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홍석준 전 의원, 유영하 의원은 모두 2026년 6월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출마선언을 했다.
12·3 내란 사태로부터 약 450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며 헌정 사상 초유의 내란 사태가 법적 단죄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렇지만 윤석열을 배출한 정당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는 이는 드물었다. 오히려 내란을 옹호하고 정당화하던 이들이 반성도 없이 지방 권력을 탐하고 나섰다. 90여 일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에 출마를 선언했거나 거론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내란 옹호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겨레21은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예상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2026년 6월3일 치를 지방선거에 출마를 선언했거나 각종 여론조사와 언론에서 후보로 언급되는 인물들의 12·3 내란 사태 및 윤석열 탄핵 결정과 관련한 발언과 행적을 정리해봤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한 의혹을 받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25년 10월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한겨레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신분으로 출사표를 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다. 추 의원은 12·3 내란 사태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계엄 해제 국회 표결을 방해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됐지만 2025년 12월29일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024년 12월3일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이던 추 의원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로 공지했다가 밤 11시22분께 윤석열의 전화를 받은 뒤 국회 밖에 있는 당사로 의총 장소를 변경했다. 이런 혼란 속에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18명뿐이었다.
내란 특별검사는 추 의원이 윤석열의 지시를 받고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것으로 보고 2025년 12월7일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내란 특검은 “의총 개최 의사도 없이 소집 장소를 당사로 변경해 국회 진입 의사를 가진 의원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에겐 밖으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여당 사령탑인 피고인은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최소한의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에 대한 공소 사실을 두고 “허황된 망상”이라는 표현까지 쓴 윤석열의 변호인 윤갑근 변호사도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윤 변호사는 국민의힘의 전 충북도당위원장이기도 한데, 충북도지사 출마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변호사는 2026년 2월19일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명백히 드러난 진실과 헌법·형사소송법에서 정한 법리와 증거법칙이 무시된 판결”이라며 “지난 1년간 수십 회에 거친 판결은 요식행위였다. 이런 재판은 왜 한 것이냐”고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윤 변호사는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내란 당시 국무위원이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경기도지사 후보군에 거론된다. 김 전 장관은 2024년 12월4일 새벽 계엄을 해제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했고, 12월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긴급현안질문에서 모든 국무위원이 대국민 사과를 할 때 홀로 일어나지 않고 고개도 숙이지 않았다. 특히 김 전 장관은 윤석열 탄핵 이후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탄핵 반대파’의 대표 주자로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단어인 ‘계몽령’(국민을 계몽하기 위한 계엄령)에 대해 “상당히 센스 있는 말”이라며 “젊은층이 계엄을 통해 민주당의 포악한 일을 깨닫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부정선거 주장을 경청해야 한다”며 윤석열이 주장한 계엄 명분에 동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물론 이런 주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윤석열의 내란 재판에서 모두 기각됐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처벌이나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6·3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탄핵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분들은 정치적 몸집을 불려야 생존 가능성이 크다”며 “정치적 몸집을 불리는 데는 선거만 한 게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이 내란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지방선거에 나선다. 대표적 인물이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다. 이 전 위원장은 2026년 2월19일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걸 두고 “3심 결정 때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통위원장으로 일할 당시 2025년 1월 기자들에게 “언론계 선배로서 할 말이 있다”며 “내란으로 확정된 것처럼 기사를 쓰는 건 언론으로서 마땅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해 ‘보도지침’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전 위원장은 2026년 2월12일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전 대통령 박근혜의 변호인이던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도 대구시장에 도전한다. 유 의원 역시 적극적인 윤석열 옹호자 가운데 한 명이다. 유 의원은 2024년 12월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계엄법이 요구하는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에 불비하다고 해서 바로 내란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윤석열의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그들에 대한 역겨움이 가시질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역시 대구시장 선거에 나선 홍석준 전 의원도 윤석열 탄핵을 ‘사기 탄핵’으로 규정하는 인물이다. 홍 전 의원은 특히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증언과 메모를 집중 공격해왔다. 그는 2025년 4월18일 매일신문 유튜브에 출연해 “홍장원의 어떤 상형문자 같은 그런 조작된 메모, 이런 것을 감정을 의뢰해서 이거는 분명히 왜곡됐다, 이런 문제 제기도 같이 병행을 함으로써 우리가 싸워야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출신인 4선의 윤재옥 의원도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윤 의원은 2025년 3월12일 국민의힘 의원 82명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윤석열 탄핵심판을 각하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윤 의원은 손현보 목사가 이끄는 탄핵 반대 ‘세이브코리아’ 집회에도 참여했고, 2025년 3월14일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의원 10여 명이 헌법재판소 주변을 걸으며 탄핵 각하를 주장하는 ‘탄핵 각하의 길 걷기’ 행사에도 동참했다.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5선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12·3 내란 사태 직후인 2024년 12월5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공개 의총을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은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2025년 3월 ‘탄핵심판 각하’를 주장하는 82명의 탄원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나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025년 1월15일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할 때,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을 찾아 “현행 대통령에게 무리하고 불법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내란 이후 1년여 기간에 입장을 바꾼 이들도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김민수 최고위원이 대표적이다. 김 최고위원은 12·3 내란 한 달 뒤인 2025년 1월 유튜브 채널 고성국티브이(TV)에 출연해 “(윤석열이) 계엄으로 한 방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엄의) 전모들이 밝혀지고 나니, ‘과천 상륙작전’이다. 선관위 상륙작전”이라며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2026년 2월9일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윤 어게인’을 외쳐서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략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5선 시장에 도전하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입장이 바뀐 경우다. 그는 12·3 내란 바로 다음날인 2024년 12월4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위한 행정 및 사법 탄핵의 극단적 ‘방탄국회’가 이번 사태(비상계엄)를 촉발한 가장 큰 원인”이라며 윤석열을 옹호한 바 있다. 또 12월6일 “탄핵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SNS에 입장을 올렸다. 그러나 그로부터 엿새 뒤인 2024년 12월12일 태도를 바꿔 “(윤석열은)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후 줄곧 국민의힘 지도부에 윤석열과의 절연(‘절윤’)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선거 후보자는 아니지만,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인 이정현 전 의원도 입장을 크게 바꿨다. 이 위원장은 과거 내란에 대해 ‘계몽’이라 표현하며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2025년 2월26일 고성국TV에 출연해 “나라가 엉망진창인지 모르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헌신과 희생을 통해 깨닫고 거리로 나왔던 분들을 무명용사, 의병으로 표현하고 싶다”며 “여러분이 이순신”이라고 ‘윤 어게인’들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석 달 뒤인 5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윤석열의 탈당과 계엄 대국민 사과를 주장했다.
6·3 지방선거에 다시 출마할 가능성이 큰 현직 지방의원들 가운데서도 계엄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킨 인물들이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박종철 부산시의원은 계엄 선포 직후인 2024년 12월3일 밤 SNS에 “윤석열 대통령님의 계엄령 선언에 적극 지지와 공감하며 종북 간첩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행정부 마비는 막아야 한다”고 썼다. 서울 성동구청장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박중화 서울시의원도 같은 날 밤 일부 시의원이 모인 대화방에 “계엄 선포를 적극 지지한다”고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사흘 앞둔 2025년 4월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들머리 옆 천막농성장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왼쪽 넷째) 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2025년 4월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의 탄핵심판 선고에 윤석열 쪽 대리인단으로 윤갑근 변호사 등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헌 문란을 일으킨 내란을 옹호한 정치인들이 반성조차 없이 다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정치인들이 정치를 대하는 방식, 세계관, 시대정신이 완전히 뒤집혀버렸다”며 “특히 내란 이후에는 대의나 국가를 위한다는 정치적 수사(修辭)조차 없어졌다. 그저 자기 것만 취하면 되는 정치의 시대가 열렸다”고 꼬집었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도 “지금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는 분들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자기 기득권 연장, 자기 권력 연장이 제일 중요한 사람들”이라며 “전국은 망하더라도 티케이(TK·대구경북)만 수성하면 된다는 아주 근시안적인 리더십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겨레21에 의견을 전한 전문가들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어게인’과 절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내란을 옹호한 이들을 공천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문우진 아주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당 전체가 ‘윤 어게인’ 세력에게 지배되고 있기 때문에 지도부가 결국 그런 세력을 공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윤 어게인’ 세력에 기댄 국민의힘의 공천 결정 가능성을 “존립을 위한 선택”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그동안 내란과 극우에 대한 정당화를 해왔기 때문에 이제 와서 물러설 순 없다”며 “이 결정을 유지하고 지속하면서 친윤석열 세력 주도로 수세 국면을 벗어나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 교수는 국민의힘 의석에서 영남에 기반한 지역구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인 점에 주목했다. 제22대 총선 국민의힘 지역구 의석 89석 가운데 65%(58석)가 티케이와 피케이(PK·부산경남) 의석이다. 제19대 때는 지역구 127석 가운데 49.6%(63석), 제20대 때는 105석 가운데 45.7%(48석)였지만, 제21대부터 84석 가운데 68%(57석)가 되면서 비중이 급격히 늘었고, 그러면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더욱 우경화했다. 김 교수는 “지금 국힘은 지역당으로 바뀌었는데 이념적으로는 친윤 강경파가 주도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어게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장동혁 대표는 이전에 친한동훈계로 분류된 인물이기도 하기 때문에, 신념보다는 유불리에 따라 정치적 결정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절윤’ 역시 이미 재판부가 내란이라 판단했고 국민 대부분의 정서를 봐도 ‘절윤’이 맞는 판단으로 보이는데도, 유튜브에 반응하는 강성 지지층을 더 중요하게 보고 ‘절윤’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지금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세력과 함께하는 것이)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권력 유지를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12·3 내란을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가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한 2025년 1월15일 새벽,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제는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뭉친 상태에서 외연 확장을 거부하는 이런 전략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낳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엄경영 소장은 “선거는 결국 국민의 선택인데 국민의 선택은 명백하다고 본다.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고 윤 어게인과 절연하라’는 게 국민의 마음이자 보편적인 민심”이라며 “만약 ‘윤 어게인’을 표방한 이가 출마한다면 민심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혜영 전 의원도 “윤석열의 불법 계엄은 내란이고 윤석열은 내란 우두머리로 정치적·도의적·사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민심이 일관되게 나타난다”며 “그런데 국민의힘은 거기에 정확히 역행하고 있다. 선거에서 민심에 역행하는 포지션을 가지고 출마한다는 것은 구도를 읽는 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우진 교수는 “일단 공천받을 가능성은 크지만, 선거 결과는 크게 유리하지 않다. 이게 정당의 딜레마”라며 “당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선거에서는 중도의 입장을 반영해야 이길 수 있다. 이른바 ‘산토끼’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산토끼를 잡으러 가면 집토끼를 놓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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