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북부 만박 유적지에서 발견된 25살 청년 M9는 단박에 뭔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리의 긴 뼈들이 가늘고, 누운 모습이 전형적인 모양과 달랐는데 몸의 자세를 바로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추측됐다. 유골고고학자들은 7개의 척추뼈(경추)가 유합되는 클리펠파일증후군으로 진단했는데, 이 증상은 15살 무렵 시작된다. 3700~4000년 전 수렵채집 시대, 10년간 M9의 식사를 준비해주고 먹여주고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몸을 뒤집어준 이들이 존재했다는 말이다.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골절이 치유된 흔적을 보이는 대퇴골이 문명을 알리는 신호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고학자인 세라 탈로가 쓴 ‘어떤 죽음의 방식’(정지인 옮김, 복복서가 펴냄)은 탈로가 남편의 심각한 병을 돌보는 상황을 고고학 방법론을 앞세워 미시사 연구자처럼 써내려간 책이다.
대학에서 같은 고고학자로 만난 남편 마크 플루체닉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었다. 플루체닉은 뇌에 생긴 이상이 조금씩 확대되는 병을 앓았다. 의사가 ‘병명도 모른다’고 바보 취급하는, 아직 이름조차 존재하지 않는 병이었다. 이론의 세부까지 기억하다가도, 탈로의 친한 친구 이름이나 아이의 이름을 까먹었다. 눈꺼풀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의 전기가 나가는 발작을 거쳐, 도뇨관 문제로 깃털 침구를 하루에 두 번이나 적시는 실수를 하는 몸이 되었다. 남편은 병원에서 집으로 가길 강력하게 원하고, 그 몫은 여전히 대학교수로 일하면서 아이 3명을 돌봐야 하는 탈로에게 맡겨진다.
남편은 신랄한 면이 악화돼 아이들이 한 일에 나쁜 동기를 붙이거나 하지 않은 일을 비난했다. 자기 병을 일시적인 일로 봤기에 말년의 소원이던 살라미를 제조할 수 있는 건물이 딸린 집으로 이사를 단행한다. 탈로는 이런 상황에서 매일 운다. 그러다 아이들을 데리고 동생네에서 하루 머문 날, 남편은 약을 먹고 자살한다.
플루체닉을 발견했을 때 그가 언제나 듣던 라디오가 꺼져 있었다. 그는 왜 라디오를 껐을까. 저자는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 죽음의 과정을 추측하고 인본주의 장례 과정 교육까지 받은 ‘인류 죽음의 전문가’였다. 하지만 그 역시 과거에 관한 서사를 너무 결정적으로 보는 고고학자의 오류를 감지하면서도 남편의 죽음에 계속 붙들려 있다가 그의 죽음 5년 이후에야 책을 집필했다. 344쪽, 1만8천원.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 21이 찜한 새 책

유령 연구
그레이스 M. 조 지음, 성원 옮김, 김은주 해제, 동녘 펴냄, 2만5천원
저자는 어머니가 조현병을 앓게 되면서 그가 ‘양공주’였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 머문 미국 선원과 결혼해 미국으로 이주한 어머니를 통해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유령적 존재가 된 여성들의 트라우마와 삭제된 서사를 복원하고 국제지정학적 차원까지 확장해냈다. 미학자 양효실은 “내게는 올해의 책”이라고 헌사했다.

로보 사피엔스 재패니쿠스
제니퍼 로버트슨 지음, 이수영 옮김, 조수미 해제, 눌민 펴냄, 3만2천원
일본의 로봇 사랑은 산업 차원의 경쟁력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간의 일상에 도움을 주는, 특히 성별이 드러나는 인간형 로봇에 유별난 관심을 보인다. 저자는 일본의 로봇공학을 젠더, 민족주의, 대중문화, 비장애인 중심주의, 가부장 담론 등 사회과학적 연구와 연결해 새로운 비평의 지평을 연다.

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
정보라·최의택 지음, 요다 펴냄, 1만6800원
‘저주토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와 ‘슈뢰딩거의 아이들’로 문윤성SF문학상 대상을 받은 최의택 작가가 쓴 릴레이 장편소설. ‘대안고래 질주 프로젝트’ 사기로 엮인 보라와 의택이 경북 포항으로 향한다. 평생 사기꾼의 먹잇감으로 살다 가해자가 된 보라, 그런 보라에게 전 재산을 맡긴 의택이 블랙유머로 사회시스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린드그렌 전쟁 일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이명아 옮김, 시공사 펴냄, 3만2천원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남긴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기록. 1939년 9월1일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오늘 전쟁이 일어났다’로 시작된 일기는, 1945년 8월15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를 향해 달려간다. 우리에겐 일제강점기 해방일이었던 날, 스웨덴 작가는 ‘지금 정말 세상이 고요한지 궁금하다’고 썼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구속 만기 돼도 집에 안 갈 테니”…윤석열, 최후진술서 1시간 읍소

디올백·금거북이·목걸이...검찰 수사 뒤집고 김건희 ‘매관매직’ 모두 기소

“비행기서 빈대에 물렸다” 따지니 승무원 “쉿”…델타·KLM에 20만불 소송

특검, 김건희에 ‘로저비비에 선물’ 김기현 부부 동시 기소

이 대통령 “정부 사기당해” 질타에…국토부, 열차 납품지연 업체 수사의뢰

청와대 복귀 이 대통령…두 달간 한남동 출퇴근 ‘교통·경호’ 과제

회사 팔리자 6억4천만원씩 보너스…“직원들께 보답해야지요”

나경원 “통일교 특검 빨리 했으면…문제 있다면 100번도 털지 않았을까”

박주민, 김병기 논란에 “나라면 당에 부담 안 주는 방향 고민할 것”
![건강검진 정상인데, 왜 이렇게 어지럽고 머리가 아플까? [건강한겨레] 건강검진 정상인데, 왜 이렇게 어지럽고 머리가 아플까? [건강한겨레]](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5/53_17666328279211_20251225500964.jpg)
건강검진 정상인데, 왜 이렇게 어지럽고 머리가 아플까? [건강한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