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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3 지방선거에서도 거대 양당만 재미 봤다

구조적으로 민의 왜곡하는 양자택일 선거제도… 결선투표·비례성 강화 등 개혁론 다시 고개
등록 2026-06-12 10:06 수정 2026-06-16 08:40
더불어민주당 선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송기헌 의원이 2026년 6월10일 국회에서 열린 TF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선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송기헌 의원이 2026년 6월10일 국회에서 열린 TF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선거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6·3 지방선거였지만, 국민은 어느 당의 손도 번쩍 들어주지 않았다. 거대 양당이 내건 ‘내란 심판’ 또는 ‘정권 견제’라는 구호는 국민의 기대를 온전히 대변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패배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12곳의 시·도지사를, 국민의힘은 서울시장과 대구시장, 경남·경북도지사 등 중요한 자리를 지켰다.

단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강요하는 선거제도 때문에 양당의 공생 카르텔은 공고하다.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지방행정과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서 또다시 선거제도 개혁 요구가 나오는 까닭이다.

 

오세훈 뽑지 않은 69.04%의 유권자

 

이번 선거에서도 다수 지역에서 ‘과반 미달’ 당선자가 나왔다.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자 227명 가운데 26명이 50% 미만의 득표로 당선됐다. 시·군·구청장의 11.5%가 지역 주민 절반의 지지도 얻지 못한 채 지방행정을 4년간 이끌어가야 하는 셈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49.22%를 득표해 48.07%를 얻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15%포인트 앞서며 당선됐다. 반대로 보면, 투표한 서울 시민의 절반 이상인 51.3%(271만3564명)가 오 당선자가 아닌 다른 후보를 찍었고, 서울 유권자 전체(831만9134명)로 넓혀보면 오 당선자를 뽑지 않은 유권자가 69.04%(574만3315명)에 육박한다.

단순다수대표제에서 절반을 넘지 못한 당선자에게 항상 ‘대표성이 있느냐’는 질문이 꼬리표처럼 붙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결선투표제 도입 요구가 나온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선거 직후인 6월4일 기자회견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앞서 제22대 국회에서 박성준 민주당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민형배 민주당 의원(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자),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등이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황이다.

결선투표제에서는 1차 투표 결과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과반에 미달한 1·2위 후보들이 2차로 결선투표를 거친다. 결과적으로 과반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반드시 나오게 된다.

결선투표제는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를 선거에 담을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1차 투표에서 2등 안에만 들면 되기 때문에 신인, 소수정당 후보자에게 출마 장벽이 낮아진다. 송진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1월2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기존 투표와 달리 (결선투표제는) 2등 안에만 들어가면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 후보의 출마 부담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며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 직업군 등 다양한 후보, 군소정당 후보의 진입장벽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력 양당의 후보들이 유권자의 사표 심리를 이용해 소수정당 후보들에게 단일화를 요구하면서 벌어지는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도 사라질 수 있다. 강우진 경북대 교수(정치학)는 한겨레21에 “불필요한 단일화 논의 또는 소수당에 대한 부당한 단일화 압력이 벌어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결선투표를 도입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연합정치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실시하는 프랑스의 경우, 2022년 4월 1차 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당시 후보는 27.35%를 득표했고, 결선투표에서는 58.54%를 얻어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제도개혁연대 공동대표인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서 다른 정치세력의 의견도 청취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연합정치와 민주주의 발전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더 벌어진 당선자 수와 정당 지지율의 격차

 

현행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 중심의 선거제도를 개혁해 투표의 비례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도 민심이 왜곡돼 거대 양당에 과도하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6·3 지방선거 광역자치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 광역·기초의회 의원 등 정당별 당선자 수를 보면, 민주당이 2295석(54.6%), 국민의힘이 1692석(40.3%)으로 전체 당선자의 94.9%를 차지했다. 2022년 지방선거(93.6%)보다 양당의 독과점이 심화했다.

더 큰 문제는 유권자의 민심이 양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됐다는 점이다. 지방선거 직전 여론조사 정당지지율을 보면, 민주당 45%, 국민의힘 22%, 조국혁신당 2%, 진보당 1%, 개혁신당 3%, 기본소득당 0.1% 등으로 나타난다.(한국갤럽 2026년 5월19~21일 조사, 전국 만 18살 이상 1002명, 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양당 지지율 단순 합계는 67%였지만, 선거에서는 약 95%의 당선자를 배출한 것이다.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제 확대와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하다. 강우진 교수는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는 혼합제다. 그렇지만 비례대표 비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사실상 다수제다. 대한민국이 다수제를 통해 모든 이해관계를 다 대표하고 있는 사회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불평등 문제, 지역 차별 문제, 특히 다중 격차 문제, 세대별 문제 등 수많은 이슈가 있다. 이런 다양한 의견이 대표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통로는, 좀더 개방적이고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와 대표 체계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의회 비례대표 비율이 10%에서 14%로 상향되긴 했지만, 정당 득표율 5% 미만인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도 배분받지 못하는 ‘5% 봉쇄조항’이 소수정당엔 족쇄로 작용한다. 거대 양당이 1·2위를 나눠 먹는 식의 2인 선거구가 무투표 당선자를 양산하고 있어 3인 이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당제·연합정치 필요성 다시 확인한 선거

 

선거제도의 비례성 강화는 한국 사회의 오랜 숙원이다. 이미 2018년 11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42%로 ‘그렇지 않다’는 의견(29%)보다 높게 나왔고, 당시 소수정당인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의원들이 예산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동시 처리를 주장했다. 당시 원내 2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이 반대한 가운데, 여당인 민주당은 논의에 참여했지만, 끝내 ‘석패율제’ 도입은 거부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정당 득표율과 지역구 의석 일부를 연동해 정당 득표율에 가깝게 의석을 맞추는 방식이다. 그러나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미래한국당)의 창당으로 제도 도입 전과 다름없는 ‘불비례’한 선거 결과가 나왔다.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더불어민주연합,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라는 위성정당을 또다시 만들어 선거제도를 해킹했다. 김찬휘 공동대표는 “거대 양당이 항상 자기들이 패배하거나 목적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선거제도 개혁을 들고나온다”며 “오히려 선거에서 승리하거나 상황이 좋을 때 선거제도 개혁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6월9일 논평을 통해 “제22대 하반기 국회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거대 양당 독식, 민의 왜곡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이번 지방선거는 한국 사회의 다양성이 국회 의석 구성에 반영되는 다당제 정치와 다양한 정치 실험과 정책에 기반을 둔 정책 연합을 가능하게 하는 연합정치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확인시켰다. 비례대표의원과 중대선거구제 대폭 확대, 결선투표제 도입 등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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