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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파티장 밖의 사람들

하청업체·비정규직엔 ‘그림의 떡’ 성과급… 정규직 노동자끼리 나눠먹기 정당한가
등록 2026-05-08 12:34 수정 2026-05-11 15:37
삼성전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2026년 5월6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 삼성반도체사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삼성전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2026년 5월6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 삼성반도체사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조성훈(43·가명)씨는 매일 경기도에 있는 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출근해 방진복을 입고 마스크와 보안경을 끼고 생산라인에 선다. 조씨는 반도체 집적회로(IC)의 핵심재료인 웨이퍼(Wafer)를 받아 은박 포장지를 뜯는다. 웨이퍼의 용기 구실을 하는 ‘풉’(FOUP)에 전산 칩(RFID)을 심고 시스템에 등록한다. 웨이퍼와 풉을 설비에 넣어 탈이온수(DI Water)로 세척한다. 세척된 풉은 삼성전자 직원에게 배달하고, 반도체 공정 한 단계가 끝나 오염된 풉을 다시 조씨가 받아와 세척한다. 이렇게 한 사이클이 되는 작업을 하루 12시간씩 맡아, 3조 2교대로 365일 24시간 돌린다.

조씨가 하는 세척 작업은 초정밀 숙련노동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먼지 한 톨이 수천만원짜리 웨이퍼 한 장을 불량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씨는 삼성전자 정규직이 아니다. 하청업체 ㄱ사 소속이다. 삼성전자의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2024년 기준 한국 사업장 내 인력은 16만7886명이고, 이 가운데 임직원이 12만5297명(74.6%), 상주 하청업체 직원(임직원이 아닌 노동자)이 4만2589명(25.4%)이다. 삼성전자 임직원 중에는 비반도체 부문 임직원이 포함돼 있지만, 넓게 보면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에 기여하는 인력 4명 중 1명이 조씨와 같은 하청업체 노동자인 셈이다.

인공지능(AI)이 급성장하면서 만들어진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간 지속되는 초호황기)은 한국 반도체산업의 호황을 넘어 세계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2026년 예상 영업이익이 300조원,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250조원이라는 역대 최고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노동자 1명당 수억원대 성과급이 지급될 거라는 얘기가 나오고 특히 삼성전자 사 쪽과 노동조합이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두고 파업까지 예고하며 갈등하고 있지만, 조씨 같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이는 다른 세상 얘기다. “주변에서 삼성전자 다니는 걸 아는 사람들이 ‘너 돈 엄청 많이 받겠다’며 부러워해요. 그런데 사실 전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요. 몇억원씩 성과급 받는다는 건 남의 얘기입니다.” 2026년 5월6일 한겨레21과 만난 자리에서 조씨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핵심 공정에 있지만 없는 사람들

 

이런 상황은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의 2차 하청업체 피앤에스(PNS)로지스에서 일하는 금속노조 피앤에스로지스지회 노승기 사무장은 피앤에스로지스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혈액’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들은 경기 이천캠퍼스부터 충북 청주 1~4캠퍼스와 통합 창고를 오가며 완제품과 자재, 부품 등을 1~14t 트럭으로 옮기고 상하차한다. 또 캠퍼스 안에서 공정에 따라 필요한 자재를 창고에서 갖다주고 정리하는 업무까지 한다. 노 사무장은 “우리가 없으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공정이 멈출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청주에서는 우리 업체가 모든 운송과 자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의 2025년 3월 말 고용형태 공시를 기준으로, SK하이닉스 사업장에서 전체 노동자 4만8125명 가운데 하청업체 노동자는 1만4490명(29.4%)이다. 역시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에 기여하는 인력 10명 중 3명이 조 사무장과 같은 하청업체 노동자인 셈이다.

한국의 반도체 생산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기여는 단순히 노동자 수만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삼성전자에서 한 해(2024년 기준) 지출비용에서 하청업체로부터 구매하는 액수가 226조원인데, 이는 매출 300조원의 75%에 이르는 큰 규모다. 그만큼 반도체 생산 등의 공정에서 삼성전자가 하청업체에 의존하는 업무 규모가 크다는 얘기다. 하청업체는 설비 유지보수와 반도체 물류 등을 맡는 사내하청, 장비 셋업과 기술지원 등을 담당하는 공정 하청, 신규 팹(Fab·반도체 칩을 실제 만드는 제조라인 전체) 등을 짓는 건설 하청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모두 삼성전자 반도체의 생산공정에 필수 업무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는 삼성전자와 하청업체의 평균 거래 기간이 14년일 정도로 대부분의 하청업체가 오랜 기간 삼성전자 실적에 기여해오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하청업체들을 매년 평가하는데, 2024년 하청업체 종합평가에서 삼성전자 전체 하청업체의 75%가 우수, 반도체를 생산하는 디에스(DS) 부문에선 84%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청업체와 여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삼성전자라는 초거대 기업을 떠받치는 핵심 가지인 것이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인 박재근 한양대 교수(융합전자공학부)는 “하청업체, 즉 소재·부품·장비 업체들과 협업하지 않으면 삼성전자 생산라인은 돌아갈 수 없다. 예를 들어 장비 유지보수의 경우,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항상 삼성전자에서 24시간 대기하며 고친다”며 “반도체 생산은 전 공정이 함께 맞물려 하나가 중단되면 모든 게 멈춰 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이 하청업체와 같이 (생산라인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6년 4월23일 오후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소속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겨레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2026년 4월23일 오후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소속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겨레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반도체 생산의 숨은 주역, 하청업체

 

이런 상황인데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노사가 하청업체와 그 노동자에게 성과급을 어떻게 공유하려 하는지 구체적인 사안은 알려진 것이 없다. 2025년 9월 노사 합의로 성과급 상한제를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으로 활용하기로 한 SK하이닉스는, 2026년 예상 영업이익이 250조원 그대로 나올 경우 25조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전체 정규직 노동자 3만3635명에게 나누면 1명당 7억4천여만원의 성과급이 돌아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전자 역시 만약 노조의 요구대로 성과급 상한제(연봉의 50%)를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면, 2026년 예상 영업이익 300조원 가운데 45조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되고, 이를 반도체 부문 노동자 7만7307명(2026년 3월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자료)에게 나누면 1명당 5억8천여만원의 성과급이 돌아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업계에선 앞으로도 반도체 활황이 이어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2027년과 2028년에는 더욱 증가하리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이번 논의가 앞으로의 논의에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조성훈씨는 최근 언론을 통해 이런 뉴스를 접했지만 자신이 일하는 삼성전자 하청업체에서 성과급 관련 소식은 하나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떠도는 얘기로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100만원씩 준다는 말도 있는데, 확실하게 들은 건 전혀 없어요.”

지난 8년 동안 삼성전자 하청업체에서 일한 조씨는 1년에 최대 250만원의 성과급을 받은 적도 있지만, 하청업체가 원청에서 성과급을 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조씨가 소속된 하청업체에서 한 노동자가 넘어져 다치면서 휴직했다는 이유로 삼성전자는 이 업체를 ‘안전사고 발생 업체’라고 평가한 뒤 이듬해인 2025년 성과급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협력사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장에 상주하는 1·2차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연 2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삼성전자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안전 등의 지표를 기준으로 에이(A)·비(B)·시(C) 등의 등급으로 하청업체를 분류해 차등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조씨는 “노동자가 부상했다고, 하청업체 전 사원에게 인센티브를 주지 않으니 산업재해를 입어도 숨기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기준도 알려지지 않았고, 하청업체들끼리 상대평가여서 어딘가가 받으면 어딘가가 받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인센티브 총액이 계속 줄고 있기도 하다. 2022년 931억원, 2023년 650억원, 2024년 394억원 등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도를 하청업체와 ‘상생’하는 핵심으로 홍보하는데, 인센티브는 1년 영업이익의 0.1%에도 미치지 못한다.

 

본사 정규직 노동자는 6억원 받는데…

 

SK하이닉스의 사정도 비슷하다. 금속노조 피앤에스로지스지회의 김진수 지회장의 말을 들어보면, SK하이닉스에서 그나마 성과급을 받는 하청업체는 10여 개 상주 하청업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마저도 역대 최고 실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는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진수 지회장은 “근태, 징계, 안전사고 여부 등을 근거로 성과급을 깎는 건 쉬운데, 성과가 많이 나왔다고 올려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1년 단위로 원청과 계약을 반복해야 하는 ‘을’의 처지인 하청업체에서 영업이익에 걸맞은 성과급 지급과 도급 비용 인상 등을 요구하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다. 이에 하청업체 노조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피앤에스로지스지회는 2026년 4월30일 청주 SK하이닉스 3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5년과 2026년 1분기 영업이익 최고치를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직원들에게 수억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줬다. 반면 하청노동자들에게는 500만~600만원 수준의 상생장려금을 지급했다”며 “하청노동자들과 함께 찬란한 성과를 만들어냈음에도 여전히 하청노동자들을 소모품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원청인 SK하이닉스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른 교섭 요구서를 제출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활황일 때는 원청과 정규직 노조가 성과급 배분을 얘기할 뿐 하청업체까지 이익이 공유되지 않지만, 불황일 때는 불이익이 고스란히 하청업체에 전가되는 ‘낙수효과’가 발생했다고 입을 모았다. 조씨가 소속된 삼성전자 하청업체의 직원 수는 현재 230명 정도인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불황이었던 2024년에 ‘인원 감축’ 바람을 맞아 20명 정도 직원이 줄어든 결과다. 조씨는 “불황일 때는 하청업체부터 불이익을 감수하는데, 호황일 때는 별다른 인센티브 논의가 없다는 게 안타깝다”며 “우리가 정규직 노동자만큼 성과급을 받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우리도 같이 고생했으니 어느 정도 생각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2026년 5월6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몇억원씩 받는다는 건 남의 얘기”라고 말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삼성전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2026년 5월6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몇억원씩 받는다는 건 남의 얘기”라고 말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원청, 이익 공유는 안 하면서 책임은 전가

 

하청업체 노동자들만이 아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가져온 역대 최고 실적을 비단 기업 내부의 성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산업은 ‘국가기간산업’으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2~3년 동안 법인세의 상당 부분을 감면받았다. 2023년 3월 도입된, ‘케이(K)-칩스법’이라 불리는 개정 조세특례제한법은 반도체산업의 시설투자에 대해 15%의 세액공제를 해줬고, 2025년 그 비율을 20%로 높였다. 국가전략기술인 반도체산업은 연구개발 비용도 최대 40%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46쪽 참조)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2024년 6조5663억원, 2025년 8조3751억원의 세액공제를 받았다.

게다가 ‘K-칩스법’은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면서도 의무는 부여하지 않는다. 미국의 ‘칩스법’(CHIPS Act)이 정부가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해당 기업에 △자사주 매입 제한 △초과이익 정부와 공유 △노동 기준 준수 조항을 의무로 내거는 것과 대조된다. 자본주의의 첨단이라 불리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기업 하기가 훨씬 유리한 조건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반도체 기업은 도로·교통 인프라와 값싼 전력, 풍부한 용수도 정부의 밀어주기 덕분에 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도로·전력·용수)를 구축하고 있고, 연구개발(R&D) 국책 과제, 인력 양성 지원 등을 통해서도 반도체산업에 공공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생산시설 구축에 필수적인 전력과 용수를 지원하는 ‘반도체특별법’까지 2026년 1월 국회를 통과한 상태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기를 지역에서 공급하기 위해 초고압 송전선로를 건설하면 송전탑이 지나가는 여러 지역 주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된다. 앞서 ‘용인 반도체 국가 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에 참여한 호남·충청·경기 지역 114개 주민·시민·환경·종교 단체와 진보정당 소속 2천여 명은 2026년 3월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가 전국 시민들의 동의 없이 추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와 여기에 10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송전선로 건설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중앙정부와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반도체 기업을 지원해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평택 캠퍼스 내 공장 건설 자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로 이뤄지지만, 주변 인프라 구축은 경기도를 포함한 지자체의 협조가 필요하다. 생산시설에 투입될 용수와 전력공급 체계 및 도로 구축에 경기도, 용인시, 평택시 자체 예산이 들어간 까닭이다.

구체적으로 경기도는 2026년 반도체 공장 내 물류 흐름에 필수적인 도로 인프라에만 약 2800억원의 재정을 투입했고,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 반도체 설계 생태계 조성 등 미래성장 분야에 약 13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 밖에 각종 환경 인허가, 주민 민원, 정주 여건 조성 등 현장에서 발생할 여러 민원을 해결하고자 전담조직까지 가동해가며 행정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반도체산업은 엄청난 전력을 쓰고 물도 굉장히 많이 쓴다. 그런데 물값이나 전기료가 공업용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쓰는 것보다 더 싸게 공급될 것”이라며 “정부가 과거 조선·자동차 산업에 준 혜택을 지금은 반도체산업에 주고 있다. 반도체산업에서 예외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건 그런 이유도 있으니 반도체 기업은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이해관계자들, 지역 주민, 청년 일자리, 하청업체에 이익을 공유하는 제스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을 받는 하청업체는 상주하는 10여 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마저도 역대 최고 실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는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 청주4캠퍼스 전경.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을 받는 하청업체는 상주하는 10여 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마저도 역대 최고 실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는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 청주4캠퍼스 전경.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정부·주민·지자체 기여도도 인정해야

 

하지만 이런 지적과 달리 ‘성과급 파티장’에는 사 쪽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다. 2024년 출범한 삼성그룹 4개 계열사의 통합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의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주도하는 공동투쟁본부는 사 쪽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가 기업에 이익 공유를 요구하는 건 당연한 권리다. 다만 기업과 정규직 노조가 앞서 언급한 다양한 주체들의 공헌과 희생, 세제 혜택과 정부·지자체의 지원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할 경우 이 주장이 사회적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다.

이런 불만은 소외된 내부에서 벌써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의 논의 구도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노동자들이 성과급을 독식하겠다는 주장으로 읽힌다는 불만이다. 최근 삼성전자 비반도체(DX·모바일과 가전 등) 부문 노동자를 중심으로 초기업노조 탈퇴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까닭이다. 비반도체 부문 직원이 주축인 삼성전자노조동행은 5월4일 “특정 분야 조합원이 아닌 전체 조합원의 권익을 신경 써달라는 요청에 아무 응답이 없다”며 초기업노조 중심의 공동투쟁본부 참여 종료를 통보했다.

정부도 초기업노조 중심의 파업 계획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4월27일 “삼성전자 이익은 현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삼성전자의 결실에는 수많은 인프라, 수많은 협력기업, 400만 명이 넘는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지분 약 7.8% 보유)이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4월30일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해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조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기업 울타리 밖으로 시선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은 4월30일 성명을 내어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노동자가 땀 흘려 일한 대가의 분배를 요구하는 것이 어째서 부당한 요구인가?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 행사”라고 비판하면서 사 쪽과 노조 쪽에도 “삼성전자의 초과이익 분배를 정확히 이야기하려면 본사와 공장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 정부 정책, 비수도권 지역 등 다양한 주체들이 공동으로 기여한 기업의 초과이익을 일정 부분 국가가 환수해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펀드를 조성해 성과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경영학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민이 만들어낸 기업이니 ‘국민펀드’를 조성해 골고루 초과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한번 설계해볼 수 있다”며 “이 펀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 투자해서, 새로운 양자컴퓨팅 시대를 앞두고 필요한 설비와 연구개발 자금을 투자하고,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투자 수익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로서 반도체 기업의 수익을 국민에게 연금으로 나눠주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초기업노조 “하청노동자 성과급 어렵다”

 

삼성전자 쪽은 하청업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과 공유와 관련한 한겨레21의 질의에 답변해오지 않았다. 다만 전영현·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5월7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엄중한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미래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저를 포함한 경영진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주도하는 공동투쟁본부 쪽은 하청노동자와도 성과를 공유해야 하지 않느냐는 한겨레21의 질의에 “우리는 2025년 11월에 조합원의 총의를 모았다”며 “그걸 바탕으로 집행하고 교섭을 하고 있는데, 그때 정해지지 않은 어젠다(하청노동자 성과급)를 추가로 확정하는 건 어렵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쪽은 “협력사(하청업체)와 성과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시행 중이며, 당사는 재원만 지급할 뿐 이후는 협력사의 경영철학에 따라 각사가 알아서 진행하는 프로세스”라며 “구체적인 내용과 지급 기준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초과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추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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