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3월24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위치한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한 시민이 간식을 먹고 있다. 용인(경기)=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애꿎은 사람들에게 핀잔을 주고 있었다. 그동안 고속도로휴게소에서 음식을 사 먹거나 주유를 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놀라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럴 때면 눈앞에 보이는 게 입점 업체 상인들이니 그들에게 눈을 흘기며 푸념하곤 했다.
그런데 잘못은 입점 업체 상인들에게 있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한겨레21이 2026년 초부터 전국 고속도로휴게소 운영 실태를 탐사 취재한 결과, 입점 업체들이 비싼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는 휴게소를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운영사의 약탈, 휴게소 소유자인 도로공사의 감시·감독 부재가 맞물려 있었다. 운영사는 이런 구조에서 입점 업체가 소비자에게 애써 판 물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노동자를 착취하거나 혹은 산업재해를 은폐하는 등의 횡포를 저질렀다. 한국 사회의 공공 영역 곳곳에 침투해 오로지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하는 사모펀드 맥쿼리자산운용이 전국 매출 1·2위인 ‘알짜’ 휴게소 운영을 맡아 매출과 상관없이 최소한의 임대료를 보장받는 방식으로 10년 동안 2천억원을 회수해가기도 했다.
그렇다면 도로공사는 왜 이들의 횡포를 방치하는 걸까. 여기에도 이유가 있었다. 도로공사 직원들의 ‘전관 이익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겨레21 취재 결과, 최근 10년 동안 도로공사 퇴직자 최소 60명이 휴게소 운영사에 재취업하거나 관련 창업에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전국 고속도로휴게소 10곳 중 4곳에 이르는 운영사에 이사나 감사, 고문 등으로 취업해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도로공사가 매년 하는 운영서비스평가에서 휴게소나 휴게소 주유소가 최하 등급을 피할 수 있도록 로비했다. 휴게소 유지보수와 관련한 도로공사 예산을 따오는 역할도 맡았다. 또 다른 퇴직자들은 카드 결제 중계와 오수처리 등 휴게소와 관련한 사업체를 창업해 이익을 독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로공사 퇴직자 단체인 ‘도성회’가 직접 휴게소 운영에 뛰어들어 한 해 2700억원의 매출을 거뒀고, 적자 상황에서도 꼬박 수억원대 배당금을 받아간 사실이 확인됐다. 도성회는 휴게소 안에 있는 식당과 매점 사업에도 진출했다. 도로공사와 휴게소 운영사, 전관 네트워크가 이런 짬짜미를 구축해놓고 각자 자기만의 수탈에 충실했던 것이다.
이런 카르텔(담합)의 피해는 고스란히 영세한 입점 업체 상인들과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 그리고 휴게소를 찾는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입점 업체 상인들은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하면서도 운영사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인해 가게에 투입한 인테리어 비용 등을 되찾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고, 휴게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착취나 산업재해 은폐 피해를 당하면서도 섣불리 임금 인상 등을 말하지 못해 속앓이하며, 휴게소를 찾는 시민들은 비싼 가격에도 어쩔 수 없이 물품을 사거나 주유를 하고 찝찝한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전국 대부분의 고속도로휴게소가 공공 재원으로 만든 공적 공간이라는 점이다. 국가가 이 공적 공간을 사유화하는 도로공사와 휴게소 운영사, 전관 네트워크의 짬짜미를 더는 방치하면 안 되는 까닭이다. 한겨레21도 한 차례 더 이 문제를 고발할 계획이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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