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5월) 편의점 물품 대금 미지급 관련으로 미지급금 최초 인지”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기흥휴게소에서 벌어진 물품 대금 미지급 사태에 대해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에 문의하자 보내온 답변입니다. 전국 215곳 휴게소를 관할하는 도로공사인데, 감시·감독이 얼마나 소홀한지 알 수 있는 답이었습니다. 기흥휴게소 물품 대금 미지급 사건은 벌써 10년이 넘었고, 이와 관련한 민원도 한 차례(2020년) 이상 제기됐습니다. 그런데 도로공사는 2년 전에야 ‘최초 인지’를 했다는 겁니다. 그사이 한 점주는 수억원의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한 채 계약이 해지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고속도로휴게소 운영 구조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198곳에 이르는 위탁운영 휴게소는 운영사가 식당이나 간식 매장 등과 ‘임대 계약’을 맺는 대신 ‘물품 공급 계약’을 맺습니다. 도로공사가 운영사에 임대를 줄 때 계약서에 재임대를 금지하는 조항을 넣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소비자가 결제한 돈은 입점 업체 주인이 아니라 운영사로 가게 됩니다.
한겨레21이 제1608호 표지이야기에서 고속도로휴게소 운영사들이 입점 업체에 줘야 할 물품 대금을 늦게 주거나 아예 주지 않았다는 점을 보도했더니 기흥휴게소 운영사인 ‘인앤아웃’은 “우리도 코로나19 때문에, 도로공사 때문에 힘들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인앤아웃 매출은 2021년 이후 회복돼 계속해서 상승세를 그리고 있음을 한겨레21이 이미 취재한 상태였는데도 말입니다.
심지어 인앤아웃은 이 물품 대금을 활용해 부동산 개발 사업, 국외 도박 사업 등을 벌이면서 연일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고, 인앤아웃의 엄정욱 회장 일가는 회삿돈을 개인 금고처럼 사용하며 지금도 50억원이 넘는 돈을 채워넣지 않고 있습니다. 엄 회장이 윤석열의 장모 최은순씨에게 휴게소 적자 문제 해결을 직접 요청했다는 것도 수상한 지점입니다. 정치권 인맥을 동원했던 게 엄 회장뿐일까요?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방만한 경영과 참극이 발생했음에도 도로공사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로공사는 1년에 10번 넘게 휴게소에 대해 점검과 평가를 한다고 합니다. 모든 휴게소의 회계, 영수증 등 문서를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도로공사는 “민간 운영사의 경영 자율성”을 핑계로 감시·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고, 운영사는 “도로공사의 임대료가 과도해서 물품 대금을 못 주겠다”고 서로를 탓하고 있습니다. 고발은 이제 시작입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 제1608호 표지이야기 ‘휴게소의 약탈자들’
[단독] 맥쿼리 사모펀드, ‘알짜’ 휴게소서 2천억원 벌어갔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1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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