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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출장’ 의원님, 회의장엔 없더니 선거벽보엔 있다

‘14차례 국외 출장’ 부산시의회 의장부터 출석률 최하위권 광역의원들까지… 불성실 논란에도 거대 양당은 줄줄이 공천
등록 2026-05-15 11:06 수정 2026-05-19 08:41
2022년 9월16일 더불어민주당 이상훈 서울시의원이 시의회에서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 사건'을 두고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가해자가) 폭력적 대응을 했다”고 발언했다. 이 시의원은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같은 선거구에 출마했고, 민주당은 그를 단수 공천했다. 한국방송(KBS) 방송 화면 갈무리.

2022년 9월16일 더불어민주당 이상훈 서울시의원이 시의회에서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 사건'을 두고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가해자가) 폭력적 대응을 했다”고 발언했다. 이 시의원은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같은 선거구에 출마했고, 민주당은 그를 단수 공천했다. 한국방송(KBS) 방송 화면 갈무리.


이번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부산 영도구청장에 출마한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4선)은 2023년 2월 7박9일 일정으로 스페인·포르투갈에 다녀왔다.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차원에서 각 시도 의회 의장을 포함해 수행 인력까지 30여 명이 떠난 공무상 출장 명목이었다. 출장 사유에는 △지방자치제도 비교 견학을 통한 성공 사례 발굴 및 비교 연구를 통한 우수 시책 개발 △2030 부산세계엑스포 유치 활동 등 상호 이해 증진 △지역 간 협력 방안 모색 등이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이 출장이 있었던 다음 달인 2023년 3월, 안 의장의 출장 일정 중 절반이 관광지 방문이어서 외유성 출장 아니냐는 지적이 국민일보 보도로 드러났다.

 

3년6개월 동안 14번 해외로

 

안 의장의 국외 출장은 유독 잦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022년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전국 17개 시도 광역의원들의 국외 출장 자료를 전수조사한 결과, 안 의장은 이 기간에 14차례나 국외 출장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시의회 의장으로서 공무상 국외 출장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방의원 868명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출장 횟수를 기록한 것이다.(첫 번째로 많은 16차례 출장 횟수를 기록한 한 도의원은 이번 6·3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안 의장이 방문한 국가는 스페인·포르투갈 외에 베트남(호찌민), 미국(로스앤젤레스), 프랑스(파리), 헝가리·오스트리아, 카자흐스탄(알마티), 일본(시모노세키), 중국(상하이 등) 등으로 다양했다. 안 의장이 출장으로 국외에 머물렀던 날을 모두 더하면 74일이나 된다. 3년6개월 동안 두 달 반가량을 출장 목적으로 국외에서 보낸 셈이다. 그런데 유권자인 시민들은 정작 그가 다녀온 국외 출장 관련 서류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14차례의 출장 가운데 계획서가 공개된 일정은 단 한 차례뿐이었기 때문이다. 14차례 가운데 결과보고서를 통해 소요 비용이 확인된 사례는 3차례인데, 출장마다 1명당 수백만원이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안 의장은 2026년 4월16일 국민의힘 영도구청장 후보로 단수공천됐다. 안 의장은 잦은 국외 출장에 대한 한겨레21의 해명 요구에 "시의장으로 4년을 활동했고, 교류 도시들과 1년씩 상호 방문하는 사항들이 있었다"면서 "회기 중 출장은 부산 엑스포 최종 발표 때 말고는 없다"고 밝혔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외유성으로 의심되는 국외 출장이 잦거나 의회 출석률이 저조한 불성실 지방의원들도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경실련이 2026년 3월 발표한 ‘2022년 7월~2025년 12월 전국 17개 광역의회 의원 국외 출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9차례 이상 국외 출장을 다녀온 인물은 16명이었다. 이 가운데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광역의원으로 다시 출마하는 인물은 11명으로, 전체의 68.8%에 달했다.

잦은 국외 출장으로 논란이 된 정치인들이 6·3 지방선거에 재도전하는 상황을 두고 서휘원 경실련 정치입법팀 팀장은 “국외 출장 심사시에는 비용의 적정성이나 공무 목적성뿐 아니라 본연의 직무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지도 검토하게 돼 있다”며 “의정 활동 의지가 부족했던 인물을 선거에 공천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방의회 출장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하고 행정안전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출장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방의회 스스로 자정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은 2022년 7월부터 2026년 3월까지 14차례, 74일간 국외 출장을 다녀왔지만 결과 보고서는 세 차례만 공개했다. 안 의장은 2026년 4월16일 국민의힘 영도구청장 후보로 단수공천됐다. Hellotv 뉴스 방송 갈무리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은 2022년 7월부터 2026년 3월까지 14차례, 74일간 국외 출장을 다녀왔지만 결과 보고서는 세 차례만 공개했다. 안 의장은 2026년 4월16일 국민의힘 영도구청장 후보로 단수공천됐다. Hellotv 뉴스 방송 갈무리


출석률 바닥인데 또 공천

 

지방의회 회의장에 자주 결석하고도 또다시 출마를 준비하는 인물도 적지 않다. 경실련이 2022년 6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전국 17개 시도 의회 광역의원을 조사한 결과, 본회의 출석률이 90% 미만인 인물은 39명이었다. 경실련은 의원이 질병·부상 등의 사유로 사용하는 의원 휴가 성격의 ‘청가’를 제외하고 출석률을 집계했다.

이들 39명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정당 보도자료 등을 통해 확인된 이번 6·3 지방선거 출마자는 17명으로 절반(43.6%)에 가까웠다. 상임위원회 출석률이 90% 미만인 광역의원은 37명이었는데, 이번 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이는 최소 18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휘원 팀장은 “현재 지방의회의 출석 구조는 출석 체크만 하고 이탈해도 인정되는 ‘찍고 가기’ 식”이라며 “따라서 서류상 출석률이 90%인 경우에도 실제 안건 표결률은 50% 전후에 불과하다. 출석률이 90% 미만이라는 것은 의정 활동이 대단히 불성실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재선인 이상훈 서울시의원이 대표적 사례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로 선출된 제11대 서울시의회에서 본회의가 열릴 때마다 세 번 중 한 번은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본회의 출석률은 62.5%에 불과했다. 전국 시도 광역의원 868명 가운데 네 번째로 낮은 출석률이다. 그는 소관 상임위원회(교통위원회·기획경제위원회) 출석률도 76.3%에 불과했다. 네 번 중 한 번꼴로 자리를 비운 셈인데, 전국 광역의원 가운데 하위 1.6% 수준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이 시의원은 2022년 발생한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해 시의회에서 “가해자가 좋아하는데 피해자가 안 받아주니 폭력적인 대응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2차 가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시의원은 6·3 지방선거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3선에 도전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그를 단수공천했다.

이상훈 시의원은 낮은 출석률과 관련한 한겨레21의 질의에 “신당역 사건 관련 발언 이후 당원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고, 그 기간 자숙했기 때문에 의정활동 참석률이 낮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해당 징계는 당 차원의 징계로 의회 출석 자체가 제한된 것은 아니었다.

 

“양당 주도 공천 구조 바꿔야”

 

전문가들은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지방의원 공천 구조를 바꿔야 불성실한 의정 활동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지방의회의 가장 큰 문제는 4년간 의정 활동에 대한 평가가 다음 선거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지방의원은 출석률이나 국외 출장 여부 등 의정 활동을 어떻게 했는지보다 정당으로부터 공천받는지가 더 중요하다. 거대 양당의 공천이 지방의원을 결정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지방의회가 의정 활동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국 정당이 아니면 후보를 낼 수 없는 구조에서 지역 정당도 후보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등 지방의회를 개혁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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