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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학살 1년, 죽은 이의 넋을 무엇으로 달랠까

등록 2024-09-28 16:54 수정 2024-10-04 14:17
2024년 6월14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집 안에서 한 여성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REUTERS

2024년 6월14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집 안에서 한 여성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REUTERS


“우리 연합국 국민은 우리 일생 중에 두 번이나 말할 수 없는 슬픔을 인류에 가져온 전쟁의 불행에서 다음 세대를 구하고, 기본적 인권, 인간의 존엄 및 가치, 남녀 및 대소 각국의 평등권에 대한 신념을 재확인하며….”

1945년 10월24일 발효된 유엔 헌장 전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20세기 전반기에만 세계대전을 두 차례 치른 인류의 무지와 무모함에 대한 반성이 유엔 창설로 이어졌다. 유엔 총회는 1947년 11월29일 채택한 결의 181호를 통해 ‘팔레스타인 문제’ 해법을 제시했다. 수천 년 아랍인이 살아온 땅을 유대인과 나누는 게 뼈대였다. 그렇게 팔레스타인 주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인류는 나치의 손에 학살된 유대인의 넋을 달랬다. 이듬해인 1948년 5월14일 이스라엘은 건국을 선포했다.

77년이 흐른 2024년 9월18일 유엔 총회 긴급 특별회의에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새로운 결의(A/RES/ES-10/24)가 찬성 124표 대 반대 14표로 압도적으로 채택됐다. 한국 등 43개국은 기권표를 던졌다. 총회는 결의에서 “유엔 헌장과 국제법, 유엔의 결의가 부과한 의무를 지속적이고도 전면적으로 무시하고 위반하는 이스라엘의 행태를 강력 규탄한다. 이 같은 위반 행위는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점령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국제인도주의법과 국제인권법을 포함한 국제법 위반행위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총회는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 일체를 반환하고, 점령 기간에 압류한 모든 자산과 문화재 등도 반환할 것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기간 동안 흩어진 팔레스타인 주민의 귀향권을 인정하고, 점령으로 인해 끼친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하라고 했다. 총회의 결의는 2024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내린 권고의견에 따른 것이다. 당시 ICJ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땅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불법 점령 상태를 끝내라”고 명한 바 있다. 총회는 결의에서 “이스라엘은 점령한 팔레스타인 땅에서 1년 안에 전면 철수”하라고 했다.

길어진다고 전쟁에 익숙해질까? 죽음도, 참극도 마찬가지다. 오는 10월7일이면 벌써 가자전쟁 1년에 다가선다. 인류는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에서 학살된 이들의 넋을 무엇으로 달랠 것인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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