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월24일 네덜란드로 향하는 미국 공군 1호기 안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중동 전역이 화약고가 된 모양새다. 미군이 주둔한 중동 각국을 겨냥한 이란의 보복타격은 예상보다 범위가 넓고, 강도도 거세다. 전쟁이 불을 뿜으면서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은 사실상 봉쇄됐다. 지구촌 전역에서 원유 가격이 폭등하고, 주가는 폭락세를 치닫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무모한 전쟁’이란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모든 걸 내다봤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한) 행동에 나설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 경우 이란이 (중동 일대에 주둔한) 미군을 공격할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란이 공격을 감행하기 전에 ‘선제타격’을 하지 않으면 많은 미군 사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026년 3월2일 의회에서 이란 침공과 관련한 비공개 브리핑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이란 침공은) 방어적 차원의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이스라엘이 미사일 능력 제거를 위해 이란을 공격한다면, 이란은 즉각 주변국 주둔 미군을 겨냥한 보복공격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루비오 장관과 존슨 의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다소 기이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첫째, 이스라엘이 독자적으로 이란을 공격하려 했다. 둘째,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은 중동 일대 미군기지를 겨냥해 보복타격에 나설 것이다. 셋째, 그러니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이 반격하기 전에 미국도 이란 타격에 나서야 한다. 이란을 침공한 이유가 “이란의 보복공격을 막기 위한 선제타격”이란 주장인데, 애초 공격을 안 하면 보복타격도 없을 터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왜 이란을 선제타격하려 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1월 중순부터 중동 일대에 대규모 군사력을 집중시켰다. 2003년 3월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란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다. 아라비아해에는 구축함, 순양함, 호위함 등을 대거 거느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배치됐다. 베네수엘라 포위 작전을 위해 카리브해에 배치됐던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도 급거 지중해로 방향을 틀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2월26일 “미군 항공모함 1척의 하루 운용비는 1천만달러 안팎이다. 항모 2척과 그에 딸린 구축함 등 군함 운용비까지 따지면 하루 수천만달러가 소요된다. 미국이 군사적 움직임을 시작한 게 6주 전이므로 이미 10억달러 이상의 군비가 소모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침공 전날인 2026년 2월27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해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중동에 군사력을 증강 배치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타격’을 계속 저울질했다. 앞서 시비에스(CBS) 방송은 2월19일 고위 안보당국자의 말을 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타격 계획이 이미 보고됐다. 이르면 2월21일에도 군사행동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진행 중인 핵협상과 관련해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이란에 불행한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향후 10~15일이 협상 타결을 위한 시한”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상황이 돌변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액시오스는 3월3일 ‘중동을 바꾼 트럼프-네타냐후 통화’란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액시오스 보도를 종합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월23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놀랄 만한 정보’를 전달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정권 지도부가 2월28일 테헤란의 특정 장소에서 모일 것이란 내용이었다. 액시오스는 복수의 소식통 말을 따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단 한 번의 강력한 공습으로 이들을 모두 사살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네타냐후 총리에게도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절호의 ‘기회’였을 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이스라엘 쪽 정보를 검증하기 시작했다. 통화 다음날인 2월24일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서 새해 국정연설(연두교서)을 했다.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하메네이 등 지도부가 몸을 피할 가능성에 대비해 국정연설에서 이란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고 전했다. 2월26일 중앙정보국이 검증을 마쳤다. 이스라엘 쪽 정보는 사실로 확인됐다.

2026년 3월2일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왼쪽)과 댄 케인 합참의장이 이란 침공 상황에 대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같은 날 미국과 이란 대표단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3차 고위급 회담을 했다. 액시오스는 “미국 쪽 대표단은 ‘협상이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27일 오후 3시38분(미국 동부 표준시각)께 이란 침공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액시오스의 보도는 루비오 장관, 존슨 의장의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하메네이 등 정권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일 것을 안 이스라엘은 독자적으로라도 이란 공습에 나섰을 게다. 지도부가 암살의 표적이 된 이란은 이스라엘과 함께 미국을 겨냥한 보복타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니 미국도 “방어적 차원”에서 처음부터 이란 때리기에 동참해야 한다. 전쟁이 평화고, 평화가 전쟁이다. ‘힘을 통한 평화’라서 그렇다.
“그 미치광이들과 협상을 벌였다. 내 생각엔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란이 먼저 공격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3일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이 미국을 이란 침공으로 끌어들인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필요하다면 우리가 이스라엘을 강제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미 준비돼 있었고, 우리도 만반의 준비가 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탓이 아니라 미국이 이란 침공을 주도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정말 그럴까?
“지금까지 행정부가 설명한 내용을 종합하면, 미국을 겨냥한 이란의 ‘임박한 위협’은 없었다. 이스라엘엔 위협이 될 수 있었다.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을 미국에 대한 임박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인 마크 워너 민주당 의원(버지니아주)은 3월3일 공영방송 피비에스(PBS) 등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비공개 브리핑 내용을 기초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침공한 목적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눠 살폈다.
첫째, 이란의 핵능력 제거다. 그런데 불과 8개월여 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능력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호언했다. 둘째,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할 수 있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능력 제거다. 이란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만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보유하지 못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능력도 미국에 ‘임박한 위협’이 될 수 없다. 셋째, 이번 침공 뒤 느닷없이 ‘이란 해군력 제거’가 등장했다. 이전엔 내놓지 않은 주장이다. 넷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 교체’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6월 ‘12일 전쟁’ 직후만 해도 “정권 교체는 혼돈을 수반한다. 혼돈을 원치 않는다. 모든 게 가능한 한 빨리 진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워너 의원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의 목적이 뭔지, 성공적인 작전의 기준은 뭔지, 다음 단계는 어떻게 흘러갈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전쟁을 선택했다. 전쟁 준비를 충실히 했다면, 왜 중동 지역에 머무는 미국인 수십만 명의 대피 계획을 사전에 마련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란 침공 사흘째인 3월2일에야 페르시아만 연안 6개국을 포함한 중동 14개국에 머물고 있는 자국민에게 “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으니 상업적 교통수단을 이용해 즉시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루비오 장관의 설명을 들어보면, 미국은 이스라엘 쪽에 이란을 폭격하지 말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이스라엘에 이끌려 미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엄중한 영향을 끼칠 전쟁으로 끌려 들어갔다.” 하원 진보코커스 소속인 프라밀라 자야팔 민주당 의원(워싱턴주)은 3월3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짚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는 집권 이후 역대 모든 미국 대통령에게 이란을 침공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실제 이란 침공을 결정할 정도로 순진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뿐”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공화당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주)이 2026년 3월4일 이란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전쟁권한 결의안이 부결된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마가) 진영에서도 비판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 정치평론가 메긴 켈리는 “외국을 위해 단 한 명의 미군도 희생돼선 안 된다. 이란의 보복공격으로 사망한 미군 장병이 미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란 또는 이스라엘을 위해 희생됐다고 여긴다. 아야톨라가 죽었다고 슬퍼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란이나 이스라엘이 아니라 미국을 보살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폭스뉴스 앵커 출신으로 마가 진영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터커 칼슨은 “이스라엘이 중동은 물론 전세계에 불안의 씨앗을 뿌렸다. 지옥의 문이 열렸고, 이런 짓을 저지른 자들은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리란 점을 잘 알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제어할 수 있을까?
미국 상원은 3월4일 이란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전쟁권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미국 헌법은 전쟁선포권을 의회에 부여했다.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에게 헌법을 준수하라고 말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가 대체 어디로 향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표결 결과는 찬성 47표 대 반대 53표, 결의안은 부결됐다. 공화당에선 랜드 폴 의원(켄터키주)이 유일한 찬성표를, 민주당에서 존 페터먼 의원(펜실베이니아주)이 유일한 반대표를 던졌다. 트럼프의 전쟁은 계속된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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