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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지산지소’엔 큰소리… 삼전 송전망 피해엔 침묵하는 후보들

‘솔라시도’ 품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 4인 4색 에너지·기후 공약 분석
등록 2026-05-22 10:30 수정 2026-05-24 14:06
전남 해남·영암 솔라시도에는 ‘국가AI컴퓨팅센터’가 구축될 예정이다. 공사를 위한 차량이 드나들 수 있도록 2차선 도로는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고, 나머지 4차선 도로는 국가AI컴퓨팅센터 등에서 사용할 전력망, 통신망, 상하수도관을 묻어야 해 미포장 상태다. 김규남 기자

전남 해남·영암 솔라시도에는 ‘국가AI컴퓨팅센터’가 구축될 예정이다. 공사를 위한 차량이 드나들 수 있도록 2차선 도로는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고, 나머지 4차선 도로는 국가AI컴퓨팅센터 등에서 사용할 전력망, 통신망, 상하수도관을 묻어야 해 미포장 상태다. 김규남 기자


잘 포장된 2차선 도로의 검은색 아스팔트와 앞으로 4차선 도로가 들어설 미포장 황토색 흙바닥의 대비가 보색처럼 선명했다. 2026년 5월18일 전남 해남군 산이면과 영암군 삼호읍에 걸친 솔라시도 건설 현장. 이곳에 건립될 ‘국가에이아이(AI)컴퓨팅센터’ 부지로 가는 길에 눈에 띈 풍경이다. 2028년 하반기에 국가AI컴퓨팅센터가 본격 가동하게 되면 사용할 전력망, 통신망, 상하수도관 등을 묻어야 해 4차선 도로의 포장은 미뤄놨다.

국가AI컴퓨팅센터는 AI 연구·개발과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AI 컴퓨팅 자원을 운영·관리하고 산업·연구계에 공급하는 시설로 2028년까지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5천 장, 2030년까지 5만 장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운영할 계획이다. 센터 부지 들머리에는 ‘알이(RE)100 데이터센터’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전남도 관계자는 주변보다 약간 높고 반듯하게 다듬어진 황토색 땅을 가리키며 “부지 조성 공사가 마무리됐고, 건축허가가 난 상태라 6~7월 중에 착공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분당신도시(약 600만 평)보다 약 1.7배 넓은 솔라시도(약 1천만 평)는 대규모 관광·에너지·산업 복합 기업도시다. 그동안 기업 이전에 가장 큰 장애 요소였던 주거·교육·의료·교통 인프라를 아우르는 정주 여건을 함께 마련해 10만 명 규모의 자족형 스마트 미래도시로 조성하고 있다. 현재 영암호를 배경으로 새들이 지저귀고 초록 풀들이 자라고 있는 목가적 풍경의 황톳빛 간척지 솔라시도는 앞으로 2년여 뒤에 ‘AI·에너지 신도시’로 환골탈태할 전망이다.

솔라시도는 2030년까지 반경 15㎞ 안에 위치한 총 5.4기가와트(GW)의 태양광발전소(총 6개 지구)에서 생산된 전기를 국가AI컴퓨팅센터뿐 아니라 입주할 첨단산업 시설들에 공급해 ‘알이100’(기업이 사용하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국제 캠페인)과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를 실현할 계획이다. 2025년 11월 솔라시도를 비롯한 전남 전역이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되면서 태양광과 풍력발전 사업자 등 분산에너지발전 사업자와 전기 사용자인 기업들 간에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전력 직접거래가 허용된다. 분산에너지는 전기를 쓰는 지역 근처에서 직접 생산·저장·소비하는 에너지 시스템을 일컫는다. 차곡차곡 한 삽씩 뜨고 있는 솔라시도의 건설 모습은 7월1일 공식 출범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미래와 겹쳐 보였다.

 

AI·에너지 신도시로 조성되는 해남 ‘솔라시도’
전남 해남·영암 솔라시도에는 ‘국가AI컴퓨팅센터’가 구축될 예정이다. 2026년 5월18일 센터 부지 들머리에 세워진 ‘알이(RE)100 데이터센터’ 입간판. 김규남 기자

전남 해남·영암 솔라시도에는 ‘국가AI컴퓨팅센터’가 구축될 예정이다. 2026년 5월18일 센터 부지 들머리에 세워진 ‘알이(RE)100 데이터센터’ 입간판. 김규남 기자


열흘도 채 남지 않은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이런 솔라시도를 품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이정현 국민의힘, 이종욱 진보당, 강은미 정의당, 김광만 무소속 후보 등 모두 5명이 출마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광주와 전남이 분리된 지 40년 만에 다시 통합되면서 인구 32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150조원 규모로 수도권 집중에 대응할 새로운 초광역 지방정부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연간 5조원씩 4년 동안 최대 20조원 규모의 특별지원금을 제공한다. 전남은 2024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량(8.1테라와트시(TWh)·전국 대비 22.5%)과 누적 설비용량(7.2GW·전국 대비 17.3%) 모두 전국에서 가장 높은, 재생에너지 생산과 설비 1등 지역이다.

전남 신안의 햇빛·바람연금은 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와 지방소멸 위기 극복의 선도 모델이 됐다. 또 광주는 탄소중립을 중앙정부(2050년)보다 5년 앞선 2045년에 달성하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이에 전남광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에너지·기후 광역지자체’라 할 만하다. 게다가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선출될 단체장들은 임기가 2030년까지다. 2030년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과 파리협정을 통한 전세계의 약속인 지구온도 상승 ‘1.5도 제한’ 등과 관련한 기후위기 대응에 매우 중요한 해다. 그런 2030년까지 4년 동안 시정을 펼칠 전남광주특별시장 후보 5명이 전남광주의 에너지·기후 현안을 풀어내기 위해 어떤 공약을 제시했을지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이에 한겨레21이 각 후보 캠프에 요청해 제출받은 에너지·기후 공약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평가해봤다. 다만 김광만 후보 캠프에서는 “에너지·기후 공약은 따로 없다”고 알려왔다.

 

민형배·이정현·강은미, 알이100 산업단지 공약


현재 전남광주의 최대 현안은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와 계통 접속 제한 문제다. 전남광주에서는 풍부한 일조량과 바람으로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 반해, 생산된 전기를 받아서 수요지로 보낼 전력망이 부족해 한국전력이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전력 생산을 중단(출력제어)시키거나 신규 발전 설비의 접속을 제한(계통 접속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남광주가 더는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만 할 게 아니라 ‘생산-소득-소비-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남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대규모 전력망을 통해 수도권으로 보내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유치와 알이100 산업단지 등을 통해 전남광주 안에서 전력 수요를 창출해 전력을 소비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는 ‘지산지소’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약을 통해 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들의 인식도 대체로 이런 방향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네명의 후보 가운데 3명이 알이100 산업단지 관련 공약을 내놨다. 민형배 후보는 “전기를 보내는 지역에서 전기를 쓰는 기업이 찾아오는 지역으로 바꾸겠다”며 전남광주의 동부·서부·광주권에 각 권역별로 1개 이상의 알이100 산단을 검토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민 후보는 여기에 더해 “전력 가격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라며 알이100 산단에서 산업용 전기를 킬로와트시(kWh)당 100원의 가격으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82원 수준이고, 전남도는 솔라시도에서 130원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방안을 계획 중인데, 민 후보는 이보다 훨씬 낮은 100원 수준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민 후보는 한전을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전기수요자가 1 대 1로 직접 전력을 거래하게 하는 재생에너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전기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많아 전기요금이 비싼 피크시간대에 공급하는 ESS 연계, 15년 이상의 장기 고정가격으로 전력계약을 맺게 하는 장기 전력계약 구조 등을 결합하면 전기요금을 100원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직접 전력구매계약, 에너지저장장치, 장기계약, 전력망 사용비를 포함한 더욱 구체적인 전력 조달 모델로 설명이 돼야 한다”며 “이렇게 전력을 싸게 공급했을 때 (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배당할 금액이 충분히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현 후보도 “전남광주를 대한민국 최초 알이100 국가산업 실증지대로 지정받겠다”고 공약했다. 강은미 후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지자체 모두를 탄소중립도시로 지정·조성하겠다”며 “기업과 산단에 대한 알이100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이정현·강은미 후보 둘 다 선언적인 내용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종욱 후보는 알이100 산단 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민형배·강은미 “재생에너지 활용 위한 지방공사 설립”
솔라시도는 경기 분당신도시(약 600만 평)보다 약 1.7배(약 1천만평) 넓은 대규모 관광·에너지·산업 복합 기업도시다. 드론으로 찍은 ‘국가AI컴퓨팅센터’ 부지(아래쪽)와 98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위쪽) 모습. 전남도청 제공

솔라시도는 경기 분당신도시(약 600만 평)보다 약 1.7배(약 1천만평) 넓은 대규모 관광·에너지·산업 복합 기업도시다. 드론으로 찍은 ‘국가AI컴퓨팅센터’ 부지(아래쪽)와 98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위쪽) 모습. 전남도청 제공


전남에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로 전기를 버리게 되는 일이 잦아지자 후보들은 대안으로 ‘수소 생산’을 제시했다. 민형배 후보는 “전남광주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을 함께 가진 에너지 중심지”라며 “문제는 (에너지) 생산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 에너지를 저장하고, 옮기고, 산업과 연결하는 길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티(T)자형 수소 파이프라인과 지역전력망을 결합한 ‘초광역 수소-지역 전력망 통합 플랫폼’ 구축”을 공약했다. 신안의 해상풍력, 해남·영암·진도의 태양광과 풍력, 영광의 한빛원전 등에서 남는 전력으로 ‘수전해 설비’(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 수소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여수 국가산단과 광양제철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강은미 후보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광양의) 철강, (여수의) 석유화학 산업단지와 연계해 수소산업 전주기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공약했다. 다만 강 후보는 민 후보와 달리 “위험한 원전을 이용해 생산하는 (정부의) 핑크수소 사업은 전면 폐기해야 한다”며 핵발전을 통한 수소 생산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 후보의 핑크수소 공약에 대해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도 “핵발전을 통한 수소 생산은 핵폐기물 양산, 안전성 문제 등으로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 후보와 강 후보는 각각 재생에너지 활용을 위한 지방공사 설립도 공약했다. 민 후보는 ‘전남광주전력공사’ 설립을 약속했다. 이 공사의 역할에 대해 민 후보 캠프는 “재생에너지 생산·저장·운영·거래 통합 지원, ESS와 분산형 전력망 구축, PPA 등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발전 수익의 투명한 정산과 지역 환류(수익·정책 효과 등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내에서 재투자돼 선순환하도록 함) 관리 등의 기능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후보는 또 영암·해남 지역의 염해지구(염분이 기준치 이상인 땅), 유휴부지, 수상태양광 가능 부지 등을 활용해 단계적으로 총 3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하고, 주민이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참여해 발전 수익을 직접 배당받는 주민주도형 햇빛발전 프로젝트를 공약했는데, 전남광주전력공사를 통해 이 사업을 지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강은미 후보도 ‘녹색에너지공사’ 설립을 공약했다. 강 후보 캠프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이익공유 실현, 가상발전소 운영 등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보들, 송전망 갈등 중재 노력엔 소극적
2026년 5월18일 솔라시도에 설치돼 있는 98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왼쪽 맨 뒤에 지붕에 숫자가 적힌 시설들은 계통에 연결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모두 20개동이고, 총 용량은 306㎿h다. 오른쪽 맨 뒤 건물들은 운영동이다. 김규남 기자

2026년 5월18일 솔라시도에 설치돼 있는 98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왼쪽 맨 뒤에 지붕에 숫자가 적힌 시설들은 계통에 연결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모두 20개동이고, 총 용량은 306㎿h다. 오른쪽 맨 뒤 건물들은 운영동이다. 김규남 기자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들이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알이100, 분산에너지, 지산지소, 햇빛·바람소득 주민이익공유제 등의 공약은 비교적 다양하게 내놨지만, 정작 지역의 주요 현안인 송전망 갈등에는 눈을 감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2030년 가동을 목표로 조성 중인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2025년 10월 제1차 국가기간 전력망확충위원회를 통해 대규모 전력망 건설 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전남광주에서도 신해남~신장성(96㎞), 신해남~신강진(27㎞) 등 전남과 광주, 전북과 충청을 지나는 345킬로볼트(㎸) 초고압 송전망을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초고압 송전망이 지나가는 전남과 광주 곳곳에서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기업과 수도권의 전기 식민지를 거부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송전망 갈등이 큰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시장 후보들이 전남광주 안에서 전력 수요를 만들어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하겠다고 제시한 공약들의 기본 방향은 맞지만, 이와 별도로 현재 갈등을 풀어나갈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광역지자체장은 국가기간 전력망확충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들어간다”며 “후보들이 주민들의 민원을 듣고 정부·한전과의 갈등 중재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정현·이종욱, 에너지·기후 정책 의지 안 보여”
솔라시도에 설립될 국가AI컴퓨팅센터 조감도. 솔라시도 누리집 갈무리

솔라시도에 설립될 국가AI컴퓨팅센터 조감도. 솔라시도 누리집 갈무리


특히 이정현·이종욱 후보는 민형배·강은미 후보에 견줘 ‘에너지·기후 광역지자체’ 후보에 걸맞지 않게 공약과 답변 모두 빈약했다. 이정현 후보의 공약에 대해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탄소중립 목표가 기존에 광주는 2045년, 전남은 2050년인데 이를 어느 쪽으로 통일할지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고, 광주와 전남의 통합에 따른 4년간 최대 20조원의 특별지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도 보이지 않는 등 에너지·기후 정책에 대한 의지가 안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종욱 후보의 공약에 대해 임재민 사무처장은 “대중교통, 기후예산, 환경영향평가 등에 대한 공약 정도만 있을 뿐이어서 공약만으로 보면 에너지·기후 이슈에 대해 가장 관심이 적은 후보”라고 지적했다.

해남·영암(전남)=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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