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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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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전쟁 1천일, 어린이가 2만명 넘게 숨지고 4만명 훌쩍 넘게 다쳤다

‘집단살해’로 얼룩진 1천일 가자 전쟁, 차고 넘치는 이스라엘 만행의 증거들
등록 2026-06-26 14:48 수정 2026-07-01 11:50
2026년 6월19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에서 어린이들이 피란민 천막촌이 내려다보이는 낮은 언덕에서 놀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6년 6월19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에서 어린이들이 피란민 천막촌이 내려다보이는 낮은 언덕에서 놀고 있다. 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가 전쟁터가 된 건 2023년 10월7일이다. 2025년 10월9일 미국 중재로 휴전안이 발효됐지만 전쟁은 멈출 줄 모른다.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전쟁을 ‘집단살해’(제노사이드)로 규정한 것도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전쟁은 오늘도 계속된다. 2026년 7월2일 가자지구 전쟁은 1천 일째를 맞는다.

 

17살 소녀 아쇼르의 비극적 죽음

 

“내 유일한 장미, 나와 한 베개를 베고 자던 내 소중한 딸….” 2026년 6월22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알시파병원 앞에서 한 여성이 울부짖는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고교 2학년(11학년)인 라그하드 아쇼르(17)는 그날 아침 등교를 서둘렀다. 시험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간 열심히 준비했다. 좋은 성적이 나올 거라 자신했다. 아쇼르는 한껏 웃으며 가족과 인사하고 피란민촌 천막집을 나섰다.

얼마 전 아쇼르에게 혼담이 들어왔다. 가자에선 조혼이 흔하다. 내년이면 성년이다. 어머니는 아쇼르가 2살 때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남편을 잃은 뒤 아쇼르와 아들 4명을 홀로 키웠다. 어머니는 내심 딸이 고등학교를 마친 뒤 일찌감치 가정을 꾸리기를 바랐다. 아쇼르는 “대학에 갈 것”이라며 당차게 거절했다.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총명했던 딸의 뜻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아쇼르 가족은 전쟁 전까지 가자지구 북동쪽 끝자락 베이트하눈에 살았다. 전쟁 전 인구가 5만여 명에 달했던 베이트하눈에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다. 전쟁과 함께 폭격이 시작됐고, 곧이어 이스라엘 지상군 병력까지 들이닥쳤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025년 7월11일 소셜미디어 엑스에 베이트하눈 도심을 찍은 항공사진을 올렸다. 카츠 장관은 “바닥까지 완전히 파괴했다.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베이트하눈까지, 테러범의 피신처는 없다”고 썼다.

아쇼르는 개전 이후 가자지구 전역을 떠돌며 신산스러운 피란살이를 했다. 피란길에서도 아쇼르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책은 그에게 미래로 가는 희망의 끈이었다. 가자시티로 피란처를 옮긴 뒤 아쇼르가 제일 먼저 한 것도 학교를 찾는 일이었다. 다행히 피란민촌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학교가 있었다. 학생 수보다 책상 수가 부족했다. 아쇼르는 매일 아침 제일 먼저 학교에 도착해 수업 준비를 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2026년 6월22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알시파병원 앞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딸 라그하드 아쇼르(17)를 잃은 어머니가 울부짖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6년 6월22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알시파병원 앞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딸 라그하드 아쇼르(17)를 잃은 어머니가 울부짖고 있다. AP 연합뉴스


집을 나선 아쇼르가 알리말시장 쪽으로 접어들었을 때다. 학교가 코앞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이스라엘군 무인기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 자동차 1대가 표적이었다. 곁을 지나던 아쇼르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주변에 있던 주민 5명도 부상을 당했다. 그의 삼촌 자밀 아쇼르는 6월23일 중동 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건 전날에도 라그하드가 준비한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한참 웃었다. 그저 상냥한 어린아이였을 뿐이다. 이 모든 일과 아이가 대체 무슨 관련이 있나? 아버지를 잃고, 집도 잃고, 평범한 일상도 빼앗긴 아이였다. (…) 아이가 자기 꿈을 좇아가는 길에 목숨을 잃었다는 점이 그나마 우리의 유일한 위안이다.”

 

“가자의 모든 어린이가 우리의 적”

 

유엔 인권이사회 제62차 정기회의(2026년 6월15일~7월7일)에 즈음해 ‘점령지 팔레스타인 조사를 위한 독립 국제위원회’(이하 위원회)가 6월18일 최신 보고서를 제출했다. 94쪽 분량의 보고서는 표지부터 살풍경이다. ‘유년기의 본질이 파괴당했다’는 제목에 ‘2023년 10월7일 이후 점령지 팔레스타인에서 어린이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의도적 공격’이란 부제가 붙었다.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너희는 죽을 것이다. 너희의 자녀와 그들의 자녀도 죽게 될 것이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 집권 리쿠드당 소속 국회(크네세트) 의원 하노크 밀위드스키는 2024년 2월21일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저주했다. 역시 리쿠드당 소속 국회의원을 지낸 극우 정치인 모셰 페이글린은 2025년 5월20일 이스라엘 방송 채널14에 출연해 한술 더 떴다. 그는 “가자의 모든 어린이, 모든 아이가 우리의 적이다. 가자를 정복해 식민지로 삼고, 단 1명의 가자 아이도 남겨놓지 말아야 한다. 그것 외에 다른 승리는 없다”고 말했다. 특정 집단을 말살하려는 ‘명백한 의도’는 집단살해죄의 전제다.

2026년 6월23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주민이 수레를 탄 채 무너져내린 거리를 지나고 있다. REUTERS

2026년 6월23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주민이 수레를 탄 채 무너져내린 거리를 지나고 있다. REUTERS


보고서를 보면, 2023년 10월7일부터 2026년 3월31일까지 심각한 신체·정신적 위해를 포함해 이스라엘군이 저지른 폭력과 범죄 행위 등으로 팔레스타인 어린이(18살 이하) 2만179명이 숨지고, 4만4143명이 다쳤다. 같은 기간 발생한 사망자의 30%, 부상자의 26%에 해당하는 수치다. 신생아 420명과 생후 12개월 이하 1029명을 포함한 5살 이하 영유아도 5031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위원회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채 매장된 어린이와 사망했음에도 단순 실종자로 분류된 어린이도 상당수”라며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주검을 수습하지 못한 어린이 사망자도 516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전쟁 전까지 가자지구 인구는 약 220만 명, 이 가운데 절반(47.3%) 정도가 18살 이하였다.

위원회는 “이스라엘군의 가자 전쟁 수행 방식은 파괴력이 큰 폭발물과 살상력이 높은 중화기를 대거 동원해 주거지역을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으로 파괴한다는 특성이 있다. 어린이 인명 피해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어린이는 폭발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성인보다 7배나 크다. 성인보다 생리학적으로 취약한 탓”이라고 짚었다.

이스라엘 쪽은 2025년 1월 발효된 1단계 휴전안 연장이 논의되던 2025년 3월18일 다시 대규모 공세에 나섰다. 같은 달 31일까지 단 2주 동안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어린이 322명이 숨지고, 609명이 다쳤다. 2025년 10월 미국 중재로 휴전이 다시 발효된 뒤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위원회는 “유니셰프 집계 결과, 휴전 발효(2025년 10월9일) 이후 2026년 1월13일까지 가자지구 어린이는 적어도 100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 명이 다쳤다. 2025년 12월10일엔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피란민촌 인근에서 16살 청소년이 이스라엘군에게 총격을 당해 숨졌는데, 잠시 뒤 이스라엘군이 탱크를 몰고 와 숨진 청소년의 주검을 짓이겨 훼손했다”고 전했다. 만행의 증거는 차고 넘친다.

 

고문 등 신체·정신적 위해 행위 자행

 

이스라엘군이 체포 구금하는 과정에서 가자지구 어린이에 대한 신체·정신적 위해도 심각하다. 2023년 12월4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에서 대대적인 체포 작전에 나섰을 때 구금됐던 15살 청소년은 위원회에 “이스라엘군에 붙잡힌 뒤 신분증을 보여주고 내 나이를 확인시켰다. ‘여성과 어린이가 모여 있는 쪽으로 가겠다’고 말했더니 이스라엘군 병사가 ‘아니, 넌 무장요원 쪽으로 가야 해. 네가 한 짓의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이렇게 덧붙였다.

“소년의 눈은 가려졌고, 손은 결박당했다. 밤이 되자 다 함께 어디론가 옮겨졌다. 이스라엘군은 수감자들에게 물을 주지 않았다. 자기 오줌을 물 대신 마시라고 했다. 자정 무렵 약 70명의 수감자와 함께 트럭에 실렸다. 이스라엘군은 뭇매를 퍼붓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군 수감시설에 도착한 소년은 알몸 상태로 딱딱한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이스라엘군은 소년에게 하마스와 가자지구 지하터널에 관해 묻고, 2023년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서 벌인 테러에 가담하지 않았느냐고 몰아세웠다. 이후 석방될 때까지 54일 동안 소년은 전기충격과 어깨에 바늘 꽂기, 같은 자세로 12시간 동안 버티기 등 각종 고문에 시달렸다. 이스라엘군은 물과 음식도 거의 주지 않았다.”

여성 청소년의 끔찍한 증언도 있다. 체포 당시 소녀는 왼쪽 발에 총상을 입었다. 끌려간 곳에선 이스라엘 남성 병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성 병사가 가위로 소녀의 히잡을 자르고 교복과 신발과 바지도 잘라냈다. 속옷과 반소매 셔츠만 남았는데, 여성 병사가 셔츠마저 벗겨버리고 사진을 찍었다. 소녀가 울자 남성 병사가 주먹을 휘두른 뒤 소녀의 머리를 벽에 처박았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진 소녀는 치료 뒤 다시 구금시설로 끌려왔다. 소녀는 이튿날부터 양손이 의자에 결박당한 채 남성 병사에게 취조를 당했다. 해당 병사는 소녀에게 ‘하마스의 소녀’와 ‘거리의 소녀’ 중 어느 쪽과 같이 수감되길 바라느냐고 물었단다.

2026년 6월20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피란민 어린이가 물통을 옮기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6년 6월20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피란민 어린이가 물통을 옮기고 있다. AP 연합뉴스


 

부모 잃은 어린이 5만8554명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0년 가자지구에서 한쪽 또는 양쪽 부모를 모두 잃은 어린이(0~17살) 인구는 2만6349명이다. 2023년 10월7일부터 2025년 10월7일까지 2년 동안 줄잡아 5만8554명의 가자지구 어린이가 한쪽 또는 양쪽 부모를 잃었다. 또 1만7천~1만8천 명 정도는 보호자나 동반가족이 없이 홀로 생활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에게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는 신체·정신적 위해를 가했다. 어린이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고, 영구적 장애를 겪게 했고, 한 세대를 고아로 만들었다. 이 같은 신체·정신적 위해는 장기적 해악을 끼쳐 피해자가 온전하고 건설적인 삶을 살아가기 어렵게 한다”고 짚었다. 2023년 12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어머니와 여동생 둘을 잃고 자신도 크게 다쳤던 13살 소년은 위원회에 이렇게 증언했다.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 내게 ‘의사나 기술자같이 다른 사람에게 보탬을 줄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우리 가족한테 벌어진 이 모든 일에도 나는 사회에 보탬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2023년 10월7일 개전 이후 전쟁 992일째를 맞은 2026년 6월24일까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7만3041명이 숨지고 17만340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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