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23일 삼성전자 경기 평택 캠퍼스 인근에서 열린 노동조합의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겨레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기업이 영업을 잘해서 엄청난 이윤을 벌면 그것은 과연 누구 몫일까. 삼성전자가 연결기준 1분기 약 57조원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 노동조합이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과 성과급 상한 철폐를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에 삼성전자 주주들은 노조에 반대하며 맞불시위를 벌였고, 파업에 관해서는 여론도 좋지 않다. 2026년 300조원을 넘고 2027년과 2028년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삼성전자의 이윤 분배를 둘러싸고 갈등이 격화하자 세간의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보수적 입장에서 보면 기업 이윤은 주주의 것이다. 전통적 경제학은 기업이 이익을 내든 손해를 보든 그 최종적인 몫은 주주에게 돌아간다고 가르친다. 기업에 자금을 빌려준 채권자들은 원금과 정해진 이자를 받고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은 뒤 마지막으로 남는 몫은 주주의 것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주주는 최종적 위험을 부담하는 기업의 잔여청구권자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주주자본주의 원칙은 1980년대 이후 영미권 자본주의 선진국에서 지배적 입장이다. 한국의 재벌기업은 역사적으로 소액주주의 권리가 약하고 배당이 적었고, 오너의 지배력이 강한 총수자본주의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주 권리가 강화되고 있고, 삼성전자도 잉여 현금흐름의 약 절반을 주주에게 환원할 계획이다.
이와 달리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강조하는 이들은 기업의 주인을 주주로만 생각하는 입장은 편협하고, 기업이 단기적 주가 상승에만 신경 쓰면 장기적인 투자나 노동자 같은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미국의 대기업들은 투자를 등한시하고 순이익의 대부분을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에 썼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9년 미국 주요 대기업의 경영자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주주자본주의의 폐해를 반성하고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며 이해관계자를 중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주주와 함께 삼성전자에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역시 노동자다. 현실에서 특정 기업의 특수한 기술을 지닌 노동자들은 기업이 어려워지는 경우 실업과 같은 삶의 위험을 감수한다. 특히 반도체산업은 장기간에 걸친 기술자들과 숙련공의 암묵적 지식이 혁신적 기술과 영업이익에 핵심 요인이다. 이를 고려하면 기업 이익을 공유하자는 노조의 주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며, 성과급은 결국 노사 협상으로 결정될 일이다. 성과급이 노동자들에게 인센티브가 된다면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주가가 높아져 주주에게도 바람직한 일이 될 수 있다. 다만 노조도 과도한 몫을 요구해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고, 국민경제와 협력업체들에 큰 충격을 줄 총파업은 재고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해관계자가 삼성전자 주주나 노동자만은 아니다. 1700개가 넘는 협력업체 중소기업과 그들의 노동자도 삼성전자의 엄청난 이익에 기여했을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공장의 반도체라인에는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색깔이 다른 방진복을 입고 폐기물 관리와 같이 위험하고 강도가 높은 노동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장에서는 이들과 같은 ‘소속 외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약 22%에 달한다. 그중 몇몇은 뇌종양과 폐암으로 업무상 재해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주체는 정부다. 넓게 보면 정부는 교육과 과학기술 투자, 전기나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을 제공했고, 금융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이익에 기여했다. 과거 경제위기로 재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이들을 구제해주기도 했다. 물론 기업은 정부에 법인세를 내지만, 그 세금도 최근 엄청나게 깎아줬다. 2023년 3월 도입된, ‘케이(K)-칩스법’이라 불리는 개정 조세특례제한법은 반도체산업의 시설투자에 대해 15%의 세액공제를 해줬고, 2025년 그 비율을 20%로 높였다. 국가전략기술인 반도체산업은 연구개발 비용도 최대 40%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덕분에 삼성전자의 세금 부담은 크게 낮아졌다. 연결기준 손익계산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2025년 영업이익이 약 43조6천억원을 기록했지만, 법인세 비용은 약 4조3천억원에 그쳤다. 현금흐름표상 법인세 납부액은 2025년 약 7조1천억원이었지만, 세액공제와 함께 이전 시기 영업이익이 적어서 깎아주지 못한 감세분이 이월되어 이연 법인세 자산이 쌓였다. 따라서 미래의 감세효과도 고려하는 법인세 비용은 훨씬 낮아졌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2025년 영업이익이 약 23조6천억원이었지만 법인세 비용은 마이너스 2500억원이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삼성전자에 깎아준 세금이 약 22조원에 달하는데, 과연 국내 투자와 고용 증가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지난 4월23일 삼성전자 경기 평택 캠퍼스 인근에서 열린 노동조합의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겨레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결국 삼성전자의 막대한 이윤에는 협력업체나 하청노동자 그리고 정부와 납세자의 몫도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노사 협상 과정에서 사 쪽과 노조가 합의해 영업이익의 2~3%를 협력기금으로 조성해 협력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원한다면 어떨까. 한국 사회는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 사이 임금과 노동조건의 격차가 심각해서 협력이익공유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얼마 전 한국노총은 협력사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위해 일종의 연대임금으로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제안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반도체산업에서 협력이익의 공유를 명시한다면 이중 노동시장의 격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2026년처럼 영업이익이 매우 커서 초과이윤이 발생하는 경우 과도한 세제 혜택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세액공제 규모를 축소하거나 감세액 일부를 정부가 환수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포함한 전체 반도체산업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사용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 시기의 칩스법은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초과이윤을 얻으면 보조금의 최대 75%까지 정부가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업사이드 공유조항을 도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절 전날, 노동자 모두가 또 모든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책임 의식과 연대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하고 노조는 엄청난 성과급을 요구하지만,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고려한 이야기일 것이다. 바야흐로 삼성전자의 엄청난 이윤은 누구의 것이냐는 질문에 대답을 찾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논쟁을 발전시켜야 할 때다. 그 답이 분명 한국 사회의 미래와 공동체의 번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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