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비상계엄을 말할 때거미불가사리, 닭, 지렁이, 버섯. 시인의 신작 시집 ‘시와 물질’(문학동네 펴냄)에 등장하는 비인간들이다. 시인은 취약한 것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그들 대신 말한다. 에코페미니스트 철학자 발 플럼우드, 장애운동가 겸 동물운동가 수나우라 테일러, ...2025-04-12 19:54
민주주의 취약하면 파시즘이 온다[새 책]2024년 12월3일 계엄 이후 더디게 오는 봄 때문에 계간지들은 저마다 분주했다. 계간 ‘문화과학’(통권 제121호)은 2025년 봄호를 ‘내란, 광장정치’ 특집호로 만들었다. 이 잡지는 ‘12·3 계엄 국면’ 이후를 다루며 한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취약성으로부터 비롯...2025-04-05 19:14
불타는 지구, 아직 시간은 있다산이 불타고 있다. 2025년 3월21일 오후 3시25분께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은 24일 새벽 6시 현재 하동까지 번졌다.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을 덮쳤다. 23일 경남 함양, 25일 울주 언양에서도 산불이 났다. 기후위기로 인한 겨...2025-03-29 21:02
국가 붕괴의 A to Z인류가 등장한 이래 모든 나라는 결국 멸망을 피하지 못했다. 내전, 혁명, 외부와의 전쟁 등 폭력의 나선 끝에 파국을 맞았다.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엘리트, 반엘리트, 정치적 해체의 경로’(피터 터친 지음, 유강은 옮김, 생각의힘 펴냄)는 이처럼 100~200년...2025-03-22 22:15
윤석열 없었으면 나올 일도 없었을 두 권의 책12·3 비상계엄 내란사태가 불러온 민주주의의 위기에 분연히 떨쳐 일어난 사람들의 기록이 책으로 묶여 나오고 있다. ‘다시 만날 세계에서’(안온북스 펴냄)는 광장에서 분출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기록한 책으로 의미 깊다. ‘남태령 대첩’의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온 ‘상경...2025-03-15 21:09
무자비한 ‘사형선고’로 사라지는 이웃들나무는 인간의 곁을 떠난 적이 없다. 인간이 낙인찍어 베어냈을 뿐이다. 도심의 허공을 방울 같은 특별한 열매로 수놓는 거대한 고등 생명체인 플라타너스는 가지치기로 매년 팔뚝이 잘려 나간다. 저자 김양진은 기자로 일하며 무자비한 가지치기에 관한 연속 보도를 신문에 내보냈...2025-03-08 18:19
작업장에 잘못 들어온 ‘아줌마’산업엔 성별이 없지만, 자본이 선호하는 노동력에는 성별이 있다. 여성 노동자가 남초 사업장에 진입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도 자본의 이해관계에 달렸다. 건설, 철도, 물류, 자동차 공장 같은 남초 사업장에 여성이 대규모로 동원되는 시기는 남성 노동자가 부족했을 때다. 이두...2025-03-02 10:50
‘의료대란’ 나라에선 보기 힘든 보살핌[새 책]한국에서 의료는 한갓 기술의 범주로 축소된다. 의사가 입시기술 서열순으로만 수급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또한 한국의 의료는 오롯이 시장경제로 환원된다. 기술자와 자본은 별의별 상품을 쉼 없이 개발해 시장을 부풀리지만, 돈이 되지 않는 분야는 납작하게 시늉만 낸다. 시...2025-02-22 21:16
읽기 전 몸으로 돌아갈 수 없다소설가 김비가 몸 에세이를 썼다는 소식에 기대감은 증폭됐다. 출판사 쪽에서도 여러 의미를 부여했다. ‘‘퀴어 시민권’에 목소리를 내온 트랜스젠더 소설가 김비의 첫 몸 에세이’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직접 몸에 대해 쓴 첫 번째 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전에 이 책은...2025-02-15 20:17
인류는 어쩌다 비만치료제까지 먹게 됐나가장 자주 세우고 가장 흔하게 실패하는 계획과 결심이 뭘까. 다이어트 아닐까. 베스트셀러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인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도 그랬다. 극단적 식이 조절을 반복했지만, 체중 감소는 찰나, 과체중과 비만을 오갔다. 코로나19 직후 체지방률 30%를 넘긴 하...2025-02-09 16:43
독재자 지망생이 민주주의를 갉아먹을 때[새 책]2024년 말부터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극단적인 변화와 폭력적 사태 중심에는 윤석열이 있다. 급기야 2025년 1월19일에는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 지지층의 폭동에 법원이 파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평화를 강조하면서도 경찰의 과잉 대응이 문제라며 폭력적 ...2025-02-01 18:24
두렵더라도 어쨌든 해보라고‘시스터 아웃사이더’의 저자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시인 오드리 로드는 미국 주류 문단의 벽을 부순 최초의 흑인 여성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소수자의 정체성을 지닌 작가로서, 백인 여성과 결혼한 두 아이의 엄마로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였다. ...2025-01-25 17:37
‘여사’는 꼭 써야 하는 말인가[새 책]일과 가정의 양립은 왜 ‘여성 문제’인가? ‘여사’와 ‘영부인’은 꼭 써야 하는 말인가? 일본신문노동조합연합(신문노련)의 ‘젠더 표현 가이드북 편집팀’이 펴낸 ‘실패 없는 젠더 표현 가이드북’(조지혜 옮김, 마티 펴냄)은 압도적인 남성 중심 사회인 미디어 업계에서 먼저...2025-01-11 18:02
과수원? 국수원? ‘나랏일’ 하는 이들의 실상[새 책]“나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10년간 일했다.”고백 또는 폭로를 예감하게 하는 첫 문장이다.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사이드웨이 펴냄)은 문체부 전직 서기관 노한동의 일 경험을 담은 에세이이자 한국 공직사회 비평서다. 저자는 10년 동안 참여관찰...2025-01-04 21:05
종군 아닌 시민 위한 전장의 기록“전선에 오른 기자는 시민사회로부터 군대 감시 명령을 받은 이다. 전선에 오른 기자가 복종할 대상은 오직 시민뿐이다.”35년여 지구촌 곳곳의 전쟁터를 누비며 숱한 ‘단독’을 쏟아낸 전선기자 정문태가 새 책 ‘전선일기’(원더박스 펴냄)를 내놨다. 한자 한자 공들여 썼을 ...2024-12-21 2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