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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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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코로나19 특수’로 대형 인터넷서점 매출 1천억원 늘었지만
동네서점은 1년 사이 3분의 1이 문 닫아
등록 2021-09-11 21:45 수정 2021-10-14 14:46
마스크 없이 실내에서 옹기종기 책을 이야기하던 시절이 그립다.

마스크 없이 실내에서 옹기종기 책을 이야기하던 시절이 그립다.

동네서점 네트워크에 글이 올라왔다. 서점 업계 전체가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를 관련 부서에 물었더니 코로나19 특수로 대형 인터넷서점 매출이 전년 대비 1천억원이나 늘었기 때문이라고 했단다. 업계 전체 집계시 온라인서점 매출 상승분이 포함돼, 동네서점까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빈부격차가 큰 동네가 있다. 길 하나 사이로 한쪽에는 최상층 부자, 건너편 산 아래는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산다. 이곳의 재산 평균을 내보니 꽤 잘사는 것으로 분류돼 생계가 어려운 자에게 돌아갈 지원금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떨까.

최근 서점에서 동네책방 관련 서적을 발견하고 하나 사왔다. 검색해보니 1년 사이 동네서점 3분의 1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는 업종’이라는데 중형서점도 형편은 같다. 서울 마포구 한강문고가 폐업하더니 은평구 불광문고도 문을 닫았다. 비대면 서비스가 가능한 온라인서점은 매출이 늘었다. 동네서점도 빠르게 온라인으로 전환하면 어떨까? 온라인 대형서점은 1권만 사도 무료 배송된다.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도착한다. 자본과 규모의 게임이다. 소자본 자영업자가 배겨낼 수 있을까.

동네서점은 본디 게임하자고 생겨나지 않았다. 다양성을 위해 열렸다. 시 전문 서점에선 낭만을 배우고 사회과학 서점에선 공부를 한다. 미스터리 전문 서점도 있고, 환경 관련 서점도 있다.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다채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간다.

그래도 살아남으려고 온라인을 키워봤다. 우리 서점은 2017년부터 온라인을 키워왔다. 대형서점과 다른 전략을 썼다. 하나하나 손으로 포장하고 손글씨를 담았다. 애초에 대량 배송이 불가능한 시스템인데 팬데믹 이후 주문이 급증했다. 종이 먼지로 비염을 얻고 등과 다리 근육뿐만 아니라 마음도 뭉쳤다. 감염병으로 울적해진 소비자는 작은 배송 사고에도 민감하게 굴었다. 포장이 환경에 좋을 리 없으니 마음도 불편했다. 생각을 전환하려 동네서점을 돌아다녔는데 책방 주인마다 같은 질문을 했다. “온라인 왜 그리 열심히 해요? 책은 얼굴 보고 권하고 손으로 만지고 코로 냄새 맡고 사야 진짜 아니에요?” 그들 눈에 나는 생존을 위해 본래의 기쁨을 잃은 사람이었다.

기쁨에 대해 생각했다. 마주 보고 대화하고 취향을 알아갈 때 즐거웠다. 적절한 책을 골라줬더니 다시 찾아와 지난번 책이 재밌어 또 왔다 하면 나도 웃었다. 저녁이 되면 퇴근하고 찾아와 책 읽는 사람들이 예뻤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단을 잊었다. 우리는 책을 가운데 두고 만나 같이 성장했다. 책 포장 상자를 싸는 동안은 아니었다.

“왜 온라인을 그리 열심히 해요?”라고 묻는 책방 주인에게 되물었다. “왜 온라인을 안 해요? 책도 더 팔 수 있고, 멀리 있는 사람에게 가서 닿을 수도 있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힘들지 않아요?” 작은 책방 주인들에겐 비슷한 결이 있다. 힘들지만 제대로 만나는 게 좋단다. 전쟁터에도 책 파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 않더냐며 웃는 사람들이다. ‘대형서점이 코로나19 특수로 1천억원이나 더 벌었다. 같은 업종이니 작은 책방 주인에게는 지원금을 1천원도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 동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몇몇 유럽 국가에선 관공서 소유 건물에 책방을 넣어주고 임대료 대신 고용을 창출하게 한단다. 조지 오웰처럼 젊은 시절 책방에서 일하며 소양을 키워 세계적인 작가가 된 경우가 꽤 있다. 책방을 살피는 건 자국은 물론 인류문화를 성장시키는 일인지도 모르는데 지원은 못해줘도 오해는 말았으면 좋겠다. 독서인구는 명백히 감소하고 있다. 총량은 줄어드는데 하나가 점점 더 많이 가져가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겠는가.

글·사진 정현주 서점 리스본 대표

*정현주 서점 리스본 대표가 3주마다 한 번씩 ‘책의 일-동네서점’ 편의 글을 보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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