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5000을 넘어섰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 증시는 지금 ‘축제’의 한가운데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2600선을 맴돌던 지수가 두 배 정도 올랐다. 세계 주요 증시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 증시는 연 15~25% 상승에 그쳤다. 반면 한국 증시는 80%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단순한 호황이라 보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상승을 어떻게 진단하는가에 따라 그 대응과 전망이 달라진다.
한국 주가 상승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 기대다. 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시장 정상화 기대감이 한꺼번에 작동했다. 그동안 한국 증시는 “실적에 비해 싸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구조적 문제로 저평가가 고착돼 있었다. 당연한 저평가 벽이 무너질 수 있다는 기대가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이 불을 붙였다. 한국 증시는 세계에서 드물게 AI 수요와 직접 연결된 반도체 대형주 비중이 높다.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이 한국 증시에 증폭되면서 반영된 이유다.
고려해야 할 점은 주식시장 상승이 정상인지 혹은 과잉반응인지다. 코스피 5000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한국 증시의 체질이 바뀌었다는 선언일 수도 있고, 기대가 앞서간 결과일 수도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장면은 있었다. 한국 증시가 구조적 변화와 함께 의미 있게 상승한 구간이 존재했다. 대표적인 시기가 1986년부터 1988년까지다. 1986년 270선 수준이던 코스피지수는 1988년 900선을 넘어서며 약 2년 만에 3배 이상 상승했다. 이른바 ‘3저 호황’이 결정적이었다. 저유가·저금리·저달러 환경 속에서 수출 경쟁력이 빠르게 개선됐고, 경상수지 개선 속도가 빨랐다. 산업화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숫자로 확인되던 시기였다. 자본시장이 개방되기 시작했고 기업 실적과 국가 경제의 체력이 동시에 올라오면서 주가 상승이 사회적 경험으로 퍼졌다.
또 다른 중요한 구간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다.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이후 2001년 5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2002년부터 상승 전환해 2006년 말 1400선에 근접했다. 약 4년 동안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해당 시기의 상승은 위기 극복 이후 정상화 성격이 강했다. 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됐고, 부채 비율은 낮아졌으며,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수출 주력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중국의 고성장과 글로벌 교역 확대 역시 한국 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외국인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된 것도 이 시기다.
과거 코스피가 크게 상승했던 기간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단기 기대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 수출 구조 그리고 기업 재무구조라는 실체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주가는 기대감이 아니라 실제 변화를 뒤따라갔다. 지금의 코스피 5000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AI와 반도체, 지배구조 개선, 정책 신뢰 회복이라는 변화가 일시적 재료에 그칠지, 아니면 198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중반처럼 한국 증시와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과거의 상승은 힌트를 주지만, 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위험요소는 주가 상승의 집중도다. 이번 상승은 AI와 반도체, 일부 대형 수출주에 집중돼 있다. 지수는 올랐지만 체감은 다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의 폭이 넓지 않으면 작은 충격에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반도체 업황이 꺾이거나 AI 투자 속도가 둔화할 경우 지수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는 한국 증시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대형주와 테마 집중 리스크’다.
외부 변수도 가볍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관세장벽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압박 요인이다. 미-중 갈등 역시 완화되기보다 장기화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중국 경기 둔화는 한국 수출에 부담을 준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기회이자 위험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수혜를 볼 수 있지만, 동시에 비용 상승과 정책 리스크를 동반한다. 이런 변수들은 한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출렁임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와 환율도 변수다.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 기대가 현실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의 실망이 커질 수 있다. 높은 환율로 인한 변동성 확대는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균형이 무너지면 시장은 빠르게 반응한다.
그렇다면 5000을 넘어 코스피 7000, 10000은 가능한 미래인가? 숫자만 놓고 보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국 기업들의 이익 규모, 저평가, 산업구조 그리고 글로벌 위상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더 높은 지수도 설명할 수 있다. 다만 전제 조건이 분명하다. 일회성 기대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가 이어져야 한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이 일시적 구호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반도체와 함께 새로운 성장 동력이 구체화해야 한다. 시장의 신뢰가 유지돼야 한다.
지금은 낙관과 우려가 공존하는 구간이다. 축제의 열기 속에서 리스크를 외면하면 다음 국면에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반대로 모든 상승을 거품으로 치부하면 변화의 신호를 놓칠 수 있다. 코스피 5000 시대는 끝이 아니라 질문의 시작이다.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한국 증시는 한 단계 도약할 수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시장은 늘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답을 만들어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환호가 아니라 냉정한 판단과 준비다.
이광수 경제평론가·‘광수네, 복덕방’ 대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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