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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원 빚내 왔는데 “간호학과가 아니라고요?”

‘간호사 유혹’에 속아 온 유학생에 학비 부담까지… ‘최저임금 독박 돌봄’ 내모는 정부의 땜질식 처방
등록 2026-06-19 10:29 수정 2026-06-22 07:14
2026년 5월4일 한국의 요양보호사 양성 대학에 입학한 베트남 대학생이 걸어가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26년 5월4일 한국의 요양보호사 양성 대학에 입학한 베트남 대학생이 걸어가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베트남 남서부 지역 출신인 응우옌티린(27·가명)은 간호사다. 2020년 베트남에서 3년제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심혈관내과 간호사로 일했다. 린은 오랫동안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할 수 있길 꿈꿨다. 베트남에서 간호사 일은 업무 강도에 견줘 급여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보통 첫날은 8시간, 둘째날은 24시간을 일하고 셋째날 하루 쉬는 ‘주야휴’ 일정을 일주일에 두 번 치러야 했다. 주간 노동 시간이 무려 64시간이나 된다. 일이 많을 때는 이틀은 8시간씩 일하고 이틀은 연속으로 48시간 일한 뒤 이틀 쉬는, ‘주주야야휴휴’ 일정으로 일하기도 했다. 월급은 600만동(약 34만원)에 불과했다. 베트남 노동자 월평균 임금 750만동(약 41만원·한국무역협회 2024년 자료)보다 적다. “이 돈을 받으며 일할 바엔 한국에서 간호사로 역량을 키워 더 훌륭한 간호사가 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린은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한국의 한 대학을 알게 됐다. 넓은 캠퍼스와 기숙사 사진이 맘에 들었다. 오랜 한국행 꿈을 실현할 기회처럼 보였다. 유학원을 찾아갔는데, 토픽(TOPIK·한국어능력시험) 점수가 없는 린에게 유학(D-2) 비자가 나오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토픽 점수가 없어도 되는 어학연수(D-4) 비자도 있는데, 어학연수 비자 발급에는 3억~4억동(약 1800만~2400만원)이나 든다고 했다. 돈이 부족하다고 했더니, 유학원에서 일하는 지인이 솔깃한 제안을 했다. 1억동(약 600만원)을 내면 한국에 있는 대학의 간호학과에 입학할 수 있는데, 그러면 유학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대학을 떠올린 린은 유학원에서 제안한 한국 대학 중에서 그나마 학비가 저렴한 지역 대학을 골랐다. 간호사로 일하며 모은 돈에 엄마, 삼촌, 고모까지 십시일반으로 보태 입학금과 기숙사비를 내고 나니, 1억7500만동(약 1천만원) 정도의 빚이 생겼다. 충북의 한 4년제 대학에 입학한 건 2026년 3월23일이었다.

린의 꿈은 첫 수업 시간에 무너졌다. 수업 교재 표지 학과명에 ‘간호’(Nurse)가 아니라 ‘시니어’(Senior)라고 적혀 있었다. “왜 노인이 쓰여 있지? 이상하다” 생각하며 물어봤더니, 린이 입학한 대학은 간호사가 아니라 요양보호사를 양성하는 대학이라고 했다. 린은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 “전 간호사가 되려고 한국에 왔는데, 요양보호사더라고요. 베트남에선 보통 부모나 조부모를 가족이 돌보기 때문에 요양원이 거의 없어요. 돌봄과 간호 업무를 함께 하는 간호사를 ‘디에우즈엉’(điều dưỡng)이라고 통칭합니다.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고향으로 가면 환영받으면서 간호사 일을 이어갈 수 있는데, 베트남엔 요양원도 없고 요양보호사 경력을 인정해주지도 않아서 재취업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간호사와 요양보호사는 받는 임금 격차도 엄청나다. 한국 간호사의 연평균 임금은 4744만8594원(2020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인 데 견줘, 요양보호사의 연평균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인 2539만2천원(2020년 건강보험연구원 조사)으로 간호사의 53.5%에 불과하다. 결국 린은 1천만원이나 빚지고 4년 동안 수백만원대 등록금을 내며 대학 교육을 받아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한국인들이 꺼리는 ‘고강도·고위험’ 돌봄 노동 시장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초고령사회의 비명, ‘돌봄 대란’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이는 한국이 2025년 65살 이상 인구 비중이 20.3%를 기록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이 노인 인구를 돌볼 요양보호사가 턱없이 부족하고, 심지어 요양보호사들의 고령화 현상 역시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겨레21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6년 3월 말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316만3165명 가운데 실제 종사자는 68만1743명(21.5%)이다. 10명 중 2명만 일하는 셈이다. 2020년(24.8%)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23년 건강보험연구원이 낸 ‘요양보호사 수급 전망’을 보면 부족한 요양보호사 수는 2026년 4만3447명, 2027년 7만9020명, 2028년 11만6734명으로 해마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43년 최대 99만 명의 요양보호사가 부족하리라고 전망한다. ‘돌봄 대란이 머지않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남아서 일하는 사람도 고령화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평균연령은 2020년 59.9살에서 2026년 3월 63.1살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활동하는 요양보호사의 70.9%인 48만4346명(2026년 4월 기준)이 60대 이상 고령자다. 30대 이하는 0.8%(5122명)에 불과하다. 요양보호사는 별다른 기술이 없어도 단기간에 공부해 자격증을 딸 수 있는데 앞서 말했듯 저임금·고강도·고위험 노동이어서 젊은층은 선호하지 않고 주로 경력이 단절된 중장년층 여성이 많다. 하지만 이 요양보호사들이 법적 기준인 요양보호사 1명당 요양원 입소자 수 2.1명을 훨씬 초과하는 20~30명씩 담당하면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면서 요양보호사들에게 근골격계 질환이 다량으로 발생하는 등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요양보호사 처우를 개선해 요양보호사가 되려는 지원자를 대폭 늘리는 방향이 아니라, 주로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청년층을 대상으로 유학생을 받아 이들이 원하는 체류 비자를 미끼로 노인 돌봄 노동을 떠넘기려는 편의주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고령화와 맞벌이 가구 증가를 이유로 늘어나는 돌봄 서비스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외국인력 도입’이란 원칙을 세우고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외국인력을 ‘돌봄 서비스’에 도입한 까닭이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가 2024년 9월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을 고용하는 시범사업을 먼저 시작했지만, 낮은 처우와 수요 등의 문제로 시범사업은 2025년 9월 종료됐다.

하지만 정부는 노인 돌봄 영역의 이주화는 계속 진행했다. 2024년 1월에는 구직(D-10) 비자, 7월에는 유학 비자를 소유한 외국인도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존에는 거주(F-2), 재외동포(F-4), 영주(F-5), 결혼이민(F-6), 방문취업(H-2) 비자 소지자에 한정했던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 대상을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유학생과 졸업생에게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어 법무부와 복지부는 2025년 3월 ‘제30차 외국인정책위원회’를 열고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요양대학)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린이 입학한 대학처럼 요양대학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대학에서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후 2025년 하반기부터 전국 21곳(전문대 18곳·일반대 3곳)의 요양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모집했고, 2026년 3월 첫 학기를 열었다.

 

처우 개선 대신 ‘체류 비자’ 낚시

 

요양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이 입학하면 한국어와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을 위한 요양 이론·실습(320시간 이상)을 가르친다. 이후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증 시험에 합격하도록 지원하고 장기요양기관(요양원) 취업까지 연계한다. 이들이 대학을 마치고 취업하면 유학 비자나 구직 비자를 특정활동(E-7-2) 비자로 변경해준다. 6개월 단위로 연장해야 하는 구직 비자와 달리 특정활동 비자는 3년 단위로 체류를 보장해 외국인 유학생에게 한국행을 선택하게 하는 유인책이 된다. 특정활동 비자는 특정 직종에 취업하는 외국인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이 가운데 E-7-2 비자는 면세점 판매원이나 주방장 등 사무·서비스 분야에서 외국인의 숙련도를 인정해주는 준전문인력 비자다.

대학 입장에선 점점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입학생이 줄어 이를 대신할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할 방법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역의 한 요양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에게 ‘요양 이론’을 가르치는 ㄱ교수는 “솔직히 지역에는 지금 학생이 심각하게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라며 “외국인 학생 입장에선 특정활동 비자라는 유인책이, 학교 입장에선 학생 수를 채울 수 있다는 수요가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 부족 메우는 ‘기만적 유치’

 

하지만 요양대학은 대부분 2026년 1학기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과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자료를 보면, 2026년 3월23일 기준 요양대학 21곳 가운데 계획한 모집 인원을 채운 곳은 4곳(서정대·충북보건과학대·신성대·마산대)에 그쳤다. 1학기가 끝나가는 6월8일 기준, 21곳의 요양대학 재학생은 모두 505명이다. 2025년 법무부가 배정한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 유학생 연간 정원 1092명을 채우려면 당장 2학기에 600명에 가까운 신입생을 추가로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니 요양대학이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서 유학생을 모으는 과정에서 요양보호사 양성 과정이라는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사실상 이들을 기만하는 행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실제 한겨레21이 린과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입학한 베트남 국적 외국인 학생 4명에게 확인한 결과, 대부분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양성하는 대학이란 것을 모르고 입학했다고 답했다. 린처럼 ‘간호학과인 줄 알았다’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학생은 한 명에 그쳤다. 이 학생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요양보호사 월급을 받고 일해도 괜찮냐고 묻자 그는 “잘 모른다”고 답했고, 다른 학생들은 모두 “할 수 있다면 요양보호사 외에 돈을 더 많이 버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린과 같은 요양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모두 32명인데, 31명이 베트남 출신이고 1명은 우즈베키스탄 출신이었다. 이들의 평균나이는 22살이다.

 

등록금 빚더미에 하루 한 끼

 

더욱 큰 문제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대학 교육 비용까지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요양대학과 관련해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은 없다. 등록금을 포함한 학비는 물론 기숙사비, 생활비 등 학교에 다니며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학생이 책임져야 한다. 일부 대학이 자체 장학금으로 등록금 일부를 깎아주는 정도다.

린의 경우 2026년 1학기 입학금 18만6천원, 등록금 367만2천원 가운데 절반을 학교에서 지원받으면서 200만원을 내야 했고, 매달 4인실 기숙사비 45만원과 생활비 40만원 등을 쓰고 있다. 2학기부터는 학교의 지원금이 없기 때문에 한국어·성적 장학금을 받지 않는 한 등록금 367만2천원을 고스란히 내야 한다. 요양보호사의 경우 자격증 학원에서 총 320시간 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을 치르는 비용 등이 대략 80만~100만원인데, 린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4년 동안 등록금만 2800만원 가까운 돈을 내야 하는 셈이다. 린은 “빨리 아르바이트해서 친척들에게 빌린 돈과 학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못하게 한다”며 “베트남 룸메이트들과 장을 봐 베트남 음식을 해먹으며 생활비를 최대한 아끼고 있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수도권의 한 2년제 요양대학에 입학한 몽골 출신 샤가이(35)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학기 200만원이 넘는 학비는 그에게 큰 부담이었다. 샤가이 부부는 몽골의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한국에 가서 노인 돌보는 일을 하면 체류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지인의 소개로 한국행을 결정했다. 한 학기 2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은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형이 금전 지원을 해줘 가까스로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학비는 부부가 직접 일해서 내야 한다. 이 때문에 부부는 일주일 중 수업을 이틀에 몰아두고 다른 날은 식당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며 일당 8만원씩 벌고 있다.

샤가이처럼 대부분의 요양대학 유학생들은 사정이 넉넉지 않아 공부보다는 생활비와 학비 충당이 우선이다. ㄱ교수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무기력하고 잠자거나 휴대전화를 하는 등 수업 참여도가 매우 낮다”며 “학생 대부분이 요양보호사에 관심 있어서 온 게 아니라 유학생 비자를 이용해서 일과 소득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한국에 정착하려는 의지도 낮다”고 말했다.

 

‘비자 인질’로 버티는 돌봄 현장

 

이렇게 빚과 생활고를 감내하며 어렵게 졸업해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딸 수 있을지도 현장에선 회의적이다. 유학생들이 2년 안에 한국어와 요양보호사 교육까지 마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딸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겨레21이 요양대학 21곳 가운데 7곳의 담당자와 통화한 결과, 이들이 사업의 가장 큰 벽으로 꼽은 건 ‘언어’였다.

요양대학 학생은 학사 졸업 외에 토픽 3급 이상 등 한국어능력 요건을 통과해야 요양보호사로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한국어 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학생이 많아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요양보호사 필기시험 교재엔 ‘욕창’처럼 한자어로 된 의료 용어 등 한국인에게도 생소한 내용이 많은 탓이다. 샤가이는 “한국어가 어렵고 용어도 어렵다”며 “법률 용어나 한자가 많다”고 토로했다. 몽골에서 간호사로 일해 상대적으로 의료 이해도가 있는 몽골 출신 유학생 헝가리 척(34)도 “한국말이 어렵다보니 교수님이 쉽게 설명해줘도 전문 단어는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요양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이광래 제주관광대학 교수(사회복지학)는 “한국에 온 지 10년이 되고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도 요양보호사 시험을 치면 떨어지는데, 외국인 학생들이 (2년제 대학의 경우) 2년 공부한 뒤 시험을 치르면 합격률이 5%도 안 되고 결국 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본다”며 “2년 이후 취업이 곧바로 안 되면 정부와 학교가 외국인 학생에게 거짓 홍보를 한 셈인데, 이건 국가 간 외교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문제는 정부가 2024년 1월 구직 비자, 7월에 유학 비자를 소유한 외국인에게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한 뒤 요양대학을 거치지 않고 요양보호사가 된 외국인들의 실태를 봐도 파악할 수 있다. 김선민 의원실이 법무부·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5년 말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외국인(2만6596명) 가운데 실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사람은 7623명으로 28.7%에 그친다.

외국인 요양보호사 역시 중장년층 여성이 대다수인 점도 한국인 요양보호사들과 다르지 않다. 2025년 말 기준 외국인 요양보호사 종사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연령은 60대(53.2%)다. 이어 50대(28.6%), 70대 이상(10.8%) 순이다. 20대는 0.23%, 30대는 1.6%, 40대는 5.6%에 그친다. 94.5%가 여성이다.

2024년 8월 충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한 베트남 국적의 쩐티아잉(27·가명)은 2026년 3월 중순부터 대전의 한 요양원에서 구직 비자로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했다.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사무직 일자리에 취업했지만 외국인이란 이유로 차별을 당했고 식대와 야간수당도 받지 못했다. 사장은 ‘비자를 내주겠다’는 말만 하고 취업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구직 비자로 계속 체류를 이어갈 수 없었던 아잉은 결국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했고, ‘요양보호사가 되면 비자를 빨리 특정활동 비자로 바꿀 수 있다’는 지인의 권유로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 일은 아잉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됐다. ‘주주야야휴휴’로 일했는데 야간 근무 땐 혹시 요양원 입소 노인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봐 한숨도 못 잤다. 몸에 힘이 없는 입소 노인을 들고 앉히는 일을 하며 근골격계 질환이 생기면서 몸에는 늘 파스를 달고 살아야 했고, 남성 노인에게 얼굴을 맞은 적도 여러 번이었다. 바쁠 땐 혼자서 노인 15명을 돌보기도 했다.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됐다.

그런데도 월급은 보험과 세금을 떼면 200만원이 조금 안 됐다. 월세와 관리비(50만원)에 베트남에 있는 부모에게 보내는 돈을 제외하면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절약하기 위해 옷을 사지 않고 밥은 하루 한 끼만 직접 요리해서 먹었다. 아잉은 “비자만 아니면 솔직히 포기하고 싶단 생각이 든다”며 “특정활동 비자를 받아서 몇 년 버티다가 원래 전공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이 안 하니까 외국인이 하는 거잖아요. 근데 외국인도 힘든 건 똑같아요.”

 

“정당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전문가들은 돌봄 노동의 환경을 개선할 생각을 하지 않고 이주민에게 돌봄 노동을 떠넘기려 하면 지금의 돌봄 위기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일할 능력이 있는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많은데다 여성 고용률이 낮고, 청년 실업 문제도 계속 이야기되는 나라에서 왜 이 잠재 인력이 돌봄 현장으로 들어오지 않는지부터 먼저 성찰해야 한다”며 “저임금·고강도의 요양보호사 노동 구조는 그대로 둔 채 또 다른 취약한 집단, 외국인 노동자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도 정당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외국인 돌봄 인력을 쓰는 나라의 특징을 보면 싱가포르처럼 제도가 미발달된 나라이거나 동유럽에서 버스 타고 쉽게 이동이 가능한 독일 같은 유럽 나라인데, 우리나라는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역 사립대들은 학생 충원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외국인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고, 정부는 이런 대학들의 자구책 위에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이라는 제도를 얹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교육비와 생계 부담을 가장 취약한 집단인 외국인 유학생에게 떠넘기면서 부족한 돌봄 노동까지 함께 짊어지게 만드는 구조”라며 “교육·생활 비용 부담에 비해 일자리의 지속성과 질이 담보되지 않아 목표 달성이 불투명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시범사업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요양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서동민 백석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은 단기적 인력 수급 문제를 완화하는 방안으로는 고려할 수 있겠지만, 변화하는 장기요양 현장과 이용자 수요에 대응할 만큼 양적·질적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장기요양보험 선도국으로서 어떤 국제적 역할을 할지 요양대학의 역할을 다시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서 교수는 “요양보호사 인력 양성 관련 정책을 만들고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관련 부처와 전문가, 이해당사자, 특히 요양보호사들이 직접 참여하는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땜질’해놓고 이제 와서…

 

요양대학 학생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외국인 요양보호사들이 취업 후 겪을 수 있는 문화·언어·세대 차이 등의 어려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국외 인력을 직접 유치하는 대신 국내 대학 교육과 연계해 2년간 한국어·문화·요양보호 업무를 충분히 익힐 수 있도록 요양대학 제도를 추진했다”며 “요양대학 관계자 등을 통해 유학생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점검 결과는 요양대학 지정 연장 심사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양보호사라는 직종이 있는 나라가 거의 없기에, (유학생들이 요양보호사를 간호사로) 오인하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있었을 것 같다”며 “요양대학 학생의 학비 지원 등 요양대학 사업 진행 후 평가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2026년 5월4일 한국의 요양보호사 양성 대학에 입학한 베트남 대학생.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26년 5월4일 한국의 요양보호사 양성 대학에 입학한 베트남 대학생.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26년 5월4일 한국의 요양보호사 양성 대학에 입학한 베트남 대학생.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26년 5월4일 한국의 요양보호사 양성 대학에 입학한 베트남 대학생.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26년 5월4일 한국의 요양보호사 양성 대학에 입학한 베트남 대학생(오른쪽)이 권지담 한겨레21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26년 5월4일 한국의 요양보호사 양성 대학에 입학한 베트남 대학생(오른쪽)이 권지담 한겨레21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26년 5월4일 한국의 요양보호사 양성 대학에 입학한 외국인 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26년 5월4일 한국의 요양보호사 양성 대학에 입학한 외국인 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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