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불도저로 유엔 기구를 밀어버렸다

2026년 1월20일 점령된 땅 팔레스타인 동예루살렘의 셰이크자라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이 중장비를 동원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청사를 철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점령된 땅 팔레스타인 동예루살렘에 셰이크자라가 있다. 12세기 아이유브 왕조를 창건한 살라흐 앗딘 유수프(살라딘)의 궁정의이던 후삼 알딘 자라히의 이름에서 따온 유서 깊은 장소다. 1952년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요르단 정부의 승인 아래 그곳 땅을 임차해 청사를 세웠다.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요르단한테서 동예루살렘을 뺏었다. 명백한 불법이다. 동예루살렘은 독립 팔레스타인의 수도가 될 곳이다.
UNRWA는 이스라엘 건국 이후 사방으로 쫓겨간 팔레스타인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 1949년 1월 유엔 총회 결의에 따라 설립된 유엔 산하기구이자, 가자지구 최대 구호단체다. 가자지구 전쟁이 1년을 넘어선 2024년 10월 말 이스라엘은 ‘테러단체 연계설’을 내세워 자국 영토 안에서 UNRWA의 활동을 금지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나서 UNRWA 활동을 방해하지 말라고 촉구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스라엘은 2025년 12월 UNRWA 청사의 수도와 전기를 끊고, 직원의 면책특권까지 박탈했다.
2026년 1월20일 극우파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군병력을 앞세워 셰이크자라의 UNRWA 청사로 들이닥쳤다. 이들은 불도저를 동원해 건물을 철거하고, 안에 있던 장비를 몰수했다. 필리프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은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대한 주권이 없다. 그곳에서 이스라엘 법을 집행하는 건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2023년 10월7일 개전 이후 전쟁 838일째를 맞은 2026년 1월21일까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7만1551명이 숨지고 17만137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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