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예술노동자인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작가가 2월 4일 인터뷰를 위해 한겨레를 찾아 자신의 원화 콘티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골목골목 붙은 경고문, 다 똑같아 보이는 빌라촌의 빌라, 동네를 수놓는 간판…. 사소하게 지나치는 도시의 배경을 세심하게 관찰해 주인공으로 만들어낸 ‘이다의 도시관찰일기’를 쓴 이다 작가가 시선을 어린이에게 두고 탐구한 책 ‘어린이 탐구 생활’(창비 펴냄)을 그리고 썼다.

어린이탐구생활 표지. 창비 펴냄
작가는 계간지 ‘창비어린이’ 만화 연재를 계기로 5년 동안 어린이를 만날 때마다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 (어린이를) 알아갔다”. 연재가 ‘나는 어땠더라’라는 제목으로 작가가 지나온 ‘어른 안의 어린이’를 꺼내는 것으로 시작했다면, 책은 내 안의 어린이를 꺼내며 알아낸 ‘진짜 어린이’에게 초점을 맞춘다. 이다 작가가 알아간 어린이 세상을 조금 더 나누고자 2026년 2월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그를 만났다.
―‘이다의 도시관찰일기’에서 관찰의 원칙으로 ‘판단하지 않기. 판단하면 사찰이 된다’고 썼어요. 탐구의 원칙도 있나요.
“미리 답을 정해놓지 않고 생각을 많이 하는 것. 어린이가 ‘싫은데요’라고 말하면 사실 어른으로서 살짝 기분이 나쁘잖아요. 근데 기분 나쁜 것에 그치지 않고 왜 싫다고 했을까, 왜 저런 태도를 보이지 더 파보는 것. 더더더 생각해보는 것이에요.”
―그렇게 해서 알아낸 어린이의 특징은 뭔가요.
“책에도 있지만, 어린이는 웃길 때만 웃어요. ‘어린이 대상 강연’이 제일 어려워요. 억지 리액션이 하나도 없거든요. 기본 표정은 ‘뚱’이에요. 하나도 안 웃기는데 웃는 이모티콘 보내고 반가워도 웃고 사무적으로도 웃고 겸연쩍어도 웃고 상대방이 어색할까봐 웃는 어른의 사회적 웃음이 아이들에겐 없죠. 그리고 어린이들에게는 ‘자학 개그’가 통하지 않아요. 사춘기 때 겪는 2차 성징에 대해 쓴 ‘걸스토크’ 관련 강의를 하는데 생리 등을 소재로 자학하며 말했더니 아이들이 전혀 웃지를 않아요. 오히려 공포와 경악의 표정을 지었어요. 생각해봤더니 어린이들은 처음 겪고 있는 자신의 인생을 소재로 결코 웃을 수 없는 거죠. 가장 중요한 건, 어린이는 다 달라요. 집에 가기 싫은 어린이가 있고, 자기 그림이 싫은 어린이가 있고, 쇼츠에 중독된 어린이도 있고, 똥·방귀 이야기가 싫은 어린이도 있죠. 일반화하면 안 돼요.”
―왜 어린이를 알아야 할까요.
“요즘 세상은 어린이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없어요. 아니, 어린이를 싫어한다고 봐도 될 정도로 반기지를 않죠. 전국에 있는 ‘노키즈존’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옛날에는 반기든 반기지 않든 어린이가 아주 많으니까 사회가 어린이들 기에 눌린 게 있었다면(웃음) 지금 어린이는 사회의 소수자예요. 그런데 어린이도 우리와 함께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존재잖아요. 사람들이 어린이를 조금 더 이해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제가 생각한 방법은 자기 안에 있는 어린이를 찾아보는 거였어요. 어른들도 모두 어린이였으니까요.”
잘 기억나지 않는 ‘내 안의 어린이’를 꺼내는 데 ‘어린이 탐구 생활’은 큰 도움이 된다. 작가는 ‘천둥벌거숭이’ 어린이 이다를 그렸다. 어린이 이다는 문방구에서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체감 3억원에 달하는 3만원의 ‘외상 빚’을 짊어지고 고민했고, 반장 선거를 거치며 권한과 책임을 배웠고, 늘 어른이 되고 싶어 어른 몰래 화장하고, ‘어른스러움’에 집착했다. 지금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왜 그럴까’ ‘이해가 안 돼’ 하던 그 모습들은 찬찬히 꺼내보면 다 ‘내 것’이기도 했다는 걸 일깨운다.
―‘어린이 존중 5계명’은 어떻게 만들어졌어요?
“내 안의 어린이를 꺼내면서 아이들을 만날 때 지킬 것들을 생각하게 됐어요. 어린이 존중 1계명은 ‘어린이를 만지지 않는다’잖아요. 제가 어릴 때 볼살이 진짜 많아서 제 볼때기가 공공재였거든요. 동네 사람들이 다 한번씩 꼬집고 갔죠. 어릴 때 그게 너무 싫었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애들이 너무 귀여운 거예요. 막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하지만 나의 어린 시절을 꺼내 생각해보고 꾹 참죠. 2계명 ‘어린이에게 인사할 때는 눈을 맞추고 악수를 청한다’는 꼭 한번 해보시면 좋겠어요. 강연에서 만난 어린이들에게 명함을 주면서 ‘잘 부탁드립니다’ 말하고 악수를 청하면 정말 좋아하는 표정이 읽혀요. 대등한 존재로 인사를 나누는 방법 같아요.”
이다 작가가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그가 그린 ‘이상적인 어린이 동네’ 지도다. 지도에는 학교 옆 문구점과 분식집, 조금 걸어 나오면 놀이터와 도서관, 조금 걸어가면 만화방, 보드게임방, 영화관, 가차(뽑기 기계) 숍, 마라탕가게, 아이스크림가게, 뷔페형 즉석떡볶이 가게만 입점한 건물이 있다. “요즘 어린이들은 마음대로 돌아다닐 자유가 없잖아요. 정해진 곳만 가고 모험할 수도 없어요. 어린이들이 재밌게 느끼는 것만 가득한, 온종일 자유롭게 쏘다닐 수 있는 동네를 그리고 싶었어요.”
어린이의 즐거움을 존중하고 어린이와 어른이 대등한 세계. 그 세계로 가기 위한 보폭을 넓히는 데 길잡이가 되는 ‘어린이 탐구 생활’을 작가는 “많은 어른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2쪽, 1만6800원.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조용한 붕괴
신선호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만2천원
위기는 요란하게 오지 않는다. 마음 건강과 관련해 ‘관심군’으로 분류되는 학생은 5% 내외다. 그럼 95%는 괜찮을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정상군’ 학생의 자살 비율은 39.1%에서 83.3%로 급격히 늘었다. 늘 웃으며 인사하던 아이의 얼굴 뒤엔 분명한 그늘이 있었다. 오랜 시간 교육 현장과 정책 시스템을 지켜본 저자는 ‘시스템의 부재’가 그 그늘을 잡아내지 못한 이유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우생학
N. 오르도버 지음, 김현지 옮김, 오월의봄 펴냄, 3만2천원
역사 연구자이자 활동가인 저자는 우생학이 나치 독일의 전유물이 아니며, 미국도 과학의 언어로 차별을 국가정책화해왔다고 말한다. 정치인들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난민 증가를 불안해하는 백인들에게 외국인 혐오를 자극했고, 정신의학을 동원해 동성애를 병리화했다. 장애인에겐 강제 불임수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읽어야 할 책.

여성 철학자의 철학 이야기
강선형 등 지음, 봄날의박씨 펴냄, 1만8500원
철학적 사유가 어떻게 삶의 경험과 얽혀 형성되는지를 보여주는 여성 철학자들의 에세이. 한나 아렌트부터 로지 브라이도티까지 현대철학자 8명의 사유를 8명의 저자가 풀어냈다. 저자들은 각자의 삶에서 가장 절실하게 마주한 질문을 통해 각 이론을 소개한다. 삶의 방황과 몰락, 우연과 실패마저 사유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차분히 질문한다.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가이 레슈차이너 지음, 이한음 옮김, 흐름출판 펴냄, 2만2천원
삶을 망가뜨리는 어두운 욕망을 인간은 왜 제어하기 어려울까.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는 분노, 탐심, 색욕 등이 어떤 신경회로를 거쳐 발현되고 강화하는지 자세히 파헤친다. 그 속사정을 알수록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는 건 오만임을 깨닫는다. 숨기고만 싶은 감정이 자신을 알려주는 중요한 열쇠라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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