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3월24일 경기도 하남시 중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하남드림휴게소 내에 있는 하남만남주유소 전경. 하남(경기)=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가 연간 매출 400억원에 육박하는 휴게소 내 주유소 운영권을 수의계약으로 민간단체인 한국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휴게시설협회)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휴게시설협회는 휴게소 운영사들이 만든 이익단체다. 도로공사는 전국 휴게소 내 주유소 226곳 가운데 휴게시설협회에 운영권을 넘긴 주유소에만 유일하게 ‘임시운영’이라는 명분을 내걸었고, 휴게시설협회가 이 주유소를 운영하며 고수익을 올리는 상황을 방치했다. 대신 휴게시설협회에는 도로공사 간부 출신이 퇴직 이후 ‘부회장’ 직함으로 재취업했다. 도로공사가 공공 인프라 운영권을 특혜성 조처로 휴게시설협회에 넘기고, 휴게시설협회는 보답으로 ‘전관’ 퇴직자를 채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공사는 전국 휴게소 내 주유소 226곳에 대한 운영권 입찰과 관리·감독 등을 담당한다. 2026년 1월 기준 경쟁입찰로 운영권을 위탁받아 주유소를 운영하는 곳(임대)은 201곳이고, 민간이 시설 투자를 하고 주유소 운영권을 가져가는 민자 주유소가 16곳, 도로공사 직영 주유소가 8곳, 임시운영이 1곳이다.
2026년 4월8일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도로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휴게시설협회는 도로공사로부터 2011년 8월 중부고속도로 하남드림휴게소 내에 있는 하남만남주유소 운영권을 수의계약으로 낙찰받은 뒤 15년 동안 ‘임시운영’ 형태로 운영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휴게소 주유소는 도로공사로부터 정식 입찰을 받은 업체가 임대나 민자 방식으로 위탁운영을 하는데, 하남만남주유소만 임시운영 방식을 이어온 것이다. 휴게시설협회는 휴게소 운영사들이 분기마다 수십~수백만원의 협회비를 내어 운영되는 이익단체 성격의 민간단체다.
하남만남주유소는 2025년 기준 연매출이 397억2900만원에 달한다. 하남드림휴게소는 중부고속도로에서 하루 평균 차량 15만 대가 지나가는 주요 길목에 있어, 이 휴게소 안에 있는 하남만남주유소가 전국 휴게소 주유소 가운데 상위 10% 수준의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휴게시설협회가 2011년부터 15년 동안 주유소를 운영한 것을 고려하면, 그동안 거둬들인 이익은 최소 수십억원일 것으로 추산된다.
도로공사는 이런 고수익의 주유소 운영권을 왜 민간단체에 임의로 넘겼을까. 도로공사는 이를 두고 “2011년 해당 주유소를 운영하던 업체가 운영서비스평가 결과 계약 해지됐고, 입찰이 필요했다”며 “당시 휴게소가 (민자)복합개발을 앞두고 있어서 10년 이상 운영하게 될 주유소 운영 업체 정식 입찰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개발 시작 전까지 운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휴게시설협회와 임시운영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휴게소에 민자가 투입돼 개발 예정이어서 부득이 입찰을 진행하지 못했고, 이에 휴게시설협회와 수의계약을 했는데, 민자 개발 계획이 미뤄지면서 임시운영 상태가 지속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해명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휴게소 민자 개발 계획이 지연된 건 사실이지만, 이 경우 도로공사가 주유소를 직영으로 운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6년 4월 기준 도로공사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전국 휴게소 내 주유소는 8개다. 이처럼 민자 개발 계획 지연이 휴게시설협회에 임시운영 수의계약을 해줄 사유는 되지 못한다.
하남만남주유소의 운영서비스평가가 낙제점에 가깝다는 점도 특혜 의혹을 키우는 요소다. 한겨레21 취재 결과, 도로공사는 직영 휴게소 주유소 8곳과 임시운영 주유소 1곳을 대상으로 매년 1~5등급을 상대평가하는 운영평가를 하는데, 하남만남주유소는 2021년과 2022년 5등급으로 평가됐고, 2023년과 2024년에는 4등급으로 평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평가 대상 9곳 가운데 4년 연속 최하점을 기록한 것이다. 휴게소 업계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고위 관계자 ㄱ씨는 “주유소 운영평가에는 판매가격이 많이 반영돼 있다”며 “하남만남주유소의 운영평가가 낮은 것은 판매가격을 다른 곳보다 높게 책정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낮은 평가 등급을 지속해서 받았는데도, 휴게시설협회가 아무런 제재 없이 해당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도로공사 규정에 임시운영 업체에 대한 계약 해지 방안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도로공사의 입찰 관련 규정을 보면, 경쟁입찰로 운영권을 따낸 업체는 주유소 운영평가에서 5등급을 한 번만 받아도 곧바로 계약 해지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임시운영 업체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하남만남주유소는 운영평가 5등급을 두 번이나 연달아 받고도 영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한국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 누리집 첫 화면. 휴게시설협회 누리집 갈무리
도로공사가 휴게시설협회에 제공하는 특혜성 운영권은 도로공사 퇴직자의 재취업 인건비로 쓰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성회 의원실이 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간 도로공사 퇴직자 5명이 휴게시설협회에 재직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1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공사가 휴게시설협회에 특혜성 이권 사업을 건네고, 도로공사 퇴직자가 협회에 취업해 그 수혜자가 되는 구조라는 얘기다. ㄱ씨는 “도로공사 간부들은 퇴직 이후 휴게시설협회 부회장으로 주로 재취업한다”며 “휴게소 운영사들은 매 분기 회비를 모아 휴게시설협회를 운영하는데, 이 금액으로 고액 연봉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주유소 운영권을 협회에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이에 대해 “하남만남주유소가 다른 주유소에 비해 가격이 비싼 곳은 아니다”라며 “퇴직자가 휴게시설협회에 재취업하는 것은 주유소 운영과 관련이 없고, 도로공사 입장에서 재취업을 막기 어렵다”고 했다. 한겨레21은 휴게시설협회에도 질의서를 보내 해명을 요청했지만, 협회는 답변하지 않았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채윤태 기자 chai@hani.co.kr·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한겨레21은 휴게소 관련 업계에 한국도로공사 출신이 재취업하는 '전관 예우' 실태, 휴게소 운영사 관련 논란, 휴게소 물가를 올리는 불합리한 관행, 휴게소와 도로공사 정책 관련 개선이 필요한 사안 등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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