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서 격돌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국민의힘 박민식, 무소속 한동훈 후보(왼쪽부터). 연합뉴스
“마, 친구들끼리 정치 얘기 하지 말자 카더만, 국힘 미는 놈이랑 한동훈 미는 놈이 맨날 붙어 싸워가….”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국면에서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부산 북구갑 지역구에서 2026년 5월10일 만난 30대 최형진(가명)씨는 “이런 선거는 처음 본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3자 대결을 벌이는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서 보수가 박 후보와 한 후보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는 말이다. 부산 북구갑은 총유권자 12만 명 남짓의 작은 지역구지만, 이번 선거에서 영남 민심의 향배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꼽히고 있다. 보수 진영 입장에선 ‘보수 결집’의 동남풍이 시작될 진원지로 여기며 군불을 때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부산 북구갑 골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구포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그래도 전재수 (부산시장 민주당 후보) 보고 찍어야 안 되겠나” “우리는 원래 빨간당 아이가” “와 이라노 캐도 민주당은 막아야 안 되겠나” 하며 제각기 다른 언어로 선거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다만 박민식 후보와 한동훈 후보 가운데 ‘누구로 민주당을 막을 것인가’의 문제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달라졌다. 가족끼리도 서로 얼굴을 붉힐 정도로 양보가 없었다. 구포시장 채소가게에서 쪽파를 까고 있던 60대 여성은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여하고 상관도 없는 한동훈은 와 여 와가 이리 시끄럽게 구노?”라고 되물었다. 그 말을 옆에서 들은 30대 아들은 “그래도 보수 아이가. 갈 데도 없다 카는데 받아줘야지”라며 어머니 말을 끊었다. 부산 북구갑의 풍경은 ‘보수 결집으로 어떻게 민주당을 이길 것이냐’보다는 ‘어떤 보수가 살아남을 것이냐’를 쟁점으로 첨예했다.
최근 발표된 4건의 부산 북구갑 여론조사(표 참조)에서 하정우 후보는 모두 1위를 유지했다. 반면 박민식 후보와 한동훈 후보는 조사마다 2·3위 순서만 바뀔 뿐 서로의 지지층을 잠식하는 흐름을 반복했다. 보수 후보 둘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하 후보를 넘어서는 조사가 많다. 이 때문에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5월10일 “지금 당장 북갑에서부터 분열을 끝내고 통합의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고 두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대식(부산 사상구)·곽규택(부산 서구·동구) 등 부산 지역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작 박민식 후보와 한동훈 후보는 단일화 논의에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게다가 두 후보가 단일화한다고 해도 화학적 결합이 가능한지는 다른 문제다. 세부 지표를 보면, 보수층 내부 균열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제이티비시(JTBC) 조사(5월4~5일)에서 보수층은 박민식 44%, 한동훈 36%로 갈렸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박민식 53%, 한동훈 41%였다. 에스비에스(SBS) 조사(5월1~3일) 역시 보수층은 박민식 54%, 한동훈 27%로 나뉘었다. 부산 한국방송(KBS) 조사와 국제신문 조사에서도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후보는 전통 보수·당조직·고령층 중심의 지지를, 한 후보는 반주류 보수·팬덤 성향·당 외곽 지지층을 중심으로 별도 세력을 형성하는 양상이다.
보수 단일화를 가정하고 묻는 양자 대결 수치는 이 분화를 더 극적으로 보여준다. JTBC 조사에서 한동훈-하정우 양자 대결시 보수층의 22%, 국민의힘 지지층의 25%가 ‘부동층’으로 빠졌다. SBS 조사에서는 각각 40%, 37%까지 올라갔다. ‘민주당은 싫지만 한동훈은 찍지 않겠다’ 혹은 ‘어떤 상황에서도 한동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거부감이 보수에 존재한다는 의미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 흐름은 두 후보의 개소식에서 상황극처럼 재현됐다. 5월10일 오후 2시, 박민식 후보와 한동훈 후보는 불과 600m 떨어진 거리에서 동시에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그런데 두 곳의 공기는 사뭇 달랐다. 덕천동 부민병원 네거리 인근 박민식 후보 개소식장 앞에는 빨간 옷을 입은 고령층 지지자들이 몰렸다. 태극기·성조기 문양 우산과 ‘윤 어게인’ 키링이 눈에 띄었다. “윤석열” “진짜 북구 사람” “북구가 우습나” 같은 구호가 반복됐다. 일부 지지자는 “한동훈 배신자” “떴다방 정치 안 된다”고 외쳤다.
박 후보의 개소식에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현역 의원 30여 명으로 가득 찼다. 나경원·권영세·안철수 의원 등 중진과 박형준 부산시장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박 후보는 “북구가 키운 사람”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지역 연고’를 강조했다. 현장 지원 유세에선 “자리 하나 비었다고 떴다방처럼 온다” “북구는 누구 출세 정거장이 아니다” “강남 타워팰리스에서 굴러온 사람” 등 한동훈 후보를 겨냥한 표현도 쏟아졌다.
반면 덕천역 앞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 후보 개소식에는 ‘위드후니’ 등 팬덤 성향 지지자들이 몰렸다. 검은색·흰색 계열의 이른바 ‘모나미 패션’ 차림 지지자들이 휴대전화 생중계를 이어갔다. “한동훈 대통령” “보수 재건” “한동훈 필승” 구호가 행사장 안팎을 메웠다. 박 후보 개소식이 조직 정치의 풍경이었다면, 한 후보 개소식은 유튜브 라이브와 팬덤 정치에 가까웠다.
한 후보는 지역 주민들을 무대에 세웠다. 찰밥 도시락을 싸줬다는 시장 상인을 소개했고, 장애 아동 희수 가족을 무대 앞으로 불러냈다. 보수 논객 조갑제씨는 “12·3 비상계엄 당시 가장 먼저 국회로 달려간 사람이 한동훈이었다”며 “그날 낡은 보수는 죽고 새로운 보수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한 후보 역시 “우리는 계엄을 막아낸 자격으로 이재명 정부 폭주를 막겠다”며 자신과 지지자들을 ‘새로운 보수’로 규정했다.
흥미로운 건 두 후보 모두 상대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후보는 한 후보의 “유아독존식 보수” “내부 총질 정치”를 비판했고, 한 후보는 박 후보의 “줄 세우기 정치” “윤 어게인, 낡은 보수”를 비판했다.
이 때문에 부산 북구갑은 ‘보수 결집’보다 되레 ‘윤석열 이후 보수’를 둘러싼 첫 공개 전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한동훈은 보수 결집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분산도 시킨다. 양날의 검”이라며 “오히려 보수가 결집하려면 한동훈은 빠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희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도 “지금 부산 북구갑 선거는 전통적인 정부 심판 선거라기보다 ‘윤석열 이후 보수를 누가 재편할 것인가’를 둘러싼 보수 내부의 경쟁 성격이 더 강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영남권을 중심으로 보수 지지율이 되살아나는 흐름은 분명하다. 정치권과 언론이 ‘보수 결집’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선거가 다가오고 국민의힘 후보가 한 명씩 확정되면서 해당 후보와 정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효과’에 더해, 더불어민주당의 공소취소 특검 추진 등 강공 드라이브가 보수층의 위기의식을 자극하면서 관망하던 보수 유권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영남의 보수 본색이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영남 지역(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은 다 이길 것”이란 낙관론까지 나온다.
이들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영남권 보수 정서가 ‘민주당을 지지할 이유’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을 이유’를 강렬한 선택 근거로 삼는다는 경험칙이다. 공소취소 특검 논란, 그동안 해온 주류 행보를 무색게 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개혁 관련 강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언의 후과, 반도체 기업 초과세수 국민배당 검토론이 불러온 재분배 논쟁,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 이후 나온 안보위기론 같은 최근 이슈가 영남 보수층의 불안감과 거부감을 자극한다는 얘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동혁 대표가 문경새재 위쪽에서는 인기가 없어도, 그 아래쪽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영남 중도층은 평소 주변 인간관계나 생활 환경 자체가 국민의힘 지지층과 더 가까운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자기) 재판 없애려는 것 아니냐’ ‘기업 때리는 것 아니냐’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면 민주당 견제 심리가 더 빠르게 작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곧바로 ‘대세 역전’으로 해석하는 데는 선을 그었다. 최근 영남권에서 보수 지지율이 되살아나는 흐름은 민주당을 지지하던 층이 이동한다기보다 원래 존재하던 보수 지지층이 선거를 앞두고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어 발생한 ‘재배열’ 과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장덕현 한국갤럽 연구위원은 “후보가 결정되고 선거운동에 들어가면 지역 정서로 회귀하는 흐름은 일반적”이라며 “영남은 기본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라 격차가 좁혀지는 현상 자체는 예견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역시 “민주당 지지층의 이동이라기보다 원래 당파적으로 배열된 유권자 구조가 다시 작동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이 과거와는 달리 영남권 민주당 후보들에게 강한 방어막 구실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종희 교수는 “현재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순긍정이 20%포인트 이상 나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게다가 전통적 중간평가 선거였다면 야당에 훨씬 유리한 구조인데,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 내부 분열과 보수 재편 이슈 때문에 그 효과가 직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민 정치평론가 역시 “보수 결집은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지난 대선 수준까지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너무 일찍 결집했다가 막판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선거 막판에 보수가 더 광범위하게 결집하려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이 필수다. 하지만 장 대표에 대한 보수층의 평가는 영남에서마저 좋지 않다. JTBC 4월 조사에서 장 대표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 68%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52%, 보수층에서도 65%가 부정 평가를 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부정 평가가 73%까지 올라갔다.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도부 바람이 아니라 각자도생 선거”라는 말이 공개·비공개로 흘러나온다.
이 때문에 장 대표가 5월11일 부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부산 지역 출마자들과 일부 지역 국회의원들이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반발하면서 국회로 복귀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장 대표는 또한 5월13일 6·3 지방선거에 대비한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자신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앞세웠으나, 박형준 후보와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한 유정복 후보 등은 김문수 전 장관을 명예선대위원장으로 앉히며 독자 행보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별도로 ‘시민 선대위원장단’을 꾸렸다.
국민의힘 외곽에서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됐던 한동훈 후보의 기세도 예상보다 못한 추세다. 선거전 초반 부산 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한동훈 바람’이 전체 보수 결집을 견인하길 기대했지만, 정작 한 후보가 자신이 출마한 지역구에서도 1위를 차지하지 못하면서 기대는 식은 상태다. 2026년 4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부산 북구갑 출마’를 좋게 본다는 응답은 전체 23%에 불과했다. 보수층에서도 긍정(31%)보다 부정(48%)이 더 높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도 보수층의 절반 이상이 한 후보의 부산 출마를 반대했다. 한 후보가 보수 재편의 상징성은 갖고 있지만, 아직 보수 전체를 흡수할 수준의 대표성까지 확보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대구시장 자리를 놓고 맞붙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가 2026년 5월14일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을 한 뒤 각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흥미로운 건 이런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보수 재배열 흐름과 달리, 더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대구에서는 중도층이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3개 조사에서 대구 중도층은 일관되게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JTBC 조사에서는 중도층의 47%가 김부겸 후보를, 26%가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를 지지했다. 여론조사꽃 조사에서는 김부겸 53.4%, 추경호 33.4%였다. KBS대구·한국리서치 조사 역시 중도층에서 김부겸 53%, 추경호 27%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보수 초강세 지역인 대구에서 전체 판세는 여전히 초접전이지만, 중도층만 놓고 보면 과거와 다른 움직임이 포착된다. 최하예 정치공동체 폴티 대표는 “대구 보수 조직은 여전히 강하지만, 2022년 지방선거 때와 비교하면 결집 강도와 동원 에너지가 약해진 상태”라며 “김부겸 후보는 (보수임에도 스스로) 중도층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에게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익숙한 선택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지금 영남에서 벌어지는 일은 보수 결집이라기보다는 윤석열 탄핵 이후 갈 길을 잃은 서로 다른 보수들이 자기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부산의 보수는 분화하고, 대구의 보수는 정체성이 바뀌고 있다. 보수층이 움직이는 과정은 얼핏 보수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보수 정치 담론이 풍부하게 보이는 효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흐름이 막판까지 더 광범위하게 결집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무엇보다 윤석열 탄핵 이후 지금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은 ‘국정안정론’이 ‘정부견제론’을 앞서는 기본 선거 ‘구도’는 바뀌지 않았다. 게다가 선거의 또 다른 중요 요소인 ‘인물’에서도 보수는 민주 진영 후보를 압도하지 못한다. 마지막 남은 게 ‘이슈’인데 보수가 염원했던 정권 독주에 대한 견제 프레임은 공소취소 특검에 이어 또 다른 쟁점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물론 이 모든 요소를 뛰어넘어 영남권 유권자가 정체성 투표, 관성적 투표로 또다시 보수를 밀어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한다. ‘색깔론’ 수위를 높이고 있는 장동혁 대표의 발언은 이를 유인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분열하고 있지만 집결하는 것으로 읽히고 있는 보수, 이 역설적 상황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남은 선거 기간에 민주당이 유리한 선거 구도를 와해할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진 않을까. 3주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는 이런 의문을 안고 민심의 심판을 기다린다.
부산=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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