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2월17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무료 급식소 앞에서 한 피란민 여성이 배식을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추위가 갓난아기를 집어삼킨다. 폭우로 건물이 무너져 피란민이 줄줄이 죽어나간다. 그래도 구호품 반입은 금지다. 휴전 발효 2개월을 넘긴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의 현실이다.
2025년 12월15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에서 생후 2주 된 아기 무함마드 칼릴 아부 알카이르가 숨졌다. 사인은 저체온증이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식량과 연료, 천막과 구호품 반입이 금지됐을 때 추위는 치명적으로 바뀐다”고 전했다.
12월12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의 비르알나아자와, 가자시티의 알리말과 셰이크라드완 등 3곳에서 건물이 잇따라 무너졌다. 공습으로 파손된 건물이 폭풍이 몰고 온 폭우를 견뎌내지 못한 탓이다. 인권단체 앰네스티는 현지 방문조사 뒤 12월18일 보고서를 내어 “모두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짚었다. 셰이크라드완 지역 피란민 무함마드 나세르는 이 단체에 “파괴된 5층 건물 1층에서 지냈다. 천장만 튼튼하면 무사할 줄 알았다. 적어도 건물 안에 살면 천막생활을 할 때보다 사생활도 보장되고 존엄하게 생활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래서 천막에 사는 다른 피란민보다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니었다. 그날 나세르는 식량을 구하러 외출했다. 돌아오니 아내가 울부짖고 있었다. 가족이 살던 건물은 무너졌다. 딸 리나(18)와 아들 가지(15)가 건물 더미에 깔렸다. 리나는 갓 고교 졸업시험을 통과했단다. 가지는 곧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단다. 한참이 걸려 수습한 두 아이의 주검은 짓이겨져 있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2023년 10월7일 개전 이후 전쟁 803일째를 맞은 2025년 12월17일까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7만668명이 숨지고 17만115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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