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5월6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 삼성반도체사거리에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는데, 인심은커녕 수백조원대의 영업이익 앞에 자기 몫을 주장하는 목소리만 들린다. 예상 못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간 지속되는 초호황기)이 찾아오면서 한국의 대표적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거둔 천문학적 과실을 두고 나온 성과급 논쟁 말이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고, 일부 삼성전자 주주는 노동자 탓에 배당 축소가 우려된다며 반발한다. 일부 전문가는 기업 입장에 서서 영업이익을 성과급으로 배분할 게 아니라 연구개발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시끄러운 논변들 뒤에 가려 정작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한겨레21은 원청 직원과 같은 반도체 공장 안에서 같은 목표 아래 일하면서도 성과 배분에서 철저히 소외된 하청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웨이퍼 세정을 맡는 하청노동자는 하루 12시간, 3조 2교대로 일한다. 이들은 반도체 8대 공정의 처음과 끝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한다고 했다. SK하이닉스 하청노동자들 역시 웨이퍼와 각종 자재를 운반하는 공정의 ‘혈액’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자신의 노동에 대한 자부심을 얘기했다.
하청노동자들의 헌신은 숫자로도 나타난다. 삼성전자 한국 사업장 인력의 25.4%가 하청노동자다. SK하이닉스도 전체 노동자의 29.4%가 하청업체 소속이다. 반도체 생산은 전 공정이 맞물려 유기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20~30%에 달하는 하청노동자의 노동이 없으면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에게 성과급은 먼 나라 얘기다.
공장 담벼락을 넘어 보면, 반도체산업은 정부와 국민에게도 빚지고 있다. 정부의 수조원대 세액공제, 도로·전력·용수 인프라 구축, 지방자치단체의 수천억원 예산 투입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반도체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자사주 매입 제한, 초과이익 정부 공유, 노동 기준 준수를 의무화한 것과 달리, 한국은 혜택만 주고 의무는 묻지 않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국 사회는 반도체 기업의 역대 최고 과실을 어떻게 슬기롭게 나눌지 갈림길에 서 있다. 한겨레21이 이를 계기로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길어 올렸다. 또한 한국과 함께 최고 실적을 기록한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가 성과급을 지급했다가 어떤 부작용을 겪고 있는지 짚어봤고,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의 기고도 싣는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1613호 표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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