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재밌어질 것 같다”던 스물둘의 열흘 뒤유연주는 사남매 중 제일 ‘똑소리 나는 아이’였다. “엄마가 야단치면 저랑 동생들은 그냥 우는데요, 연주는 엄마 기분 나아지라고 자기 방을 청소했어요. 그리고 엄마가 ‘억울한 거 있으면 말해봐’라고 하면, 저랑 동생들은 가만히 있는데 연주만 꼭 대답하는 거예요. ‘난 ...2023-03-18 14:28
본 영화 엄마랑 또 보는 동생 “질투라도 할 수 있었으면”동민이 스무 살 때인 2011년이었다. 엄마 최행숙(62)씨는 당시 개봉한 한국영화 를 보고 싶었다. 아들에게 물었더니 이미봤다고 했다. “갑자기 보려 하니 같이 갈 사람이 없네.” 엄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동민은 그 자리에서 영화표 두 장을 예매했다. “너는 봤다...2023-03-16 10:02
형 옷 입고 형처럼 머리 자르고… 쌍둥이 동생은 혼자가 이상하다사진 속 남자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판박이 얼굴에 앞머리를 내린 헤어스타일, 뿔테 안경에 데님 셔츠와 바지까지. 이태원 참사 희생자 홍의성의 쌍둥이 동생 홍두성(31)씨는 기자에게 미리 보내준 형의 사진 속 모습과 같은 차림을 하고 있었다. 먼저 떠난 형을 그리워하며 ...2023-03-15 11:52
음악과 꿈을 사랑한 청년의 ‘비긴 어게인’엄마 송선자(63)씨는 한철이 어릴 때 함께 길을 걷다 죽어가는 지렁이를 본 적이 있다. “어머, 흙에 있어야 하는데 거의 죽었네.” 엄마는 무심코 말했다. 한철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지렁이를 갑자기 들어올리더니 가까운 화단에 옮겨줬다. 물을 떠와 지렁이 몸에 살짝...2023-02-25 00:46
불꽃처럼 살다 모든 걸 주고 떠난 아빠※유가족의 요청으로 이 기사의 재인용을 금지합니다.최재혁의 집에 걸린 달력은 2023년 2월에도 여전히 2022년 10월에 멈춰 있다. 거실 한가운데 액자에는 첫째 아들이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아빠 최재혁이 사놓은 액자다. 탁자에도 벽에도 곳곳마다 가족사진이 놓여 ...2023-02-24 22:48
‘아름다운 인생’ 불꽃 피웠던 스물여덟 해문을 열었을 때 김정인(35·가명)씨와 부모님은 너무 놀랐다. 작은 원룸이 운동기구와 레크리에이션 용품으로 가득했다. 각종 아령과 목검, 턱걸이 기구, 캠핑용 텐트가 화장실과 싱크대를 제외하고 작은 공간에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심지어 벽 한쪽에는 일인용 고무보트가 세...2023-02-21 17:15
아버님 보내드린 지 3주 만에 아들, 너도 가면 난 어떡해…가족들은 고작 3주 만에 다시 장례식장에 왔다. 할아버지 사진이 놓였던 자리, 손자 사진이 들어섰다.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떠나보냈던 양수현(65)씨는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다시 상복을 입었다. 3주 전 아들로서 입었던 옷을 아버지가 돼 다시 걸쳤다. 빈소에 덩그러니...2023-02-18 13:48
아픔만 흐른 100일‘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이태원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023년 2월4일 ‘100일 추모행진’에 나섰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분향소를 출발하기에 앞서 159명 희생자의 영정을 하나씩 받아 품에 안았...2023-02-11 15:20
“아이들 건드리지 마시고 헌화를 부탁드린다”“비키세요!” 2023년 2월6일 정오, 서울시청 청사 입구를 막아선 경찰 앞에 주저앉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희생자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를 포함한 유가족 10여 명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참이었다. 30분 뒤 이정민 유가족협...2023-02-11 14:23
아직도 2층에 있는 듯한데, 벚꽃 피면 누구랑 꽃을 보지스무 살 채림은 별을 닮은 아이였다. 채림의 집은 친구들로 늘 북적였다. 고등학교 때는 패션디자인 공부를 하겠다며, 가족과 함께 살던 대전에서 홀로 서울로 떠나 패션스쿨에서 공부했다. 웨딩숍 등에서 아르바이트한 돈을 종잣돈 삼아 인터넷 쇼핑몰도 창업했다. 스스로 빛나며...2023-02-10 21:46
삼시 세끼 차려줬던 네가, 삼시 세끼 그립구나“엄마, 내가 만든 밥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 돼. 잘 먹어야 아픈 걸 이겨낼 수 있대.” 엄마의 휴대전화에는 음식 사진이 가득하다. 다정한 아들, 경훈에 대한 기억이 깃든 사진이다. 요리 솜씨가 좋은 경훈은 2022년 6월 코로나19에 걸려 자가격리하는 엄마를 위해 ...2023-02-10 21:27
‘웃기기 게임’ 하던 유나 표정 떠올라 웃다가 웁니다※유가족의 요청으로 이 기사의 재인용을 금지합니다.하늘하늘한 원피스는 동생의 패션, 벙벙한 티셔츠에 청바지는 언니의 패션이었다. 동생은 가끔 색다른 옷이 입고 싶을 때 언니 것을 빌렸다. 언니는 생일 등 꾸미고 싶은 날에 동생 것을 빌렸다. 스물다섯 김유나는 세 살 터...2023-02-10 16:52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 날아온 두 번의 계고장2023년 2월7일 아침 9시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천막이 분주하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설치된 합동분향소를 밤새 지킨 ‘분향소 지킴이’가 교대하는 시간이다. 교대를 하러 분향소를 찾은 김혜영씨는 다리 깁스를 풀자마자 ...2023-02-08 16:05
운동도 사업도 도전적이었던, 솔직당당한 ‘가족의 대장’‘주영의 집’은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아파트다. 2023년 1월18일 밤 10시, 이제 막 퇴근한 주영의 오빠 이진우씨는 늦은 저녁 식사로 햄버거·감자튀김을 사왔다. 식탁에 음식을 놓자 수염을 깎지 않은 아빠, 안경 아래 눈이 빨개진 엄마가 앉았다. 세 사람이 쓰기엔 지...2023-02-03 22:35
아빠랑 근사한 집 짓고 함께 살자 했잖아아빠 최명찬(57)씨는 매주 토요일 산을 오른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가르며, 미끄러져도 다시 일어나 기어이 정상을 향한다. 스물넷, 너무 이르게 하늘로 떠난 보성에게 한 뼘이라도 가까이 닿기 위해 아빠는 매주 험한 산을 기고 또 걷는다. 보성은 예술가의 영혼을 ...2023-02-03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