 사례도 있었다. 중구 회현동의 두 카페에서 7월2일과 4일 각각 배출된 종이팩은 3~4일 만에 선별장에 갔다가 서대문구와 마포구를 거쳐 김포의 한 자원 업체로 이동했다. 이곳 역시 종이팩 재활용 업체로 등록되지 않은 곳으로, 재활용 가능성이 작다.


회수·선별 과정에서 다른 쓰레기와 섞인 듯

 

이렇게 선별장에 가더라도 재활용되지 못한 종이팩은 회수·선별 과정에서 다른 쓰레기와 섞였을 가능성이 크다. 한겨레21은 이 가능성을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종이팩 배출 경로를 따라가보기로 했다. 7월6일 밤 10시30분, 수거 업체 직원들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쓰레기 수거용 특장차인 3.5t 압착진개차를 타고 쓰레기 수거 작업에 나섰다. 이 차는 뒤쪽 트렁크에서 쓰레기를 수거한 뒤 압축하는 방식으로 쓰레기를 모은다.

직원이 중구의 한 카페 앞에 놓인 ‘종이팩 문전 배출사업’용 종이팩 초록 봉투를 이 쓰레기 트렁크에 들어올렸다. 그러자 유압 장치가 낮게 ‘윙’ 소리를 내며 움직였고, 압착판이 아래로 미끄러지듯 내려와 봉투와 내용물을 안쪽으로 긁어모았다. 잠시 뒤 압착판이 회전하며 쓰레기를 움켜쥐듯 밀어 올리는 과정에서 종이팩 초록 봉투가 툭 찢어졌다. 이렇게 되면 종이팩이 다른 쓰레기와 섞여 따로 모아서 버리는 효과가 반감된다. 직원은 “뾰족한 쓰레기가 주변에 있으면 봉투가 찢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지수 지소행 매니저도 “압축을 하지 않는 1t 트럭이 움직이는 경우엔 초록 봉투 원형이 그대로 유지된 채 선별장으로 들어가는 반면, 3.5t 압착진개차는 수거하면서 바로 압축 작업을 하기 때문에 봉투가 훼손되는 경우가 종종 보였다”고 말했다.

애써 선별장에 당도했는데, 선별 과정에서 종이팩으로 분류되지 못한 것도 있으리라 추정된다. 배연정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선별장 선별 과정에서 50~60% 정도는 종이팩으로 선별되고 나머지는 그냥 잔재물로 빠져 소각 등 폐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별장에 오래 머물다 훼손된 종이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별장 관계자는 “종이팩은 금세 상하고 곰팡이와 악취가 생기기도 한다”며 “이 경우 옆에 있던 종이팩까지 오염시킨다. 이런 종이팩은 재활용으로 보내지 않고 쓰레기로 빼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친 끝에 추적기를 달고 한 달 정도 지난 7월30일 현재, 제대로 재활용 업체에 당도한 종이팩 더미는 53개 가운데 중구의 카페에서 출발한 1개뿐이었다. 여기에 아직 선별장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중구 카페발 종이팩 더미 16개 가운데 일부가 더 재활용 업체에 당도할 것으로 보인다. 선별장 관계자는 “종이팩을 일정 규모가 될 때까지 모아서 처리하기 때문에 재활용 업체에 당도하는 데 두세 달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멸균팩은 어떡할 건가

 

한겨레21의 종이팩 추적 결과는 종이팩을 중구처럼 분리배출할 필요성과 함께 회수·재활용 체계를 제대로 갖춰야 종이팩을 효율성 있게 재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하반기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공동주택에서 종이팩 분리배출 실시를 예고했다. 그러나 공동주택에 한정된 대책이어서 카페나 단독주택 등에서는 여전히 별도 처리 기준이 없는데다, 한겨레21의 추적처럼 분리배출을 하더라도 제대로 수거·선별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제도의 실효성이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종이팩 공공수거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7월 지소행이 발간한 ‘서울시 공공선별장 종이팩 회수·선별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5곳(60%)은 분리배출 지침에 종이팩을 별도 품목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종이팩을 행정복지센터 등에 가져오면 화장지나 종량제봉투로 교환해주는 수거보상제도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9곳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접근성과 참여율 측면에서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자체가 선별장과 계약할 때 ‘종이팩 선별 의무, 최소 선별량 기준, 출고 실적 보고'를 조건으로 넣고, 선별 장비 도입과 전담 인력 배치, 회수-반입-선별-출고로 이어지는 단계별 추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지수 매니저는 “선별장에서는 종이팩을 놓치지 않고 선별할 수 있는 체계가 발전해야 한다”며 “지자체도 이동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멸균팩을 재활용하거나 분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최근 종이팩 수거율이 줄어든 큰 이유 중 하나는 멸균팩 활용률이 커졌기 때문이다. 멸균팩은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2014년 25.3%에서 2023년 46.4%로 사용 비중이 커졌다. 그런데 멸균팩은 일반 종이팩(살균팩)보다 재활용 공정을 한 번 더 거쳐야 한다. 일반 종이팩에는 종이 섬유에 비닐 코팅이 돼 있는데, 두유·주스 등에 많이 쓰이는 멸균팩에는 알루미늄층이 추가로 들어가서다. 이런 어려움 탓에 멸균팩 재활용률은 3%(2024년 기준)로 매우 낮은 편이다.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은 “멸균팩은 건축자재나 백판지 등으로 활용하려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재활용이 활성화되지 않는 큰 이유는 원료가 꾸준히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일반 종이팩과 멸균팩을 분리배출해 재활용 업체까지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시민은 준비됐는데 정부·지자체는 아직

 

중구뿐 아니라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해본 실무자들은 “시민들은 이미 종이팩 재활용에 준비가 된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ㄱ카페를 운영하는 김선영씨도 매일 영업이 끝난 뒤 우유팩을 펴고, 헹구고, 말려 전용 배출 봉투에 담는다. 그는 한겨레21에 “자원이 순환된다면 이 정도 수고로움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종이팩을 이렇게 분리배출한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겨레21의 종이팩 추적 결과는 이렇다. 단순히 시민들에게 “잘 씻고 모아 버리라”라는 말을 하기 전에, 정부와 지자체가 종이팩의 시작과 끝을 제대로 책임질 제도를 갖춰야 한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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