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명.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8명 가운데 67명의 가족들이 모였다. 가족을 잃고 12월1일까지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가칭) 준비모임’에 함께하겠다고 모인 이들이다. 참사가 없었다면 여느 때처럼 가족과 따뜻한 밥을 지어 먹었을 이들은 한 달째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이 한데 모이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 희생자들이 병원 40여 곳에 분산 안치되고 분향소도 위패나 영정 없이 제각기 다른 곳에 세워져, 다른 참사보다 유가족이 모이는 데 오래 걸렸다. 정부는 다른 가족과의 만남을 요청하는 유가족에게 희생자 명단도 제공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이런 참사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철저한 진상 및 책임 규명이 간절하다. 시민분들께(서)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과 책임이 규명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저희와 함께 서주시길 부탁드린다.” 2022년 12월1일 서울 마포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유가족들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에 대한 수사 촉구서를 제출하면서 간절하게 부탁했다. 이날 오후 이들은 국회를 찾아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과 면담했다.
이태원 참사 한 달을 맞아, <한겨레21>이 다시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참사 당시에는 미처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추상화로 뭉뚱그려진 이야기를 세밀화로 다시 그려낼 때 우리는 알게 된다. 우리가 지켰어야 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들이 사라진 이후 가족의 삶은 어떠한지. 또한 가족이 알고 싶었던 것이 수사 과정에서 어떻게 배제되고, 가족을 위한다고 만든 행정 절차가 어떻게 그들을 되레 상처 입히는지 말이다. 재난의 최전선에 선 가족들의 이야기는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록하는 우리 사회의 묵직한 사료가 될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오지연(24), 이상은(25), 박가영(19)씨에 대한 오비추어리(Obituary·부음 기사)를 싣는다.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희생자의 이름과 실제 얼굴 사진을 바탕으로 그린 일러스트, 그리고 희생자의 일상이 담긴 사진 등을 공개한다. 한국 사회가 참사를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길이 되리라 믿는다.
<한겨레21>은 참사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삶과 남겨진 이들의 목소리를 계속 기록할 예정이다. 또 다른 유가족이 희생자의 아름다웠던 시절과 참사 이후 못다 한 이야기를 건네주기를 기다린다(전자우편 han21@hani.co.kr, 독자폰 010-7510-2154). 정성을 다해 기록하겠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펴지지 않은 양손 “얼마나 아팠을까”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2971.html
이태원에서 멈춰버린 상은씨의 버킷리스트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2975.html
“나는 아직도 그 구급차 안”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2984.html
‘정의 회복’이 2차 후유증 막는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2972.html
100명 이상 참사에 책임 안 진 사람 한 명 있었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29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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