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땅 짚고 헤엄치는 도로공사 ‘친목 모임’, 휴게소에서 한 해 2천억 걸태질

전현직 임직원들로 구성된 ‘도성회’… 지난 40년간 휴게소 운영하며 이권 독점
등록 2026-04-10 12:51 수정 2026-04-15 11:11
2026년 3월25일 중부고속도로의 한 휴게소 간식 가게.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26년 3월25일 중부고속도로의 한 휴게소 간식 가게.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도로공사의 전현직 임원들이 회원으로 있는 사단법인 ‘도성회’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한도산업’이 중부내륙선 문경휴게소 등 11개 휴게소 운영권을 수의계약으로 따낸 것은 ‘제 식구 배불리기’ 아니냐.”

2005년 9월26일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허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한 말이다. 이후 21년이 지났지만 도성회의 제 식구 배불리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6년 1월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도성회가 휴게소를 운영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성회는 자회사 한도산업을 ‘에이치앤디이’(H&DE)로 이름만 바꾼 채 출자회사들을 통해 한 해 2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두고 있다.

 

도공 사장 출신이 ‘낙하산’

 

도성회는 1984년 건설부(현 국토교통부) 설립인가를 받은 도로공사 퇴직자 단체다. 도로공사 임원 또는 10년 이상 재직 뒤 퇴직한 사람 등으로 구성됐는데, 회원만 약 3천 명이다. 회장은 대대로 도로공사 사장 출신이 맡아왔고, 현직은 2011년까지 도로공사 사장을 맡은 류철호 회장이다.

도성회는 단순한 퇴직자 단체로서의 기능을 넘어, 고속도로휴게소에서 적극적인 수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성회는 1986년 한도산업을 세워 남해고속도로 순천 방향 진영휴게소를 인수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어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서울만남의광장 휴게소가 1988년 문을 열 때 운영권을 얻었다. 그렇게 맺은 계약은 2026년까지 4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단, 2027년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다.

현재 도성회의 수익은 에이치앤디이 등 3개의 출자회사를 통해 거둬들이고 있다. 도성회는 에이치앤디이를 100% 소유한 모기업이고, 에이치앤디이는 ‘더웨이유통’이라는 회사의 지분 100%, ‘에이치케이(HK)하이웨이’라는 회사의 지분 50%를 갖고 있다.

도성회 출자회사들은 직접 휴게소를 운영한다. 한겨레21이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도로공사의 ‘고속도로휴게소 현황’ 자료 등을 종합하면, 도성회 출자회사들은 모두 9개 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다. 에이치앤디이는 중앙고속도로 부산 방향과 춘천 방향의 동명휴게소, 부산 방향 서울만남의광장 휴게소, 순천 방향 진영휴게소 등을 도로공사로부터 임대해서 운영하고 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 방향 선산휴게소는 수익형민간투자사업(BTO) 형태의 민자휴게소로 장기 운영권을 갖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퇴직자 모임 ‘도성회’

한국도로공사 퇴직자 모임 ‘도성회’


또 에이치앤디이가 운영하는 울산 방향과 부산 방향 장안휴게소는 민자고속도로 구간인 동해고속도로(부산~울산)에 있다. 두 휴게소는 도로공사 관할이 아니라 민자고속도로 운영사인 ‘부산울산고속도로’의 관할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대주주도 다름 아닌 도로공사(51%)다. 대표이사도 도로공사 출신이 맡고 있다. 더웨이유통은 장수 방향 진안마이산휴게소를, 에이치케이하이웨이는 평택휴게소(민자)를 운영하고 있다.

도성회 출자 회사들은 휴게소에 있는 주유소의 수익까지 챙기고 있다. 2025년 기준 모두 7곳의 휴게소 주유소에서 수익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에이치앤디이는 부산 방향 서울만남의광장 휴게소 주유소, 더웨이유통은 양평 방향과 창원 방향 선산휴게소 주유소, 익산 방향과 장수 방향 진안마이산휴게소, 에이치케이하이웨이는 제천 방향과 평택 방향 평택휴게소 주유소 등을 운영한다. 도성회가 휴게소와 주유소를 포함해 모두 16곳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도성회 출자 회사들은 고속도로휴게소 안의 식당과 매점까지 진출했다. 에이치앤디이는 한식당 ‘나우’, 커피전문점 ‘더블드림스', 편의점 ‘모든요일' 등 휴게소 내 입점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에이치앤디이는 이 프랜차이즈들을 운영하면서 2025년 한 해 동안 15억1186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도로공사는 이런 ‘도성회 카르텔’을 감추고 싶은 눈치다. 한겨레21이 김성회 의원실을 통해 도로공사에 ‘도성회 출자 회사 입점 업체 운영 현황’을 물었더니, “휴게소 입점 업체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운영사가 위탁운영하는 휴게소가 통상 입점 업체와 ‘물품 공급’ 계약을 맺는 것을 고려해, 다시 도성회 자회사들의 휴게소에 물품을 공급하는 현황을 물었지만 이번에는 “공사에서 자료를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주유소·식당·매점까지 운영

 

도성회 출자 회사들이 휴게소 관련 사업으로 거둬들이는 돈은 막대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에이치앤디이 등 도성회 출자 회사들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2025년 한 해 에이치앤디이가 휴게소 관련 사업으로 거둬들이는 매출은 1232억5356만원, 더웨이유통은 763억3129만원, 에이치케이하이웨이가 707억4596만원이었다. 모두 합치면, 도성회 출자 회사들이 휴게소 관련 사업을 통해서만 한 해 2703억3081만원의 매출을 거두는 것이다.

도성회 자회사들의 수익은 도로공사 퇴직자들의 주머니로 들어온다. 적자일 때도 말이다. 에이치앤디이는 꾸준하게 100% 대주주인 도성회에 거액을 배당하고 있다. 심지어 11억2599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2020년에도 8억8천만원을 배당했고, 2023년(5억9325만원 손실)과 2024년(2억2890만원 손실), 2025년(18억6352만원 손실)에도 각각 7억원, 7억5천만원, 7억8천만원을 배당했다. 도성회가 에이치앤디이를 통해 최근 10년 동안 거둬들인 이익은 모두 88억7천만원에 달한다.

도성회는 에이치앤디이에 도로공사 퇴직자의 자리를 만들어주고 급여를 챙기기도 한다. 김성회 의원실이 확보한 ‘도로공사 퇴직자 취업 자료’ 등과 한겨레21 취재를 종합한 결과, 최근 10년 동안 에이치앤디이에는 도로공사 1~2급 출신 퇴직자 11명이 재직했거나 재직하고 있다. 에이치케이하이웨이에도 도로공사 1급 퇴직자 3명이 근무했다.

 

적자 때도 빠짐없이 배당

 

도로공사 출신들이 포진한 회사답게 도성회의 고속도로휴게소 사업은 최근까지도 직간접적인 특혜를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 에이치앤디이의 정연권 대표는 2024년 말까지 한국도로공사 신사업본부장을 맡은 도로공사 전직 간부였다. 정 대표는 퇴직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2025년 3월 에이치앤디이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인터넷매체 ‘뉴스락'의 보도를 보면, 정 대표가 취임한 지 넉 달 뒤인 2025년 7월 에이치앤디이는 도로공사의 ‘선산(창원)휴게소 민간투자사업' 입찰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도로공사가 도성회에 직접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줘서 논란이 된 적도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2010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5년간 수의계약 방식으로 도로공사 명함, 구내전화번호표, 홍보용 종이가방 제작 등 모두 308건(19억9500만원)을 도성회에 맡겼다. 도로공사의 인쇄 용역 수의계약 가운데 60%에 이르는 규모다.

도성회 계열 휴게소 운영사들은 모두 도로공사가 해마다 진행하는 운영서비스평가(운영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도로공사는 해마다 휴게소들을 평가해 점수를 매겨 상대평가로 1~5등급을 부여한다. 계약 시점과 직전 평가 등에 따라 다르지만, 4~5등급을 받으면 계약 해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한겨레21이 확보한 2016~2024년 도로공사의 고속도로휴게소 운영평가 등급을 보면, 부산 방향 서울만남의광장 휴게소가 2019년 한 차례 4등급, 순천 방향 진영휴게소가 2018년과 2019년 두 번 4등급을 받았지만, 나머지 휴게소들은 모두 1~3등급을 받았다.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에이치앤디이는 각각 네 차례의 재계약을 이어가며 남해고속도로 순천 방향 진영휴게소는 40년째,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서울만남의광장 휴게소는 38년째 운영하고 있다.

 

2026년 3월24일 경부고속도로의 한 휴게소 주차장.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26년 3월24일 경부고속도로의 한 휴게소 주차장.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우선협상 대상자’ 특혜 의심

 

이런 상황이니 도성회 카르텔 문제는 20년 전부터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도마 위에 올랐다. 2005년 국정감사에서는 도로공사가 중부내륙선 문경휴게소 등 11곳의 휴게소와 9곳의 휴게소 주유소 운영권을 에이치앤디이(당시 한도산업)에 수의계약으로 넘겨 지적받았다. 2012년 국감에서는 ‘임시운영’ 명목으로 도로공사가 휴게소와 주유소 12곳을 에이치앤디이와 수의계약해 지적받았다. 2014년 국감에서는 도성회 회원 2231명 가운데 현직 도로공사 직원이 1766명(79.2%)인 것으로 드러나 ‘퇴직자 단체'가 아니라 사실상 ‘도로공사 현직자 단체’였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휴게소 업계에서 20년 이상 일한 한 관계자는 “도성회는 회비로 운영해야 하는 도로공사 전관들의 친목 모임이다. 그런 친목 모임이 수백억원의 수익을 내는 사업을 하는 게 정상적인가”라며 “게다가 자신들이 도로공사에서 하던 휴게소 사업을 한다는 것은 이해충돌이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도로공사는 이에 대해 “공사가 퇴직자들에게 특정 회사로 가지 말라고 할 수 없다”며 “또 법이나 규정으로 퇴직자들에게 유관 업무를 하지 말라고도 강제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도성회 자회사 에이치앤디이 쪽은 해명 대신 “2026년 1월 국토부와 도로공사의 ‘휴게시설 운영권 임대입찰 참가 제한’ 조치로 더 이상 휴게시설 운영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도로공사는 2026년부터 휴게소 운영권 입찰에서 ‘공사 퇴직자 단체가 설립·출자한 회사’의 경우 100점 만점에서 25점을 감점하기로 했다.

 

국감 ‘질타’에도 시정 안 돼

 

국토부는 고속도로휴게소 운영사의 물품 대금 미지급 문제와 사모펀드인 맥쿼리자산운용의 알짜 휴게소 수익 사업을 지적한 한겨레21의 제1608호 표지이야기가 보도된 뒤인 2026년 4월6일 보도자료를 내어 “도로공사 퇴직자 단체를 포함한 일부 업체의 장기 독점 운영과 다단계, 과도한 수수료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중간운영업체를 거치지 않고 휴게소를 운영하도록 하는 등 종합적인 운영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