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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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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정말 ‘역차별’일까

인권·혐오 연구자 홍성수 교수의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등록 2025-10-31 15:25 수정 2025-11-03 15:00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무회의에서 ‘남성 차별을 연구하고 대책을 만드는 방안’을 주문했다. 성평등가족부는 대통령이 주문한 ‘남성 차별’을 들여다볼 ‘성형평성기획과’를 신설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차별에 대한 청년 인식을 듣는 토크콘서트를 연다. 남성이 느끼는 ‘역차별’도 주요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질문이 생긴다. ‘남성도 성차별 피해자가 될 수 있을까.’ ‘여성 정책 실행은 역차별인가.’ 혐오 표현 연구자로 적극적으로 발언해온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책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어크로스 펴냄)에서 이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한 사전 질문을 촘촘히 배치한다. 차별은 무엇이고, 차별은 왜 나쁜지, 왜 특정 종교에서 여성 사제를 금지하는 등의 ‘차별’은 국가가 규제하지 않는지 등.

남성도 성차별 피해자가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다. 다만, 성차별 피해를 당하는 남성의 경우 직급이 낮거나 비정규직이거나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등의 조건이 중첩되는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복합적이어서 성차별이 단지 ‘성별’에 따라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여성 정책은 역차별인가. 2024년 기준 여성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남성의 71%에 불과하고, 남녀고용률은 20대 초반에 비슷했다가 30대에는 20%까지 격차가 벌어진다. 여성 고위 공무원은 11.7%, 공공·민간 기업 여성 관리자는 22.1%에 불과하다. 이런 수치를 개선하기 위해 ‘구조적 차별’ 조건을 해소하고 공존 조건을 만드는 것이 여성 정책이 할 일이다. 여성 채용을 대놓고 거부하고 임신한 여성은 무조건 퇴사시키는 관행은 사라지고 있지만, 2018년 시중 은행들의 성차별적 채용이 여전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국가가 규제한다고 현실이 급격히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8년 항공사들이 승무원 채용에 키 제한을 두는 것은 차별이라고 권고해 아시아나항공이 이를 수용했지만, 2015년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가운데 키가 162㎝ 이하인 사람은 1%도 안 됐다.

정치인들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로 향하는 혐오와 차별에 힘을 싣는다. ‘내란범’ 재판을 받는 윤석열은 “구조적 차별이 없다”고 말했고,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는 “민생과 경제가 더 급하다”고 했으며, 바뀐 정부의 김민석 국무총리는 차별금지법 제정 찬반 모두를 “절박한 목소리”라고 했다. ‘혐오할 자유를 달라는 목소리’에 마이크를 주는 사회를 멈추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 답으로 가기 위한 깐깐한 지침서다. 292쪽, 1만8800원.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동료에게 말 걸기

박동수 지음, 민음사 펴냄, 1만8천원

많은 철학책이 지루한 이유가 뭘까. ‘현실로부터 추상된 말’에만 몰두하다보니 정작 현장을 잃어버리고 ‘사변적 유희’에만 그쳐서일지도 모른다. 철학책 편집자 박동수는 현재 진행 중인 철학적 논의와 동시대 여러 책의 의미를 엮어 현실에 발을 디딘 철학을 이야기한다. 분열의 시대,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졌지만 동등하게 존재해야 할 이들 사이에서 ‘동료에게 말 거는 법’을 안내한다.

 


자연스럽다는 말

이수지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2만2천원

노르웨이 곤충학자 게이르 쇨리는 2006년 동성애 성향의 동물들을 전시했다가 “지옥에나 가라”라는 비난을 받았다. 동성애는 1천 종 넘는 동물에서 보고됐지만 여전히 ‘자연스럽지 않은 것’으로 치부된다. 저자는 ‘○○는 자연스러운가?’란 질문에 ‘자연에는 답이 없다’고 말한다. 존재는 가치와 별개고, 자연은 필연이 아니다. 독일 막스플랑크인구학연구소 이수지 박사가 썼다.


파치

소희 지음, 이매진 펴냄, 1만8천원

이기는 노동자의 싸움이 드문 시절, 문자메시지 해고자에서 9년을 버텨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이기고, 미지급임금 지급 소송도 이기고, 확정판결까지 공탁금 70억원을 걸고 매달 6400만원의 이자를 낼지언정 임금은 주지 않겠다는 회사에 대한 절망의 마음도 이기고 당당히 공장으로 돌아간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의 싸움이 벅차게 담겼다. 사드 반대 투쟁을 하는 경북 성주에서 구미를 오가며 찍고 기록한 소희의 글.

 


대한민국 식량의 미래

남재작 지음, 김영사 펴냄, 2만4천원

기후위기가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지만 우리 농업은 여전히 수십 년 전 ‘품종개량과 농약 통한 수확량 증대’라는 구조에 머물고 있다. 잘못된 외국의 정책을 무작정 들인다. ‘스마트’ ‘스타트업’ 등으로 포장했지만 비루한 현실을 가릴 순 없다. 저자는 시민이 농업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대안이 달라질 것이라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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