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웨일스 세번강이 흐르는 새어머니의 시골집에 휴가차 방문한 제시카 제이(J). 리는 물파이프를 꽁꽁 싸맨 잡초를 걷어내야 한다. 제멋대로 자라게 두면 파이프를 망가뜨리고 얕은 물의 산소를 부족하게 해서 수질까지 떨어뜨릴 그 ‘잡초’는 “해로운 침입종으로 여겨지는 식물” 유럽물수세미다. 어린 시절의 리가 유럽물수세미 한 뿌리를 파이프에서 떼어내 살펴보니 “잎 하나하나가 펼쳐지며 단정한 돌려나기 형태가 만들어”지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풀이었다.
환경역사학자로서 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시간과 장소를 축으로 탐사해 글을 쓰는 리는 ‘흩어짐’(서제인 옮김, 에트르 펴냄)에서 ‘잡초’ ‘유해종’ ‘침입종’ 같은 용어로 분류되는 식물을 다시 바라본다. ‘침입’과 ‘자생’을 나누는 기준은 결국 “세계 전체에 바람직한 질서를 암시”한다. 그 질서는 상대적이다. 19세기 서유럽에 들어와 크고 화려한 꽃으로 사랑받는 ‘관상식물’이었던 큰멧돼지풀은 정원 공간을 벗어나면서 번식력이 너무 왕성해 ‘위험한 침입종’이 됐다. 영국에서는 ‘침입종’이지만 중앙아시아에서는 ‘자생종’이다.
‘흩어짐’은 어딘가에서 ‘침입종’로 불리는 물수세미, 큰멧돼지풀 등이 제자리에 있다면 어떤 식물일지, 왜 제자리가 아닌 곳에서 ‘해악을 먼저 떠올리는’ 식물이 되었는지 식물 이주의 기록을 살핀다.
저자가 ‘이주하는 식물’에 매혹되는 이유에는 그의 정체성이 얽혀 있다. 영국인과 대만인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캐나다에서 나고 자랐고 영국에서 공부했으며 런던, 독일 베를린 등을 오가며 살았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완전한 영국인으로 혹은 완전한 대만인으로 받아들여진 적이 없었다.”
경계에 존재하는 저자는 경계에 사는 식물처럼 모든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옮긴이가 평가한 것처럼 “종들 사이에 그어진 선을 두려움 없이 횡단하는 능력”을 가졌다. 그래서 ‘침입종’ ‘자생종’과 같이 식물생태학자들이 규정한 용어 바깥의 눈으로 식물을 읽는다. 학계에서는 ‘악명 높은 침입종’이라 부르는 ‘히스별이끼’의 조그만 잎에서 폭발하듯 솟아 있는 솜털에 매혹되고, “물방울의 규모로 설계”되어 물과 바람이 있으면 이동하는 그것의 왕성한 힘에 주목한다. 식민주의의 이동 경로를 따라 세계를 이동하며 ‘백인의 시선’에 깃들어 여러 문학작품 등에 등장하는 과일 망고에서 ‘백인의 시선’을 벗겨낸다. 흩어진 각자의 자리에서 ‘제자리’를 떠올리는 식물 원래의 빛깔에 이름을 지어준다. 360쪽, 2만1500원.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대만 박물관 산책
류영하 지음, 해피북미디어 펴냄, 3만8천원
1948년 중국 베이징 자금성의 유물 대부분을 옮겨와 만든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은 민남인, 객가인, 외성인, 원주민의 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적 계보를 지닌 대만 사회에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까. 대만의 박물관 38곳을 돌며 원주민의 역사부터 열강과 일본의 지배, 대만 독립, 양안관계, 민주화운동까지 대만의 역사와 정체성을 만난다.

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
이명호 외 8인 지음, 민음사 펴냄, 2만2천원
덕수궁 선원전 터에는 오래도록 자리를 지킨 회화나무가 있었다. 2004년 화마를 입고 2008년 고사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2015년에 다시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명호의 사진 작업을 중심으로 건축, 문학, 미술, 법률, 생태, 역사 분야 전문가들이 ‘도시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독창적인 응답을 제시한다.

식물에 죽음은 있는가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이소온 옮김, 북멘토 펴냄, 1만7천원
“왜 식물은 움직이지 않죠?” 식물학자인 저자는 한 학생이 던진 질문이 황당했다. 움직이니 ‘동(動)’물이고 심어졌으니 ‘식(植)’물이지. 그러나 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식물은 햇빛·공기·물만으로도 스스로 에너지를 만드니 움직이지 않는 게 효율적이며, 오히려 “왜 동물은 꼭 움직이며 사는지” 되물을 것이라 말한다. 생명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에세이집.

석유 제국의 미래
최지웅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만2천원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에도 ‘석유’가 등장했다. 세계는 이념이 아닌 에너지로 움직여왔고 그 중심엔 석유가 있었다. 한국석유공사 연구원인 저자는 세계가 화석연료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사실과 별개로, 팬데믹(2020년) 때를 제외하곤 지난 10년간 석유 소비가 매년 증가했음을 지적한다. 탄소중립 시대 ‘에너지 문해력’을 위한 맥락과 재료를 제공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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