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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위멍룽을 ‘온라인 구천’ 떠돌게 하나

사망 한 달 지나도록 커져만 가는 음모론… 조사 과정 비공개·게시글 삭제가 진짜 ‘배후’
등록 2025-10-16 21:22 수정 2025-10-21 16:44
2018년 드라마 시상식에 선 배우 위멍룽. 위키피디아 갈무리

2018년 드라마 시상식에 선 배우 위멍룽. 위키피디아 갈무리


2025년 10월1일부터 8일까지 국경절과 중추절(추석)이 겹친 황금연휴 기간에 장자제(장가계)를 여행 중이었다. 삼림공원 내 휴게실에서 일행으로 보이는 청년 서너 명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얼마 전 갑작스럽게 죽은 유명 배우 위멍룽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들은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난다”고 했다. 한 청년은 이런 말을 했다.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진짜로 믿을 거라고 생각하나봐? 그냥 딱 봐도….”

사망 당일 ‘타살 혐의’ 배제한 경찰

9월11일 중국 언론은 위멍룽이 거주하던 아파트 단지에서 술을 마신 뒤 투신해 숨졌다고 보도했다. 그날 오후 6시께, 위멍룽 소속사 명의로 공식 부고가 발표됐다. 소속사는 부고문에서 “경찰은 이미 타살 혐의를 배제했다”고 밝혔다. 위멍룽이 사망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고, 수사나 부검이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경찰은 어떻게 “타살 혐의를 배제했다”고 단정할 수 있었을까.

위멍룽의 팬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타살 흔적 없음”이라는 신속하고 간명한 발표의 행간에 진실이 은폐됐으리라는 온갖 추측이 퍼져나갔다. 급기야 위멍룽이 정치권력과 결탁한 검은 연예산업의 희생양이라는 음모론으로 비약됐다. 파장이 커지자 비비시(BBC)와 포린폴리시, 이코노미스트 등 국제적으로 명성 있는 언론사도 이 사건과 관련한 논평과 분석 기사를 비중 있게 다뤘다. 대만과 싱가포르 등 중화권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도 이슈가 됐다. 위멍룽이 죽은 지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중국 안팎의 온라인에서는 그의 사망과 관련해 무수한 논란과 소문이 도마뱀 꼬리처럼 잘려도 다시 자라고 또 자랐다.

37살로 짧은 생을 마친 위멍룽은 최근 그가 출연한 드라마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2007년과 2013년 상하이와 후난 텔레비전 방송사가 주관하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대중 연예인의 길을 걸었다. 그 뒤 중국 내 유명 연예기획사인 톈위와 계약하고 가수보다는 주로 드라마로 인지도를 높여갔다. 2017년 방영한 드라마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가 큰 인기를 끌면서 차츰 명성을 얻었고, 그 뒤 여러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다.

위멍룽은 생전에 개인 생활과 관련해 추문이 없었기에 사람들은 그가 ‘음주 추락사’했다는 것이 뭔가 석연치 않다고 여겼다. 게다가 9월11일 이후 소셜미디어 등에 게시된 그의 사망 관련 의혹이 “유언비어를 차단한다”는 당국의 ‘인터넷 정화 운동’의 하나로 속속 삭제되자 더 많은 소문이 양산됐다. 그의 사망과 관련해 뭔가 감추고 싶은 거대한 권력형 비밀이 있기 때문에 당국이 플랫폼을 압박해 모든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고 있다는 의심이 공유됐다. 위멍룽이 사망한 날 밤, 그가 업계 지인들과 집에서 파티를 벌인 것이 알려지자 의혹은 더욱 일파만파로 퍼졌다. 현재 중국 최고 정치 권력자의 아들이 개입됐다는 설, 위멍룽이 연예계 비리를 담은 유에스비(USB)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협박과 다툼이 있었을 것이라는 설, 투신 직전 처절하게 울부짖는 위멍룽의 절규가 담긴 영상물이 유포되는 등 온갖 소문이 인터넷을 떠돌아다녔다.

‘삭제’ 자체가 새로운 서사 만들어내

9월16일 소속사는 위멍룽 어머니의 명의로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그의 어머니는 성명에서 “아들의 죽음은 경찰 조사 결과 음주 후 뜻밖의 투신 사망으로 밝혀졌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 사건을 이성적으로 접근하고 억측은 삼가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많은 누리꾼과 소셜미디어는 이 성명이 조작됐고 위멍룽의 어머니는 관련 당국의 감시와 협박으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음모론이 새로 제기됐다. 또 위멍룽이 죽은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고 경찰 등 관련 당국이 단 한 번도 각종 의혹에 관한 조사 내용이나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둘러싼 현장 조사, 부검 결과 등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사인을 확정적으로 발표할 수 있냐는 반박 여론이 빗발쳤다. 그러자 며칠 뒤 관련 당국이 공식 ‘통고문’을 발표했다.

9월21일 저녁, 위멍룽의 거주지인 베이징 차오양의 공안 분국은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최근 위아무개(남·37살)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일부 사람이 관심을 끌고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온라인에서 허위 정보를 조작·유포하는가 하면, 허위 영상을 편집·제작해 공공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고 있다. (…) 인터넷은 법의 사각지대가 아니다. 허위 정보를 유포하거나 전파하지 말라. (…) 허위 정보를 조작·유포하는 불법·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공안 기관이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 발표문은 이러한 허위 사실을 온라인에 유포한, 대표적인 허위 사실 작성자 3명을 검거해 법적 조치를 취했다는 내용도 자세하게 서술했다. 이는 앞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위멍룽 사망과 관련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은 ‘인터넷 정화 2025’ 특별 단속의 하나로 강력한 처벌을 받을 것을 통보하는 경고문과 다를 바 없었다.

이 발표 뒤 웨이보 등 중국 내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위멍룽 사망과 관련해 허위 사실과 유언비어를 퍼뜨렸다고 판단되는 수천 개의 관련 계정과 게시글을 무더기로 삭제했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갈수록 더 기승을 부렸다. 이렇게까지 강력히 단속하고 삭제하는 것은 분명히 ‘뭔가 숨기는 진실이 있다’는 논리가 힘을 얻으면서 유언비어 내용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사실처럼 그려졌다. 그날 밤 파티에 참석했다고 추정되는 업계 관계자들의 구체적인 이름까지 공개되고, 이들과 위멍룽 사이의 각종 소문도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미국 외교정책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9월30일치 기사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서투른 은폐 시도는 ‘반동효과’를 낳는다. 누리꾼은 ‘공식 발표’에 반발하며 디지털 전쟁을 벌인다. 검열 당국은 너무나 기계적으로 반응하고, 사소한 이유로도 관련 글을 삭제한다. 대부분의 경우 효과적이지만, 때로 그 ‘삭제’ 자체가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왜 감추려 하는가?’라는 의문이 새로운 음모론을 낳고, 그로 인해 더 많은 분노와 검열이 반복되는, 마치 ‘자기 꼬리를 물어 먹는 뱀’과 같은 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위멍룽 사망 사건과 관련해 중국 관계 당국이 투명하게 조사하고 정보를 공개하기보다는 유언비어 단속을 명분으로 온라인 공간을 과도하게 통제할수록 사람들은 ‘뭔가 숨긴다’고 확신해 음모론을 더 믿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웨이보와 샤오훙수 등 주요 소셜미디어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나도는 각종 음모론의 핵심어가 전면 차단되자, 누리꾼들은 “도대체 왜 막는가”라고 역으로 물으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숨기는 자가 범인’이라는 논리다.

1년 전 실습 의사 사망 사건도 불신 계속

2024년 5월8일, 후난성 중난대학 샹야 제2병원 실습 의사 뤄솨이위 투신 사망 사건도 이와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뤄솨이위도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 단지에서 추락사했다. 경찰은 그의 사인 역시 초기에 자세한 조사 없이 타살 혐의를 배제하고 우울증 등에 의한 자살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유품을 정리하던 그의 아버지가 아들이 사용하던 컴퓨터에서 병원 내 비리와 관련된 다량의 제보 자료와 녹음 파일 등을 발견하면서 이 사건은 큰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뤄솨이위의 컴퓨터에 실습 의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고액의 돈이 거래된 흔적이 있었고 병원 내 각종 의료 비리 등이 담겨 있었다는 아버지의 폭로가 나오면서, 이 사건은 단순 투신자살이 아니라 의료 비리와 관련된 검은 세력의 ‘작전’이 개입됐다는 음모론이 온라인을 휩쓸었다. 더군다나 뤄솨이위가 근무하던 병원에서는 2022년 이 병원의 고위급 핵심 의사인 류샹펑이 여러 의료 비리와 연루돼 장기 구속형을 받은 전례도 있었기 때문에, 뤄솨이위의 투신 사망이 단순한 자살이 아닐 것이라는 의혹이 기정사실처럼 퍼졌다. 심지어 불법 장기 매매와 이식 등 치명적인 의료 비리가 담긴 자료를 그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관련 검은 세력에 의해 ‘자살을 당했다’는 음모론도 확산했다.

뤄솨이위의 유족도 컴퓨터에 남아 있는 자료 등을 근거로 당국에 재조사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1년여 뒤인 2025년 6월13일, 후난성 위생건강위와 창사시 공안국, 중난대학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위원회는 최종적으로 뤄솨이위의 사망을 ‘타살 혐의가 없는 투신자살’이라고 발표했다. 유족이 증거 등으로 제시한 컴퓨터 속 자료도 대부분 ‘근거 없음’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그 결과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뤄솨이위 사건도 위멍룽 사건처럼 관련 정보와 조사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고, 당국의 발표에 반하는 모든 기사와 게시물은 삭제되고 차단당했다. 혹자는 뤄솨이위 사건이 투명하게 조사되고 공개될 경우 당국이 감당할 수 있는 의료 비리 수준을 벗어나기 때문에 강제로 은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온라인에서 각종 음모론으로 발전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위멍룽 사건처럼 관계 당국이 ‘뭔가 은폐하고 있다’는 불신이다.

기관지 전 편집장조차 ‘숨 막히는 환경’ 토로

중국 정부 기관지인 환구시보 전 편집장 후시진은 10월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정부의 ‘혀’를 자처하는 대표적인 보수 프로파간다 평론가인 그는 ‘왜 많은 사람이 온라인에서 일상을 공유하기를 꺼리는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최근 정부 당국의 온라인 억압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당이 지도하는 헌법 질서 아래서 (온라인 공간에서) 최대한 관용과 자유를 허락해야 한다. (…) ‘집단적 침묵'은 개방된 사회가 보여야 할 모습이 아니다”라고 했다. 마음껏 ‘언론 자유’를 누리며 정부 정책을 옹호하던 애국 논객 후시진마저 ‘숨 막히는’ 환경이라고 고백한 셈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위멍룽의 영혼은 여전히 온라인을 떠돌며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구천을 떠도는 그의 영혼에도 ‘유언비어 유포죄’가 씌워질지 모른다.

베이징(중국)=박현숙 자유기고가

*박현숙의 북경만보: 베이징에 거주하는 박현숙씨가 중국의 숨은 또는 드러나지 않은 기억과 사고를 읽는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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