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출신 요양보호사 찬티안이 2026년 6월1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죽전로의 한 노인전문 요양센터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용인(경기)=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23년 충남의 한 소도시에 있는 요양원에 취업했을 때,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김하나(42·가명)씨는 뛸 듯이 기뻤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준비와 구직 활동에 1년이 넘게 걸려 얻어낸 소중한 일자리였기 때문이다. 하나씨는 “입소 노인들을 진짜 내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잘 모셔야겠다”고 다짐했다.
25살에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하나씨에게는 한국 정부가 인정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요양원이라는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하나씨는 이전까지 생계를 위해 통번역과 베트남어 강사, 다문화 강사 등의 일을 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련 일감이 급격히 줄었다. 그래서 2022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자격증이 있다고 바로 요양원에서 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외국인인 하나씨에게 일자리가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요양보호사교육원장의 소개로 한 요양원 조리원으로 취업해 6개월 동안 일하면서 성실함을 인정받은 뒤에야 요양보호사로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나씨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무엇보다 어려운 건 동료들과의 관계였다. 60대 한국인 여성이 대부분인 요양보호사 중에서 당시 하나씨는 유일한 외국인이자 나이가 한참 어린 막내였다. 하나씨는 요양원 입소 노인들이 가능한 한 많이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는데, 현장에서는 일부 요양보호사가 “왔다 갔다 하지 말고 그냥 누워 있게 하라”거나 혼자 화장실에 갈 수 있는 노인에게도 기저귀 착용을 권했다. 입소 노인 수에 견줘 요양보호사 수가 적은데다 역시 고령인 한국인 요양보호사들이 입소 노인들의 활동량이 커지는 걸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 하나씨가 거동이 가능한 치매 노인을 복도로 데리고 나가 걷게 하거나 바깥 풍경을 보게 하면 “하나씨가 그렇게 하면 우리도 다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런 거 하지 마라. 그러면 우리도 힘들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외국인인 하나씨는 쉽게 밉보일 가능성이 커 동료들의 지적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저는 외국인이고 혼자였기 때문에 말해봤자 소용없다고 느꼈어요. 교대근무 과정에서도 요양원 물품과 침구류 등을 정리한 방식이 다음 근무자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지적이 돌아왔어요. 나름대로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왜 이렇게 했냐'는 말을 자주 들어야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막내여서 식사 보조부터 기저귀 교체, 목욕, 이동 보조를 도맡다보니 체력 부담도 컸다. 하나씨는 “입소 노인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허리가 너무 아파졌다”고 말했다. 하나씨는 결국 약 5개월 만에 요양보호사 일을 그만뒀다. 그는 “사람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컸다”고 했다.
하나씨는 “나처럼 외국인 중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도 일을 그만둔 사람이 많다. 현장에서 오래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법무부·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5년 말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외국인(2만6596명) 가운데 실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사람은 7623명으로 28.7% 정도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내국인 가운데 실제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비율인 21.5%보다는 높지만, 내국인의 경우 가족 돌봄을 위해 일단 자격증을 따두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의 경우 조직 적응, 언어, 임금, 노동강도 등으로 인해 돌봄 현장을 떠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실 속에서 법무부와 보건복지부가 추진해 2026년 3월 개학한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요양대학)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2년제 요양대학에선 당장 2028년 하반기부터 외국인 요양보호사들이 요양원에 투입될 수 있다. 2026년 6월8일 기준 전국에 있는 요양대학 21곳에 재학 중인 대학생은 모두 505명인데, 유학생 연간 정원은 1092명이다.
한겨레21이 요양원 근무 경험이 있는 전현직 외국인 요양보호사들을 심층 인터뷰해보니, 이들은 이런 정부 계획에 우려를 표했다. 요양원 노동환경의 근본적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으면 외국인이 오래 근무할 여건이 되지 않으리라고 입을 모은 것이다.
강원도 강릉시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베트남 출신 응옥린(38·가명)은 외국인 요양보호사 확대 논의가 나올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응옥린은 2010년 결혼이주여성으로 한국에 와서 생활한 지 15년이 넘었고, 2016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뒤 여러 시설에서 일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언어 소통 등의 이유로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응옥린은 처음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을 때 주간보호센터에서 일했다. 치매 노인들의 재활이나 활동 프로그램 진행을 돕고, 일지를 작성하고, 화장실 이동을 보조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업무가 까다로웠다. 응옥린은 일상적인 한국어 소통에 문제가 없지만, 이런 업무에는 단순 소통 이상의 이해도가 필요했다. 그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일지도 써야 하는데, 한국어가 부족하니 선생님들과 손발이 잘 맞지 않았다”며 “결국 3개월 정도 일하고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후 요양원으로 자리를 옮긴 응옥린은 6년 넘게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언어의 어려움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요양시설에서도 당뇨 환자의 혈당 수치를 확인하거나 응급상황 발생시 간호사와 보호자, 119에 연락하는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는 탓이다. 그는 “증상에 따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고 의학용어도 계속 배워야 한다”며 “요양원은 일하면서 천천히 배울 시간을 기다려주는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투리도 큰 장벽이다. 전남의 한 소도시 요양원에서 일하는 일본인 요양보호사 미오(53·가명)는 “사투리를 많이 쓰는 입소 노인들의 말은 절반 정도는 알아듣고 절반은 잘 모르겠다”며 “잘못 알아듣고 실수할까봐 옆에 있는 동료에게 계속 물어봤다”고 했다.
과격한 노동강도와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질병을 얻게 되는 외국인 요양보호사도 있다. 응옥린의 친언니 응옥마이(가명)는 2020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강릉의 여러 요양원과 방문목욕 현장에서 일했다. 하지만 ‘주주야야휴휴'(주간 2회, 야간 2회, 휴무 2회) 근무에 적응하지 못했다. 야간에는 치매 노인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돌아다녀 교대로 쉬는 시간에도 제대로 잠을 자기 어려웠다. 응옥린은 “언니는 거실에서 쉬다가도 입소 노인 쪽에서 소리가 나면 바로 일어나야 했다”며 “밤에 잠을 못 자고 낮에도 잠이 오지 않아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결국 응옥마이는 잠복결핵 판정을 받은 뒤 건강이 악화해 현장을 떠났다.
요양원 현장 인력난의 부담도 외국인 요양보호사의 일이 과도해지는 데 영향을 끼쳤다. 하나씨와 응옥린, 미오 모두 요양보호사 1명당 8명 이상의 입소 노인을 돌봐야 하는 환경에서 일했다고 입을 모았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요양원 입소자 2.3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두도록 하지만, 이런 시행규칙이 지켜지는 일은 거의 없다. 게다가 교대근무와 휴가자, 퇴사자 등을 고려하면 한꺼번에 홀로 많은 입소 노인을 돌봐야 하는 때가 많고, 이럴 경우 외국인 요양보호사에게 업무가 더 많이 전가된다. 하나씨는 “목욕도, 이동도, 식사도 대부분 혼자 해야 했다”고 말했다.
노동강도에 견줘 임금은 턱없이 적다. 하나씨가 요양보호사 일을 그만둔 이유도 이런 상황 때문이었다. 허리 통증 등 육체적 부담과 적응 스트레스를 겪으면서도 월급은 세후 178만원 수준이었다. 야간근무가 잦은 미오의 경우 한 달에 220만~240만원(세후) 정도를 받았다. 주간 근무자보다는 많지만, 야간수당을 합친 금액이기에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이다. 교대근무로 규칙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고, 자녀가 있을 경우 가정 내 돌봄 공백도 생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외국인 요양보호사들이 간병인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경우가 잦다. 하는 업무가 크게 차이 없는데 간병인의 경우 돈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중국동포 출신 ㅇ씨는 “요양보호사는 월급이 240만원 정도인데, 식당일은 320만원 넘게 받는 경우도 있다”며 “간병인만 해도 하루 12만~15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요양시설보다 월급이 더 많다”고 말했다. 박원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회장도 “중국동포들은 한국말이 되니까 간병인 쪽으로 많이 갔다. 일당이 15만~16만원 정도 된다”며 “간병인은 밤을 새워 일해야 해서 역시 힘들긴 한데 그래도 돈을 더 받는다. 병원에서 숙식이 가능한 면도 있기에 그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26년 6월1일 오후 한 노인전문 요양센터 복도에서 한 어르신이 찬티안의 손을 잡은 채 어루만지고 있다. 용인(경기)=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요양보호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라는 큰 틀의 국가 제도 안에 속한, 국가 자격증을 갖춰야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건강보험 체계 밖에서 사적으로 운영되는 간병인 일이 더 각광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국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 요양원(시설급여)과 방문요양 등 재가급여의 대부분을 민간기관에 위탁운영해 놓고 요양보호사들의 임금 등 노동조건이나 요양원의 시행규칙 위반 등을 신경쓰지 않아 발생하는 역설이라 할 수 있다.(42쪽 참조)
직장 내 적응과 언어 문제, 임금과 노동강도 외에도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요양원 현장에서 찾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교통이 편하고 노동환경이 좋은 대규모 요양원에선 내국인 채용이 우선이고, 외국인 지원자를 잘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채용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다. 응옥린은 “시에서 지원을 많이 하고 크고 환경이 좋은 요양원이 생기더라도 외국인 요양보호사는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다 해도, 주거 비용 등 정착비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베트남 출신 유학생 찬티안(27)은 한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2025년 10월께 경기 용인의 한 요양원에 어렵게 취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원에 있는 방 월세와 교통비 등을 쓰고 나면 안 그래도 적은 임금에서 남는 돈이 많지 않았다.
외국인 요양보호사 인력 수요와 구직자의 선호 지역에 간극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요양보호사를 양성하는 한종수 코리아케어 원장은 “외국인 요양보호사들의 생활 기반이 대체로 수도권이기 때문에 비수도권 지역 취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3월 발표한 ‘2025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를 보면, 2025년 5월 기준 한국에 3개월 넘게 체류 중인 외국인 가운데 57.5%는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방문취업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중 81.0%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종수 원장은 “강원도나 전남 소도시 요양원에서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채용하고 싶다는 연락이 오지만, 거주 비용 부담과 낯선 문화에 대한 적응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외국인 학생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기숙사나 룸메이트와 함께 거주하던 집을 떠나 홀로 소도시에서 집을 구하려면 월세가 부담이 된다. 또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소도시의 특성상 교통비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적응에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선뜻 소도시 취업에 도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지역에서의 주거와 교통수단 문제는 2028년부터 현장에 나갈 요양대학 출신 외국인 요양보호사들에게 곧 닥칠 현실 속 문제다. 현재 근무 중인 외국인 요양보호사는 외국 국적 동포가 4103명, 영주권자가 2569명, 결혼이민자가 638명으로 대부분 장기간 국내에 정착한 사람들이다. 이미 주거 기반을 갖춘 이가 많다는 의미다. 반면 정부가 요양대학 사업 등을 통해 유치하려는 20대·30대 외국인 유학생들은 상황이 다르다. 최저임금 수준의 요양보호사 임금으로 생활비와 주거비, 교통비에다 경우에 따라 대출받은 학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박원 회장은 “요양보호사 구인난이 심각한 만큼 외국인을 고용하게 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별도 주거 비용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요양보호사가 요양원에서 일하게 될 경우, 직장 내 적응과 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직장 내에서 선임 근무자가 일대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도 거론된다. 일본에서 개호직원(한국의 요양보호사)으로 일한 유애정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돌봄정책개발센터장은 “개호직원으로 일할 당시 일본 정부에서 외국인이 노인 돌봄을 잘할 수 있도록 구직상담을 지원해주는 건 물론 요양시설에선 개호복지사 팀장이 언어와 응급시 대응 기술 등을 일대일로 알려줬다”며 “일본어를 알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적 차이나 까다로운 돌봄 언어 등을 익히고 현장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베트남 출신 요양보호사 찬티안이 2026년 6월1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죽전로의 한 노인전문 요양센터에서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용인(경기)=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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