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와사키 마사히로 일본 후생노동성 서기관이 2026년 5월7일 서울 종로구에서 한겨레21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선배 국가’다. 한국이 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한 2008년, 일본은 이미 인도네시아·필리핀 등과 경제연계협정(EPA·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을 맺고 외국인 돌봄 인력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2025년부터는 방문 요양 분야까지 취업 범위를 넓혔다. 이제 막 외국인 돌봄 인력을 받아들인 한국보다 약 20년 앞선 셈이다. 돌봄 인력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글로벌 케어 체인’(Global Care Chain)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은 돌봄 인력 부족에 어떻게 대응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뭘까.
질문에 답을 줄 현장 전문가 두 명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일본 후생노동성 외국인고용대책과 소속 가와사키 마사히로 2등 서기관과 유애정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돌봄정책개발센터장이다. 가와사키 서기관은 10여 년 임기 대부분을 후생노동성에서 일했다. 2025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외국인고용대책과에서 외국인 개호복지사(한국의 사회복지사) 수용 관련 업무를 맡았다. 2026년 4월부터 주한 일본대사관에 파견돼 한국의 돌봄 정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유애정 센터장은 일본 도쿄에서 3년간 개호직원(한국의 요양보호사)으로 일하며 ‘외국인 돌봄 인력’ 정책을 직접 경험했고 이후 한국 장기요양 정책을 연구해온 인물이다.
일본 정부의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 정책은 △경제연계협정 △체류자격 ‘개호’ △기능실습 △특정기능 등 크게 네 가지 제도로 나뉘어 있다. 이 중 가와사키 서기관이 꼽은 요양 인력 양성 효과가 큰 정책은 경제연계협정 제도다. 일본이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과 체결한 경제연계협정을 바탕으로 간호사 등 돌봄 관련 자격을 보유한 후보자를 모집해 개호복지사 자격증을 따도록 지원하는 인적 교류 제도다. 협정국 인력을 교육해 전문 인력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최대 4년간 일본인 개호복지사와 동등한 임금을 받으며 일할 수도 있다.
경제연계협정의 핵심은 정부가 요양 인력 양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이다. 가와사키 서기관은 “경제연계협정은 입국 전 일본 정부가 생활비를 지급해 일본어를 공부하게 하고, 입국 후에도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일본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법인에 경제연계협정 사업을 위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생노동성 산하 공익사단법인 국제후생사업단(JICWELS)이 언어 교육뿐 아니라 생활 적응 상담도 제공한다. 후생노동성 누리집을 보면, 경제연계협정으로 입국하려는 외국인을 위해 다양한 학습 자료가 나라 언어별로 올라와 있다. 간호·복지 용어 사전과 자격시험을 위한 질의·응답 등 다양하다.
우수한 인력을 모집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선다는 점도 경제연계협정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가와사키 서기관은 “일본에선 경제연계협정 후보자를 모집할 때 그 나라 학교에 가서 직접 설명회를 하고 학생용 팸플릿도 제작한다”며 “베트남은 정책 홍보를 위해 TV(티브이) 광고를 하는 등 후보자 모집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밝혔다.
안정적 거주를 보장하는 점도 경제연계협정의 장점이다. 개호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체류자격을 ‘개호’로 변경해 사실상 무기한 일본에 머물 수 있다. 가와사키 서기관은 “체류자격(비자)을 갱신하면 가족과 함께 일본에서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고, 일본에서도 장기 근로가 가능하다”며 “근로자는 승진을 위해 노력하고 고용시설도 인재 육성에 더 힘을 쏟게 되는 선순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개호복지사는 한국 요양보호사와 자격 조건과 역할이 다르다. 국가 자격증을 따서 노인을 돌본다는 점은 같지만, 돌봄 계획을 세우고 간호사 등 다른 직종과의 팀 회의를 조율하는 중간관리자 일을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사회복지사와 비슷한 역할을 맡는다. 유애정 센터장은 “일본은 외국인 돌봄 인력을 양성할 때 한국 요양보호사 레벨(개호직원)의 상위 단계인 개호복지사를 목표로 추진해왔다”며 “지속적으로 언어·개호 교육을 지원해, 단순 저임금의 지원 인력이 아닌 일본 개호보험제도를 이끄는 중요한 현장 전문 인력을 대체하는 수준의 인력 양성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유애정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돌봄정책개발센터장이 2026년 5월7일 서울 종로구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일본 경제연계협정과 견주면 한국 정부가 시행하는 외국인 돌봄 인력 양성 정책의 빈틈이 선명히 드러난다. 2026년 3월부터 시행한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요양대학)은 전국 21개 요양대학에서 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어와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이론을 가르친 뒤 자격증 취득과 취업까지 연계하는 제도다. 하지만 지원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입국 전후 유학생을 위해 재정·심리 지원을 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외국인 유학생이 비자 발급 비용과 학비·기숙사비·생활비 등 모든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을 지원하는 정부 산하의 기관도 없다.
요양대학 학생 모집을 대학과 현지 민간 유학센터에 맡긴다는 점도 큰 차이다. 베트남 등 현지의 어학당이나 학교와 협약한 유학센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의 경우 현지 유학원 ‘브로커’를 통해 비자 발급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학생들이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학교 정보를 찾고 오다보니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한계도 드러났다.(32쪽 참조)
요양대학 졸업생이 요양보호사로 취업해 어떻게 비자를 유지해나갈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요양대학을 졸업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특정활동(E-7-2) 비자로 일하고 3년마다 연장할 수 있지만, 이는 일본의 ‘개호’ 비자처럼 안정적 거주 비자가 아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자격증을 딴 요양대학 졸업생의 경우 E-7-2로 체류한 뒤 거주(F-2) 비자로 3년간 유지하면 장기적으로 영주(F-5) 비자까지 갈 수 있는 정주 경로를 설계 중”이라고 말했다.
요양대학과 별개로 정부는 2025년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전문연수 과정’을 만들어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양성하는 정책도 추진했다. 베트남에서 간호 인력 100명을 선발해 한국 요양보호사로 키우는 정책이다. 모집 조건이 경제연계협정과 상당 부분 비슷하지만, 7명밖에 지원자를 구하지 못해 중단됐다. 김도균 복지부 요양관리과장은 “베트남에서 지원자를 구하기가 어려워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며 “베트남 정부에서 조금 더 시간을 갖자는 입장이라 협의가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유애정 센터장은 “일본 정부는 외국인 돌봄 인력 양성을 위해 언어와 양성 교육, 일본 체류를 위한 경제적 지원 등 초기 지원을 제도적으로 해왔다”며 “한국은 외국인의 한국 생활 전반에서의 적응과 현장에서의 실천 기술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제도적 지원 체계를 준비하고 있는지 재평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돌봄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와사키 서기관은 ‘임금 인상’을 꼽았다. 그는 “일본에서 개호직 임금이 타 산업 직종과 견줘 낮은 편이라 일본 정부에서 임금 등 개호직 처우를 높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며 “한국도 개호 분야의 처우와 임금 수준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려야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기능실습’ 제도가 사실상 실패한 배경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7년 시행된 기능실습 제도는 개호 자격증이 없는 외국인도 일정 시간 교육받은 뒤 단계별로 최대 5년간 돌봄시설에서 일할 수 있는 제도다.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임금을 받는데다 입국 과정에서 송출국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지급해 빚더미에 앉은 채 체류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한국이 만든 요양대학 제도와 비슷한 실패를 일본도 겪은 셈이다. 가와사키 서기관은 “개발도상국에 기술을 전수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지만 일본어 능력이나 자격 조건이 없기 때문에 임금 체불이나 장시간 노동 같은 권리 침해가 빈번히 일어났다”며 “열악한 작업 환경을 견디지 못한 외국인들이 실종돼 미등록 체류자가 되거나 부상·사고를 당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일본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24년 기능실습 제도 폐지를 결정하고, 2027년 육성취업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입국 조건을 강화하고 동일 직종 내 이직을 허용하도록 개선했다.
가와사키 서기관은 한국의 돌봄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첫째 한국어를 잘 배울 수 있도록 체계적인 언어 교육을 지원하는 것, 둘째 한국이 어떤 점에서 좋은 나라인지 이 분야에서 일할 때 어떤 매력이 있는지 외국인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 셋째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괜찮은 일’로 인정받도록 국민의 시선을 바꾸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의 요양대학 정책에 대해선 “한국이 외국인 학생들을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데려오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정부가 좀더 책임 있게 개입해야 할 부분”이라며 “적어도 한국에 와서 언어를 배우고 생활하는 초기 단계에 외국인들이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애정 센터장도 “일본과 중국, 대만 등 한국과 가까운 동아시아 국가들도 높은 고령화율로 돌봄 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은 이 나라들의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돌봄 인력 양성과 이후 요양보호사의 처우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야 20·30대 젊은 외국인 돌봄 인력이 한국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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