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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양평 너마저

수도권 인접하고도 인구소멸 ‘위험’ 단계… 아기 울음소리 대신 핀 5월의 애기똥풀 꽃
등록 2026-05-21 22:39 수정 2026-05-26 22:11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신복리의 한 버려진 집 마당에 2026년 5월2일 철쭉과 애기똥풀 등 봄꽃이 활짝 피어 있다.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신복리의 한 버려진 집 마당에 2026년 5월2일 철쭉과 애기똥풀 등 봄꽃이 활짝 피어 있다.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이면 다다를 수 있는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신복리의 한 농가가 버려진 채 나무 덩굴로 덮여 있다. 칙칙한 덩굴 색과는 대조적인 선홍빛 철쭉이 이 집 마당과 주변을 에워싼 채 봄을 맞은 생명의 소식을 전한다.

이제 인구소멸 위험은 비단 산간 오지만의 일이 아니다. 수도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일부 지역도 아기 울음소리가 잦아들며 인구소멸위험지수가 고위험 단계까지 올라갔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등 한강 상류의 특별한 풍경을 품고 있어 서울 시민들의 ‘5도 2촌’ 후보지 또는 귀촌·귀농의 전원생활 이상향으로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온 경기도 양평군의 일부 지역도 인구소멸 위기에 처했다.

2014년 전체 인구 중 65살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겨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양평군은 2016년부터 해마다 노인인구 비율이 1% 넘게 늘어나면서 2022년 27.8%를 기록했다. 양평군 데이터정보과는 ‘2040년 양평군 인구 예측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서 2040년 양평군의 65살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44.3%, 60살 이상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흐름은 전원생활의 꿈을 좇아 양평군으로 전입하는 40~60대가 많지만 20~30대 젊은 세대는 일자리를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40~60대 전입인구는 생산인구(15~64살)에 속하지만 세월이 지나며 금세 노인인구에 편입한다.

경기연구원도 양평군 전체를 인구소멸위험지수 0.31(2021년 9월 인구 분포 기준)의 ‘위험’ 단계로 분류했다. 이 지수는 20~39살 여성 인구를 65살 이상 고령 인구로 나눈 수치다. 이 지수가 1.5 이상이면 ‘안정’이고 0.2~0.5는 ‘위험’, 0.2 미만은 ‘고위험’으로 분류한다.

특히 양평군 안에서도 공동주택이 밀집한 양평읍과 서울과 인접한 양서면 등 서쪽 지역보다 강원도와 인접한 청운면, 양동면 등의 인구소멸위험지수가 크게 낮아 소멸에 근접했음을 경고한다. 2030년에는 중부 지역인 옥천면과 개군면도 고위험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를 종합해 양평군 전체가 2030년에 0.21, 2040년엔 0.19로 낮아지면서 고위험 단계에 들어서리라는 예측이 나온다.

옥천면 신복리의 폐가는 버려진 지 10년이 넘었다. 이 마을 터줏대감인 노인회장에게 이 집의 사연을 묻자 “방치된 지 십수 년이 지났다. 아마 매각되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데, 저런 모습이라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답한다. 현관문 손잡이 주변 유리창이 깨진 것으로 보아 버려진 초기에 손을 탄 것 같다. 한데 그 뒤로 이 집을 켜켜이 덮은 덩굴이 온전한 것을 보면, 거저 쉬어가려는 길손의 발길마저 끊긴 지 오래인 듯하다.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아 이 집 마당에는 노란 애기똥풀이 하나둘 피어났다. 줄기나 잎을 꺾으면 아기 똥 같은 노란 유액이 흘러나와 붙여진 이름이다. 이 유액은 예로부터 민간과 한방에서 ‘백굴채’라 부르며 피부질환이나 염증 치료에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서양에서도 애기똥풀은 사마귀 제거 등에 사용됐고, 약간의 독성이 있어 항균 목적으로 쓰였다.

아기 울음소리가 긴요한 곳에서 피어난 애기똥풀이 핏빛 봄의 전령 철쭉과 함께 생명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신복리 폐가의 현관문이 나무 덩굴에 덮인 채 손잡이 주변 유리창이 깨져 있다.

신복리 폐가의 현관문이 나무 덩굴에 덮인 채 손잡이 주변 유리창이 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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