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3월10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의 피란민 천막촌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여성이 아기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보였다. 2년5개월째 전쟁터인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기준으로 말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2026년 3월11일 가자지구 주민 나제 힐리스의 사연을 이렇게 전했다.
힐리스는 9개월 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벽이 무너지면서 깔려 척추를 다쳤다. 제대로 된 치료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는 일어설 수조차 없는 처지다. 2월 들어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피란민 천막촌 주변에서 파는 설탕과 밀가루 양이 늘었다. 자선단체가 힐리스 가족에게 약간의 쌀과 닭고기 몇 조각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2월2일 이집트로 통하는 라파 검문소가 2년여 만에 다시 개방됐다. 힐리스는 자궁암 투병 중인 아내와 함께 이집트로 가서 치료받으리라 기대했다.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침공했다. 힐리스의 희망도 사라졌다. 전쟁 발발 직후 이스라엘은 라파 검문소를 다시 폐쇄했다. 가자로 들어오는 구호식량이 끊겼고, 가자에서 나가야 할 환자는 발이 묶였다. 힐리스는 신문에 이렇게 말했다. “지금이 또 다른 전쟁을 벌일 땐가? 가자의 주민들은 언제나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른다.”
세계가 이란 전쟁에 몰입할수록 가자는 잊힌다. 가자 주민이 감내해야 할 압박은 세진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가자지구 인권활동가 무스타파 이브라힘은 신문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면적의 절반 가까이를 통제하고 있다. 외부로 통하는 검문소는 모두 폐쇄됐다. 아무도 이런 상황을 말하지 않는다. 모두가 제각각 바쁘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2023년 10월7일 개전 이후 전쟁 887일째를 맞은 2026년 3월11일까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7만2135명이 숨지고 17만183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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