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구독하기

기사 공유 및 설정

국민은 바가지, 도로공사는 임대료 잔치

음식값 40%가 임대 수수료… ‘도공·운영사·입점업체’ 하청 구조 철폐가 핵심
등록 2026-04-22 07:49 수정 2026-04-22 14:48
2026년 3월24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기흥휴게소의 간식 매점. 용인(경기)=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26년 3월24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기흥휴게소의 간식 매점. 용인(경기)=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언급으로 고속도로휴게소 구조개혁 이슈가 제기된 지 5개월이 지났다. 강 실장은 2025년 11월 고속도로휴게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십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가성비가 떨어지는 휴게소 음식을 개선하고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가 직접 운영하는 휴게소의 구조개혁을 지시했다.

많은 국민이 강 실장이 고질적인 휴게소 문제를 잘 지적했다고 칭찬하면서도, 구조개혁이 ‘정말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표출했다. 특히 휴게소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더 신통치 않았다.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개선하려면 비용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데,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해줄 것인가? 또 도로공사가 휴게소를 직접 운영하는 건 2002년 민영화되기 이전의 고속도로관리공단(도로·휴게소 운영을 담당하던 도로공사의 과거 자회사)으로 회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남겼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 이면에 수탈 메커니즘

 

 

과거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휴게소 구조개혁을 말하지 않은 정부가 없었지만, 이를 해결한 정부는 없었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지적된다. 우선 휴게소 음식 불만은 도로공사·운영사·입점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 비롯됐음에도 이전 정부는 이를 특정 업체(주로 운영사)의 폭리가 원인이라고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운영사만 강하게 압박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는 잘못된 진단이었고 그 결과 개혁은 이벤트성 할인상품 몇 개만 남긴 채 실패했으며, 다음 정부는 또다시 이 실수를 반복했다.

둘째, 휴게소 문제를 해결하려면 휴게소 종사자들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과거 누구도 이들이 일하는 휴게소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휴게소 시스템은 너무 낡고 복잡하며 비능률적이지만, 동시에 휴게소 종사자들에게는 엄연한 삶의 터전이다. 그래서 개혁이 추상적 목표에 치우치고 구체적 내용이 완성돼 있지 않다면, 휴게소 종사자들은 낡은 시스템의 피해자임에도 도리어 개혁에 저항하는 사람이 돼버린다. 이는 기득권 저항과는 다른 의미지만 이전 정부는 이를 구분하지 못했다. 결국 개혁은 실행 과정에서 저절로 무너졌다.

셋째로 도로공사가 수익 우선 추구라는 목표를 가지는 한 휴게소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30년 전 고속도로관리공단이 휴게소를 관리하던 시절, 휴게소 음식은 맛없었지만 가격은 쌌다. 이후 고속도로관리공단이 민영화된 뒤인 2010년대부터 수익성이 핵심 과제가 됐는데, 도로공사는 이를 서비스 혁신으로 얻는 게 아니라 임대료 인상으로 풀었다. 해마다 1800억원의 임대료를 휴게소에서 거두면서 휴게소에 재투자하는 비용은 50억원에 지나지 않는 지금의 비용 구조에서 값싸고 맛있는 음식, 편리한 휴게시설이라는 공공서비스 달성은 불가능하다.

 

중간 수수료 5~8% 낮추는 방법

 

결국 휴게소 음식 불만을 해결하려면 40%대에 달하는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 백화점 푸드코트의 20~25%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수수료가 낮아진 만큼 음식의 가성비는 개선될 것이다. 현재 휴게소 방문자 가운데 40% 정도만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음식 가성비가 높아진다면 이 수치는 60%까지 늘어날 것이다. 소비자가 늘어나면 가격을 낮춰도 전체 매출은 늘어날 수 있다. 이와 함께 다단계 하청 구조를 금지하고 도로공사가 입점 업체 점주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으로 계약 구조를 바꾼다면 중간 수수료가 5~8% 낮아지는 효과가 생길 것이다. 그렇게 해야 유명 맛집이 휴게소에 입점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만 해도 휴게소 음식 불만은 세금 없이 해결할 수 있다.

조직개편도 빠뜨릴 수 없다. 지금처럼 도로공사부터 운영사에 이르기까지 관리 조직만 비대한 채 전시행정을 주요 성과로 내세우는 조직문화를 뜯어고쳐야 한다. 휴게소 평가와 점검은 위생, 안전, 준법, 민원 관리 네 가지만 남기고 모두 없애도 된다. 휴게소의 위생과 안전이 중요하다면 휴게소에 근무할 위생사 한 명, 시설관리자 한 명을 채용하는 것이 열 번의 먼지떨기식 점검보다 낫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의 휴게소 평가 제도는 도로공사 퇴직자 카르텔을 유지하는 핵심 고리로 전락한 상태다. 도로공사 직원을 거치지 않는 국민 직접 평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미 국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포털 등을 통해 해당 시설이 우수한지 불량한지 다 알고 있다.

제기된 도로공사 카르텔 문제의 해결도 어려운 게 아니다. 도로공사 퇴직자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국토교통부 또는 독립적인 정부기관에 신고센터를 설치해 언제든지 민원을 받고 접수된 민원은 철저히 조사한 후 그 결과를 공개하면 된다. 또한 공적 권한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경우에 대해 본보기로라도 엄하게 처벌하면 된다. 지금까지 공기업 카르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것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 직접 평가 제도 도입을

 

국민이 고속도로휴게소에 대해 유독 불만이 높은 이유는, 휴게소가 대표적인 공공서비스 시설이자 독점 시장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휴게소의 편의시설, 안전, 주차장, 쓰레기 처리 같은 공공서비스는 도로공사가 맡고, 입점 업체는 오로지 판매와 서비스에 집중하는 일본의 휴게소 관리공단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휴게소의 쓰레기 처리 비용이 ㎏당 250원 미만인데, 휴게소 쓰레기통마다 ‘외부 쓰레기 반입 금지’를 붙이고 단속하는 게 정말 옳은 일일까? 고속도로변, 졸음쉼터에 버려진 불법 쓰레기를 처리하려면 아마도 휴게소에서 수거한 쓰레기 처리 비용의 10배는 넘을 것이다. 권한만 가진 채 비용과 책임은 떠넘기는 하도급 시스템, 휴게소도 모르고 판매서비스업에 대한 이해도 없으면서 오로지 임대료만 추구하는 도로공사 조직, 그 톱니바퀴에 끼여 절망으로 내몰리는 종사자들, 그리고 그 모든 불편을 느끼며 휴게소는 안 들르는 게 가성비라며 자조하는 국민들…. 이번에는 정말 달라질 수 있을까?

 

네이버 카페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자 K휴게소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