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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원 사건’이 말하는 진실, 장애인에게 ‘좋은 시설’은 없다

등록 2026-02-25 11:10 수정 2026-02-25 11:17
2026년 2월9일 인천 강화군 색동원 앞에 놓인 인형. 색동원은 중증장애인 거주시설로 원내 성폭력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강화(인천)=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2026년 2월9일 인천 강화군 색동원 앞에 놓인 인형. 색동원은 중증장애인 거주시설로 원내 성폭력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강화(인천)=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피해자들에게 할 말 없느냐.” “성폭력 혐의를 인정하느냐.”

2026년 2월1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앞. 자신이 운영하는 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거주 여성인 지적장애인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김아무개씨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서울경찰청은 김씨에 대해 여성 장애인들에게 성관계나 유사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성폭력처벌법·장애인복지법 위반 등)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김씨는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경찰 호송차에 올라탔다.

인정재활원에서 색동원으로 ‘옮겨져’ 20년 넘게 ‘시설’에서만 살아온 지적장애인 이은영(50대·가명)씨는 1월29일 지역의 한 해바라기센터에서 김씨에 대한 질문을 받자 “자존심을 건드려요” “생긴 게 무서워” “이분 보기만 해도 아파요”라고 말했다. 말하기를 싫어한다는 은영씨는 “색동원이 싫어” 색동원에서 다시 살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저어 의사를 표현했다.

역시 색동원으로 타의에 의해 ‘옮겨진’ 발달장애인 김자은(40대·가명)씨는 2월7일 한겨레21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시설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아니, 아니” 고개를 저으며 말을 삼켰다. 자은씨의 삶터는 시설장 김씨의 성폭력 의혹 이후 다시 한번 쉼터로 옮겨졌다. 역시 타의에 의해서다. 자은씨는 이제 “자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혼자서 이쁜 집 해갖고” 살아보고 싶어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및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시설장의 성폭력 의혹, 시설 거주 장애인의 수급비 횡령 의혹 등으로 얼룩진 색동원을 폐쇄해야 한다고 소리 높여 말하고 있다. 반복되는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침해 문제가 시설장 한 명을 ‘처벌’한다고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설장 김씨의 혐의가 밝혀지고 색동원이 폐쇄되면 자은씨와 은영씨는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시설 종사자에 대한 고용 권한 등을 가지고 증거가 될 수 있는 시설 내 기록의 생산과 관리를 독점하는 비장애인 시설장과, 자신이 받은 피해를 비장애인이 알아듣는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한 지적장애인 여성들의 법정 싸움은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박선경 공대위 공동위원장은 “장애인이 경험한 것을 표현하는 행동과 그 행동의 맥락을 통해 그들의 피해를 입증하려는 ‘다른 수사기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21은 색동원에 거주했던 여성 장애인 김자은씨, 그들을 변호하는 변호인단, 그들을 지원하는 공대위 등을 인터뷰해 ‘시설 그 이후’가 필요한 이유를 취재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 1602호 표지이야기 ‘색동원 사건’, 놓쳐선 안 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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