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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엔 해당사항 없다”…답변서가 드러낸 지방정치 민낯

녹색연합·한겨레21 공동 기획, 6·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기후·생태 인식 조사
등록 2026-05-22 05:34 수정 2026-05-25 11:57


한국의 지역은 오랫동안 ‘짓는 정치’의 무대였다. 도로를 놓고, 공항을 유치하고, 산을 밀어버리고 골프장·케이블카를 짓는 것이 ‘능력’으로 평가됐다. 1970~1980년대 불도저식 개발만능주의는 민주화와 지방자치 이후에도 이름을 바꿔 오래 살아남았다. 개발은 성장·활력·균형발전·관광·일자리 그리고 지역소멸 대응이라는 말로 불렸다.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2026년 3월 기후·에너지 민간 연대체 ‘기후정치바람’ 조사에서 2026년 6월3일 열리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기후 공약이 좋으면 평소 정치 견해와 달라도 투표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는 ‘기후 유권자’가 53.5%로 나타났다. 2024년 제22대 총선 전 33.5%, 2025년 제21대 대선 전 50.9%보다 높아진 수치다. 지방권력은 이 기대에 부응하고 있을까.

녹색연합과 한겨레21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개혁신당·진보당·정의당 등 5개 정당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 48명에게 9가지 공통 질문을 던졌다.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생물다양성을 어떻게 지킬지, 대규모 개발사업이 실제로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인구 유입, 지방재정 개선을 가져왔다고 보는지 물었다. 개발사업이 멸종위기종 서식지나 습지·갯벌·산림을 훼손할 때는 무엇을 기준으로 중단할 것인지도 물었다. 환경영향평가 조건을 지키지 않은 사업을 멈출 의지가 있는지, 기후·생태 예산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도 질문했다. 5월4일부터 2주 동안 22명의 후보가 답변을 보내왔다.

 

“대규모 개발, 곧 지역발전 아냐”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정당과 진영을 막론하고 생태 보전가치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는 점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 등 보수 성향 후보들도 개발사업에서 회피·축소·복원 원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경제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회복 불가능한 생태 훼손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낙동강 하구 같은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는 “개발 수요와 보전 가치가 충돌하지 않도록 제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이한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도 “환경 훼손은 사후 보상보다 사전 회피가 우선”이라고 답했고, 개발과 생태보전이 충돌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회복 불가능성”이라고 했다.

공항·케이블카·관광단지·산업단지를 곧장 지역발전의 보증수표처럼 내세우는 답변은 없었다. 민형배 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는 “많은 공항·케이블카·관광단지·산업단지가 운영비 부담, 자연 훼손, 지역갈등, 낮은 이용률 문제를 남겼다”고 답했다. 강은미 정의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새는 바가지 경제”에 빗댔다. 지역의 땅과 전기, 물, 재정은 투입되지만 수익은 수도권 본사와 외부 자본으로 빠져나가고, 지역에는 적자와 생태 훼손, 낮은 자산 수준만 남는 구조라는 비판이다. 그는 전남의 1명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4위(2023년)인데도 도민 가구당 평균 자산은 최하위에 머무는 현실을 들어, 개발 중심 성장전략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성규 진보당 경기지사 후보는 경기국제공항 백지화와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원점 재검토를 언급하며 “개발사업이 기후환경과 주민에게 떠넘기는 부담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했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문제의식도 넓어졌다.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시 환경영향평가를 두고 사업자가 아니라 시가 선정한 독립기관이 수행하는 ‘공공책임 환경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자가 평가업체를 선정하고 비용도 부담하는 구조다.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도 환경영향평가 협의 조건 미이행 사업에 대해 공사 중지와 시정명령, 재검토 절차를 명확히 하겠다고 했다. 환경영향평가를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서류’가 아니라 ‘사업을 멈출 수도 있는 공적 판단’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일부 후보 사이에서 확인된 셈이다.

 

자연의 권리부터 환경 레드카드까지

 

한발 더 나아간 공약도 적지 않았다. 강은미 후보는 2045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기후경제부시장’을 임명하고, 전남 보성·순천·고흥·여수를 아우르는 여자만 연안을 최우선 보전지역으로 설정하겠다고 했다. 그는 “여자만은 단순한 개발 가능지가 아니라 남해안 생태계의 핵심 완충지이자 미래세대의 공공자산”이라고 밝혔다. 권영국 후보는 ‘자연의 권리 조례’를 제정해 시민이 도시 공원과 하천 등에 대해 보전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전재수 후보는 이기대-황령산-삼락-맥도를 ‘부산 1호 도시생태축’으로 지정하고, 보호구역 30% 확대 로드맵과 기후·생태 예산 5% 이상 목표를 제시했다.

많은 후보가 기후·생태 문제를 시민의 권리와 공공성, 경제적 분배의 문제로 연결하려 했다. 양향자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는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 일부를 주민에게 돌려주는 ‘수익공유형 기후소득’을 제시했다. 김정철 개혁신당 서울시장 후보는 시민 90%가 걸어서 10분 안에 생태공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기붕 개혁신당 인천시장 후보는 환경기준을 반복적으로 위반한 사업에 대해 인허가 제한, 보조금 제한, 공공입찰 감점 등을 적용하는 ‘환경 레드카드제’를 제안했다.

지역의 고유한 생태 현안을 부각하려는 답변도 나왔다.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성서산업단지 폐수 수질 개선, 구미산단 확대에 따른 고도처리 기술 도입, 폐수 배출사고 24시간 감시체계,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 등을 연계한 국가정원 구상을 제시했다.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낙동강 본류와 하구, 우포늪, 주남저수지, 남해안 연안습지와 갯벌을 경남 생태계의 핵심축으로 봤다. 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를 통해 하천 직강화 구간을 자연형으로 복원하겠다는 답변도 했다. 그동안 환경단체들은 하천 자연형 복원이 강을 단순한 배수로가 아니라 홍수 완충지이자 생물서식처, 습지와 갯벌을 연결하는 생태축으로 되돌리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해왔다. 민형배 후보도 영산강 본류·지류, 광주천·황룡강, 장록습지를 하나의 생태축으로 묶는 ‘영산강 300리 생태전환’을 제시했다.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지사 후보는 ‘장항국가습지-서천갯벌’의 국립공원화를 제시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생물다양성 회복의 상징 지표로 ‘한강 수달’ 서식지 보호를 들었다. 또 남산, 창덕궁 일대 등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중심으로 총 49만㎡ 규모의 보전지역을 추가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는 영흥화력 조기 폐쇄 시점을 2034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기겠다고 했고, 강화·영종·송도 갯벌 보존을 언급했다.

 

‘현명한 이용’ 개발을 멈출 기준 못돼

 

기후대응과 생태보존 문제를 개발을 보완하는 장치 정도로 보는 답변도 여전히 많았다. 김태흠 후보는 지천 기후대응댐에 둘레길과 생태관광을 결합하는 방식을 예로 들었고, 보호지역 확대에 대해서도 신규 지정보다 기존 보호지역 관리와 생태길 조성을 통한 “현명한 이용”에 무게를 뒀다. 오세훈 후보는 “개발과 생태보전의 가치가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할지 규정하기 어렵다”며, 도시행정은 “조화의 예술”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현명한 이용’과 ‘조화’ 같은 말은 개발을 위해 생태 훼손을 우려하는 여론을 무마할 때 자주 사용돼왔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 대표적이다. 녹색이라는 말을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4대강 사업 같은 대규모 토목공사를 밀어붙이는 논리로 쓰였다. 녹색연합은 “환경 보전이 ‘개발을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수준에 머문 답변으로 개발을 보완하는 역할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철우 국민의힘 경북지사 후보는 답변에서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과제’와 ‘지방소멸이라는 지역의 생존 요구’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개발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방식을 제도화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경북이 “산림면적이 높은 지역”이라며 “산을 그대로 두는 것이 언제나 미래세대를 위한 길은 아니”라고도 했다. 실제로 경북의 산림면적은 약 130만㏊로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큰 편에 속한다. 또 전체 면적의 70% 안팎이 산림이다. 경북의 숲은 국토 전체의 탄소흡수원이자 낙동강 유역의 물그릇이며,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으로 이어지는 생태안전망이다.

이 후보는 “장기 생태안전성을 이유로 지방의 생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한 “이 지역에 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판단한다”며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 생태안전성은 지역 생존의 반대말이 아니라 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환경영향평가는 지역 여론이나 개발 필요성만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 탄소흡수원 훼손, 멸종위기종 서식, 수질·수문 변화, 누적 영향 등을 과학적·객관적·전문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라는 점에서 행정권력으로부터 평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어떻게 지킬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답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은 정말 갈등을 풀어낼까

 

기술 발전이 환경·생태 관련 갈등을 해결할 것이라는 기술낙관형 답변도 많았다. 김정철 후보는 재생에너지 입지 갈등 해법으로 신규 재생에너지 확대보다 기존 액화천연가스(LNG)·석탄발전소의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저탄소 전원 전환을 우선하겠다고 했다. 오중기 민주당 경북지사 후보는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에 2030년까지 7천억원 규모의 ‘청정수소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김경수 후보도 기존 산업단지를 SMR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활용하는 ‘시에프(CF)100’ 체계로 우선 전환하겠다고 답했다. 이기붕 후보는 개발과 생태보전의 충돌을 ‘데이터 기반 지속가능성 지수’와 인공지능(AI) 기반 최적입지 분석으로 풀겠다고 했다.

핵발전 확대에 따른 안전성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그 비용이 미래세대에 전가되는 문제, 신규 입지 선정을 둘러싼 지역갈등,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SMR의 실현 가능성과 경제성 등은 여전히 논쟁적 과제로 남아 있다. 녹색연합은 “기술이 해결책처럼 제시되지만, 기술 효과뿐 아니라 실제 비용 부담, 장기적인 환경 영향, 한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자연 훼손 문제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현안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듯한 답변도 있었다.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효과 검증을 묻는 말에는 “서울시 지역에는 질의 내용과 관련한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서울에도 용산국제업무지구, 한강변 개발, 철도 지하화와 상부 개발, 그린벨트 해제 논쟁, 재건축·재개발 같은 대규모 개발에 따른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외면한 답변이다.

 

유권자를 위한 생태 공약 읽기표

 

녹색연합은 이번 조사에서 후보들의 답변을 ‘생태를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다섯 유형으로 나눴다. 생태가 개발을 멈출 기준으로 쓰이는지, 전환 정책을 관리하는 행정 목표로 놓이는지, 개발 뒤에 붙는 보완책으로 밀리는지, 기술과 시장에 맡겨진 문제로 처리되는지, 아니면 지역 현안 바깥의 일반론으로 남는지에 따라 답변 성격은 달라졌다.

첫째는 보전원칙·제도화형이다. 강은미·권영국·홍성규 후보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생태를 개발과 별개의 독립 기준으로 놓고, 보전 원칙을 제도와 금지 기준으로 구체화하려 했다. 다만 “예산·권한·집행 구조가 부족하면 선언적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녹색연합은 지적했다.

둘째는 전환관리형이다. 민형배·김경수·전재수·김종훈(진보당 울산시장) 후보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기후·생태 목표를 예산, 조례, 보호지역, 생태축, 공공기관으로 관리하려 했지만, 산업전환과 성장전략 사이의 긴장도 남겼다. “실제 지역 현안에서 어느 시점에 개발을 제한하거나 중단할지 판단 기준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평가됐다.

셋째는 개발보완형이다. 김태흠·문성유(국민의힘 제주지사)·박형준·신용한(민주당 충북지사)·양향자·유정복·이철우·정이한 후보가 이 범주에 들어갔다. 개발 필요성을 기본 전제로 인정하고, 생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관리·보완 요소로 다루는 유형이다.

넷째는 기술·시장낙관형이다. 김부겸·김정철·박찬대(민주당 인천시장)·오세훈·오중기·이기붕 후보가 여기에 분류됐다. AI, 탄소시장, 수소, SMR, 효율화 기술, 민간 주도, 시장친화적 제도가 생태 갈등을 해결할 수단이라는 관점이 두드러졌다. 기술 효과뿐 아니라 실제 비용 부담, 장기적인 환경 영향, 한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자연 훼손 문제에 대한 검토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섯째는 현안회피형이다. 정원오 후보가 여기에 해당한다.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실제 무엇을 중단하고 무엇을 제한할지 구체적 입장이 드러나지 않는 유형이다. 실제 벌어지고 있는 지역 핵심 갈등 사업이나 쟁점에 대해서도 입장 표명을 피해갔다.

 

기후·생태 감수성 부족한 후보들

 

추미애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우상호 민주당 강원지사 후보,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 박수현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 조상호 민주당 세종시장 후보, 최민호 국민의힘 세종시장 후보, 허태정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 이정현 국민의힘 광주전남 통합시장 후보, 이원택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박완수 국민의힘 경남지사 후보, 김상욱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김두겸 국민의힘 울산시장 후보, 위성곤 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 등 26명은 마감 기한을 연장하고 각 캠프에 재차 요청했지만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무응답만으로 후보의 기후·생태 정책 수준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광역단체장의 권한과 직결되는 의제인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대규모 개발사업 검증, 환경영향평가 조건 이행에 대해 유권자가 비교할 수 있는 공개 답변이 남지 않았다는 점은 기록으로 남긴다.

녹색연합은 “많은 후보가 기후·생태를 말했지만, 개발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언제 중단할지 기준은 부족했다”며 “중요한 것은 ‘환경을 말하는가’가 아니라 개발과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하는가’다. 지방정치는 반복된 개발 방식이 지역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고 총평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후보별 답변 원문과 평가 전문은 다음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MhK9XIVfyF9c_2zAF-ASLiYeeLx4DZzM4s3J4hK6fgk/edit?usp=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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