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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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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호황, ‘국민 몫 나누기’는 이미 전세계적 정설이다

AI·반도체 호황의 초과세수와 이윤은 기업만의 성과 아냐… ‘공유부기금’과 ‘국민배당’ 설계 글로벌 담론으로 확산 중
등록 2026-05-28 20:44 수정 2026-05-29 08:37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026년 3월9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중동 상황 등 비상경제점검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026년 3월9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중동 상황 등 비상경제점검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AI(인공지능) 인프라(기반시설)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당 고민해야 할 설계의 문제다.”

2026년 5월11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차원이 다른 나라: AI 시대 한국의 장기 전략’이라는 제목의 글 일부다. 김 실장은 이 글에서 지금의 AI 산업 호황이 오래 계속되면 한국이 지속해서 초과이윤을 생산하는 국가에 처음으로 가까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 성장의 과실을 전 국민에게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되어야 한다.”

AI 이윤의 뿌리는 시민의 일상

이런 관점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공유부’다. 이재명 정부 이후 출범한 대통령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위원인 정균승 기본사회 부이사장은 “공유부는 단지 정부가 소유한 공공재만을 뜻하지 않는다. 우리가 함께 만든 것, 함께 유지하고 있는 것, 그리고 함께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을 통틀어 가리킨다”며 “자연자원(태양, 바람, 토지 등)뿐만 아니라 디지털 정보, 공공 알고리즘, 플랫폼에서 생성되는 사용자 데이터, 시간과 돌봄, 문화와 언어까지, 모든 사회적 생산의 기반이면서도 사유화된 자산들이 공유부의 범주에 들어온다”고 말했다.(각주 1)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 수요를 견인하는 AI는 데이터를 학습한다. 데이터의 양과 품질(편향되지 않음 포함), 다양성이 AI의 성능 격차를 만든다. 이 데이터는 시민들의 일상적인 활동과 상호작용이 함께 축적된 결과물이다. “무심코 누른 검색어 하나, 출퇴근길의 위치 정보, 어제 클릭한 뉴스 기사와 그 안에서 멈췄던 시간, 온라인 결제 (…) 등등 이 모든 것이 모여 (…) 그 사회가 작동하는 정보의 토대가 된다.”(정균승 부이사장)(각주 1) 여기에 더해 AI를 구동하는 하드웨어인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정부의 수조원대 세액공제, 도로·전력·용수 공급체계 구축, 지방정부의 수천억원 예산 투입으로 성장했다. 이런 공공의 기여가 없었다면 지금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간 지속하는 초호황기)은 불가능했다.

AI 산업 생태계가 창출하는 막대한 부를 공공의 자산으로 보고 이를 시민에게 나누자는 제안은 김 실장만의 독창적인 발상이 아니다. 챗지피티(GPT) 개발사 오픈에이아이는 2026년 4월 공개한 보고서(각주2)에서 “금융시장에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시민에게 AI 기반 경제성장에 대한 지분을 제공하는 공공부기금(Public Wealth Fund)을 새로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오픈에이아이는 비록 구체적인 기금 조성 방법까지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기금 수익을 시민에게 직접 분배한다’는 점은 분명히 밝혔다.

재분배 없인 성장도 공염불

이처럼 AI, 반도체 같은 첨단전략산업(각주3) 발전이 만드는 거대한 영업이익 또는 그 이윤의 결과로 국가에 들어오는 초과세수를 어떻게 사회에 나눌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일각의 지적과 달리 뜬금없지 않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정책 의제로 떠올랐다. AI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파급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AI와 경제학의 관계를 연구하는 일본 학자인 이노우에 도모히로 고마자와대학 교수(경제학부)는, 비록 3차 산업혁명(정보기술혁명)까지 거쳤으나 ‘기계’와 ‘노동’을 투입요소(생산활동에 필요한 요소)로 하는 지금의 생산구조에서는 경제성장률이 장기적으로 2% 정도로 일정해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AI가 인간의 거의 모든 노동을 대체한 경제에서는 정체된 성장이 상승노선을 탈 수 있다고 분석했다.(각주4)

2024년 4월 발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 보고서(각주5)는 AI가 전반적인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더 나은 경제성장을 이끌 잠재력이 있다면서도, 대규모 실업(새로운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기술적 실업)을 초래하고 지금의 소득분배 구조를 악화할 위험성을 언급했다. 미국과 대부분의 오이시디 국가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은 꾸준히 하락해왔고, 전세계적으로 1980년에서 2022년 사이에 약 6%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연구는 그 원인을 기술 발전으로 지목하고 있다. 한 나라의 소득분배를 나타내는 지표인 노동소득분배율은 국민소득(전체 소득)에서 노동자가 가져가는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로, 성장 과실이 노동자와 자본가 중 어디로 더 많이 흘러갔는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지면 노동자의 상대적 소득이 적어지고, 반면 자본가의 상대적 소득은 많아진다.

오이시디 보고서는 “AI 기반 자동화가 이런 추세를 지속시켜 전체 소득에서 자본가가 가져가는 소득 비율을 높이고, 자본 소유가 집중되어 있는 한 배당금과 이자소득이 자본 소유자들에게 귀속됨에 따라 소득과 자산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급성장에 따른 수익이 일부 대기업 등 소수에게 쏠려 소득 불평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AI 고도화가 초래할 실업 증가와 부의 불평등 심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오이시디 보고서가 제시한 것 중 하나가 재분배 조치다. 도모히로 교수도 “범용 AI를 비롯해 AI 로봇을 포함한 기계로 고도의 자동화가 이루어지면 폭발적인 경제성장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단, 고도의 자동화 덕에 잠재성장률이 상승해도 수요가 쫓아가지 못하면 이러한 성장은 현실이 되지 않는다”며 수요를 계속 자극하고 높은 성장률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각주4)

한국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로 대표된다. 이 두 대기업이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에 힘입어 벌어들인 막대한 영업이익은 과연 그들만의 것일까. 연합뉴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로 대표된다. 이 두 대기업이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에 힘입어 벌어들인 막대한 영업이익은 과연 그들만의 것일까. 연합뉴스


노르웨이·알래스카가 모범답안

그렇다면 어떻게 나누는 것이 좋을까. 여러 참고 모델이 있다. 모두 ‘우리가 함께 소유한 공유자산을 함께 나눈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석유와 천연가스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재원으로 하는 국부펀드(각주 6)를 1990년 설립해 1996년부터 운용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약 2조2천억달러(약 330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국부펀드다. 주로 국외 금융자산에 투자한다. 운용 수익은 시민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의료, 교육 등 사회복지 프로그램 재원으로 활용한다. 미국 알래스카주가 1976년 만든 알래스카 영구기금은 주정부의 유전 개발 수익을 기반으로 한다. 광물 수입의 최소 25%를 매년 영구기금에 적립하고 이 기금을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한다. 그 자산운용 수익 일부를 알래스카에 거주하는 모든 시민에게 매년 시민 배당금(현금) 형태로 지급한다. 1982년 지급을 시작했다.

대통령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위원인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수석연구위원은 ‘국민배당형 국부펀드’ 운용을 제안했다. “AI·반도체 산업의 성장으로 대규모 초과세수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이미 조세 체계를 통해 국가재정으로 귀속된 공적 재원입니다. 이 초과세수를 공유부기금(국부펀드)에 적립하고, 기금이 AI 인프라, 반도체 생태계, 에너지 전환, (바이오, 로봇, 2차 전지 같은) 전략 산업, 국외 우량 자산 등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운용 수익의 일정 비율을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는 ‘기본소득형 국민배당’으로 직접 지급합니다.” 유승경 위원이 5월26일 한 말이다.

정균승 부이사장도 알래스카 영구기금과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를 결합한 ‘국민공유부기금’ 제도를 제시했다. 그는 5월26일 “AI·반도체 호황과 직접 연관된 초과세수의 일정 부분뿐만 아니라 국가와 정책금융이 전략적으로 투자한 AI·반도체·전력·데이터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지분 수익 일부, 기업이 전력·용수·입지 같은 사회적 기반을 활용해 창출한 이익에 대한 사용료 성격의 수입 등을 별도로 적립해 형성한 원금을 장기적으로 축적하고, 운용 수익과 일부 초과세수는 ‘국민배당’과 주거·교육·돌봄·에너지 등 ‘기본서비스 확충’ 재원으로 함께 활용하는 혼합형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혁신을 가로막거나 혁신의 성과를 무조건 나누자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낸 성장의 과실을 사회 전체가 정당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자는 것에 있다”고 덧붙였다.

초과세수, 법부터 바꿔야 한다

보편적 배당이 아닌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상통계학부)는 AI 호황으로 생긴 일정 규모 이상의 초과세수를 취약계층(저소득층·장애인·노인 등), 산업 전환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노동자·청년 등을 돕는 사회안전망 확충에 쓰기 위해서라도 현행 국가재정법 개정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AI 호황으로) 내년에 약 100조원 규모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텐데, 지금 법대로라면 이 재정 여력(세계잉여금) 중 약 40%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 재정교부금으로 먼저 쓰고(1순위), 30%는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출연해요(2순위). 나머지 금액의 30% 이상은 국가채무 상환에 쓰고(3순위), 그 뒤에 남는 금액은 이월하거나 추경(추가경정예산) 재원으로 쓸 수 있어요. 법을 안 바꾸면 AI 호황이 만들어낸 초과세수가 단순히 부채 상환과 지방 교부에만 쓰이고 끝날 거예요. 그 일부를 중장기 국가전략 투자와 소득재분배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해요. 즉 초과세수를 AI로 인한 구조조정 피해 노동자의 교육훈련을 지원하거나,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거나,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쓰는 거죠.” 5월27일 우석진 교수의 말이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1. ‘기본소득을 넘어 기본사회로’, 정균승 지음, 프롬북스 펴냄, 2025
2. OpenAI, ‘Industrial Policy for the Intelligence Age: Ideas to Keep People First’, 2026
3.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현저한 기술을 연구·개발하거나 이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
4. ‘모두를 위한 분배’, 이노우에 도모히로 지음, 김소운 옮김, 여문책 펴냄, 2019
5. Francesco Filippucci et al., ‘The impact of Artificial Intelligence on productivity, distribution and growth’, OECD Artificial Intelligence Papers, 2024
6. 정부가 출자해 설립한 투자기금. 자원 수출 수익, 재정 흑자, 금융 수익, 외환보유액 등으로 축적한 자금을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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