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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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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 정책 외면…서울·경기 후보 ‘유감’

기후정치바람, ‘8개 공약·96개 체크리스트’ 질의 결과 공개
53명 시·도지사 후보 중 절반 이상 무응답
등록 2026-05-22 10:43 수정 2026-05-27 14:49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해야 할 수도권 주요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이 기후·에너지 정책을 두고 경쟁하지 않고, 전국의 상당수 광역자치단체장 후보가 기후·에너지 정책 질의에 답하지 않는 현실은 이번 선거의 아이러니다. 2026년 5월18일 전남 해남·영암 솔라시도 지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김규남 기자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해야 할 수도권 주요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이 기후·에너지 정책을 두고 경쟁하지 않고, 전국의 상당수 광역자치단체장 후보가 기후·에너지 정책 질의에 답하지 않는 현실은 이번 선거의 아이러니다. 2026년 5월18일 전남 해남·영암 솔라시도 지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김규남 기자


2026년 2월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는 국내에서 민생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위기에 또 다른 위기가 덮친 것이다. 이 위기와 관련해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광역지방단체장 후보들은 어떤 공약을 제시하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기후정치바람(녹색전환연구소·로컬에너지랩·더가능연구소)은 2026년 5월7일 시·도지사 후보 기후 공약 평가를 위한 ‘8개 공약·96개 체크리스트’를 발표했다. △공영주차장 태양광 설비 의무화 △주택용 태양광 확대 △학교 에너지 자립 지원 △공공교통 탄소감축 △건물 에너지원단위제도 시행 준비(에너지소비효율 등급 상향 유도) △기후재난 대비와 취약계층 보호 △햇빛소득마을(마을 주민들이 협동조합 등을 만들어 직접 태양광발전소를 설치·운영하고 그 수익을 주민 소득, 마을 복지 공동기금 등으로 나누는 사업) 추진 △해상풍력 주민 참여, 이익 공유 방안이 핵심 내용이다. 이 공약들은 광역자치단체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즉각 실행할 수 있다. 또한 중앙정부의 에너지 전환 계획을 바탕으로 광역·기초 단위의 실행체계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정책의 효능감이 시민 삶에서 확인되기 어렵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위기 시대, 엇갈린 환경 공약

 

기후정치바람은 16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에게 공약 질의서를 발송했으나, 총 53명의 후보 중 답변을 보낸 이는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지방정부인 서울을 비롯해 대전, 세종, 경기, 충북, 강원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중 답변에 응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국민의힘은 정당 10대 공약에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제시하고, 햇빛소득마을 같은 정부 추진 정책은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 후보들은 달랐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많아 이재명 정부의 ‘2040 탈석탄 정책’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충남의 김태흠 후보는, 햇빛소득마을과 해상풍력 등을 통한 ‘에너지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상당히 긍정하고 있다. ‘보수의 심장’이라 꼽히는 경북의 이철우 후보도 ‘햇빛소득마을이 경북에 가장 잘 맞는 에너지 전환 모델’이라며 이미 22개 시군을 대상으로 사전 수요조사를 추진한 내용을 보내왔다. 부산 박형준 후보도 마찬가지다. 공영주차장 태양광과 해상풍력의 주민참여형 모델 검토와 수익 환원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제주의 문성유 후보 역시 햇빛소득마을과 해상풍력 확대를 약속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협동조합의 참여 필요성은 개혁신당 소속 출마자 중 답변서를 제출한 인천의 이기붕 후보, 대전의 강희린 후보에게서도 확인된다.

이는 지역의 최전선에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이념적 프레임이 더는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진보정당과 민주당뿐 아니라 조국혁신당, 국민의힘과 개혁신당도 관련 정책을 제시한 상황에서, 민선 9기에서는 모범적인 햇빛소득마을, 재생에너지 이익 공유 사례를 얼마나 많은 지역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지자체장의 주요 성과로 다뤄지게 될 것이다.

 

김태흠·이철우·문성유 후보, 필요성 공감
기후정치바람이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후보들의 기후·에너지 공약 평가를 위해 만든 ‘8개 공약·96개 체크리스트’. 기후정치바람 제공

기후정치바람이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후보들의 기후·에너지 공약 평가를 위해 만든 ‘8개 공약·96개 체크리스트’. 기후정치바람 제공


제주도지사에 출마한 위성곤 민주당 후보는 기후정치바람이 제시한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간 기후 공약을 제시했다. 주택용 태양광 확대에 따른 계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히트펌프,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를 제시했다. 특히 위 후보는 지역의 난방 전환을 위한 재생열에너지 관련 계획 추진을 밝혀 당선될 경우 난방 전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같은 지역에 출마한 문성유 후보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원스톱 태양광 지원 시스템’ 구축을 통해 행정 절차 간소화, 관광과 숙박시설의 친환경 건축 가이드라인, 청정열 확대 등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후보가 선언적 수준에서 친환경버스 전환, 수요응답형 교통(DRT) 확대를 제시한 것과 달리, 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는 대중교통 확대, 환승체계 개편 등 서비스의 전면적 개선을 약속한 점이 눈에 띈다. 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부산시의 자동차 중심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주차요금 현실화, 혼잡통행료 등을 통해 자동차 수요관리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교통 부문의 탄소감축은 자동차 수요관리와 함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높이기 위한 편의성 제고가 맞물려야 정책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정의당 권영국 서울시장 후보는 대중교통 전면 무상화와 버스공영제를 제시해 다른 후보들과 차별성을 보였다. 대전시장에 출마한 개혁신당 강희린 후보의 경우, 전기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PM) 활성화를 제시했으나 선언적 수준에 그쳤다. 또한 자전거의 수송분담률을 확대하기 위한 인프라 개선, 교통 정책의 구체적 언급이 있는 후보가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건물 부문의 답변서를 제출한 후보 중 상당수는 공공건물의 에너지원단위(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자동차의 연비와 비슷한 개념) 전수조사와 함께 건물 등급을 분류해 우선 개선 대상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조례를 통해 민간 건물의 에너지 사용 정보를 공개하거나, 인센티브 등으로 효율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권영국 후보, 전재수 후보, 이기붕 후보의 경우 건물 에너지 등급 정보를 부동산 거래에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해, 향후 건물의 에너지 성능 정보 공개와 정보 체계화 가능성을 열어 보였다.

 

위성곤·김경수·권영국 후보, 공약 ‘촘촘’

 

기후정치바람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은 후보는 답변한 후보보다 훨씬 많다. 답변하지 않은 민주당 추미애 후보는 5년 전 대선 경선 당시 “기후위기는 명백한 현실”이라며 대전환의 결단을 호소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방선거 누리집과 후보의 공식 에스엔에스(SNS)에서 특별한 기후·에너지 화두는 찾아볼 수 없다. 명백한 정책적 퇴행이다. 국민의힘 양향자 후보는 최근 삼성전자 노조 파업과 관련해 단식까지 하며, 첨단산업에 관한 메시지만 주로 내고 있다.

기후정치바람의 질의서에 답변 하지는 않았지만, 서울시 정원오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건물 그린리모델링과 냉난방의 재생열 전환과 같은 정책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 중심 교통환경 조성을 약속했다. 다만 이러한 정책은 재개발, 재건축 중심 주택공급 혹은 자동차를 핵심으로 하는 교통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자원은 한정 돼 있고, 탄소예산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2030년 민선 9기의 임기가 얼추 종료될 시점에 우리는 정부와 기초자치단체의 탄소중립 중간목표인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 1.5도를 막아낼 수 있을지 확인하게 될 것이다. 민선 9기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한편으로는 기후위기 시대에 지역의 생존 전략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 전환을 선도해야 할 수도권 몇몇 후보들이 기후·에너지 정책의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전국의 상당수 후보가 기후 정책에 답하지 않는 이 현실이야말로 이번 선거가 마주한 가장 거대한 아이러니다.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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