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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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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옆자리 사람과 말을 한다면?… 뇌는 원한다

벤 라인 ‘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
등록 2025-12-18 22:18 수정 2025-12-20 11:25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간다 해놓고도 그 순간이 되면 가고 싶은 마음이 급속도로 줄어들곤 하는 대문자 I의 내향인인 기자에게 아주 유용한 말 중 하나다. 그러고 보면 잘 모르는 이들과 만나는 어색한 자리라도 ‘집에 있을걸’ 후회한 적은 거의 없었다. ‘공감’을 연구하는 미국 스탠퍼드대학 신경과학자 벤 라인이 쓴 ‘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고현석 옮김, 더퀘스트 펴냄)는 인간이라면 다 비슷하다고 한다.

학생 250명에게 일주일 동안 전자활성기록기를 착용한 채 돌아다니라고 한 뒤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학생들은 대화를 나눈 뒤 1시간 이내에 기분이 좋아졌고, 알고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더욱더 그랬다. 자기 자신에 대해 털어놓을수록 기분이 좋았다. 낯선 사람과의 만남도 기분을 좋게 했다. 심지어 평소보다 외향인인 척 행동해도 기분이 나아졌다. 저자는 그러니 통근버스에서 옆 사람에게 말을 건네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사람들의 통념과 달리 그런 낯선 이들과의 만남에서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으아아악, 절대 못해.)

과학기술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상관없이 인간의 뇌와 신경은 여전히 네안데르탈인이다. 놀라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즐거우면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옛날 사냥 시절과 같이 협조해야 생존할 수 있었기에 인간은 군집생활을 해야 했고, 같이 있는 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알츠하이머와 뇌졸중 연구자 조슈아 크랩서는 ‘1은 가장 치명적인 숫자’라고 말한다. 같은 뇌졸중이라도 고립된 쥐는 더 넓은 영역이 손상되고 더 많은 세포가 사멸한다.(책에는 쥐의 공감능력에 대한 놀라운 실험이 많다.) 고립이 전반적인 사망 위험을 32% 높인다. 구급차를 못 불러서는 아니다. 대장암의 경우 결혼한 사람이 결혼을 안 한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28% 낮다.

소셜미디어가 외로운 이들의 외로움을 덜어줄까. 소셜미디어에는 눈맞춤, 후각 단서, 몸짓 언어가 없다. 뇌의 공감 시스템 작동을 추동하는 이런 장치가 소실되면 복잡한 감정도 나타나지 않는다. 사회적 단서 없이 전달되는 말은 ‘숲속에 쓰러진 나무’ 같다. 당신이 잃어버린 압정을 누군가 밟았을 때 그것을 모른다면 고통에 공감할 수 없다. 영상을 보면, 그것이 라이브여도 공감과 관련 있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그러니 인터넷 게시물에는 혐오 글이 달리고, 혐오 글은 다시 혐오 글로 반박된다. 인터넷에 긍정적인 댓글은 6.51%에 불과하다.

그러니 내일은 외향인인 척해보라. 출근길에 옆 사람과 말을 해보라. 376쪽, 2만2천원.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 21이 찜한 새 책


인구에서 인간으로

이철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만3천원

전작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발간 1년 만에 후속작이 나왔다. 인구경제학자인 저자는 전작에서 인구변화의 ‘결과’를 먼저 쓴 뒤 후속작인 이번 책에서 출생아 수 감소 원인을 실증적 근거로 파고든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한국이 ‘아이 존중 사회’로 변화하기 위한 분석과 제언이 담겼다.

 


매혹의 괴물들

나탈리 로런스 지음, 이다희 옮김, 푸른숲 펴냄, 2만3천원

저자는 석기시대부터 21세기까지 서양사 속 주요 괴물들을 되짚으며, 인간과 괴물의 관계성을 탐색한다. 인간이 지구와 자연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수록, 괴물도 발 빠르게 모습을 바꿨다. 당신은 반인반수, 용, 고질라, 핵폭탄, 인공지능 중 무엇이 가장 두려운가? 괴물의 이해는 내면의 불안·공포를 직면하고 다른 세계와 관계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

 


10대를 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야기

프란체스카 만노키 지음, 김현주 옮김, 구정은 감수, 롤러코스터 펴냄, 1만6800원

당신은 가자 전쟁의 참혹함을 사실관계를 들어 설명할 수 있는가. 저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역사를 가지런히 요약하고 관련 정보와 자료, 용어 등을 쉽게 풀어 설명한다. 그러고는 빼앗기는 쪽의 절규뿐 아니라 빼앗는 쪽의 뻔뻔하거나 양심적인 목소리까지 생생히 전한다. 가자의 평화를 위해 자녀와 함께하는 독서로 맞춤한 입문서다.

 


그저 하루치의 낙담

박선영 지음, 반비 펴냄, 1만8800원

‘도라에몽은 울지 않는다’ ‘약자가 약자를 혐오할 때’ 등 시대정신을 담은 칼럼으로 주목받은 저널리스트 박선영. 그의 첫 에세이집이 나왔다. 언론사를 떠난 기자로서 회한, 인간으로서 비애, 시민으로서 윤리가 교차하는 내면을 담았다. “그저 하루치의 낙담을 하고, 다음날이면 다시 하루치의 작은 기대를 품으며” 분투한 사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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