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윤기가 2026년 5월7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윤기(23·구속)가 2026년 5월5일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하고,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고생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으며, 그에 앞서 같은 가게에서 일하는 성인 여성 살해를 준비한 혐의를 받는 사건이 5월14일 검찰에 송치됐다. 이 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그런데 이 비극을 전하는 미디어의 시선은 예사롭고 평범했다.
다수의 미디어는 장윤기가 ‘분풀이’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을 피의자 개인의 감정 문제로 다뤘을 뿐 그 분노가 왜 여성을 향했는지, 왜 여성이 표적이 됐는지는 묻지 않았다. ‘사이코패스도 아닌데 왜?’라며 의아해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이 피해자가 속한 집단인 여성 전체에 가한 충격과 공포, 분노에 주목하지 않았다.
여성들은 2016년 서울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발생 당시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말로 충격을 드러내며 “여성에게는 모든 곳이 ‘강남역’”(각주1)이라고 외쳤다. 여성들이 장윤기 사건을 여성혐오 맥락에서 증오범죄 성격을 띤 범죄로 읽어내는 것은 여성 대상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증오범죄란 장애, 인종, 종교, 성적지향, 성별, 성별정체성 등에 근거한 적대 또는 편견(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이 동기가 된 범죄를 뜻한다. 요약하면 증오범죄는 어떤 집단에 대한 편견으로 발생한다. 그냥 때리면 폭행이지만 상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때리면 증오범죄가 되는 것이다. 대상은 그 집단 구성원 중에서 선택된다. 누군가가 특정되기도 하지만 무작위로 선택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증오범죄는 ‘묻지마 범죄’와는 다르다. 그냥 ‘아무나’가 아니라 표적 집단 구성원 중 누군가가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각주2)
장윤기 사건은 증오범죄의 틀로 볼 때 전혀 다른 사건이 된다. 광주광산경찰서의 장윤기 사건 수사결과 설명 내용,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광주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 등을 토대로 사건을 다시 들여다봤다.
장윤기 살인 범행의 시작은 ‘친밀한 관계(각주3) 안에서의 폭력’이었다. 장윤기는 결별을 요구한 20대 외국인 여성 피해자 ㄱ씨 집을 2026년 5월3일 새벽 2시께 찾아가 ㄱ씨에게 다시 만나자고 했다. ㄱ씨가 거부 의사를 밝히자 장윤기는 손으로 ㄱ씨 목을 조르며 성관계를 강요했고, 너무 무서워서 저항할 수 없었던 ㄱ씨를 강간했다.
친밀한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향후 살인사건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로 여겨진다.(각주4) 여러 연구는 친밀한 관계 안에서 발생한 성폭력의 주된 동기는 원한(분노·복수·질투 포함)이고, 관계를 끝낼 용기를 낸 피해자를 징벌하려는 욕망이 명백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각주5) 장윤기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5월3일 오후 5시20분께 생활용품점에서 흉기를 사고 오후 6시께부터 ㄱ씨 집 주변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집 근처 차 안에서 장윤기가 지나가는 모습을 본 ㄱ씨는 그날 저녁 7시55분께 112에 신고했다. 경찰이 약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을 때 장윤기는 자리를 떴다. 겁을 먹은 ㄱ씨는 그날 저녁 이삿짐을 챙겨 바로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그 사실을 몰랐던 장윤기는 5월4일 밤늦은 시간까지 ㄱ씨 집 주변을 맴돌다 여고생 피해자를 발견하고, 그로부터 약 15분 뒤인 5월5일 0시11분께 살인을 저질렀다. 장윤기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살해한 사람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여고생 피해자의 복장과 외모를 볼 때 장윤기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2026년 5월7일 광주 광산구 월계동 현장에 마련된 장윤기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노란 리본에 적힌 메시지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하면,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ㄱ씨를 죽이겠다는 장윤기의 원한이 여고생에게 전이돼 살인으로 이어졌다. 결국 장윤기는 자신의 원한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이라는 집단에서 한 명을 무작위로 선택해 살해했다. 이는 어떤 여성이든 표적이 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증오범죄의 주요 특징인 피해자의 대체 가능성을 드러낸다. 특정 개인이 아니라 그 개인이 속한 집단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든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장윤기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사는 게 재미가 없었다. 살기 싫어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반복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자살 충동을 느낀 상태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으로 나아간 장윤기의 행동은 ‘인셀’(Incel)의 특성과 닮은 점이 있다.
인셀은 영미권에서 극단적인 여성혐오를 생산·공유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영국의 페미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로라 베이츠는 책 ‘인셀 테러’(각주6)에서 인셀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인셀의 경우 섹스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그것을 ‘거부당한’ 데 대한 분노에 집중한다. (…) 이들의 주장은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면 이런 식이다. 여성이 성적 자율성을 누리는 통에 남성의 삶을 사악하고 압제적으로 통제하게 되었으므로 모든 남성의 고통의 근원에는 여성해방이 있다. 그러므로 확실한 해결책은 여성의 자유와 독립성을 박탈하는 것인데, 특히 이를 위해 (강간과 성노예 같은) 성적인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이처럼 강간을 지지하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타인을 성적 쾌락을 위한 도구나 물건으로만 취급)하고 적대하는 인셀들의 태도는 강간범들에게서 나타나는 태도와 겹친다. 절망감과 원망 같은 감정은 인셀로 하여금 자살 충동을 일으키고, 폭력을 유일하고 마지막 남은 해결책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런 심리가 ‘획득할 수 없는 여성’을 향한 폭력을 부추기고, 분노를 쏟아낼 ‘수단’으로서 여성을 향한 폭력(살인 등)을 행사하는 단계로 이행한다.(각주5) 이는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특정 집단을 향해 품은 분노를 표출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증오범죄와 연결된다. 어떤 연구는 이것이 극히 드문 소수의 인셀에게서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했다. 반면 베이츠는 인셀 커뮤니티의 약 90%를 차지하는 가장 큰 규모의 집단에서 자살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하고 상대에게 자살하라고 선동하는 건 흔한 일이라고 밝혔다.(각주6)
현재까지 장윤기가 온라인상의 인셀 커뮤니티에서 활동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베이츠의 말처럼 인셀이 가진 신념체계가 매노스피어(남초계 커뮤니티)를 넘어 오프라인까지 침투하고 있는 점(각주6)을 고려하면, 장윤기의 진술과 범행에서 여성을 혐오하고 징벌하려는 인셀의 심리적 특성을 읽어낼 수 있다. ㄱ씨의 재결합 거부로 원한을 품은 장윤기는 ㄱ씨를 성폭행했다. 자살을 생각할 만큼 절망적인 상태였던 그는 ㄱ씨 살해를 목적으로 흉기를 준비했다. 30시간 넘게 ㄱ씨 집 주변을 서성거렸지만 ㄱ씨를 발견하지 못하자 장윤기는 분노를 쏟아낼 수단으로 여고생 피해자를 표적 삼아 살인을 저질렀다.

2026년 5월15일 광주 광산구 월계동 현장에 마련된 장윤기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공간의 모습. 한쪽에는 분향소가 설치돼 있고, 다른 쪽엔 시민들이 피해자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헌화한 꽃과 과자, 음료가 놓여 있다. 비혼호남여성모임 제공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책 ‘말이 칼이 될 때’(각주2)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증오범죄는 피해자가 속한 집단에게 차별과 폭력에 노출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피해자가 속한 집단은 집단적으로 공포에 휩싸이게 되는 것인데,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이후 여성들이 보인 반응은 이와 동일했다. 누군가가 남긴 메모,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이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한 이 사건이 여성에 대한 편견·차별·폭력의 맥락에서 발생한 것이고, 이 사건을 계기로 그러한 여성 관련 이슈들이 제기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을 여성혐오적 맥락에서 읽어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장윤기 사건 발생 이후 여성들을 중심으로 표출된 반응도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광주 경신여자고등학교 교지편집부 학생들은 5월8일 성명문을 통해 “우리가 이대로 침묵한다면 제 친구의 죽음은 그저 ‘운 나쁜 사고’ ‘안타까운 사건’으로 치부되며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묻히게 될 것”이라며 사회의 관심과 가해자 엄벌을 촉구했다. 이후 속초여고 신문부(5월8일), 설월여고 학생회(5월9일), 숭일고 학생회(5월9일)에서 유사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호남 지역에 사는 여성주의자 모임인 ‘비혼호남여성모임’(비호)은 장윤기 사건 발생 이틀 뒤인 5월7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광주 여성 테러 범죄 추모의 메시지 전달 캠페인’을 시작했다. 구글 폼을 통해 접수한 메시지를 포스트잇 모양으로 출력해 여고생 피해자가 사망한 현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부착하는 캠페인이었다. 5월15일까지 2차에 걸쳐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200개 넘는 메시지를 모아 분향소에 붙였다.
“접수한 200여 개 메시지 내용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희생된 피해자에 대한 추모와 유족들을 향한 애도였습니다. 둘째는 범죄자의 강력 처벌을 위해 끝까지 연대하겠다는 다짐이었고, 셋째는 가해자의 이전 성폭행 및 스토킹 범죄 단계에서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경찰과 국가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은 명백한 ‘여성 테러 범죄’라는 외침이 주를 이뤘습니다.” 비호가 5월20일 한겨레21과 한 서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026년 5월17일 광주 광산구 월계동 현장에 마련된 분향소 한쪽에 장윤기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붙어 있다. 비혼호남여성모임 제공
장윤기가 ㄱ씨를 살해하려 한 정황은 그가 흉기를 구매하고 ㄱ씨 집 주변을 서성이기 전에 ‘목 조름’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해외 연구를 보면 가정폭력 등 친밀한 관계에서 목졸림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그렇지 않은 피해자에 비해 살해당할 확률이 750%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친밀한 관계 파트너에 의해 목졸림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수 주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피해자보다 두 배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각주7) 이런 위험성 때문에 미국, 영국, 호주 등 일부 국가는 목 조름 행위를 별도의 범죄로 처벌한다.
그러나 ㄱ씨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그 위험성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신고 당일 밤에 ㄱ씨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간다고 해서 장윤기와 분리되고 ㄱ씨가 정식 사건 접수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을 고려해, 향후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신고하도록 안내하고 장윤기에게 문자로 서면 경고장을 발송하는 것 외에 다른 안전조치(ㄱ씨에게 접근·연락 금지 등)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비호가 붙인 메시지 외에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직접 손으로 쓴 포스트잇도 가지런히 붙어 있었다.
‘너의 못다 한 꿈, 그곳에서는 이루길 바라. 너를, 기억할게.’ ‘더는 무고하게 죽는 여성이 없도록, 가해자가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연대하겠습니다.’ ‘가해자가 처벌받을 때까지, 사법부가 어떻게 하는지 끝까지 지켜보며 그걸로 너를 기릴게.’ ‘여성혐오 범죄가 사라질 수 있도록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라.’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 발생 뒤 첫 주말인 2016년 5월21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침묵 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한겨레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여성들이 언급한 남성들의 여성혐오는 성폭력·살인 같은 강력범죄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일상적인 성적 대상화와 성적 괴롭힘, 온·오프라인상의 여성혐오 표현, 스토킹, 폭행뿐만 아니라 정치·경제·노동·교육·복지·과학 등 사회 전 영역에서 나타나는 성차별까지 그 형태는 실로 다양하다. 현실이 이런데 정부가 여성혐오를 애써 삭제하고 ‘치안 강화’에만 매달리는 것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 폭력이 일면식 없는 여성 살해로 확장되는 이유는 단순히 개인의 성격 결함이 아니라 ‘성별에 기반한 지배와 통제’라는 구조적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 둘을 별개의 사건으로 보지 않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속적인 폭력’의 관점에서 국가의 책무를 물어야 합니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공적 안전망을 포기하는 것이며, 그 실패의 대가는 여성을 향한 ‘예견된 테러’로 돌아옵니다. 물리적 공간에 카메라를 몇 대 더 달고 경찰관을 배치한다고 해서 가해자들의 머릿속에 있는 여성에 대한 지배 욕구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비호의 말이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 젠더를 탈각한 범죄 진단과 대책의 문제점을 다룬 기사는 2026년 5월26일 보도될 예정입니다.
1.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지음, 교양인 펴냄, 2023
2. ‘말이 칼이 될 때’, 홍성수 지음, 어크로스 펴냄, 2018
3. 이 글에서 ‘친밀한 관계’는 혼인·교제 중이거나 헤어진 관계뿐만 아니라 한쪽이 일방적으로 친밀성을 추구하는 관계까지 포함한다.
4. Spencer, C. M., and Stith, S. M., ‘Risk factors for male perpetration and female victimization of intimate partner homicide: a meta-analysis’, Trauma, Violence, & Abuse, 2020
5. Tamsin Higgs, Rajan Darjee, Michael R. Davis and Adam J. Carter, ‘Grievance-fueled sexual violence’, Frontiers in Psychology, 2023
6. ‘인셀 테러’, 로라 베이츠 지음, 성원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2023
7. ‘이처럼 친밀한 살인자’, 허민숙 지음, 김영사 펴냄,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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