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학대 시설에서 학대 시설로… 원장 잡혀가도 ‘뺑뺑이’는 계속된다

색동원 중증장애인 거주자 58%, 학대 시설에서 ‘인수’돼… ‘탈시설지원법’으로 격리 사슬 끊어야
등록 2026-02-19 19:56 수정 2026-02-23 11:20
2026년 2월9일 인천 강화군 색동원 앞에서 인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규탄집회를 하고 있다. 이봄(왼쪽에서 세번째)씨를 비롯한 탈시설 당사자들은 “세상에 좋은 시설은 없다”고 말했다. 강화(인천)=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2026년 2월9일 인천 강화군 색동원 앞에서 인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규탄집회를 하고 있다. 이봄(왼쪽에서 세번째)씨를 비롯한 탈시설 당사자들은 “세상에 좋은 시설은 없다”고 말했다. 강화(인천)=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인천 강화군에 있는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인 ‘색동원’에서 시설장이 여성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장기간의 성폭력·학대를 한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피해자들을 분리 조치한 상태인데, 한겨레21은 쉼터로 거처를 옮긴 한 여성과 대면 인터뷰를 했다. 이 여성이 현재 보호 상태에 있는 만큼 성폭력에 대한 질문은 제외하고 색동원에서의 삶이 어땠는지 위주로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김자은(40대·가명)씨는 2026년 2월7일 감자탕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감자탕은 김씨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뼈에 붙은 고기는 젓가락으로 발랐고, 숟가락으로 밥을 푼 뒤 감자탕에 든 채소류를 정갈하게 얹어 음식이 입가에 묻지 않게 먹었다. 옆 사람이 반찬을 떨어트리자 튄 곳은 없는지 곧바로 살폈다. 먹는 모습만 봐도 깔끔한 성격임을 짐작게 했다.

김씨는 입고 있는 카키색 패딩 점퍼에 음식이 묻을까 특히 조심했다. 패딩 점퍼는 색동원에서 나와 지역의 한 쉼터로 옮긴 뒤 직접 쇼핑해 산 옷이다. 옷에 음식 냄새 배는 게 싫어 얼마 전 이 점퍼를 현재 거주하는 장애인 쉼터에서 빨았다고 했다.

색동원에서 나온 뒤 급식이 아니라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해 먹기 시작하면서 살이 약간 쪘다. 김씨는 운동화가 작아 발이 아프다며 신발도 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동물 인형이 하나 갖고 싶었다고, 다이소에 가고 싶다고도 했다.

2026년 2월7일 색동원에 10여 년간 거주한 김자은(가명)씨가 생활잡화점 다이소를 구경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손고운 기자

2026년 2월7일 색동원에 10여 년간 거주한 김자은(가명)씨가 생활잡화점 다이소를 구경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손고운 기자


시설장, 강간과 신체 촬영·영상 시청 강요

발달장애가 있어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어휘력을 가진 김씨는 2025년 9월 경찰이 색동원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설에서 분리 조치됐다. 강화군이 우석대 연구팀에 의뢰해 피해자들을 조사한 내용, 경찰 수사, 피해자 변호사들의 이야기 등을 종합하면 여성 거주자들은 시설장의 강간뿐 아니라 화장실에서의 신체 촬영과 영상 시청 강요 등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는 색동원을 떠나 쉼터로 분리 조치된 날, 많이 울었다.

2026년 2월9일 공개된 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내부. 색동원 거주자들은 대부분 두세 명이 한방을 사용했다. 김자은(가명)씨는 다인실과 1인실 모두 사용한 적이 있다고 했다. 강화(인천)=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2026년 2월9일 공개된 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내부. 색동원 거주자들은 대부분 두세 명이 한방을 사용했다. 김자은(가명)씨는 다인실과 1인실 모두 사용한 적이 있다고 했다. 강화(인천)=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색동원을 떠난다는 건, 또다시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시작되는 걸 의미했다. 색동원에서 보살폈던 개는 가족이 없는 김씨에겐 가족과 같았다. 그러고 보니 10여 년 전 색동원으로 옮겨진 그날도 많이 울었다고 했다. 인천의 또 다른 시설에서 살던 김씨는 당시에도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거주지를 옮겨야 했다.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거주지가 정해진 게 이번이 다섯 번째다. 무연고 장애인인 그에게 주거지를 선택할 권리가 주어진 적은 없다.

최초의 집에 대한 기억은 엄마가 아빠와 싸우고 집을 나간 날이다. “맨날 싸워갖고, 엄마가 도망간 거예요. (아빠가) 새엄마랑 결혼한 거예요. 아빠는 동생하고 살고 (저는) 친척 집에, 짜장면집에 갔어요.”

어린 시절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친척 집에 살다 어느 날 외출했는데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경찰이 거리를 배회하는 김씨를 한 아동보육시설에 맡겼다. 아동보육시설이 이사하면 김씨도 이사해야 했다. 여러 명의 아이와 함께 방을 썼고, 찌개 등 요리를 직접 한 기억도 있다.

2016년 김씨는 색동원으로 옮겨졌다. 그의 의사는 아니었고, 옮겨진 이유도 듣지 못했다. 2011년 장애인 거주시설 정원은 30명을 초과할 수 없다는 장애인복지법(제59조)이 생기면서 이후 정원 초과 시설 거주자들이 다른 시설로 옮겨진 경우가 많은데, 김씨도 비슷한 상황이었으리라 추정된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인천시의 색동원 거주자 전원 조치 관련 자료를 보면 장애인들은 ‘신병 인수·인계증’이란 문서를 통해 색동원으로 왔다. 인수자 항목에 성폭력 의혹을 받는 시설장 이름이 적혀 있다.

김씨는 색동원의 시간표대로 살았다. 밤 9시에 자고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몸이 많이 불편한 중증장애인 동료들이 샤워 순서를 기다리는 사이 그는 도움 없이도 씻을 수 있어 혼자 씻고 나왔고, 아침 급식을 받으러 식당에 갔다. 김씨에게 맛있었던 반찬을 묻자 “콩나물무침”이 기억난다 했고, 시설 선생님들 가운데 “조리사” 선생님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더 먹고 싶은 반찬이 있을 때도 쉽게 말을 못했다. 김씨가 더 달라고 하면 “막 소리 지르고 나한테” 화내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보다 체격이 큰 편이었던 그 친구는 자신이 음식을 더 먹지 못할 것 같으면 화를 냈다.

밥을 먹고 나면 거주시설 뒤편에 있는 작업장(모아직업재활시설)으로 향했다. “까만 거, 에어컨에 들어가는 스프링”을 조립했다. 월급은 개인 통장으로 들어왔지만, 통장 관리는 시설이 했다. 스스로 일해 번 돈이라도 허락 없이 물건을 살 순 없었다.

색동원 본관 옆에 2층짜리 별관이 딸려 있다. 1층은 여성직원 기숙사로 이용했고 2층은 시설장이 인천 송도 자택으로 퇴근하지 않을 때 자는 방이었다. 시설장방 바로 옆 계단은 여성 거주자들이 자는 본관 조리실로 연결된다.

색동원 본관 옆에 2층짜리 별관이 딸려 있다. 1층은 여성직원 기숙사로 이용했고 2층은 시설장이 인천 송도 자택으로 퇴근하지 않을 때 자는 방이었다. 시설장방 바로 옆 계단은 여성 거주자들이 자는 본관 조리실로 연결된다.


“세상에 좋은 시설은 존재하지 않는다”

 

“뭐 안 물어보고 멋대로 사면요, 저한테 말도 안 했어요. (선생님이) 삐지고요. 말도 안 하고.”

—자은씨가 일해서 받은 월급으로 산 거죠?

“네.”

—그럴 때 선생님 화를 어떻게 풀어줬어요?

“미안하다고.”

—그럼 뭐라고 했어요?

“다음부턴 그러지 말라고.”

—나가고 싶을 때는요?

“나가고 싶을 때는요, 허락받고 가야 돼요. 뭐 사러 갈 거면 물어보고 허락받아야 돼요. 입구 비밀번호 몰라갖고.”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시설은 가구나 영양제를 사는 등 일상적 지출을 할 때 시설 거주자의 통장에 든 돈을 사용했다. 장종인 공대위원장은 “장애수당 등은 국가에서 거주자 개인 통장으로 지급하지만, 통상 시설이 그 통장을 관리하므로 시설이 자체 처리해야 할 비용을 개인 비용으로 처리하는 게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 장애인복지과는 직업재활시설과 별개로 색동원에 거주시설 운영 비용을 1년에 20억원씩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 김우림 추계세제분석관은 “지역별로 인건비 추가 지원 사업도 있고, 보건복지부·시군구 등이 정기적 시설 보수비 외의 보수비, 시시티브이(CCTV)나 공기청정기 설치비 등 지원하는 사업도 흩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원 금액은 1년 20억원보다 더 많을 것이라 예상되는 까닭이다.

2026년 2월9일 색동원 앞에는 분개한 시설 거주 경험 장애인들과 활동가들이 몰려와 손팻말 시위를 했다. 휠체어를 타는 뇌병변장애인인 서권일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시설장은 ‘너희들(거주 장애인)은 말해봤자 부모님은 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우리가 가축인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세상에 좋은 시설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자은씨는 색동원이 정한 인권지킴이단이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문을 보면, 장애인거주시설 이용 장애인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거주시설 내에 인권지킴이단을 설치, 운영하도록(장애인복지법 제60조의 4 제4항) 하고 있다. 김씨에게 활동 내용을 묻자 “강당에서 인권하고 운영위원회는 손님 와갖고 같이” 했다고 말했다. “커피 마시고 그냥 한참 있다가, 힘들 때 (나가도 되냐고) 물어보면 나가라고 했다”고도 말했다. 형식적인 인권침해 감독에 불과했던 것이다.

악마는 한 사람이 아닌 폐쇄적 구조

색동원의 성폭력 피해 보고서 내용은 공대위의 표현처럼 “끔찍하다”. 해당 보고서를 미리 입수한 중앙일보는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장애인 B씨(40대)는 “원장님이 성적으로 만지려고 한다”며 “하지 말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털어놨다. “‘만져줘’ ‘또 하자’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C씨(40대)는 “낮이든 밤이든 상관없이 만졌다”고 말했다. 범행 장소로 방과 소파, 2층 카페 등을 특정했고 다른 장애인들이 성폭행당하는 장면도 묘사했다. 50대 장애인 D씨는 “성폭행당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조사에 참여한 19명 중 14명의 얼굴에 동그라미를 치기도 했다. 의사 표현이 어려운 장애인들은 “원장님이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상의를 들어 올리거나 성기에 손을 가져다 대는 등 비언어적 표현으로 범행 상황을 재연했다. 보고서엔 시설장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흉기를 들이밀며 “(피해 사실을) 엄마나 아빠한테 말해도 너 안 데려간다”고 협박했다는 진술도 담겼다.

상세 피해 사실이 기록된 우석대 심층 보고서는 2026년 3월11일 이후에나 공개가 가능해졌다. 강화군은 처음에 이 보고서를 비공개하려다 비판이 거세지자 일부 공개를 결정했는데, 다시 색동원이 ‘영업상 기밀’ 등 사유로 비공개를 요청하면서 30일 유예기간 뒤 공개가 가능해졌고, 그 시점이 3월11일이다.

 

2026년 2월9일 공개된 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내부의 한 휴게공간. 강화(인천)=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2026년 2월9일 공개된 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내부의 한 휴게공간. 강화(인천)=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색동원 사건 공대위는 “한 악마 같은 개인이어서 가능했던 게 아니라 시설이란 폐쇄적 구조의 특성상 이런 끔찍한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색동원은 서울 도심에서 대중교통으로 2시간30분 정도 걸리는 농촌 지역에 있다. 건물 뒤로는 산이, 앞으로는 밭과 비닐하우스가 있다. 높은 벽과 담장이 설치돼 있고 창문이 작아, 정문 밖에선 내부를 볼 수 없는 구조다. 건물 안 시시티브이가 있지만 색동원 직원조차 열람 권한이 없고 시설장이 권한을 독점했다.

색동원은 2월9일 민주당 서미화·박찬대 의원이 현장을 방문하자 언론에 내부를 공개했는데, 시시티브이가 곳곳에 설치된 본관(1층 시설장실, 2층 여성 방, 3층 남성 방)을 보여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조사와 수사에 따르면 시설이 시시티브이를 추가 설치했다는 진술을 거주자들이 했으며, 1년가량 전인 2025년 3월 한 여성 거주자의 가족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된 만큼 이미 증거 인멸도 이뤄졌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시설 직원은 “열쇠가 없다”며 별관 직원기숙사는 보여주지 않으려다 의원들의 독촉에 못 이겨 공개했다. 별관 2층에는 화장실이 딸린 시설장의 방이 있었다. 이 방에는 여러 장의 정장 바지와 화장품·침대·텔레비전·담금주 등이 있어, 시설장이 자주 인천 송도 자택으로 퇴근하지 않고 시설에서 잤음을 짐작게 했다. 이 방 바로 옆에는 시시티브이가 없는 계단이 있고, 이 계단은 여성 거주자가 자는 본관의 조리실로 이어지는 구조로 돼 있다. 시설장이 본관 1층 시설장 사무실에서 잤다면 2층의 여성 거주자와 한 건물에서 잘 수 있는 형태이고, 별관 시설장 방에서 잤더라도 정문을 통하지 않고 본관으로 이동할 수 있는 형태였다.

“사람들이 꿈을 갖고 사는 것에 충격”

우려되는 지점은 거주 장애인들이 10년 이상 피해를 당했더라도 발달장애 특성상 피해 기간과 날짜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성 피해자 중 2명을 대리하는 신진희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장소, 행동과 관련해 구체적인 진술이 나왔지만, 정확한 날짜가 안 나오면 시설장의 유무죄가 갈릴 수 있다”며 “날짜가 확인 안 되면 공소기각도 될 수 있어, 경찰도 가장 힘들어하는 게 이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애타는 건 2월9일 색동원 앞을 찾아와 추위 속에서 3시간 넘게 손팻말 시위를 한 이봄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인천지부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36살의 뇌병변장애인인 그는 28살 때까지 시설에서 살았기에, 시설 내 삶이 주는 비참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시설에 있을 때 인스턴트 만두에 떡을 넣은 만둣국만 계속 주는 바람에, 그는 시설에서 나온 뒤 다시는 만둣국을 먹지 않았다. 외출했을 때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자 “왜 넌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냐”고 생활교사가 화를 내기도 했다. 마트에 이씨를 내버려두고 가서 몇 시간 뒤에 나타난 기억도 생생하다. 그 모든 일상적 학대가 가능했던 건, 대다수 색동원 거주자처럼 그에게도 보호자인 가족이 없었고 시설은 폐쇄적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시설에서 나왔을 때 가장 충격받았던 건, 보통 사람들은 한 사람으로서 ‘뭘 하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 산다는 거였어요. 아, 나도 내 꿈을 펼칠 수 있는데 시설에 있음으로써 그 삶을 당연하다고 생각했구나. 나는 그게 법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1년에 한 번도 먹기 힘들었던 오리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고, 연극배우를 꿈꿔서 야학에서 연습도 하거든요.”(이봄)

색동원에서도 5년 전쯤 일상적 학대 사건이 적발된 적이 있다. 2021년 3월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작성한 ‘장애인 학대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색동원의 한 시설 직원이 다른 시설 직원들(생활재활교사 2명)이 장애인 거주자를 학대했다고 신고했다. 방문이 닫힌 뒤 ‘짝짝’, ‘쿵’, 우는 소리 등이 났고, 장애인 거주자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 때리는 장면을 또 다른 거주자가 봤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해당 사건 뒤 거주자들에 대한 적극적 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보고서를 보면 시설 거주자들이 아닌 시설 종사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대부분 학대를 부인하는 내용이었다. 향후 계획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점검’ ‘장애인식 개선 교육’ ‘피해자에 대한 향후 6개월 모니터링’ 등만 적혀 있었을 뿐이었다.

인천 강화군 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쪽으로 들어가는 길목. 색동원 건물 뒤로는 산이, 앞으로는 밭과 비닐하우스 등이 있다.

인천 강화군 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쪽으로 들어가는 길목. 색동원 건물 뒤로는 산이, 앞으로는 밭과 비닐하우스 등이 있다.


시설 단체생활, 본질적으로 인권침해

인천시와 강화군은 의원들이 방문한 색동원 원장실에서 현 상황을 브리핑했는데 “정상적 상담을 통해 (거주자들을) 전원 조치시키고” 등의 설명을 했다. 서미화 의원은 “(시설 폐쇄성 때문에 학대가 발생한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전원, 전원’ 하시면 안 될 거 같다”고 언성을 높였다. 실제로 색동원에 거주하던 입소자 33명 중 다수는 이미 이전에도 학대 논란 시설에서 전원된 사람들이다. 서미화 의원실을 통해 거주자들의 입소 전력을 확인(인천시가 2025년 10월 작성한 자료)한 결과, 19명이 이전에도 학대 시설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명 가운데 16명은 인천 인정재활원 출신인데, 인정재활원의 옛 이름은 명화원이다. ‘보육사가 전깃줄로 몸을 감아 정신지체아 질식해 숨져’(1998년 3월23일 한국일보 기사)란 기사가 남아 있고, 장애인들에게 써야 할 후원회비를 시설장이 횡령했다는 기사, 시설이 낡아 위험하다는 기사가 남아 있다. 지금은 폐쇄된 인정재활원의 관계자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학대 사건들이 생기면서 시설장이 바뀌고 이름이 바뀌었다. 그 뒤엔 학대 사건이 없었으나 그럼에도 시설이란 단체생활은 본질적으로 인권침해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명 가운데 2명은 비교적 최근인 2017년 12월 전원됐는데, 이들은 장애인 폭행 및 사망사건이 발생한 인천 옹진군에 위치한 장애인 거주시설 ‘해바라기’ 출신이다. 이 곳에서는 당시 생활교사들이 한 장애인 거주자를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폭행했고 또 다른 거주자는 체중을 실어 제압해 늑골 골절을 입히기도 했다. 피해 장애인 2명은 결국 사망했다.

19명 가운데 마지막 1명은 2023년 11월 학대 사건이 발생한 인천 부평구 미신고 종교시설에서 왔는데, 이 시설은 인가조차 받지 않은 감금 형태 시설이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장애인 중 일부는 손발이 묶여 있었고, 목에 상처를 입은 장애인도 있었다.

서울경찰청이 여성 장애인들에게 성관계나 유사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성폭력처벌법·장애인복지법 위반 등)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색동원 시설장은, 그간 학대로 긴급 전원 조치되는 장애인들의 ‘보호자’였다. 부평구 미신고 종교시설 학대 사건 때 피해 장애인 3명이 색동원으로 긴급 전원됐다. 2009년 쇠사슬에 묶인 채 개조된 축사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발견돼 논란이 됐던 ‘강화군 신흥난민구제선교원 사건’에서도, 피해자들이 색동원으로 긴급 전원됐다. 서미화 의원실을 통해 받아본 인천시의 ‘신흥난민구제선교원 폐쇄 당시 전원 조치 내역’에는 피해 장애인 7명이 색동원(당시 이름 ‘행복이 가득한 집’)으로 긴급 전원됐다고 기록돼 있다.

탈시설지원법을 발의한 바 있는 서미화 의원은 “더 이상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격리돼 시설에서 살아가는 건 대안이 될 수 없다”며 “탈시설지원법은 로드맵에 따라 단계적 시설 폐쇄를 준비하자는 것이지, 갑자기 시설에 거주하는 모든 중증장애인을 강제 퇴소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국회는 다수 시설을 운영하는 종교기관들을 의식해 탈시설지원법에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자은(가명)씨가 2026년 2월7일 한 카페에서 ‘자립’이라고 쓰고 있다. 손고운 기자

김자은(가명)씨가 2026년 2월7일 한 카페에서 ‘자립’이라고 쓰고 있다. 손고운 기자


자은씨 소원 “혼자 이쁜 집 살아보고 싶어”

김자은씨에게 소원을 빌기도 하느냐고 묻자 “혼자서 이쁜 집 해갖고”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색동원에 거주하던 친구 중 자립한 이가 있어 그 친구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봤다는 것이다. “은영(가명)이 집에 놀러 갔을 때” 부러워서 자신도 “자립하고” 싶었다고, 흰색 이불에 흰색 커튼을 달아보고 싶다고도 했다. 이제까지 살았던 곳 가운데서만 선택해야 하면 어디로 가고 싶냐는 질문엔 “(처음) 내가 살던 데”라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 삼촌 가족과 함께 살아가던 때를 일컫는 말이다.

김씨는 색동원에선 글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글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자립’을 한글로 쓸 수 있냐고 묻자 작은 글씨로 한 번, 큰 글씨로 한 번 곧바로 써서 보여주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