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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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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는 왜 여섯 해의 달리기를 책으로 엮었을까

‘맨손문고’ 펴낸 곳간 김대성 대표 “문턱 낮은 책으로 살림할 것”
등록 2026-01-15 20:56 수정 2026-01-18 14:52
2025년 12월5일~6일 부산진구 서면에서 열린 독립출판 북페어 ‘마우스북페어’에서 미리 맨손문고 두 권을 선보였다. 이지원 작가(왼쪽)와 김대성 평론가가 책에 사인을 하고 있다. 김대성 제공

2025년 12월5일~6일 부산진구 서면에서 열린 독립출판 북페어 ‘마우스북페어’에서 미리 맨손문고 두 권을 선보였다. 이지원 작가(왼쪽)와 김대성 평론가가 책에 사인을 하고 있다. 김대성 제공


매주 도착하는 새 책들 가운데 얇은, 얇지만 꽉 찬 느낌의 책 두 권이 눈에 띄었다. 부산을 거점으로 ‘문학의 곳간’ 등 크고 작은 모임을 꾸리며 비평 활동을 하는 김대성 평론가(아래 사진)가 운영하는 1인 출판사 ‘곳간’이 시작한 ‘맨손문고’다. 맨손문고 1권은 김대성 평론가가 직접 쓴 ‘코로만 숨쉬기’(96쪽, 1만1천원), 2권은 경상남도 합천에서 글방을 운영해온 이지원 작가가 낸 첫 책 ‘사각사각’(96쪽, 1만1천원)이다. “모든 일이 맨손에서부터 시작되듯이 오래 매만진 이야기를 두 손 위에 올려 건넵니다. 맨손이기에 생생하고, 맨손이기에 담백하며, 맨손이기에 눈치 보지 않고 나아갑니다.” 독자로 하여금 ‘맨손’으로 ‘귀하게’ 책을 받아들게 하는 소개글이다. 2026년 1월13일, 김대성 대표에게 맨손문고의 시작과 지향을 전화로 묻고 들었다.

김대성 곳간 대표. 김비 작가 촬영

김대성 곳간 대표. 김비 작가 촬영


‘코로만 숨 쉬며’ 살피며 달리기

—시리즈의 시작이 궁금하다.

“2013년부터 문학과 이어진 여러 모임을 꾸려왔다. 모임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책으로 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책을 펴내기까지는 넘어야 할 문턱이 많더라. 그 문턱 앞에서 멈칫하다보면 어느새 생각들이 깎여나가고, 찢어지고, 사라지기도 했다. ‘직접 하자’는 생각으로 2022년 ‘곳간’을 시작했다. 맨손문고는 곳간을 시작할 때 지닌 마음과 같다. 책을 통해 누군가를 북돋고자 하는 마음이다. ‘사각사각’을 쓴 이지원 작가는 합천에서 글방을 꾸리며 꾸준히 읽고 써온 분이다. 진주에서 상주작가를 하며 기획한 ‘진주쓰깅’(진주 곳곳을 달리고 쓰는 모임) 등의 자리에서 만났다. 다른 사람들에게 글을 내보인 경험은 많지 않았지만 그의 글에서 늘 ‘살림’(손수 꾸리고 일구는 일이자 사람을 살리고 사람이 살아가는 일. 김대성 작가는 생활글을 ‘살림글’이라 부른다)이 빛난다고 느꼈다. 곳간은 앞으로도 문턱 낮은 작은 책을 기획하면서 책에 대한 감각을 확장하고 즐거운 상상을 하며 사람을 북돋고 싶다. 맨손문고로 그걸 해보려 한다.

맨손문고는 나를 ‘북돋는 작업’이기도 하다. 막상 출판사를 시작한 직후에는 자유로움보다 부족함을 만나게 됐다. 비평하면서 출판 현장을 보아오다보니, 한계와 부족함이 도드라져 움츠러드는 면이 있다. 2026년에는 책을 펴내는 것을 통해 더 자유롭고자 하는 첫 마음을 떠올리며 가볍고 즐겁게 책을 내는 기운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맨손문고 첫 책은 김대성 평론가가 6년 동안 달리기하며 쓴 글을 역순으로 묶었다. 그는 ‘살림을 사는’ 부산 장림에서 다대포해수욕장을 거쳐 장림포구를 끼고 장림시장을 가로질러 돌아오는 11㎞를 자주 달린다. 그는 “낯선 길을 누비며 새 길을 내는 일보다 같은 길을 새롭게 느끼며 달리는 게 더 즐겁다”고 한다. 같은 길은 매번 다르다. 안개로 가득한 다대포 바닷가를 달릴 때 품고 떠올리는 낱말이 다르고, 장림시장을 달릴 때 지나치는 사람도 다르다. 달리는 몸을 지탱해주는 어깨, 무릎, 발목의 상태도 매번 달라 가계부를 꾸리는 것처럼 알뜰하고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아이처럼 장난치듯 눈 감고도 달리고, 길 위의 낙엽과 나무 등을 기준점 삼아 스텝을 밟기도 한다.

 

—왜 코로만 숨 쉬며 달리나.

“코로만 숨 쉬며 달리는 것은 빠르기나 거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내 몸과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느긋하게 달리는 것이다. 책에도 썼지만 춤추듯 둘레를 누리고 코로만 숨 쉬며 달리면 오래 달려도 아픈 곳 없이, 지치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다독이며 달릴 수 있다. 끊임없이 나를 넘고 나를 다그쳐 ‘매력자본’을 갖추는 데 이바지하는 달리기가 아닌 ‘살림 달리기’를 하는 방법이다. 표지 디자인이 자주 달리는 코스에서 낙동강 하구까지 달린 날의 러닝맵이다. 달린 뒤에 남은 흔적이기도 해서 표지 디자인 콘셉트로 하자 말해두었는데, 마침 코 모양과 꼭 닮은 지도가 있어 디자이너가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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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문고를 냈다면 후속작도 반드시

—2026년에는 또 어떤 책이 나오나.

“그린피스와 협업해서 작업한 소설 앤솔러지(작품집) ‘한 사람에게’가 2026년 1월 말에 나온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도’를 담은 소설집으로 김멜라, 김보영, 김숨, 박솔뫼, 정영선 작가가 참여했다. 곳간에서 처음 만든 책이 부산 초량 지역을 키워드로 한 소설 앤솔러지 ‘안으며 업힌’이었다. 애초 부산 원도심 초량 지역 공공예술에 대한 비평을 제안받았는데 지역을 다양하게 재현해보고 싶어 역으로 소설집 기획을 제안해서 펴냈다. 부산 출신 작가, 부산을 아는 작가, 부산을 전혀 모르는 작가 등 초량이라는 부산 지역을 다양하게 재현할 수 있도록 작가들을 섭외했다. 이 작업을 하면서 ‘큐레이션’도 비평의 일환이라는 것을 느껴 그린피스와의 협업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올가을 곳간에서는 첫 번역서가 나온다. 일본 에트세트라북스(etc.books)에서 출간한 ‘부락 페미니즘’ 번역서를 내기 위해 여러 선생님과 2주에 한 번씩 세미나를 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뿌리 깊은 차별공간 ‘부라쿠’ 여성의 말하기를 통해 ‘존재해온 차별’이 비가시화돼온 역사를 살피는 책이다. 긴 역자 해제와 함께 엮어 한국 페미니즘의 역사도 돌아보려는 곳간의 큰 기획이다. 맨손문고의 ‘북돋움’ 프로젝트도 이어진다. 맨손문고를 냈다면 곳간에서 반드시 후속작이 나와야 한다.(웃음) 이지원 작가도, 나도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 21이 찜한 새 책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

대니얼 R. 브룩스, 살바토레 J. 에이고스타 지음, 장혜인 옮김, 더퀘스트 펴냄, 2만5천원

적자생존은 약육강식이 아니다. 진화란 일인자를 걸러내는 관문이 아니라 살아남아 번식하는 모든 개체를 선호하는 과정이다. 조건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면 가장 강한 종이 되는 일은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인류는 일인자가 되겠다며 이 진화의 궤적에서 이탈했다. 돌아온 것은 기후위기와 세계전쟁, 에너지 고갈. 즉, 절멸의 위기다.

 


갈등하는 눈동자

이슬아 지음, 이훤 시·사진, 먼곳프레스 펴냄, 1만9800원

서울 혜화역 2번 출구 앞 바닥에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역사를 새긴 이규식, 촉감으로 세상을 관찰하며 말갛게 웃는 특수교사 김성은, 스스로 데뷔해 ‘웹 시집’이라는 새로운 길을 낸 작가 계미현, 결혼한 언니와 함께 아이를 키우는 오랜 친구 김규진…. 이슬아 작가가 저마다 울창한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눈동자에 주목했다.

 


자카르타가 온다

빈센트 베빈스 지음, 박소현 옮김, 두번째테제 펴냄, 2만7천원

당신은 아는가. 1965~1966년 인도네시아에서 정부군에 의해 좌파 100만 명이 학살된 원제 ‘자카르타 메소드’ 사건을. 저자는 학살 세력과 그 배후인 미국의 움직임, 이를 통해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등에서 지독하게 반복된 대량학살 전략을 추적하고 지금까지 우리가 사는 세계에 작용하는 구성적 힘을 분석한다.

 


노래로 읽는 미국 근현대사

임상훈 지음, 메멘토 펴냄, 3만3천원

‘노래’라는 렌즈를 통해 미국의 성장과 모순의 200년 역사를 짚는다. 철도 노동자와 광산 노동자의 탄식, 흑인의 해방 의지, 포크 음악의 저항 정신을 실제 노래와 하나하나 매칭하며, 노래가 공식 기록에서 지워진 민중의 아픔을 증언하고 연대와 저항을 이끄는 것을 보여준다. ‘투쟁은 노래를 낳고 노래는 역사가 된다.’(이 책 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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