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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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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약·음주운전·스토킹에도… 지방의회 의원님은 또 출마한다

징계받은 지방의원 57.8%가 다시 6·3 지방선거 출마…거대 양당은 단수공천, 유권자는 징계 이력조차 알기 어려워
등록 2026-05-15 12:03 수정 2026-05-18 09:58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영등포구의회에서 재선한 이규선 구의원은 생수 유통 업체를 운영하며 영등포구 산하 영등포시설관리공단에 생수 2500만원어치를 수의계약으로 납품했다. 이 내용은 2022년 7월 에스비에스(SBS) 보도로 알려지며 파장이 일었다. 이 구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도 출마해 3선 도전에 나섰다. SBS 방송 갈무리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영등포구의회에서 재선한 이규선 구의원은 생수 유통 업체를 운영하며 영등포구 산하 영등포시설관리공단에 생수 2500만원어치를 수의계약으로 납품했다. 이 내용은 2022년 7월 에스비에스(SBS) 보도로 알려지며 파장이 일었다. 이 구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도 출마해 3선 도전에 나섰다. SBS 방송 갈무리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영등포구의회에서 재선한 이규선 구의원은 생수 유통 업체를 운영해왔다. 2021년 그가 운영하던 ㅎ사는 영등포구 산하 영등포시설관리공단에 생수 2500만원어치를 납품했다. 수의계약이었다. 공단은 2021년 1월21일 1101만원, 같은 해 12월31일 1396만원 등 모두 2497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이 내용은 2022년 7월 에스비에스(SBS) 보도로 알려지며 파장이 일었다. 특히 ㅎ사는 당시 제대로 된 사무실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업체 선정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추가로 논란이 제기됐다.

영등포구의원 행동강령 조례는 구의원 또는 가족·특수관계사업자가 산하기관과 수의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 구의원은 특히 2020년 12월 “수의계약 한도를 높이자”고 제안한 당사자이기도 했다. 관련 규정을 모를 가능성이 작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구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는 지지부진했다. 구의회 징계 절차를 맡는 윤리특별위원회는 이 사안에 대해 5차례 이상 회의하는 등 1년 가까이 심의하더니, 결국 2023년 8월 ‘공개회의 사과’라는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이 구의원은 공개사과를 통해 “이해충돌방지법 시행(2022년) 이전부터 납품해왔고, 본 의원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계약을 더 빨리 정리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배기남 영등포시민연대 대표는 “지방의회에서 거대 양당의 봐주기 속에 솜방망이 징계가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 구의원은 2026년 6월3일로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도 출마해 3선 도전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그를 단수공천했다.

 

수천만원 위법 거래, 공개사과로 ‘땡’

 

6·3 지방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해충돌과 음주운전 등 각종 비위로 지방의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징계를 받고도 다시 출마를 준비하는 기초·광역의원들의 사례가 전국에서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이들은 아무런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상당수가 거대 양당으로부터 단수공천을 받았다. 기초·광역의원들의 징계 내용은 유권자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제도적 허점을 노린 것이다.

한겨레21은 제8대 지방의회 기초·광역의원 중에서 임기 중 징계받은 인물 가운데 6·3 지방선거에 공천받았거나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는 사례를 추적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시민들과 함께 진행한 ‘다찾겠다 꾀꼬리 프로젝트’ 징계 내역 146건을 기반으로, 2022년 7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전국 지방의회 윤리 징계 사례를 하나씩 찾아봤다. 이들의 6·3 지방선거 출마 여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각 정당 시도당 보도자료, 지역 언론, 출마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인했다. 분석 결과, 5월12일 기준으로 제8대 지방의회에서 징계받은 기초·광역의원 135명 가운데 57.8%에 해당하는 78명이 6·3 지방선거 출마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징계 당사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재출마에 나선 셈이다.

징계 내용을 살펴본 결과, 이규선 구의원의 사례처럼 공적 권한을 사적 이익의 도구로 활용했다가 징계받은 의원의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이해충돌, 수의계약,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이권 개입 관련 비위로 징계받은 인물 가운데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또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이는 19명에 달했다.

민주당 공천을 받은 전윤미 전북 전주시의원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이해충돌 논란으로 징계를 받았다. 전주시가 2023년 운영한 공공배달앱 ‘전주맛배달’ 구독 할인 사업이 논란의 중심이었다. 당시 전주시는 공공배달앱 가맹점 이용 금액 일부를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모두 1억800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약 7천만원이 전 시의원과 가족·지인 등이 운영하는 미용실 4곳에 집중 지원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전 시의원은 해당 사업을 심의하는 전주시의회 문화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전 시의원은 2025년 7월 기자회견을 열어 문화경제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원 사실을 알지 못했다. 시민들에게 오해를 드려 죄송하다”며 “주관기관 직원의 권유로 사업에 참여했고, 이후 상임위 소관 사업이라는 점을 인지한 뒤 스스로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2025년 9월 이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지만, 전주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같은 해 12월 ‘공개사과’ 징계를 의결했다.

 

만취 음주운전에도 당 바꿔 공천

 

음주운전 관련 비위로 징계받은 뒤 6·3 지방선거에서 다시 정당 공천을 받은 사례도 8명이나 됐다. 이영희 경기도의원은 2024년 3월3일 밤 10시30분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읍에서 음주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가 가로수를 들이받아 입건됐다. 다른 운전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이 도의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결과 0.103%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면허취소와 형사처벌(벌금 또는 징역) 대상이 되는 높은 수치다.

이 도의원은 2024년 경기도의회에서 ‘공개사과’ 및 ‘출석정지 30일’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2026년 5월5일 그를 같은 지역구에 단수공천했다. 민주당 경기도당 대변인단은 5월6일 성명을 내어 “음주운전은 명백한 범죄이며 공직자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며 “시민의 생명을 위협한 현직 도의원을 다시 공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공천”이라고 비판했다.

음주운전 징계 이력이 있는 인물 가운데 정당을 바꿔 출마한 사례도 있다. 민주당 소속 김상태 울산 북구의원은 2022년 10월23일 새벽 6시께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단속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2월 울산 북구의회는 그의 음주운전 물의를 두고 ‘공개회의 경고’ 징계를 내렸다.

이후 민주당을 탈당한 김 구의원은 무소속 상태에서 2024년 6월 울산 북구의회 의장이 됐다. 2025년 3월 그는 “무분별한 탄핵 시도와 끝없는 정쟁, 국회 파행으로 국가 운영이 마비되는 모습을 보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민생이라고 판단했다”며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그는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울산시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상태 울산 북구의원은 2022년 10월23일 새벽 6시께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단속돼 징계를 받았다. 이후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상태에서 2024년 6월 울산 북구의회 의장이 됐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그는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울산시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 울산북구의회TV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상태 울산 북구의원은 2022년 10월23일 새벽 6시께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단속돼 징계를 받았다. 이후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상태에서 2024년 6월 울산 북구의회 의장이 됐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그는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울산시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 울산북구의회TV 갈무리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에도 정당 공천은 이어졌다. 광주광역시의회 임미란 시의원이 대표적이다. 한국방송(KBS)은 2023년 보도에서 임 시의원이 전남 보성의 한 어업회사 법인카드를 받아 1400여만원어치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 이후 임 시의원은 “해당 법인에 돈을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해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광주시의회는 그에게 ‘출석정지 30일’ 징계를 내렸다. 이후 2025년 4월 경찰은 임 시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임 시의원은 초선 시절인 2021년에도 자신이 운영하는 디자인회사와 광주시 산하기관 간 수의계약 사실이 드러나 시의회 본회의에서 공개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6·3 지방선거에서 임 시의원을 다시 공천하기로 했다.

한겨레21은 이규선·김상태 구의원, 전윤미·임미란 시의원, 이영희 도의원에게 비위에 따른 징계를 받았음에도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게 된 이유를 물었으나 답변은 오지 않았다. 정당들 역시 이해충돌·음주운전·금품수수 의혹 등이 제기됐음에도 이들을 공천에서 배제하지 않은 이유를 별도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단수공천의 경우 보도자료를 통해 결정 내용만 공개될 뿐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지역 정치의 후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징계 전력 의원에게 공천을 준 것은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다시 당선되면 앞으로도 이런 일을 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공천 기준을 훨씬 엄격하게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정치학)도 “정당이 후보 선정 과정에서 징계 이력자를 걸러내야 하는데, 결국 강성 지지층의 의사 중심으로 후보가 선정되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 이런 인물은 공천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토킹 1심 유죄 뒤 무소속 출마

 

지방의원들이 큰 논란으로 공천에서 배제되더라도 정치생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무소속으로 다시 선거에 출마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전북 김제시 시의원을 지냈다가 제명된 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다시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유진우 전 시의원이다.

유 전 시의원은 여성을 스토킹하고 폭행한 혐의로 2024년 4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공개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에는 그가 과일상자를 들어 던지려 하거나 피해자의 허리춤을 붙잡아 가게 입구 쪽으로 끌고 가는 모습 등이 담겼다. 김제시의회는 같은 해 4월 유 전 시의원 제명안을 가결했다.

유 전 시의원은 제명안 가결 이후 “피해 여성과 10년 넘게 교제한 사이였고, 선거자금과 관련한 금전 문제로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후 1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3선 시의원인 그는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4선에 도전한다. 유 전 시의원은 한겨레21에 “시의원이라는 직위를 가지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면서도 “지역 주민들이 다시 나와서 하지 못한 일을 하라는 요청이 있어서, 소임을 다하기 위해 이번에 출마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안병국 경북 포항시의원도 의회 직원 사적 동원 논란이 제기된 인물이다. 포항문화방송(MBC) 보도를 보면, 안 시의원은 포항시의회 직원에게 자신의 칼럼 작성 업무와 대학원 영어 과제, 논문 행사 준비 등 개인적인 일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의회는 2024년 6월 그에게 ‘경고’ 징계를 내렸다. 안 시의원은 징계 이력이 있음에도 재출마하는 것에 대해 “(해당 직원과) 우호적 협력 관계로 생각했고, 당시 소명을 했다”며 “일부 업무와 다른 일에 도움 받아온 일에 대해선 미안하다”고 했다.

임미란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주광역시의회 의원이 2023년 5월31일 시의회 기자실에서 정치자금·공직자윤리규정 위반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광주광역시의회

임미란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주광역시의회 의원이 2023년 5월31일 시의회 기자실에서 정치자금·공직자윤리규정 위반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광주광역시의회


 

숨어 있는 징계 전력 “선거법 바꿔야”

 

이렇게 비위에 따른 징계 전력이 있는 인물들이 정치적 타격 없이 다시 선거에 나설 수 있는 이유로는 ‘솜방망이 징계’ 구조가 꼽힌다. 지방자치법 제100조를 보면, 지방의원 징계는 △공개회의 경고 △공개회의 사과 △30일 이내 출석정지 △제명 등 네 등급으로 나뉜다. 그러나 제명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실제 징계가 나오는 일이 드물다. 2022년 6월부터 2026년 3월까지 확인된 지방의원 징계 146건 가운데 제명은 3.4%인 5건에 불과했다. 김조은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징계 결정을 사실상 지방의원들끼리 하다보니 수의계약 위반 같은 중대한 비위에도 가벼운 징계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며 “반대로 군소정당 의원은 비판 발언만으로 징계를 받는 등 기준도 들쭉날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위원회를 활용하는 등 징계 절차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징계받은 지방의원이 다시 출마하더라도 유권자가 이들의 징계 이력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2025년 2월 행정안전부는 지방의원 겸직·징계 현황 등 27개 의정 활동 정보를 지방의회 누리집에서 공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실제 징계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전국 243개 지방의회 누리집 가운데 13.5%인 33곳에 불과했다.

지방선거 출마자의 의회 징계 정보는 선거 공보물에 게재할 의무도 없다. 공직선거법 제49조는 법원에서 확정된 범죄 전과를 공보물에 적도록 명시했는데, 징계 정보는 포함돼 있지 않다. 결국 직전 지방의회에서 징계받았더라도, 유권자가 적극적인 관심을 들여 여러 경로로 알아보지 않는다면 징계 이력을 알지 못한 채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 김형준 교수는 “유권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후보자 정보 공개 항목에 지방의회 징계 이력도 포함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조은 활동가도 “지역 정치가 시민에게 신뢰를 얻으려면 의정 활동 정보가 잘 공개되고 시민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며 “시민이 지켜보고 평가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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