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이태원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023년 2월4일 ‘100일 추모행진’에 나섰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분향소를 출발하기에 앞서 159명 희생자의 영정을 하나씩 받아 품에 안았다. 붉은 목도리를 두르고 흰 장갑을 낀 유가족들은 희생자 이름이 한 명씩 불리고 영정을 건네받자 이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일부 유가족은 고인의 사진을 쓰다듬으며 통곡했다. 유가족이 행진에 참여하지 못한 희생자의 영정은 천주교·불교·개신교·성공회·원불교 등 주요 종단 종교인들이 들었다.
분향소를 출발한 이들은 “참사의 공식 책임자 행정안전부 장관을 파면하라” “성역 없는 진상규명 위해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걸었다. 오전 11시40분께 대통령집무실 근처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 다다르자 한목소리로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녹사평역에서 시작한 행진은 삼각지역, 서울역, 서울시청 앞까지 이어졌다. 이들은 애초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해 세종로공원에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유가족협의회의 분향소 설치 제안을 거부하자, 경찰이 광화문광장 앞에 차벽을 설치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그리고 분향소 주변에서 100일 추모대회를 열었다.
서울시는 이날 저녁에 이어 2월6일 강제철거를 예고하는 계고장을 두 차례 유가족들에게 보냈다. 철거가 예고된 2월6일 유가족들은 목에 둘렀던 붉은 목도리를 풀어 하나로 묶었다. 이를 함께 손에 감아쥐고 분향소를 지키려고 그 앞에 앉았다. 이들 뒤에는 ‘미안해요 많이…’ ‘반드시 규명할게요’라고 쓰인 팻말을 든 시민들이 섰다.
서울시는 2월15일 오후 1시 강제철거를 다시 예고했다.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