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정식 재개장 첫 날, 오픈런 북새통 속 시계는 ‘째깍째깍’
3주 안에 ‘자체 생존 가능성’ 입증해야

홈플러스가 정식 재개장한 2026년 8월13일 서울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고객들이 개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홈플 is BACK!’
홈플러스가 돌아왔다. 2026년 7월3일 서울회생법원의 기업회생절차 폐지로 벼랑 끝에 몰렸던 홈플러스가 8월7일 임시 개장에 이어 8월13일 정식 재개장했다. 5월 전체 104개 매장 중 37곳의 영업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7월엔 나머지 67곳마저 모두 휴업에 들어갔던 홈플러스가 다시 한번 ‘정상화’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홈플러스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긴급운영자금 투입 후 홈플러스의 즉시항고를 받아들인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했지만, 기한은 9월4일까지다. 법원은 9월 중 홈플러스가 제출한 수정 회생 계획안을 심의·표결할 관계인집회를 열 예정이다. 채권자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얻어야 회생안이 최종 인가되고 매각을 위한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 남은 3주 동안 홈플러스는 끊겼던 고객 발길을 끌어모아 정상 운영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홈플러스가 정식 재개장한 2026년 8월13일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고객들이 반값 할인 행사를 하는 축산코너에서 상품을 고르고 있다.
‘싱싱한 생선은 파랑, 통통한 가지는 보라, 고소한 달걀은 노랑, 빨주노초파남보 딜리셔스 홈플러스~~’
8월13일 정식 재개장 첫날 오전, 서울 강서구 등촌동 ‘홈플러스 강서점’에는 개장 전부터 100명이 넘게 ‘오픈런’을 하듯 줄을 섰다. 식품 중심형 매장인 2층 메가푸드마켓은 손님으로 붐볐다. 임시 오픈 기간인 8월8일 찾았을 땐 군데군데 비어 있던 주류·수산·조리식품 코너도 상품으로 빈틈없이 꽉 찼다. 끊겼던 고객의 발길을 잡기 위해 한우 반값 할인을 진행한 축산 코너에선 한꺼번에 몰려든 사람들로 판매 시작 5분도 채 안 돼 상품이 동났다.
50대 주부 홍아무개씨는 “집 근처에 농협 하나로마트도 있지만 홈플러스 재개장 소식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일부러 찾아왔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주민들도 불편하고 직원도 일자리를 잃고 좋을 게 없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장사가 잘돼 꼭 살아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60대 김아무개씨 역시 “요즘엔 온라인쇼핑을 많이 한다고들 하지만,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대형마트가 익숙하고 편하다”며 “오늘은 특히 한우를 반값에 할인한다고 해 아침 일찍 나왔는데, 나 같은 사람이 많은지 매장이 북적여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입점업체 점주들도 재개장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스포츠용품 매장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씨는 “임시 개장한 직후 지난 주말부터 조금씩 손님이 늘더니 오늘은 재개장 효과로 평일인데도 북적인다”며 “매출이 곧바로 뛰진 않겠지만 손님들이 구경만 하고 가도 좋다. 홈플러스가 정상화돼 전처럼 먹고살 수만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조국혁신당, 진보당,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 등은 이날 오전 10시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동네 홈플러스를 우리가 살리자”며 장보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홈플러스는 67개 점포 가운데 아시아드·남대구·삼척·보령·오창·송탄·강릉·구월점을 제외한 59개점의 온라인 영업도 재개했다. ‘마이홈플러스’ 멤버십 애플리케이션 방문자가 10만 명까지 늘어나는 등 재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홈플러스 노조 역시 전체 노동자의 30%가 임금 70%를 받고 쉬는 순환휴직과 밀린 임금의 순연 지급에 동의하고 정상화를 위해 적극 협조하고 있다.

2026년 8월13일 재개장한 홈플러스 강서점 계산대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모습.
홈플러스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2천억원의 긴급운영자금 확보로 당장의 유동성 위기가 일부 해소됐지만, 향후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판매 수익을 통해 원활한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상품 구색을 빠르게 원상회복해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임시 개장 때보다 매대 사정이 크게 나아지긴 했지만, 향후에도 문제없이 상품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2천억원은 석 달 남짓 만에 바닥날 수밖에 없는 액수다. 매출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상품 공급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고객은 한번 방문했다가 원하는 상품이 없으면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앞서 홈플러스는 매각 무산과 회생절차 장기화를 거치며 영업 기반인 협력업체 납품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거래에 차질이 발생한 바 있다. 특히 중소 납품업체들의 어려움이 심화했다. 8월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150개 홈플러스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76.7%가 “홈플러스 대금 정산 지연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밀린 납품대금 규모는 한 업체당 평균 7억7400만원에 달했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대금 연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전 같은 계약조건으로 납품할 업체가 몇 곳이나 될지 모르겠다. 재정 여력이 없는 중소납품업체 입장에선 선결제나 결제 시한 단축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홈플러스는 향후 영업면적을 기존 복층에서 단층으로 줄이고 자체 브랜드(PB) 상품, 식품, 생필품 위주의 수익성·회전율 높은 카테고리에만 집중하는 ‘트레이더 조’(Trader Joe's) 방식의 운영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다양한 상품을 한번에 구매하는 기존 대형마트 운영 방식에 익숙한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최철한 홈플러스 노조 사무국장은 “새로운 영업모델을 내세우면서도 세부 전략과 가이드라인을 전달받지 못해 노동자들의 우려가 크다. 본사는 책임 있는 자세로 새 영업모델의 실효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짚었다.

2026년 8월13일 재개장 첫날 홈플러스 강서점 채소 코너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결국 법원에서 회생 계획안이 가결되기 전까지 ‘자체 생존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더 큰 숙제는 매각이다. 홈플러스는 ‘회생 인가 후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마땅한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다. 앞서 2025년 11월 추진했던 인수·합병에서는 본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단 한 군데도 없어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인수자가 나서지 않으면 회생절차는 계속되기 어렵다. 2024년 대규모 정산금 미지급 사태를 겪은 위메프는 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인수자가 없어 결국 파산했다. 이와 달리 티몬은 2023년 9월 회생안 인가 후 오아시스에 인수됐으며, 2025년 8월 회생절차를 종료했다.
대형마트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재무제표상 단기 상환해야 할 유동부채가 4조원이 넘는다. 이미 회계법인은 생존보다 청산가치가 1조2천억원이 더 높다고 평가한 바 있다”며 “오프라인 업황이 어렵고 고환율·고유가·고금리로 소비심리도 위축된 상황이라 인수 희망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영업 정상화의 속도, 공적 구조조정 기관인 유암코의 개입과 정부의 규제 완화 여부 등이 매각의 변수가 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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