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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려면 1천만 원 내라”…정부 사업으로 ‘돈방석’ 앉은 유학 브로커들

“한국 와서 벌어 갚아라” 수백만원 ‘중개 폭리’에도 속수무책, 요양보호사 업무 설명은 뒷전
등록 2026-06-18 21:06 수정 2026-06-23 14:19
2026년 5월4일 한국의 요양 보호사 양성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26년 5월4일 한국의 요양 보호사 양성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6천만동(약 347만원) 내시면 돼요. 입학 서류를 제출할 때 3천만동(약 178만원)을 먼저 내고, 합격하면 추가로 3천만동을 내면 됩니다. 불합격하면 1500만동은 돌려드려요.”

외국인이 한국에서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요양대학)에 입학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한겨레21이 한국에 있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과정 소개업체 ㄱ사에 전화해 문의하자 베트남어로 이런 답이 돌아왔다. ㄱ사는 베트남 현지에 있는 유학원과 연결된 업체다. ㄱ사가 제시한 금액은 요양대학 등록금과 기숙사비, 생활비가 아니다. 그저 현지 유학원과 ㄱ사가 베트남 유학생에게 한국의 요양대학 지원 서류 준비와 비자 발급 등을 돕는 수수료로 347만원 상당의 돈을 가져간다는 얘기다. 이 비용만 베트남 노동자 월평균 임금 750만동(약 41만원·한국무역협회 2024년 자료)의 8배에 달한다.

“나라에서 보장해주는 학위과정이에요.” ㄱ사 상담사가 소개한 요양대학 학위과정은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복지부)가 부족한 돌봄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5년 3월 시행을 결정했다.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시범사업으로 21개 대학에서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길러내는 2~4년의 학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 교육과 요양 이론·실습 교육(320시간 이상), 자격시험 준비, 요양원 등 장기요양기관 취업 연계를 한 번에 묶어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이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해 요양원 등에 취업하면 특정활동(E-7-2) 비자로 한국에 머물며 일할 수 있다. 비자는 3년 단위로 갱신된다.

하지만 한겨레21 취재 결과, 정부가 주도하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과정에서 ㄱ사 사례처럼 소개업체와 유학원이 난립하며 유학생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물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업체는 학생들에게 한국에서의 요양보호사 역할이나 비자 발급 조건 등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정부가 교육기관만 선정했을 뿐, 실제 학생 모집과 운영은 대학과 민간에 맡긴 결과다. 부실한 관리 속에 외국인 요양보호사 유치가 소개업체와 대학 등의 돈벌이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브로커 돈벌이 수단 된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과정’

 

한겨레21이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과정에 입학한 학생 10여 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적게는 20만원대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유학원·소개업체 쪽에 수수료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베트남·미얀마 등 현지 또는 국내 유학원·소개업체에 수수료를 낸다. 일각에서는 이 업체들을 ‘브로커’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겨레21은 이들 소개업체가 학생들에게 요양대학을 어떻게 홍보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베트남어 통역사를 통해 2개 업체(ㄱ사, ㄴ사)와 직접 상담을 진행했다. 우선 ㄱ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베트남 유학생들에게 활발하게 요양대학을 홍보하고 있었다. 취업 사이트에 올라온 ㄱ사 소개에도 ‘국내 주요 요양보호사 양성대학 입학생 모집 중’이라고 돼 있다. 이 회사에 외국인 요양보호사 입학 상담을 하자, 앞서 설명한 것처럼 수백만원의 수수료가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베트남에서 대학을 졸업했다면 한국에서 2년만 공부하면 요양보호사가 될 수 있다”며 한국에 지속해서 체류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요양보호사 업무 설명보다 ‘한국 체류’와 내야 할 돈에 방점이 찍힌 상담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입학시 내야 하는 수수료는 6천만동이고, 이는 학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돈은 입학 때만 내는 게 아니었다. 졸업 뒤 취업할 때도 소개료가 든다고 했다. “120만원 정도 주면 취업도 연결해주고 전문비자를 받을 수 있어요.” 비용 마련이 어렵다고 말하자, ㄱ사의 상담사는 “한국에 와서 당장도 몰래 일할 수 있다”며 등록금과 수수료 등을 한국에 와서 아르바이트로 마련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출입국관리법은 유학생 비자로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아르바이트를 할 때 신고를 하도록 하고, 주당 근무 가능한 시간도 정해져 있다. “몰래 일할 수 있다”는 말은 사실상 불법 취업으로 학비와 생활비, 수수료를 마련하라는 취지다.

또 다른 요양보호사 학생 유치 업체인 ㄴ사도 100만원 이상을 내고 시작해야 했다. ㄴ사 쪽은 “절차를 시작하는 데 2천만동(약 115만원)이 든다”며 “한국에 오는 데 총 1억7천만동(약 1천만원)이 든다”고 했다. 다만 ㄴ사는 이 비용이 수수료만 뜻하는 건지 아니면 실제 비자 발급을 위한 잔고증명금액(800만~1천만원)을 일컫는 건지는 밝히지 않았다.

 

입국 수수료만 ‘1천만원’

 

특정 소개업체가 수수료로만 1천만원을 받는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네팔 쪽은 국외 취업이나 국외 유학 수요가 굉장히 강하다. 일본, 미국, 한국으로 나가려는 수요가 많다”며 “네팔 유학원들이 현지인들에게 1천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학생들은 학비(학기당 200만원 이상), 생활비, 입학 허가를 위한 잔고증명금액 등을 부담하는데 여기에 수백만원의 수수료까지 내고 한국에 오는 셈이다. 한 외국인 요양보호사 교육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는 금액으로, 가족이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한국에 오게 된다. ‘한국에서 벌어서 갚는다’는 식”이라고 했다.

높은 수수료를 떼는 소개업체들이 정작 요양보호사의 구체적 역할에 대한 설명은 부실하게 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말했다. ㄴ사 상담원은 요양보호사의 구체적 업무를 묻는 말에 실제 돌봄 업무보다는 “건강한 노인 돌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한겨레21과 ㄴ사 상담원이 나눈 대화다.

 

한겨레21(통역사): 노인요양시설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기저귀를 갈거나 환자를 돌보는 일도 하나요?

ㄴ사 상담원: 아니에요. 그곳은 병원이 아닙니다. 노인들이 자녀와 함께 살지 않거나 혼자 지내기 어려워 입소하는 시설이에요. 대부분 건강한 노인이고 병원 환자를 돌보는 개념은 아닙니다.

한겨레21(통역사): 그럼 건강한 노인들을 돌보는 거네요?

ㄴ사 상담원: 맞아요. 자녀 대신 노인들을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아프면 돌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일반적인 노인 돌봄입니다.

 

물론 요양원은 병원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부분 건강한 노인”을 돌보는 곳이라고 설명하는 건 정확하지 않다. 노인요양시설은 치매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주로 입소한다. 요양보호사의 업무에는 식사·배설·목욕·이동 보조 등 신체활동 지원이 포함되고, 기저귀 교체 역시 대표적인 업무 중 하나다. 이 때문에 “기저귀를 가느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하는 것은 틀린 설명이다.

베트남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요양보호사 과정 등록을 선전하는 홍보물. 요양보호사 과정 등록을 하면 비자 발급이 수월하고, 한국 장기 체류 등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지인과 함께 요양보호사 과정을 등록하면 상품권을 준다는 이야기도 담겼다. 요양보호사의 역할에 대한 언급은 없다. 유학생 제공

베트남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요양보호사 과정 등록을 선전하는 홍보물. 요양보호사 과정 등록을 하면 비자 발급이 수월하고, 한국 장기 체류 등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지인과 함께 요양보호사 과정을 등록하면 상품권을 준다는 이야기도 담겼다. 요양보호사의 역할에 대한 언급은 없다. 유학생 제공


 

기저귀 질문에 “아니요” 거짓 설명

 

외국인 요양보호사 과정을 홍보하는 소개업체의 홍보글도 이 직업의 역할이나 학위과정보다는 ‘한국 체류자격 취득’이나 ‘비자’에 대한 설명에 집중돼 있다. SNS에 올라온 한 홍보글을 보면, ‘국가 자격증’이라는 제목 아래 ‘E-7 비자’ 등 비자 발급이 강조돼 있다. 아울러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면 5만원 상품권을 주고 친구나 친척과 함께 등록하면 5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주겠다고 홍보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런 홍보글에서는 요양보호사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거나 ‘요양’ ‘간병’ ‘간호’ 등의 표현만 쓰는 데 그쳤다.

비자와 체류자격을 앞세운 홍보는 소개업체·유학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선정한 요양대학이 아닌 대학이 요양보호사와 관련한 비자 발급을 앞세우며 거짓 홍보를 하고 유학생들을 모집한 사건도 발생했다. 진주보건대는 2026년 외국인 유학생 모집 요강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후 취업하면 E-7 비자를 받고 5년 이상 한국에 체류하면 영주(F-5) 비자를 취득할 수 있다”고 홍보해 실제 외국인 유학생 4명을 유치했다. 그러나 진주보건대는 정부가 지정한 요양대학이 아니다. 이 대학에 입학한다고 특별한 체류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법무부는 요양대학이 아닌 경우 비자 혜택에 차이가 있고 영주 비자 취득도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거짓으로 유학생들을 모집한 것이다. 진주보건대 쪽은 이에 대해 “국제교류원이 생긴 지 얼마 안 돼 주변 학교 담당자의 말을 참고해 브로슈어를 작성했다”고 해명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요양보호사를 양성하는 한종수 코리아케어 원장은 “외국에서 학생을 보내는 소개업체 입장에서는 일단 보내놓으면 끝인 경우가 많다. 한탕주의처럼 몇백만원 받고 끝나는 것”이라며 “유학원이든 소개업체든 공적 영역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공개되고, 수수료 기준도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학교 쪽 문제, 실태 점검할 것”

 

외국인 유학생들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요양대학에 입학하는 문제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요양대학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학생 선발 면접시 요양보호사 및 학과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충분히 시켰고 학생들은 본인 의사에 따라 학과와 학교를 선택했다고 한다”며 “제도 시행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피해 또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매 학기 교육과정 운영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모집이 아니라 학교가 원래 활용하던 유학생 모집 루트를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그 과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문제가 있는 부분은 2026년 하반기에 각 대학 운영 실태를 평가하면서 종합적으로 검토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2026년 5월4일 한국의 요양 보호사 양성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캠퍼스를 걷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26년 5월4일 한국의 요양 보호사 양성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캠퍼스를 걷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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