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노조 식물화’ 실적 내세워 줄줄이 계약 따내는 태가비엠

원청, 청소용역 업체 선정에 ‘가격, 서비스’만 고려… 연세대는 ‘병원 내 쟁의행위 제한’ 민사소송도
등록 2026-03-12 20:32 수정 2026-03-16 14:23
2022년 4월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로비에 세브란스의 노조 파괴 문제 해결과 병원장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제공

2022년 4월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로비에 세브란스의 노조 파괴 문제 해결과 병원장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제공


 

하청 노조를 조직적으로 파괴해 1·2심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세브란스병원이 공범 태가비엠과 또다시 청소용역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의 운영 주체인 연세대학교는 최근 병원 내 노조 쟁의행위를 제한하라는 민사소송까지 냈다.

2026년 3월9일 한겨레21 취재를 종합하면, 세브란스병원은 2025년 12월 병원 청소용역 입찰에 참여한 3개 업체 중 태가비엠에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 앞서 병원 사무국은 하청업체 태가비엠과 손잡고 청소노동자들을 표적 징계 등으로 괴롭히고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가 2024년 2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공범인 업체를 또 선정한 것이다. 태가비엠은 세브란스병원과 2016년부터 10년 넘게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세브란스 ‘노조파괴’ 태가비엠 왜 또 낙찰?

세브란스병원은 “아직 확정판결이 나지 않아서” 태가비엠의 범죄 전력을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아무개 전 병원 사무국장과 태가비엠 경영진은 2026년 1월 2심에서 같은 형량을 받은 뒤 상고했다.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남아 있어 입찰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병원은 또 청소업체를 평가할 때 노동법 위반 전과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오직 병원 환경 유지를 위한 업체의 서비스 수행 역량만을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며 “가격, 기술력, 서비스 수행 능력 등을 봤다”고 밝혔다. 하청업체가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든 상관하지 않고 노동의 결과물만 보겠다는 취지다.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중에선 노동법 위반 업체를 입찰 때부터 제외하는 경우도 많아요. 낙찰된 업체한테 ‘노동법을 어기면 향후 입찰 제한을 감수하겠다’는 확약서도 받죠. 애초에 용역계약이 노무를 다루는 일인데 노조 파괴나 임금체불 같은 문제를 일으킨 기업이 아무 제약도 없이 입찰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세브란스병원분회(민주노총 노조)를 대리한 정병민 변호사의 말이다.

병원은 지금까지도 민주노총 노조와 교섭하지 않는다. 범죄행위에 관한 사과나 입장 표명도 없다. 오히려 연세대는 ‘병원 내 쟁의행위를 소음 기준치 이내로 규제해달라’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2025년 11월 제기했다. 노조 활동가들이 이를 어기면 1회 100만원씩 벌금을 내야 한다.

천막농성 9일차인 2025년 12월9일 서울여대 청소노동자들이 빈 총장실 앞에서 면담을 촉구하자 대학 총무팀 관계자(가운데)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신다은 기자

천막농성 9일차인 2025년 12월9일 서울여대 청소노동자들이 빈 총장실 앞에서 면담을 촉구하자 대학 총무팀 관계자(가운데)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신다은 기자


많은 원청 사용자가 노조 파괴 전력을 알면서도 태가비엠을 고집한다. 2025년 12월, 서울여자대학교의 청소용역 입찰을 앞두고 민주노총 산하 청소노조 조합원들이 태가비엠 퇴출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벌였 다. 당시 태가비엠은 서울여대와도 2016년부터 9년째 계약 중이었다. 청소노동자들은 태가비엠의 노조 파괴 이력을 문제 삼으며 ‘서울여대에서도 유사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관리자들이 “대가리를 부수겠다”며 폭언하고 민주노총 조합원을 겨냥해 징계를 남발한다는 것이다. 이 일로 이윤선 총장이 노조를 피하느라 열흘 넘게 출근을 미루는 일까지 벌어졌다(관련기사: 청소 노동자들에게 노란봉투법이 ‘그림의 떡’인 이유는).

그러나 서울여대는 태가비엠을 입찰에서 배제하지도, 노조 파괴 전력을 입찰 기준에 반영하지도 않았다. “자유롭고 공정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만을 반복하며 태가비엠을 서류전형까지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입찰 공고에 인건비 산정의 핵심 정보를 누락했다가 노조와 경쟁업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낙찰을 좌우하는 정보를 누락하면 실제 단가를 아는 태가비엠만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태가비엠은 마지막 면접 단계에서 청소노동자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탈락했다.

‘이렇게 민노 식물화를 했다’고 어필

당시 서울여대는 “우리 대학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고 “1심은 확정판결이 아니어서” 태가비엠의 노조 파괴 전력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 자료를 보면 노조 파괴는 세브란스병원만의 일이 아니었다. 태가비엠이 2017년 작성한 문건을 보면, 서울여대를 딱 꼬집어 “민노의 부정당한 행태에 대한 지속적인 정상화 과정 중임. (…) 오히려 원청에서 적당히 봐줄 것을 요청 중임”이라고 적혀 있다.(‘민노 집단교섭 및 고대 안암 진행상황 공유’) 서울여대와 태가비엠이 과거부터 노조 대응에 대해 긴밀히 소통했음을 보여주는 단서다. 태가비엠은 이를 세브란스병원에도 참고 자료로 제공했다.

2016년 12월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 앞에서 청소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태가비엠과의 20년 독점 수의계약을 폭로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제공

2016년 12월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 앞에서 청소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태가비엠과의 20년 독점 수의계약을 폭로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제공


같은 문건엔 ‘고대안암 진행과정’도 등장한다. “2017년 들어 정년자퇴직 및 신규직원 전원 한노 가입 및 인력 순환배치로 민노 세력이 약화되었으나 현재도 업체 교체를 요구하며 지속적인 로비 점거 집회 중”이라는 내용이다. 당시 고려대 안암병원에선 태가비엠의 민주노총 차별과 과도한 노동 통제, 시말서를 이용한 괴롭힘 등으로 청소노동자의 불만이 누적된 상태였다. 2016년 청소노조가 설립되면서 문제가 터져나왔고 태가비엠의 20년 독점 계약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태가비엠은 “입찰 관련 내용은 원청과 면밀히 검토 진행 중이나 아직 확실한 결정은 안 난 상태임”이라고 적었다. 노조의 문제 제기에 원·하청이 대응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태가비엠이 세브란스병원에 보고한 ‘골든타임에 민노 침투를 방지 및 민노에서 한노 복수 노조 생성된 당사 타 사업장 비교’ 자료 갈무리.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제공

태가비엠이 세브란스병원에 보고한 ‘골든타임에 민노 침투를 방지 및 민노에서 한노 복수 노조 생성된 당사 타 사업장 비교’ 자료 갈무리.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제공


“세브란스병원만 해도 원청이 민주노총 들어오는 걸 굉장히 싫어했어요. 그때 태가비엠이 ‘우리는 이렇게 민노 감축시킬 수 있다’ ‘다른 데선 이렇게 민노 식물화를 했다’고 어필한 파워포인트(PPT) 자료가 많아요. 그런 식의 마케팅을 세브란스병원에만 했겠냐는 거죠. 그때 태가비엠이 진출한 여러 대학에서 노조와 갈등이 있었잖아요.” 정 변호사가 말했다.

2016년 태가비엠이 작성한 다른 문건에도 민주노총 설립을 저지한 사례가 등장한다. ‘사례현장 1’과 ‘사례현장 2’에서 각각 ‘민노 생성 분위기 보고·급여/중식대 인상’과 ‘위원장 선거시 차순위자 및 간부 설득 한철(한국노총) 설립’ 등을 했다는 것이다.( ‘골든타임에 민노 침투를 방지 및 민노에서 한노 복수 노조 생성된 당사 타 사업장 비교’ 자료) 공공운수노조는 이와 비슷한 일들이 각각 고려대 구로병원과 안암병원에서 일어났다며 실제 사례가 맞는다고 본 다 . 원청과의 긴밀한 공조를 보여주는 동시에, 태가비엠이 곳곳에서 복수노조를 이용한 민주노총 고사 전략을 펼친 정황이다.

태가비엠 법인명 바꿔 세브란스와 재계약

원청이 하청 노조와 마주 앉길 거부하는 한, 이를 대신할 하청업체는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태가비엠은 최근 세브란스병원과 재계약하면서 ‘티지에이치씨씨’(TGHCC)라는 법인으로 계약 당사자를 바꿨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태가비엠의 이아무개씨다.

정 변호사는 이것이 확정판결에 대비하는 태가비엠의 전략일 수 있다고 본다.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면 입찰이 제한될 수 있잖아요. 그럴 때 새로 바뀐 회사가 역할을 하겠죠. 이 역시 태가비엠 같은 회사를 원하는 원청의 수요를 명확히 반영하는 거라고 봐요.”

이에 대해 태가비엠 쪽은 한겨레21의 해명 요구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