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동포 재가방문 요양보호사 이숙영(56·가명)씨가 한 수급자 노인의 가정을 방문해 식사를 준비한 모습. 이숙영 제공
중국동포 이숙영(56·가명)씨는 20대 초반 대학을 졸업한 뒤 중국에서 교사로 일했다. 하지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26살이 되던 1996년 한국에 왔다. 충청도의 한 유리 제조업체에서 품질검사원으로 일하다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숙영씨는 생계를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다 11년 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재가방문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했다. 재가방문요양은 거동이 불편해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힘든 치매나 뇌졸중 등 노인성 질환자나 고령 환자의 가정에 직접 방문해 식사 보조나 세면·목욕 도움, 이동 보조 등으로 돌봄을 제공하는 일이다. 숙영씨는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은 77살 남성 수급자의 집에서 하루 3시간씩 식사를 챙기고 집 안을 청소했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돌봄 현장은 생각한 것과 달랐다. 노인은 숙영씨를 요양보호사가 아닌 가정부처럼 대했다. “여보” “아줌마”라고 부르거나 “(숙영씨) 애들은 (한국인과 중국인) 반반이겠네” 같은 차별적 말을 일삼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반복적인 성추행이었다. “남성 노인과 한 공간에 있는 거잖아요. 자꾸 옆에 앉으라 하죠.” 노인은 수시로 외모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더 예뻐 보인다”거나 숙영씨의 신체를 다른 여성과 비교하기도 했다. 노인의 요구는 노골적으로 변했다. 손을 주무르고, 마사지를 해달라고 했다. 숙영씨는 처음엔 “어르신 성추행이에요”라고 설명하며 설득했다. 하지만 노인은 멈추지 않았다. 숙영씨는 “‘만져달라, 마사지해달라’고 해서 ‘어디를요’라고 하면 ‘앞으로 그것(성기)까지 마사지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하더라”라며 “목욕할 때면 ‘앞을 밀어달라’고 요구해서 등목만 해주고 욕실에서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숙영씨는 보호자에게 상황을 전하고 도움을 청했다. 이용자를 연결한 장기요양센터장, 이 노인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에게 이야기했고, 이들이 노인에게 수차례 주의를 줬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그럼에도 숙영씨는 일을 그만두기가 쉽지 않았다. 그만두면 중국 출신이라는 차별 속에 다른 일을 구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점점 우울한 성격으로 변하더라고요.” 최근 숙영씨는 스트레스 속에 갑상샘 결절을 진단받았다.
한국의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는 57만3787명이다. 2026년 3월 현재 활동 중인 요양보호사 68만1743명의 84.2%에 이른다. 이들은 가정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수급자와 일대일로 일하는 업무 특성상 성폭력 피해에 쉽게 노출된다. 2023년 4~6월 방문 요양보호사 387명과 장애인 활동지원사 112명 등 4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1.7%였다.(보건복지자원연구원) 언어적 폭력과 규정 외 업무 요구(가사, 사적 심부름 등) 같은 부당대우 경험률도 최대 22%에 이르렀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문제는 외국인 재가방문 요양보호사의 경우 이런 피해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한겨레21과 심층 인터뷰한 외국인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들은 성추행과 차별, 과도한 가사노동 요구, 임금체불 등 다양한 피해 사례를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성희롱과 부당대우를 당하지만, 역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쉽게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주변에 문제를 함께 제기해줄 조력자를 찾기가 쉽지 않고, 문제를 제기해도 자칫 비자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리라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2024년 말 기준 외국인 요양보호사는 6865명이고, 이 가운데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는 5049명(73.5%)이다.
한겨레21과 만난 외국인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들이 처한 현실이 결국 한국 정부가 2026년 3월 문을 연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요양대학)에 입학해 비싼 학비와 중간 수수료, 거주비 등 수천만원을 들여 비자를 획득한 뒤 요양보호사의 길을 걸어갈 개발도상국 출신 유학생들의 미래가 된다. 현재 외국인 요양보호사의 재가방문요양은 결혼이주여성이나 영주권자 등 이미 국내 체류 자격을 가진 외국인에게 제한적으로 열려 있다. 요양대학을 졸업한 유학생들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요양시설에 취업할 경우 전문인력(E-7) 비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법무부가 점점 돌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는 외국인의 체류 자격 범위를 확대하는 추세여서 장기적으로는 재가방문요양 현장에도 개도국 유학생 등 외국인력이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무턱대고 요양 돌봄 노동에 외국인력을 도입하고 요양대학까지 운영할 게 아니라 이미 한국에 있는 외국인 요양보호사들이 처한 노동환경부터 제대로 들여다보고, 이들이 겪는 부당한 처우에 대한 개선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한 재가방문 요양보호사가 서울 동대문구 한 아파트에서 집안일을 하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소통의 어려움과 차별, 노동착취는 외국인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들이 흔히 겪는 일이다. 일본에서 회사원으로 일했던 일본인 아사코(53·가명)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2006년 전남의 한 소도시에 정착했다. 그는 시부모를 돌보기 위해 1년 가까이 공부한 끝에 2010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를 차례로 돌보다 두 분 모두 세상을 떠났고, 2024년 재가방문요양 일을 시작했다.
수급자 가정에 방문해 가장 먼저 부딪힌 것은 언어였다. 아사코가 돌본 90살 넘은 노인은 사투리가 심했다. 20년 동안 한국에 거주한 아사코도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갑자기 주어 없이 말할 때도 많았다. “한국 사람도 못 알아듣는 말을 제가 어떻게 알아듣겠어요.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증상은 어떤지, 언제부터 아픈지 파악하기도 어렵죠. 대충은 알아도 정확히 알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아 답답합니다.”
이런 상황에 외국인을 향한 차별적 태도가 더해졌다. 노인은 “외국 사람이니까 그것도 못하는 것 아니냐”라거나 “그런 것도 못 알아듣느냐”고 질책했다. 특히 노인의 아내는 “가난해서 한국에 와 돈을 번다”는 식으로 아사코를 하대하며 아사코의 업무에 사사건건 간섭했다. 아사코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고 말했다.
돌봄에 해당하지 않는 노동도 자주 아사코의 몫이 됐다. 아사코는 수급자의 집 마당에 고추와 상추, 배추를 심거나 잡초를 뽑아야 했다. 그는 처음엔 “그런 일은 요양보호사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고령의 수급자 아내가 혼자 일하자 마냥 일을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 수급자 아내가 잡초를 뽑다 무릎 통증이 더 심해진 뒤 “네가 안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했다”는 식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이런 수급자와 보호자를 말려줘야 할 재가방문요양센터장은 오히려 본인이 나서서 잡초를 뽑았다. 결국 잡초뽑기도 아사코의 일이 됐다. “‘우리 집에 왔으니까 당연히 해줘야지’ 하는 거죠. 외국인은 거절하기 더 어렵거든요.”
낮은 임금은 외국인과 한국인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들이 공통으로 제기하는 구조적 어려움이다. 보건복지부 장기요양실태조사(2022년)를 보면, 재가방문 요양보호사의 월평균 임금은 87만2천원에 불과하다. 재가방문요양은 하루 2~4시간 단위로 업무가 쪼개지는 구조여서 충분한 노동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탓이 다. 중국동포 이숙영씨 역시 하루 3시간 방문요양을 해도 한 달 수입은 80만~90만원 수준이다.
숙영씨 같은 외국인 요양보호사는 이처럼 적은 임금마저도 제대로 협상하거나 부당한 처우에 맞서기 어렵다. 이용자나 센터와 갈등이 생기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고, 재취업이 어렵다는 불안감 때문에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숙영씨 역시 성추행과 차별을 겪으면서도 일을 쉽게 그만두지 못했다. 그는 “중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편견이 있는데, 그만두면 다른 일을 구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며 “장기근속수당도 포기해야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버텼다”고 말했다.
저임금을 보전하려는 외국인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들은 공식 장기요양급여 시간 밖의 ‘비공식 돌봄’을 떠안기도 한다. 하루 3시간짜리 방문요양만으로는 생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계약서 없이 보호자와 센터의 말만 믿고 일을 시작하면, 임금체불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외국인 노동자는 더 쉽게 고립된다. 중국동포 출신 요양보호사 강영희(68·가명)씨가 그런 경우다. 12년 전 한국에 온 그는 병원 간병 일을 하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처음에는 하루 서너 시간짜리 재가방문요양 일을 여러 건 맡았다. 하지만 가족을 부양하기엔 수입이 턱없이 적었다.
그러던 중 2024년 충남 한 소도시의 장기요양보호센터로부터 한 수급자를 소개받았다. 장기요양보험 기준으로 하루 3시간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70대 독거 남성이었다. 이 노인의 가족은 요양센터에서 영희씨에게 지급하는 80여만원(하루 3시간분) 외에 250만원을 더 줄 테니, 24시간 거주하면서 간병과 돌봄을 해달라고 했다. 영희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방문해보니 노인은 혼자 화장실에 가고 외출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거동이 가능했다. 영희씨는 식사를 챙기고 청소를 하며 생활 전반을 돌봤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노인의 가족들은 “너무 잘 돌봐준다”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말했다. 이용자 역시 영희씨를 칭찬했다.
한 달이 채 지나기 전 사고가 발생했다. 영희씨가 집안일을 하는 사이 수급자가 혼자 침대에서 내려오다 넘어지면서 갈비뼈를 다쳤다. 영희씨는 “24시간 돌봄이라고 해도 밥하고 청소하고 물 끓이고 집안일을 해야 한다. 수급자 옆에만 계속 붙어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보호자 쪽은 노인이 다친 책임을 영희씨에게 물었다. 노인보호센터에 영희씨를 신고했다. 경찰에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등으로 고소까지 했다. 또한 영희씨 임금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영희씨는 한국의 계약 관행과 노동청 진정 절차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보호자가 센터에 돈을 지급하면 센터가 자신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구조로 이해했고, 24시간 돌봄에 대한 별도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노동청에 진정을 냈지만 약속받은 한 달치 임금 250만원은 끝내 받지 못했다. 영희씨는 “내가 고소한 사람인데도 죄인처럼 조사받는 느낌이었다”며 “외국인이라 내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희씨는 노동청 진정과 별도로 노인을 다치게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위축됐다. 한국의 수사 절차를 처음 겪고 한국 법률·행정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으로서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뭔가 말하려고 하면 경찰이 자꾸 못하게 했다”며 “외국인이라 더 주눅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영희씨는 도움받을 곳을 수소문한 끝에 어렵게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고, 법률 대리인을 소개받아 사건에 대응할 수 있었다. “노동조합에서 소개한 변호사가 ‘왜 말을 못하게 하느냐'며 저 대신 이야기해주는 걸 보고 ‘그래도 내 편이 있구나' 싶어서 눈물이 났어요. 외국인들은 한국에 와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디 말할 데가 없어요.”

한 노인이 재가방문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21이 심층 인터뷰한 외국인 요양보호사들은 현재 같은 노동환경에서 외국인력을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로 더 투입하면 부작용만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사코는 “외국인이 일을 맡게 된다면 한번 해보고 실패할 경우 버티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돌봄 분야에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고용하더라도, 재가방문요양의 경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민정책연구원이 펴낸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현황과 쟁점’(2025)은 “재가(방문) 요양보호사 수요가 시설 요양보호사 수요보다 높지만, 감독과 관리의 어려움, 문화적 차이, 인권침해 가능성 문제로 부적절하다”며 “중간관리자가 상주하는 시설 요양에서 시작해 관리 체계를 확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재가방문요양을 제공하는 재가서비스 기관이 요양보호사의 업무를 계획하거나 감독하지 않는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 요양보호사의 업무 범위는 노인과 그 가족에게 전적으로 맡겨져 있다”며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방문해 노인에게 일대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유지한다면 외국인력을 도입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요양대학을 졸업한 젊은 외국인 요양보호사가 재가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요양보호사도 노인도 서로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예를 들어 치매 노인이 요양보호사를 아내로 오인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언어와 한국 문화 이해가 낮은 요양보호사가 잘못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적인 공간에 취약한 두 사람이 있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며 “정말 인력이 부족하다면 재가방문요양이 아닌 주야간보호센터나 방문목욕 등 다른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팀을 구성해 여러 명이 집을 방문하는 방식의 서비스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돌봄은 수급자 노인과 신뢰를 쌓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과정”이라며 “언어와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외국인력을 급격히 확대하면 이용자와 가족, 노동자 모두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이어 “현재도 결혼이주여성 등 외국인 요양보호사들이 의사소통과 직장 내 적응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며 “인력 부족을 이유로 외국인력을 늘리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교육과 적응 지원 체계를 먼저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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