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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 시대, 우리 사회가 놓친 질문들

경제 약자의 선택지, 낙오하느냐 덜 멀어지느냐… 주가 상승-삶의 질 향상 연계 등 논의해야
등록 2026-02-05 22:03 수정 2026-02-09 08:02
코스피가 미국 증시 약세의 여파로 5000선 아래로 떨어진 2026년 2월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코스피가 미국 증시 약세의 여파로 5000선 아래로 떨어진 2026년 2월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①주식 열풍 타고 고위험 상품 투자하는 사람들

2026년 2월3일 오후 인천 부평구에 있는 케이비(KB)증권 부평지점. 직원들이 직접 지점에 찾아온 중장년층 고객들을 상대로 사실상 금융투자 교육을 하고 있었다. 증권계좌 만드는 방법을 몰라 지점을 찾는 이가 대다수였지만, 코스피가 5000을 넘어선 뒤로는 특정 종목 추천을 받고 ‘이 주식을 좀 사달라’는 요청도 늘었다고 한다. 창구 직원 ㄱ씨는 “(지점을 찾는 고객들이) 50대는 젊은 편”이라며 “80대도 오신다. (주식) 안 하는 사람은 손해라고 생각해서 (지점에 직접) 오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의장으로 케빈 워시를 지명하면서 전날 코스피는 5000선이 무너졌지만, 부평지점은 영업 마감을 한 시간 앞둔 상황까지 대기번호가 100번을 넘었다. 2025년 하반기부터 주식 광풍이 불기 전에는 대기번호가 최대 50번대 정도였는데, 최근 들어 150번대까지 치솟는 상황이 많아져 대기표 발급 기계를 꺼버리는 날도 많았다고 한다. 창구 직원 ㄱ씨는 “업무량이 30~40%가량 늘었다. 점심을 편하게 먹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부평지점은 고객 대기를 줄이고자 직원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코스피는 2월3일 다시 5200선을 돌파했다.

부평지점만 그런 건 아니다. 최근 6개월 안에 한 번이라도 거래 실적이 있는 주식계좌를 뜻하는 ‘주식거래 활동계좌수’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5년 5월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수가 9천만 개를 넘어섰다. 7천만 개(2022년 6월)에서 8천만 개(2024년 2월)까지 늘어나는 데 1년8개월이 걸렸는데, 8천만 개에서 9천만 개로 늘어나는 데는 1년3개월이 걸렸다. 금융투자 업계는 이르면 2026년 2월 말 ‘1억 개 돌파’를 예상했다. 다시 9개월 만에 1천만 개가 또 늘어나는 셈이다.

문제는 뒤늦게 주식투자에 뛰어든 사람들이 고위험 상품에 손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날도 부평지점에선 “레버리지가 뭔가요?”라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레버리지는 “오를 때 많이 오르고 빠질 때 많이 빠지는 상품”인데, 국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이티에프·ETF)와 상장지수증권(이티엔·ETN)은 코스피200·금현물·반도체 등 각종 기초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따라가도록 설계돼 있어 이익과 손해 모두 2배로 부담하는 고위험 상품이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2020년부터 레버리지 ETF·ETN 거래를 하려면 1시간 온라인 교육 이수를 강제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특정 우량주에 견줘 투기성이 강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창구 직원 ㄱ씨는 “2025년 말까지만 해도 주식계좌를 개설하려는 요청이 많았는데, 요즘은 코스피 등락이 심하다보니 레버리지 상품을 찾는 분들이 있다. 유튜버가 추천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아슬아슬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영태 부평지점장은 “파생상품의 경우 교육받은 분이 (거래) 신청을 모바일로 올리면 지점장이 승인한다”며 “지점장만 올해 7년째인데, 지난 6년간 신청이 한 달에 한 번 올까 말까였는데 올해부터는 하루에 50건씩 신청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정상화됐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랐다. 매일 ‘오늘도 올랐네’라는 말이 나오니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나만 제외될까 두려운 심리) 현상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②‘노동소득’에 회의감 느끼는 2030
2026년 2월3일 인천 부평구의 KB증권 부평지점 모습. 주식계좌 개설과 상품에 대한 문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장필수 기자

2026년 2월3일 인천 부평구의 KB증권 부평지점 모습. 주식계좌 개설과 상품에 대한 문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장필수 기자


주식 광풍에 조급함을 느끼는 이들은 중장년층만이 아니다. 휴대전화에 익숙해 언제든 주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2030세대에게 이번 주식 광풍은 노동소득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대학생 김다연(22)씨는 2025년 10월 코스피가 처음 4000선을 돌파한 시기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3년 동안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자금을 우량기업과 ETF에 투자한 김씨는 “급등 주식에 투자했다가 몇십만원이 올랐는데 나중에 주가가 떨어져서 팔았다”며 “(주식으로 돈을 버니) 아르바이트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2030세대가 주식투자를 하려는 이유는 취업이 안 되고 월급쟁이로 살아도 집을 살 정도로 벌진 못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7살 취업준비생 ㅇ씨 역시 “아르바이트만으로는 돈을 벌 수가 없다. 노동강도 대비 소득이 낮다. 일이 힘드니 아르바이트를 더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아르바이트 월급을 받으면 다른 주식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150만원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는 ㅇ씨는 “원래 가진 돈이 많지 않으니 수익금을 많이 얻진 못했다”고 말했다.

조급함은 주식으로 수익을 얻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11년차 공무원인 이아무개(37)씨는 주식으로 수익을 봤음에도 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너무 가팔라 언젠가 ‘벼락 거지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직후 삼성전자 주식을 5년간 쥐고 있다가 수익이 조금 나서 2025년 10월에 전부 처분했는데 너무 후회된다”며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는 당시 매도가의 2배를 넘었다. 주식 가치가 현금보다 엄청나게 오르니 돈이 휴지 조각이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자산 증식 수단으로 오로지 주식투자만 했던 이씨는 2억원가량의 자금을 쥐고도 상승장을 보면서 고민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어딜 가도 주식 이야기만 한다. 오전 9시만 되면 카카오톡 대화방에 주식 얘기로 가득하다”며 “노동소득으로 아무리 벌어도 부동산이나 다른 자산 투자의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주식 광풍으로 노동소득에 대한 회의감이 퍼지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한영섭 금융과미래 대표는 “투자한 사람 중에서도 실제로 유의미한 수익률을 올리는 이는 대형주 중심 투자자들”이라며 “주식시장 자체가 활황인 점은 바람직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전 국민의 호주머니가 커지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지금의 현상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평소 금융 취약 계층에 대한 상담을 하는 한 대표는 “15년 동안 상담하면서 어설프고 잘못된 투자로 손실을 입은 사례를 많이 봤다”며 “정치인이라도 상승장을 바라보는 바람직한 지향점을 얘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③급등하는 증시, 누가 돈 버나

2025년 6월20일부터 2026년 1월31일까지 약 7개월 동안 코스피지수 상승액은 75.45%에 이른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급등 현상이다. 2024년 12월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국내 상장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약 1410만 명(법인 등 제외)이었다. 통계청이 추정한 같은 시기 만 20살 이상 성인 인구는 약 4399만 명이다. 성인 중 국내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32% 정도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활황세의 수혜자가 주로 고소득층이라는 점이다. 2025년 3월 기준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소득 상위 20% 가구의 경우 78.4%가 주식계좌를 보유했다. 반면 하위 50% 가구는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14.1%에 그쳤다.

한겨레21은 가계금융복지조사의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순자산 상위 10%와 하위 10% 가구에서 2024년 기준 주식 보유 자산이 얼마인지도 살펴봤다. 2024년 순자산 하위 10% 가구의 주식·펀드·채권 투자액은 26만원이었는데, 순자산 상위 10% 가구의 보유액은 1억2430만원이었다. 주식투자도 결국 주식 보유 여부와 보유액 크기에 따라 이익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2025년 하반기 이후 발생한 주식 급등세의 수혜 역시 고소득층에 집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보여준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종잣돈(시드머니)을 얼마나 가졌는지가 결과적으로 차이를 결정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식 급등세의 수혜자는 주식 보유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에이치(NH)투자증권이 2026년 1월16일 기준으로 약 400만 개의 고객 계좌를 분석했더니 손실 상태인 계좌는 전체의 50.01%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례적인 급상승장에도 돈을 버는 투자자가 절반이 채 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코스피가 장중 3000을 기록한 2025년 6월20일부터 장중 5000으로 오른 2026년 1월20일까지 코스피 전체 종목 가운데 47%에 해당하는 433종목이 하락했다.

이런 통계를 종합해보면, 주식 급등 현상에 따른 수혜자는 고소득·고자산 계층에서 대형주 중심 주식 보유자에게 편중됐음을 알 수 있다.

④노동자와 주주 사이 갈림길에 선 사람들

주가가 급등하고 주식투자자도 늘면서 생산 현장에선 노동자와 주주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형 조선사 입사해 10년째 일하고 있는 ㄴ씨는 요즘 부쩍 소외감을 느낀다고 했다. 조선소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이 종목이 올랐고 저 종목은 내려갔다”거나 “주식 올라서 차 새로 샀다” 같은 이야기를 수시로 꺼내기 때문이다. 우리사주(노동자가 소속 회사의 주식을 우리사주조합 등을 통해 취득·보유하는 제도) 신청 공지에 관심 갖는 이도 부쩍 늘었다. 아직도 주식계좌를 만들지 않고 있는 ㄴ씨만 예외적 인간이 된 느낌이다.

철판을 절단하며 보냈던 조선 현장을 잠시 떠나 노동조합 상근자로 일하고 있는 ㄴ씨는 이런 주식투자 광풍이 노동자들의 집단 정체성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활동하는 간부들마저 주식이 활성화돼 불로소득이 노동소득을 뛰어넘으면 의식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고, 주식을 하는 조합원이 늘어날수록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우선시했던 노조의 교섭 방향도 바뀌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조업 관련 노조에서 오랜 기간 몸담았던 ㄷ씨도 최근 상황을 두고 “부끄럽고 감추고 싶지만, 보유한 주식이 있기에 노동자 정체성을 가지기에는 빨간불이 깜빡이는 상황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ㄷ씨는 “2000년대 들어 우리사주를 통해 주식을 처음 접하는 조합원이 많았다. (노조 입장에선) 회사 주식을 사들여 회사 경영에 개입할 목적이 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며 “지금은 (우리사주가) 조합원들 재산을 늘리는 수단으로 전락한 상태다. 현대차의 경우도 조합원들이 노조에 빨리 처분할 수 있는 ‘의결권 없는 주식’을 가져오라 대놓고 요구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2026년 2월5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진보당 울산시당이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주성미 기자

2026년 2월5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진보당 울산시당이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주성미 기자


ㄷ씨는 주가가 급등하면서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등 코스피 상승을 잇는 일부 특정 회사의 노조가 집단 쟁의를 할 경우 “주가가 오르는 데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사회적 냉소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현대차가 2026년 1월 초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2028년부터 생산 공정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이후 이런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의 발표 이후 주가가 폭등했는데, 현대차 노조가 1월22일 소식지를 통해 ‘노사 합의 없이는 아틀라스를 단 한 대도 들일 수 없다’고 선언하자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1월29일 19세기 기계파괴운동(러다이트)까지 거론하며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는 없다”고 노조를 비판했다.

ㄴ씨와 ㄷ씨의 우려처럼 주가 등락에 민감한 사회, 즉 주주자본주의가 극대화할수록 노조의 교섭력은 약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4년 10월 유럽의 산업·노사 관계를 다룬 국제 학술지 EJIR(European Journal of Industrial Relations)에 실린 논문 ‘금융화와 주주가치 지향이 노동조합 조직률을 잠식하는 과정’은 “기업들이 단기 수익, 주가, 배당 등 주주를 우선시할수록 노조는 직장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영향력이 줄어든다”며 “이는 곧 교섭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이 논문은 1999년부터 약 21년간 유럽연합(EU)의 비금융기업 부문 전체를 대표하는 각종 국제 통계(주주가치 지표, 노조 조직률 등)를 이용해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노동자의 임금은 주주 입장에서는 비용이기 때문에 주주와 노동자의 이해관계는 상충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업이 배당을 늘리는 것 역시 노조 입장에서는 내부 투자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반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산별노조에서도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 제조업장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이 우리사주 매입 또는 성과급으로 주식을 받게 되면서 노동자 가운데 회사 주식을 다량으로 보유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경영진을 대상으로 교섭에 소극적인 분위기가 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영미 민주노총 금속노조 교육실장은 “전체 노동자들의 차별을 없애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교육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고민이 된다. 그만큼 노동자들이 주식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며 “주식투자는 개인의 선택이고 노조의 조직력을 흔들 만큼 강하지 않다고 보지만, 교육 차원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주주 노동자’ 급증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퇴직을 3년 앞둔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 ㄹ씨는 “우리사주를 받더라도 조금 오르면 바로 파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주식투자로 몇백만원 더 받는 것보다 기본급을 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조합원이 많다”고 말했다. ㄹ씨는 우리사주 약 800주를 오랜 기간 보유했다가 2025년 11월에 매각해, 매입가에 견줘 약 900%의 차익을 얻었다. ㄹ씨는 ‘주가가 급등하면서 노조의 파업 등에 대한 인식이 더 부정적으로 바뀌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노조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항상 있었다. 주주나 시민들은 경기가 좋든 안 좋든 노조가 회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 아니었나”라고 되물었다. 김공회 경상국립대 교수(경제학부)는 “근본적으로 사회가 성장 일변도로 가다보니, 기업의 이해관계에 좀더 공감하고 사회적으로는 노동 혐오가 생기는 분위기는 있다”면서도 “‘시민 주주'의 흐름을 막을 순 없다. 노동조합이 (주식을) 조합원 개인에게 나눠주기보다 노사 협약으로 노동조합이 주식을 보유하거나 기금화해 개별 노동자에게 혜택을 주는 모델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⑤코스피 급등과 경기 불황의 괴리

2026년 1월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한국의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속보치)다. 2024년(2.0%)의 절반 수준이다. 잠재성장률(노동이나 자본 등 자원을 최대로 활용했을 때 달성 가능한 성장률)로 추정되는 1.8%에도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2025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도 -0.3%로 역성장했다.

주가가 폭등하지만 실물경제는 침체를 이어가는 셈이다. 김유찬 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주가 상승이 내수 경기와 서민들 삶에는 큰 영향이 없었던 것 같다”며 “주가가 오른 회사들 때문에 코스피나 코스닥에 있는 관련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은 혜택을 받았지만, 현재는 그 정도까지다. 결국 노동소득이 늘지 않으면 내수는 지속해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통신(IT) 제조업의 기여도는 0.6%포인트였고, 내수 및 실물 경기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철강·화학·서비스·건설업 등은 내수경기 침체와 국제적 상황의 영향으로 부진하다. 정세은 교수는 “철강업계 등이 지금 구조조정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부품업, 석탄업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업계들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정책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가 나서서 이 기업들에 어떤 부분은 정리하고, 기술 투자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재훈련을 받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잘나가는 인공지능 등에 투자 지원을 해주는데, 산업적으로 소외되거나 구조조정되는 곳에 관련해서는 특별히 대책이 안 보인다”고 덧붙였다.

⑥‘주가 부양’ 외치는 이재명 정부가 고려해야 할 것
2025년 9월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업무를 보는 딜러 뒤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방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 9월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업무를 보는 딜러 뒤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방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주식투자로 중간 배당을 받아 생활비도 하고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11일 취임 뒤 첫 경제 현장 방문지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찾으며 밝힌 얘기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증시로 끌어오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었다.

이는 부동산 규제와 증시 부양 관련 세제 개편으로 나타났다. 먼저 부동산 규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줄이고 갭투자 차단 등을 밝힌 6·27 대책, 그리고 서울·수도권 핵심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등으로 확대한 10·15 대책을 마련했다. 부동산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졌다.

2026년 들어 이 대통령의 부동산 투기에 대한 비판 강도가 더욱 커졌다. 이 대통령은 2026년 5월9일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못박으며 “대한민국 부동산은 사회발전을 통째로 가로막는 암적인 문제”이고 “망국적 부동산 투기”(2월3일)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집값과 주가를 같은 선상에 두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주가는 기업활동에 도움이 되고, 주가 올랐다고 누가 피해 보는 사람이 없지만, 집값은 오르면 투자자산이 부동산에 매여가지고 생산적 영역에 사용되지 못해서 사회·경제 구조가 왜곡된다”고도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기조로 증권 투자를 활성화하는 세제 개편과 상법 개정도 추진했다. 대표적인 게 2026년부터 시행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이다.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 고배당 기업이 배당하면, 투자자는 그 배당소득에 대해 기존보다 적은 세금을 내게 된다. 아울러 합병·분할시 주주 권리 강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상법 개정도 진행됐다. 도입이 예정됐다가 2024년 말 여야 합의로 철회된 금융투자소득세(금융자산 양도차익이 연 5천만원을 넘을 경우 과세) 또한 증시 부양 과정에서 도입 논의가 지연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에 쏠려 있던 자금 흐름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주가 부양 자체가 목적이 되는 정책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세은 교수는 “주식시장에 돈이 몰린다고 해서 그게 생산적 금융은 아니고, 투기적 금융일 수도 있다. 생산적 금융이 되려면 실물 투자로 연결돼야 하는데 미진하다”며 “추가 감세로 주가를 부양하기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 활성화에서 발생할 자산 불평등 문제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찬 전 원장은 “부동산시장이나 주식시장이나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 유리하다는 측면에선 동일하다”며 “(정부가 감세를 추진하는) 배당소득은 소득 종류 중 상위 집중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세청 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 상위 0.1%가 전체 배당소득의 절반을 가져갔다.

주식시장에 모이는 자금이 많은 사람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게 만드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상하 실장은 “주식시장의 부가 분배되는 관점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금융시장 시스템과 국가의 사회보장제도를 어떻게 연결할지 논의해야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불평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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